연초부터 수도권 토지시장이 심상찮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땅값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아파트 등 주택시장에 집중되면서 신도시 개발 기대감과 전철 개통 등 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으로 여윳돈이 빠르게 흘러드는 양상이다. 토지컨설팅업체인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주택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양대 축인 토지의 경우 틈만 생기면 투자 입질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인 게 토지시장”이라고 충고했다.
땅값 상승세는 경기 북부지역에서부터 오는가?
포천과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 토지시장이 대규모 토지보상금 여파로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와 양주시 옥정신도시 등의 올해 토지보상금 지급을 앞두고 대토(代土)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하면서 배후지인 연천ㆍ포천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투자 입질이 늘기 시작하면서 한 달 새 땅값이 평균 10~20% 가량 올랐고, 일부 목 좋은 곳은 두 배 정도 뛰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논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평당 17만~18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지금은 평당 20만원에도 매입하기 힘들다. 관리지역 도로변 땅의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을 호가한다. 한 달 새 많게는 30만원 이상 뛰었다.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 논밭도 지난해 10월 평당 12만~13만원에서 요즘은 평당 15만~17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연천군 연천읍 SK공인 문준현 실장은 “삼송지구와 옥정신도시에서 올해 풀릴 토지보상금이 5조원이 넘는다”며 “이 같은 대규모 토지보상금 지급에 따라 주변 지역에 대토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이곳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화정동 H공인 관계자는 “고양ㆍ파주ㆍ양주ㆍ남양주 등은 이미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고 땅값도 크게 올라 대토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아직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연천 쪽에서 땅을 미리 사 두려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지역에서도 평당 10만~15만원 이하의 매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평당 5만~6만원짜리 매물이 적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포천시 선단동 대진공인 황관택 사장은 “포천은 양주 옥정신도시와 가까운 데다 개발 여지도 많아 대토와 함께 재테크 목적으로 선호한다”며 “올 하반기 옥정신도시 보상금이 풀리면 땅값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택지 개발에 따른 보상금이 풀리면 대토가 가능한 포천ㆍ연천ㆍ가평ㆍ강원도 철원 등 주변지역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포천ㆍ연천 등 수도권 북부지역은 인구유입 효과가 크기 않기 때문에 재테크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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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개발호재 지역 땅값이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
강남권 대체 신도시 후보지 토지시장도 술렁경기도 광주 오포ㆍ용인 모현 지역도 느닷없는 부동산 광풍에 휘말렸다. 최근 언론 등에서 가장 유력한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소개하면서 이 일대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ㆍ11 대책 이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와는 딴 판이다.
광주시 오포읍 LBA제일공인 관계자는 “연초 강남권 대체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 낙점설이 퍼진 데다 경기도의 명품 신도시조성 계획까지 나돌면서 이 지역의 땅값이 최근 한 달 새 배 이상 뛰었다”며 “아파트와 빌라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토지 쪽으로 투자 발길이 완전히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시 오포읍 고산리와 추자리 일대 절대농지는 평당 100만원 가량으로 지난해 말보다 평당 50만원 정도 뛰었다. 용인 모현면 일산리와 초부리 일대 도로변과 가까운 농지의 경우 평당 200만원을 주고 사려고 해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국도변과 접해 있는 논 등은 평당 5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용인시 보정동 K공인 관계자는 “용인 모현면 포곡읍의 경우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고도 땅을 사고 팔 수 있어 투자자들의 입질이 심하지만 매물이 없다 보니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개발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 놓고 자칫 신도시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뒤늦게 매수에 나섰다 예정지에서 탈락하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용인 동백동의 신세계공인 관계자는 “이달 초 건교부 장관의 발언 이후 일부 언론이 용인 모현과 광주 오포지역을 유력 신도시 후보지로 언급하면서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 묻지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도 “광주 오포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규제가 집중돼 개발이 쉽지 않은 곳인 만큼 성급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여주지역도 이상 과열? 경기도 여주지역 토지시장도 이상 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청량리~양동~원주 복선전철 개통과 광주~양동~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 등 개발 호재로 투자 발길이 이어지면서 땅값도 크게 치솟고 잇다. 여기에다 기획부동산과 현지 브로커들이 토지를 대량 사들이면서 매물 품귀 현상마저 일고 있다.
여주시 대신면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께 평당 5만∼7만원하던 논밭과 임야가 평당 10만∼2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매물을 찾으려는 방문자보다는 기획부동산이나 현지 브로커를 통해 토지 매입을 결심한 뒤 시세를 재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복선전철 개통 및 도로 개설 호재는 이미 시장에 모두 반영됐다”라며 “특히 기획부동산 등의 경우엔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소유권확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