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날들
-영화 <마리아>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 : 뉴챕터>-
1. 인생의 후반기 남아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최근 개봉한 두 영화 <마리아>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 : 뉴챕터>를 보고 든 생각이다. 두 영화 모두 인생 후반기에 들어선 여인의 이야기이다. <마리아>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삶을 조명하고 있으며,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웠던 브리짓 존스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두 여인 지금 혼자의 삶을 살고 있다. 마리아는 선박왕 오아시스와의 추억에 빠져있으며, 존스도 사고로 사망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 마리아의 현재의 삶은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오아시스와의 비극적 이별(어쩌면 버림받았다고 평가될 정도의 비참함)에 겹쳐 과거의 화려했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으며 때론 파파라치의 조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녀의 자존심은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의 친언니가 건네는, 과거를 잊어버리라는 충고도 그것은 그녀의 삶을 부정하는 일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 반면 존스는 친구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기꺼이 새로운 남자를 만나려고 시도한다. 우연하게 만난 젊은 남자와의 뜨거운 연애는 그녀의 삶을 일시적이지만 열정적으로 만들었다. 그러한 행동이 죽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유발했기에 모순적인 불안을 동반한다.
3. 재기를 위해 노력하던 마리아는 마지막 장면에서 원래의 목소리를 되찾고 최후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처럼 열창을 남기고 쓰러진다. 가장 뜨거운 목소리를 남기고 죽어가는 새처럼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지배했던 음악의 열정과 깊이를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확인시키고 삶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것은 처절하고 비극적이지만 결코 과거의 삶을 부정하지 않는 몸짓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돌보던 집사에게 남긴, 오아시스가 사망 전 자신을 몰래 찾아 진정한 사랑을 고백했다는 이야기 또한 자신의 삶을 부정할 수 없는 강한 자존심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겨진 시간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선택이었을지 모른다.(그녀에게 과거를 잊으라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부정이었을 것이다)
4. 존스는 젊은 남자와의 연애 속에서 결코 좁히기 어려운 나이의 문제를 확인하면서 결국 헤어진다. 우연하게 참석한 학교 모임에서 진지하고 성실한 흑인 교사가 아이에게 전달한,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는 것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도 결코 버릴 필요가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존스 또한 인식하게 되고 그것이 결코 새로운 삶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의 연속성, 어쩌면 인생은 현재 주어진 것들을 존중하면서도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 모른다. 새로 시작된 흑인교사와의 만남도 아픔을 이해해주고 과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과의 공존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5. 두 영화는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점점 노년의 삶이 길어진 시간 속에서 새로운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이 필요할까? 과거의 영광과 기억의 자장 속에서 현재를 위안해야 할까? 아니면 어떤 형태이든 자신에게 적절한 삶을 새롭게 출발해야 할까? 그것은 과거의 삶이 지녔던 무게감에서 결정날 수 있다. 젊은 시절 성공한 사람들의 노년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이유 중 많은 부분이 과거의 영광에 대한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인정에 익숙한 사람은 그것이 중단되거나 사라졌을 때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절제를 잃어버리고 노욕으로 무리한 일을 실행하거나 어리석인 결정에 빠지는 것이다.
6. 존스의 모습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소중하다. 그녀에게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과거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만남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새로운 것 때문에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며, 과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의 삶은 ‘지금 있는 그대로’에 충실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와 미래와의 연결 속에서 형성된 순간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결정에 끊임없이 영향을 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다만 현재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거짓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에만 그것이 원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을 지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다만 현재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거짓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인생 후반기(?)의 삶이 영화처럼 흘러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