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가 세단에서 SUV로 변하고 있다
제조사는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내놓으며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목을 끄는 건 바로 소형 SUV 시장이다. 소형 SUV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뛰어난 실용성에 한 번, 감각적인 스타일에 또 한 번 공감할 것이다.
소형차 수요가 높은 유럽, 브라질, 인도에서 소형 SUV의 인기가 높다
소형 SUV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B-세그먼트(소형) SUV는 특히 유럽, 인도, 브라질에서 인기가 많은데, 해당 지역 전체 SUV 판매량의 37%, 75%, 69%를 각각 차지할 정도다.
유럽은 본래 대표적인 소형차 시장이다. 기존에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SUV 붐이 일면서 기존의 소형 해치백 수요가 B-세그먼트 SUV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그에 반해 인도와 브라질은 신흥시장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경제와 더불어 자동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버금가는 13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층도 매우 젊다. 개성 있는 스타일과 실용성을 겸비한 소형 SUV가 인도의 젊은 세대 취향을 정확히 관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B-세그먼트 SUV의 인기 비결
모노코크 차체는 편안한 승차감과 성숙한 주행 감각을 이끌어 낸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만3,000대에 불과했던 소형 SUV 판매량은 2016년 처음 10만 대를 넘기더니 2018년에는 15만 3,000대가 팔렸다. 불과 5년 만에 5배 성장을 이룬 셈이다. 대체 B-세그먼트 SUV의 인기 비결은 뭘까?
우선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UV 유행이 소형 SUV로까지 옮겨졌다고 본다. 물론 이 유행의 주요 원인은 SUV 제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한 몫 한다. 예전의 SUV는 승차감이 투박하고, 연비도 낮았다. 하지만 최신 SUV는 세단 못지않은 부드러운 승차감은 물론, 가벼워진 차체로 연비마저 훌륭해졌다. 요컨대 ‘SUV는 무겁고 거칠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탈피한 것이다.
첫 차를 구매하려는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도 주요한 이유다. 2030 세대는 캠핑을 비롯해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기는 것에 적극적이다. 차체가 높고 넓은 적재 공간을 가진 SUV는 야외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콤팩트한 크기를 가진 소형 SUV는 도심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충분히 실용적이면서, 비좁은 도심의 이면도로를 다니기에도 부담 없다. ‘소형 SUV가 왜 잘 팔리는가’라는 질문보다 ‘소형 SUV가 잘 팔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 더 적당해 보일 정도다.
소형 SUV는 개성 있는 스타일과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다
소형 SUV의 감각적인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비록 크기는 작아도 높은 차고, 부풀린 휠 아치, 과감한 캐릭터 라인 등 참신한 디자인 요소가 가득하다. 더불어 SUV 특유의 남성적인 분위기도 충분히 담고 있다. 소형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해치백이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이라면, 소형 SUV는 보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제시한다.
소형 SUV의 높은 공간 활용 능력을 경험하면 해치백이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실용성 측면에서는 해치백을 무릎 꿇게 한다. 소형 SUV는 높은 차고를 기반으로 해치백보다 넓은 헤드룸을 가졌고, 타고 내리기도 편리하다. 또한 플랫폼 최적화를 통해 이상적인 승객 공간과 트렁크 공간까지 확보했다. 뒷좌석 폴딩 기능을 활용하면 작은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해치백의 장점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B-세그먼트 SUV
어느덧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B-세그먼트 SUV를 만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B-세그먼트 SUV는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푸조 2008, 혼다 HR-V, 미니 컨트리맨, 지프 레니게이드 정도다.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수의 차종이 출시됐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정말 많은 소형 SUV를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 코나, 폭스바겐 T-록,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지프 레니게이드, 혼다 HR-V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모델이다. 또한 곧 출시를 앞둔 기아의 하이클래스 소형 SUV 셀토스(개발명 SP2) 역시 주목해야 할 신차다. 그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소형 SUV 차종을 살펴 보자.
서로 다른 개성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B-세그먼트 SUV
폭스바겐 T-록은 폭스바겐 SUV 라인업 중 두 번째로 작은 모델이다.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늦게 데뷔했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상품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관은 골프와 공유한 MQB 플랫폼 기반으로 해치백과 SUV를 결합한 크로스오버 형태를 띠고 있다.
혼다 HR-V는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브라질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형 SUV다. 효율에 초점을 맞춘 CVT와 센터 탱크 레이아웃 설계를 통해 실내 공간을 똑똑하게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다목적 크로스오버 형태의 소형 SUV다. 앙증맞은 차체(전장 4150mm)에 귀여운 디자인과 다양한 컬러 조합으로 개성을 더했다. 유럽 시장에선 지난 2017년 데뷔했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정통 4륜구동 브랜드의 모델답게 4륜구동 드라이브트레인을 탑재하고 진입각과 이탈각을 여유 있게 확보해 험로 대응 능력을 확보했다. 개성 진한 레트로 디자인도 특징이다.
현대 코나는 유니크한 스타일과 다양한 파워트레인, 그리고 첨단 편의 기능까지 겸비했다. 터보 가솔린 엔진, 디젤 엔진, 전기모터까지 갖춘 폭넓은 파워트레인 구성과 경쾌한 주행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풍부한 편의 사양도 눈길을 끈다. 운전자를 위한 HUD(Head-Up Display),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후측방 충돌 경고와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를 포함한 스마트센스 등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치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기아의 셀토스는 아직 정확한 제원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소형 SUV에 걸맞은 스펙으로 나올 예정이다
기아차는 SP 시그니처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 셀토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강인한 디자인과 탄탄한 성능, 그리고 풍부한 편의 사양을 두루 갖추고 소형 SUV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에 의하면 셀토스는 감각적인 컬러와 과감한 디자인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 공간과 첨단 기술을 적용한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으로 개성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는 젊은 층을 공략한다고 한다.
더 작고 더 진한, A-세그먼트 SUV의 출현
전장 3,900~4,100mm의 A-세그먼트 SUV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B-세그먼트 SUV보다 더 작고 야무진 A-세그먼트 SUV도 관심의 대상이다. A-세그먼트 SUV는 기존의 A-세그먼트 소형차(경차)를 대체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SUV로의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 보다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강력한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인도 시장도 A-세그먼트 SUV의 성장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도 시장은 소형차의 수요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SUV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도 풍부하다. 전장 4,000mm 이하의 소형 차량에는 세금 혜택까지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FCA가 발표한 2018~2022년 사업 계획에 따르면, 지프는 레니게이드보다 작은 A-세그먼트 SUV의 출시를 예고했다. 폭스바겐도 자사 SUV 라인업 중 가장 작은 T-크로스를 선보였으며, 얼마 전 인도 시장에서 먼저 공개된 현대 베뉴 역시 A-세그먼트 SUV를 대표할 만한 신예다.
A-세그먼트 SUV의 대표 주자 ‘베뉴'
더 작지만 세련된 스타일을 자랑하는 베뉴.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의 첫 차를 겨냥한다
베뉴는 코나보다 더 작은 크기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는 글로벌 엔트리 SUV다. 소비자층이 20~30대로 집중된 만큼 신선한 스타일과 풍부한 편의 장비가 두드러진다. 동급 최고 수준의 첨단 안전 장비 역시 베뉴의 자랑이다. 전방 충돌 보조(FCW), 차로 이탈 방지 보조(LKA), 후측방 충돌 경고(BCW), 하이빔 보조(HBA) 등 편리하고 안전한 운전을 돕는 장비를 빠짐없이 담고 있다.
소형 SUV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모델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곧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 베뉴와 기아 셀토스 역시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첫 차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젊고 개성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형 SUV를 타고 누빌 도로를 상상해 보라. 칙칙했던 도시가 꽤 화사하고 감각적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