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장관 이상주)가 최근 밝힌 교원 사택·처우 개선 계획이나, 자문기구인 농어촌교육발전위원회(위원장 정지웅·이하 농교위)가 지난달 공청회에서 낸 시설투자, 교육과정 개선안 등이 농어촌 교육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지적이다.
○복식수업 해결 등 우선 과제 뒷전, 사택 확충 등 교사유인책에 ‘무게’
현장 농민과 교사들은 농어촌 학교의 복식·상치(1교사 2과목) 수업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외형에 치중하는 눈치다.
▲교원 유인이 전부 아니다=이상주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남 김해농고에서 “농어촌학교 교원사택 3300여채를 신·개축하겠다”며 “경남지역 농어촌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차례가 뒤바뀌었다”는 반응이다. 박일범 전북농촌학교살리기운동본부 대표는 “선거국면을 의식한 단기대책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열악한 교육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교사가 농어촌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교위안은 수박 겉핥기?=농교위가 지난달말 연 공청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승진 가산점(상여금), 자녀 등록금 지원, 사택 확충 등 ‘파격적인 혜택’을 뼈대로 하는 농어촌 근무 교사 유인책이었다. 아울러 초·중 통합학교 운영방안, 지역사회와 연계방안 등 주로 농어촌 학교의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어촌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초등학교 복식수업과 중등학교 상치수업(교사 한 명이 두 과목 이상 가르치는 것)을 없애는 데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학년당 10명 미만이면 편성이 가능한 복식학급을 두 학년을 합했을 때 10명 미만으로 제한하고, 3복식은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다. 상치수업은 교대 졸업생들을 병역특례 자원으로 활용해 농어촌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교육부나 농교위는 복식수업 해소보다 복식수업 교과과정 개발, 초·중등 통합학교 운영 등 보완에 치중하고 있다. 상치수업은 학교를 두루 도는 ‘순회교사제’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만중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인센티브제나 통합학교는 지금도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당국이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깊이가 없는 수박 겉핥기식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발 안맞는 교육부=정지웅 농교위 위원장은 지난 2월 발족 당시 “농어촌학교 통폐합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교육부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전북교육청은 그러나 지난달말 2005년까지 농촌소규모학교 69곳을 통폐합한다고 발표했다. 전북지역 농민·교원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어 “교육부가 획기적인 발전대책을 만든다면서, 도교육청은 통폐합 방침을 내는 건 무슨 경우냐”며 통폐합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관건은 예산=현장 농민과 교사들은 교육당국이 낸 각론보다 중요한 게 ‘예산’이라고 한 목소리다. 특기적성교육 활성화, 중등 급식지원, 학교운영비 전액 지원 등 급한 일에 당장 큰돈이 들기 때문이다.
탁명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교육부나 농교위가 수많은 방안들을 내놨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확보 방안이 빠져있다”며 “교육당국은 특별법과 아울러 특별재정을 만들어 예산당국을 줄기차게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 특기교육 부실화 우려
강사료 월 20여만원 불과 … 지원자 없어 일반교사가 담당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에 지원하는 특기적성교육 강사비를 현실에 맞게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농어촌지역 초·중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지방교육청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연간 300만~500만원의 특기적성교육 강사비를 지원, 학생들이 컴퓨터·무용·음악 등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강사비가 지나치게 적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학생수가 18명이라는 강원 철원군 잠곡초등학교 장석신 교장은 “올 1년간 특기적성교육 강사비로 400만원을 지원받았다”며 “이는 학생 1인당 한달에 1만8,500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학원 수강료 5만원선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교장은 “이 때문에 외부강사 초청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3명의 교사가 돌아가면서 음악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 보성군 예당초등학교 유윤석 교감은 “학부모 등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컴퓨터·무용·국악·피아노·미술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강사비가 500만원밖에 안돼 컴퓨터와 무용만 외부강사를 초빙, 이들에게 과목당 매달 20만~30만원씩 지원해줄 뿐 다른 과목 교육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농어촌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농어촌 학생들도 도시 학생들 못지않게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원하고 있다”면서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학교에 대한 특기교육 강사비를 지금보다 갑절 이상 올려 정상적인 특기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농어촌교육발전 공청회 주제발표 요약
‘농어촌교육 발전을 위한 공청회’가 24일 서울 종로구 교원징계재심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 농어촌교육 전문가들은 “농어민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더이상 농촌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린다.
◆농어촌교육 종합발전을 위한 기본방향(정명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농에 따른 학생수 감소와 교원의 농촌근무 기피 등으로 폐교, 통합학교 운영, 복식수업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농촌경제 악화와 열악한 교통여건 등도 농어촌교육 문제 발생의 요인이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저하되는 등 도농간 학력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농어촌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가산점제도·승진혜택 등을 통한 우수교사 확보를 위해 강력한 농어촌교육진흥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농어촌학교 운영 모델개발 및 제도개선(최준렬 우석대 교수)=전국 1,763개교의 분교가 모두 6년제를 채택하는 등 사실상 본교와 같은 체제를 유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3년제 분교 또는 4년제 분교 등 지역여건에 부합한 다양한 형태의 분교을 운영하게 되면 지금처럼 학생수에 따라 통폐합한 뒤 학교를 없애는 폐단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율성과 독립성이 생기는 5~6학년 때는 인근의 본교로 등교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같은 농어촌학교의 운영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근 학교와 협력해 교육력을 증진할 수 있는 협력프로그램을 장려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신중히 추진하고 재정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농어촌학교 교원 확보 및 복지향상 대책(김혜숙 연세대 교수)=일부 지역에서 교사 신규 임용자를 농어촌에 강제 발령하고 있을 정도로 교사들의 농어촌 근무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우수교사 확보를 위해 농어촌지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교사에게는 누가점수제를 실시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상 혜택을 줘야 한다. 해당지역 출신자 및 농어촌학교 전문교사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 가산점을 주고 임용할 때 우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병역특례 대상기관 또는 공익근무 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교사 자녀가 부모의 근무학교에 재학할 경우 대학입시 우대, 상급학교 재학때 특별장학금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농어촌학교 교육과정 및 학급 운영(이정선 광주교대 교수)=2001년 말 현재 국내 전체 복식학급수 2,189개 중 97인 2,123개가 농어촌지역에 있다. 학생들은 학력 저하 및 문화결핍 현상이 일어나고, 교사들은 업무량 과다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단식수업용으로 개발된 교재를 복식수업에 활용하는 등 교육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시·도, 시·군교육청 산하에 복식학교 교과과정 또는 모델학교를 설치해 그 결과를 복식학교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병역의무자 중 일정 자격을 갖춘자를 수업보조원으로 선발해 배치할 필요도 있다. 수업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학습기자재의 우선 배치도 중요하다.
◆농어촌 학생·학교에 대한 지원과 지역사회·타부문과의 연계 강화(정철영 서울대 교수)=농어촌 출신 자녀들에 대한 학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농어촌출신 대학생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도서벽지 학교의 규정을 열악한 농어촌학교에 적용하는 방안도 요망된다. 농어촌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교급식 지원을 확대하고, 농어촌지역 학생들의 특기적성교육 활동과 관련한 행정·재정적 지원도 늘려야 한다. 지방교육교부금 배당 방식도 학생수 기준이 아닌 학교당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농어촌주민에 대한 교육기회 및 문화·복지 확대를 위해 폐교 처분에 신중하되 폐교가 부득이할 경우엔 교육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별법제정 농촌교육 살려야”
소득비해 교육비 부담 많고 학력저하 갈수록 심각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농어촌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농어촌교육진흥특별법(가칭)’ 제정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농어촌교육발전위원회(위원장 정지웅 서울대 교수)가 24일 서울교원징계재심위원회 대강당에서 개최한 ‘농어촌교육 발전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복식수업, 상치교사 배치 등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등 농어촌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철영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소득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 부담은 농가가 도시가구보다 66만5,000원 많은 436만6,000원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읍·면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수학교육 성취도는 서울지역 학생들보다 12.2점 낮은 87.8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는 “공동화현상으로 소규모 학교가 늘어 2001년 말 현재 복식수업을 하는 2,189개 초등학교 학급 중 97인 2,123개가 농어촌에 집중된데다 우수 교사들이 농어촌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철우 전북 운영초등학교 교장은 지정토론에서 “소속감이 떨어지는 순환교사제, 음악교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상치교사제도 등도 농어촌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농촌교육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혜숙 연세대 교수는 “농어촌에 근무하는 교사들 중 상당수가 승진가산점 획득을 위해 단기근무만 하고 떠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열악한 농어촌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재정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탁명구 한농연 정책실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전체 예산중 6를 교육비로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4.6 수준에 그쳤다”며 “교육비를 OECD 국가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려 농어촌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명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어촌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학업성취 및 자녀교육 만족도를 향상시켜주고, 교원들에게는 매력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강력한 농어촌교육진흥특별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농어촌교육발전위 공청회 “재정지원 늘려 교육여건 총체적 개선”
2002-5-24
농어촌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농어촌 학교를 지역의 교육·문화·복지센터로 삼는 장기계획 아래, 농림·보건복지·행정자치부 등 관계 부처가 폭넓게 참여하는 추진기구를 만들어 지원제도, 교육과정, 교원 확보 등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어촌교육발전위원회(위원장 정지웅·농교위)가 24일 연 ‘농어촌교육 발전방안 검토를 위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농어촌교육은 생활악화-이농-폐교-학교불신-이농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범정부·범사회적 대책이 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웅 위원장은 “농어촌 교육문제는 주민들의 경제·복지 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농어촌교육 발전 종합계획을 세워 교육부에 건의할 것이며, 농어촌교육진흥특별법 제정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한 농교위가 처음 연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자들은 그동안 농민·교육단체가 줄기차게 제시했던 대안들을 집대성, 각론을 내놨다.
학교, 종합교육 문화·복지센터 활용
▲농어촌교육 종합발전 기본방향(정명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농어촌 학교를 지역의 종합 교육·문화·복지센터로 활용, 지역사회를 활성화할 수 있다.
복식학급 교과과정 개발, 혜택 부여로 우수 교원 확보, 시설 개선이 함께 돼야 한다. 특기적성교육을 강화하고, 대학 특례입학도 더 늘린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특별예산관리체계’를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교내 시설 공동이용·분교장 다양화
▲농어촌 학교 운영모델(최준렬 우석대 교수)=수영장·체육관과 통학버스를 갖춘 ‘중심초등학교’를두고, 해당지역 주민과 이웃 학교가 같이 쓰는 것이 가능하다.
6년제로 획일적인 분교장 유형을 다양화하고, 초·중통합학교도 운영해볼 만하다. 지도관청 일원화를 전제로 중·고통합학교도 가능하며, 지역의 요구에 따른 자율실업학교도 필요하다. 아산의 거산분교처럼 지역사회공동학교도 바람직한 형태다.
근속시 특혜, 전문교사 자격증 도입
▲교원 확보(김혜숙 연세대 교수)=10년이상 근속 교원에게 ‘파격적인’ 인사 혜택, 20년이상일 땐 교감자격을 우선 준다. 임용 때부터 10∼20%는 농어촌 교사로 배분하고, 작은 학교에 병역특례요원을 교사로 채용할 수 있다. 농어촌학교 전문교사 자격증을 만들고, 이들에겐 국비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순회교사제 확대, 행정직원 증원과 함께 교원 자녀에게 등록금 지원 등 혜택을 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교원사택(1만2126세대)은 5년 안에 신·개축을 끝낸다.
복식학교용 교육과정 개발 시급
▲교육과정·학급운영(이정선 광주교대 교수)=학부모와 학생 의사를 존중하면서 복식학교용 교육과정(1∼3학년, 4∼6학년 등) 개발·보급이 급하다. 소규모학교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더 주고, 교원이 적은 학교는 협동교육과정을 할 수도 있다. 개별학습, 무학년제, 주제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이 가능하고, 교육방송 등 매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도서벽지는 원격화상교육도 도입할 만하다.
부끄러운 농촌 청소년 복지
교육·문화·정보시설 태부족 상대적 박탈감
농촌 청소년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이 최근 한국마사회에서 주최한 ‘제1회 농어촌청소년 복지증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관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농촌 청소년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을 요망했다.
김경준 한국청소년개발원 연구위원은 “학교시설·설비에 대한 농촌 청소년들의 만족도 조사결과 33만이 만족했고, 영화·연극 등을 1년 동안 한번도 관람하지 않은 청소년이 40~80나 됐다”고 밝혔다. 정보화 시설과 청소년 상담실 등도 도시지역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고 김위원은 덧붙였다.
이처럼 열악한 복지 수준 때문에 상당수 농촌 청소년들은 도시 청소년에 비해 상대적 발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비전을 갖는 등 부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다고 권이종 한국청소년개발원 원장은 분석했다.
김동일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라서 “농촌지역에 대한 교육·문화·교통·의료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권원장은 “도시와 차별화된 농촌학교 프로그램 개발, 우수 교사 확보를 위한 여건 개선, 농어촌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제도 확대, 정보화 인프라 구축 등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토론에 나선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 청소년들을 복지 사각지대에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최근 발족한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가 적극 나서 농촌지역 폐교활용 방안 등 획기적인 개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촌학교 교원 인사차별 심각
2002-4-23
○정년·명예퇴직자 중 재임용, 대부분 고령인력으로 채워져
농촌교육 현실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학교 발령교원 대부분이고령 인력으로 채워져 충북도내 곳곳에서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충주시 ㅅ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3월 초 교원 인사에서 전체 평교사 8명중 7명이 정년퇴직·명예퇴직자 중 재임용된 고령인력으로 채워지고 단 1명만이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젊은 교사로 발령됐다.
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은 이 학교 교장과 교육청 관계자들을 찾아가 항의하고 농촌학교 교원 인사차별의 조속한 시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한 학부모는 “이 지역은 농업진흥지역도 아니고 벽지학교도 아닌 곳이어서 가산점도 없다보니 젊고 유능한 교사들은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다”며 “고령교원들도 적응을 못하고 학생들도 의욕을 잃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충주시연합회 한 임원은 “충주지역 면단위 초등학교 중 8개학교가 가산점이 없어 젊은 인력은 도시로 빠져나가고 고령자만 농촌학교로 몰린다”며 “단순히 개별학교에 대한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괴산군 연풍면의 한 학부모는 “농촌학교 자체가 도시학교에 비해 모든 교육 내용이 부실한 상황에서 교원인사에서마저 차별을 받는 것은 아예 농촌에서 살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교육 정책을 아예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촌학교 학교운영위원 대부분이 농민들이고 특히 농업경영인 운영위원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농민단체가 농촌 교육문제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농어촌학교 '희망찾기'- 농어촌 교육실태와 대안
2002-4-13
‘농어촌 교육은 죽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교육정책은 채 집행되기도 전에 왜곡됐다. 지구촌을 휩쓸던 영·미식 신자유주의을 받아들여 교육에 ‘경쟁과 효율’을 무차별 적용한 탓이다. 의료와 더불어 ‘사회적 기본권’이자 노동력 재생산의 핵심토대인 교육은 이제 ‘공식적으로’ 사유화됐다.
농어업은 경쟁과 효율면에서 지독히도 열세다. 이미 바닥에서 맴돌던 농어촌 교육은 아예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농어촌 교육문제의 시작이 여기 있다.
○정부 ‘손 놓은’ 사이 교사도 학생도 ‘도시로 도시로’
#되새겨야 할 원칙
수천년 인류역사에서 검증된 사실은 교육이 ‘공공영역’에 있어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효율은 최대가 된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교육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를 유지한다. 대처 총리 시절 18년동안 공교육 시장화 실험을 거치며 교육재정을 6%에서 4%로 끌어내린 영국은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이 덕에 노동당은 사상 처음 2번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김 대통령은 교육예산 GDP대비 6% 실현을 공약했다. 실제론 지난해 23조원(4.6%)이 최고였고, 집권 5년 내내 4%를 조금 웃돌았다. ‘경제는 모른다’던 김영삼 정부 때만 해도 5%대를 유지했다.
#농어촌 교육현실
농어촌학교 통폐합은 놀랄만하다. 82년부터 96년까지 14년동안 초·중·고교 3084곳이 없어지거나 통합됐다. 97년부터 3년동안 이의 절반에 가까운 1406개의 학교가 없어졌다. 올해말까지 269곳의 통폐합이 완료된다.
2001년말 현재 초·중·고교 10개 가운데 5개(45.7%)가 농촌에 있다. 그러나 교사는 10명중 2명(23.5%), 학생은 10명중 1명(16.6%) 꼴이다. 6학급 이하 소규모학교 1680곳, 복식수업학급 2123개가 농촌에 몰려있다. 92년 이후 도시학생은 1.46% 늘어난 데 비해 군 단위 이하 농촌학생은 3분의1로 줄었다. 교사는 도시가 24% 늘었고, 농촌은 절반으로 줄었다.
정부가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규모화’한다는 방침 아래 통폐합, 도서·벽지 교육지원, 순회교사제를 추진했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한 결과다.
#드러난 문제들
지금 있는 농어촌 교사(23.5%)로는 중고교 선택과목을 정상적으로 가르치기 힘들고, 초등학교는 특기적성교육을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다. 승진을 앞둔 고령·단기 교사가 상대적으로 많고, 관외 거주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충남도에선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평교사 683명(전체의 12%)이 도시지역 임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2000년 신규모집 때는 400명 정원에 응시자가 84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내기도 했다.
강원도 ㅅ초교는 교사 한 사람이 하루 60건의 공문을 처리한다. 한 달 0.015점인 농촌 근무가점은 도시 주임교사 수준(0.021점)에도 못 미친다. 전국 교사 사택 1만2000여곳 가운데 4000여곳(38%)은 당장 수리가 급하고, 여전히 953채가 모자란다.
농어촌 여건과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복식수업이 많은 농어촌에 적용할 교육과정은 특별히 나온 게 없다. 도시보다 기대가 높은 특기적성교육은 뜻있는 학부모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까지 국고로(484억원·학생 1인당 2만원) 지원하던 특기적성교육 지원비는 지난해부터 전액 지방비로 바뀌어서 계속 깎일 게 확실하다.
학부모는 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지난해 학생 한 사람당 교육비는 도시가 한 달에 162만8000원인데 비해, 농촌은 313만1000원으로 거의 두 배다.
#숨은 문제들
정부가 교육예산을 감축한 결과는 교원부족으로 나타났다. 99년부터 인 정년단축, 명예퇴직 바람으로 신규채용 수가 퇴직자 수보다 적은 상황이 3년이나 계속됐다. 지난해 초등교사는 농촌 도시 가릴 것 없이 교대 졸업생을 모두 채용해도 모자랐다. 학급당 인원이 평균 10명씩 늘었고, 교사 이직률도 7%까지 치솟았다. 영국의 실패경로와 몹시 비슷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달 농촌형자율학교(자립형사립고) 활성화, 우수교원 확보 방안 등을 담은 공교육내실화대책을 내놨다. 심각한 것은 이런 방안들이 앞서 말한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이다.
자립형사립고는 소수 중상류층의 왜곡된 ‘사교육’ 욕구가 정책에 반영된 결과다. 돈 있는 이들을 위한 특수교육을 농촌에서도 하겠다는 얘기다.
교원확보를 위한 특별수당·성과급 지급계획은 교사들의 의지를 돈으로 쥐어짜겠다는 고육계다. 그러나, 국가의 권위와 돈이라는 당근을 앞세워 교사들을 줄 세우려 한다는 비난이 자자하다. 그나마 계획이 실현돼도 농어촌에 절대적으로 많은 남자교사와 보직교사가 우선순위를 독점, 교사간 반목만 키울 우려가 있다.
#대안은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박홍수)와 전북농촌학교살리기운동본부(상임대표 김용호) 등 농민단체들이 내놓은 방안들은 농어촌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중지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게 첫째다. 학생수가 10명 이하이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학부모들이 폐지를 자원했을 때만 제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수를 기준으로 주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교수를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때 교육경비보조금, 전입금 등을 농어촌학교로 돌린다.
교사들의 근무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은 행정전담직원을 학교마다 1명씩 두고, 숱하게 쏟아지는 지시·보고요청 공문은 전화 같은 다른 방법을 쓰라는 목소리다. 교사용 사택을 마련하고, 농어촌 거주 교사에게 승진·전보 우대를 하는 방안도 함께다.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 한해 정원의 10%이상을 도서·벽지출신 고교생 특별전형으로 뽑고, 나중에 이들을 출신지에 우선 배정하는 묘안도 나와 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중인 교대 졸업생을 농어촌 교사로 특별임용하는 것이나, 농어촌학교를 (도시 동사무소처럼) 지역문화센터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나와 있다.
#우리 교육의 원죄, 입시
우리 교육의 ‘원죄’가 입시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농어촌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혈안이고, 교사는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하며 학교주변은 오로지 진학을 위해 편성된다. 뜻있는 이들은 학력과 학벌에 지배받는 사회의식을 깡그리 뒤집는 범국민적 의식개혁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입시제도를 고쳐 서열화된 대학을 깨는 게 우선이다. 수학능력시험을 점수보다 등급화해, 그 등급간 정원을 조정해 진학하는 식이다. 그 뒤로 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로 바꿔, 점수에 따른 진학을 고치자는 주장이다. 서울대 폐지론(민영화), 인재 지역할당제, 교육과정 수시개편 같은 이론들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 농림부,교육부 대책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한갑수) 첫 번째 회의 안건이 농어촌교육 정상화방안이었을 정도로 정부도 애를 태우고 있다. 농림부(장관 김동태)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이상주)와 함께 대책을 고민 중이고, 이는 농어촌교육발전위원회(위원장 정지웅)를 거쳐 7월에 농어촌교육발전방안, 농어촌교육진흥법 등으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음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두 부처의 농어촌교육 개선과제다.
▲우수교사 확보=초등학교에 특기적성교육 담당 교사를 우선 배치한다. 전공외 과목을 가르치는 상치교사 문제를 풀기 위해 추가배치, 순회교사제를 한다. 임용고사 성적이 좋은 초임교사를 연고지 농촌에 우선 근무케 한다. 농촌 근무 교사에겐 적정한 승진가점을 주고, 6년이상 된 이는 전보희망지에 우선 배치한다. 관내 거주교사와 복식수업 담당자에겐 2∼5만원의 특별수당을 지급한다. 회계·전산 등 학사업무를 맡을 보조인력을 배치하거나, 공익요원·일용직원을 활용한다.
▲우수 교육과정 운영=도단위로 2∼3개 명문고교를 지역교육발전 거점으로 육성하고, 우수학생을 광역으로 유치토록 지원한다. 시·도 교육청에 ‘농어촌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세워, 교과과정과 교수방법 모델을 개발한다.
▲농촌학생 진학기회 확대=수도권 국공립대학의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비율을 3%에서 5%까지 늘린다.
애들 공부시키려 농촌 떠난다
학생수 부족으로 문을 닫는 농촌 학교가 급증하면서 농촌의 공교육이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농촌 교육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2001년까지 2819개 학교를 통폐합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80여개 학교를추가로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학생수가 부족한 농촌 학교를 모두 없애버리고 초등학교끼리 통합이 어려운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합친다는 것이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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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농촌 공교육의 붕괴는 농업인들로 하여금 자녀교육을 위해 농촌에서 떠나도록 강요하고 있어 농촌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고 인구의 도시집중을 유발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나마 농촌지역에 남아 있는 학교들도 도시로 전학을 가는 학생들이 늘어나 언제 통폐합될지 모르는 실태다.
농업인들은 갈수록 벌어지는 도시와 농촌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의식 자식만큼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 등 대도시로 유학을 보내 학비와 생활비 등을 대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형편상 자녀들을 도시로 보내기 어려운 농업인들은 농촌에 살면서 도시에서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컴퓨터와 피아노미술 등의 특기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마땅한 학원이 없거나 지나치게 멀어 애만 태우고 있다.
또 먼 거리에 위치한 통합 학교로의 등하교를 위해 영농에 바쁜 부모들이 승용차로 자녀들을 실어나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무너져가는 농촌의 교육현실은 농업인들을 농촌에서 내몰고 있으며 이같은 공동화현상이 심화될 경우 농업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험마저 안고 있어 농촌의 교육을 살리는 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 정철영 교수는 “농촌의 교육문제를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생각하는 정부의 발상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농촌의 교육과 생활 문화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