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 "음악 소통 어때요?"

[유담]

사춘기 자녀와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

음악 소통 어때요

상당수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대화는 방향을 잃고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때론 불통의 말보다 마음을 울리는 음악 한 곡이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세대를 뛰어넘는 교감을 위해 음악만큼 훌륭한 도구는 드물다.
사례별 추천 음악과 이를 활용한 대화법에 주목하자.

편집부가 독자에게 ...

세대 공감, 음악으로 통하기

때론 말이 필요 없을 때가 있습니다. 말이 아니라 스킨십만 생각했다면, 음악으로 나누는 대화는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음악을 도구로 아이와 얘기해봐야겠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함께 느끼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음악에 대한 분석이나 사실적인 정보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 읽으라는 것이죠.
말 안 통하는 아이와 어떤 장르의 음악을 어떻게 들을까 고민하기보다 반복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사춘기 자녀와 음악으로 소통하기, 한번 시도해보세요.
_홍정아 리포터

엄마 추억을 자녀와 공유할 때 _리메이크 버전 가요
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팬이에요. 2집 앨범 수록곡 '너에게' 를 특히 좋아하죠. 하지만 초등 5학년인 저희 딸은 이 노래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제곡 성시경의 노래로 알고있더라고요.
노래를 흥얼거리는 딸에게 서태지의 원곡을 들려주니 깜짝 놀라네요. 딸이 좋아하는 아이유의 노래 '너의 의미' 도 밴드 산울림의 김창완 아저씨가 원곡 가수라고 알려줬죠. 자연스럽게 서태지와 산울림이 활동하던 시기의 엄마 모습에 대해 얘기가 흘렀어요.
자기가 엑소와 B1A4의 새 앨범을 애타게 기다리듯 엄마도 그런 시절이 있다는 게 신기한가봐요. 원곡과 리메이크 버전을 번갈아 들으며 딸과 함께 8090 추억의 음악 여행을 했습니다.
_강민영(40·서울 서초구 반포동)

전문가 Say's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개인이나 세대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음악이 끼치는 영향력도 다르죠.
서로 관심사가 다르거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다른 의미의 대화를 하는 셈입니다. 리메이크한 옛 가요를 들으며 부모 세대의 추억을 들려주거나, 같은 곡 다른 느낌의 두 노래와 가수를 비교하면서 자녀와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아요.

음악에 숨겨진 시사 이슈 찾기 _인디밴드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몰라 몰라) / 아프리카에선 염소 한 마리 4만 원이래(싸다!) / 하루에 커피 한 잔 줄이면 한 달에 염소가 네 마리 / 한 달에 옷 한 벌 안 사면 여기선 염소가 댓 마리 / 지구의 반대편 친구들에게 선물하자 / 아프리카에선 염소 덕분에 학교 간단다 / 학교 보내자.
인디밴드 옥상달빛의 노래 '염소 4만 원'의 가사예요. 노래를 듣고 아이와 함께 아프리카의 기아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돈 몇천 원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들과 염소 몇 마리만 있으면 일가족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노래 속 숨은 의미를 들려줬어요.
커피 몇 잔을 아끼고, 옷 한 벌 사지 않는 작은 실천으로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중학교 1학년 아들에게 나눔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_이영아(47·서울 송파구 가락동)

전문가 Say's 음악에는 여러 가지 구성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 가사의 힘은 놀라워요. 옥상달빛의 '염소 4만원' 역시 가사의 파급력을 깨닫게 하는 곡이죠. 이외에 한스밴드의 '오락실'도 아이들과 시사 문제를 다루기 좋은 노래예요. 신나는 리듬이지만 가사에는 IMF 때 명퇴 당한 아버지의 애환과 삶의 무게가 담겨 있어요.
음악 감상과 함께 IMF라는 시대적 상황과 경제 현상까지 생각해보면 의미 있을 겁니다.

자녀와 함께 영화 감상 뒤엔 _OST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본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의 OST 덕분에 관계가 돈독해졌어요.
아이가 제게 가사 내용이 뭐냐고 묻기에 인터넷 뒤지지 말고 영어 사전 찾아 번역하면 앨범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랬더니 한 시간도 안 되어 가사를 해석해 내밀더군요.
Please dont see just a boy caught up in dreams and fantasies(날 그저 꿈과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하느님, 우리에게 젊은 날이 허비되는 이유를 말해주세요) / Who are we? Just a speck of dust within the galaxy?( 우리는 누구인가? 단지 은하의 먼지 한 점일까?) 참고로 이 노래는 감상용으로는 최고지만, 따라 부르면 매우 민망하다는 사실. 이어폰 꽂고 따라 부르던 우리 딸, 후렴 부분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서 깜짝 놀랐어요.
_김성원(45·서울 성북구 돈암동)

전문가 Say's 영화음악은 영화라는 화제를 공유하며 듣는 음악이어서 둘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데 좋습니다. 영화 줄거리나 출연 배우를 소재로 대화를 이어가면 더욱 좋아요.

유행 따라 눈높이 맞추기 _최신 팝송
영어와 담 쌓고 지내던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영어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 건 팝송 때문이에요. 지난 여름방학에 미국 서부로 연수를 다녀온 뒤부터 부쩍 팝송을 좋아합니다. 공항에서 내려 집에 오는 차 안에서부터 흥얼거리던 곡은 미국의 6인조 팝 록밴드 마룬5의 히트곡 'Maps' 예요. 미국에서 지낼 때 어딜 가나 이 곡이 흘러나와 가사를 외우지 않을 수 없다고 하네요. 나중엔 흥겨운 리듬이 돋보이는 'Moves Like Jagger' 도 마룬5가 부른 노래라는 걸 알더니 그때부터 음원을 모조리 구해 저장하더라고요. 집에선 입 뻥긋 안 하던 녀석이 마룬5 얘길 할 때만은 수다쟁이가 됩니다. 어느 멤버가 제일 잘생겼는지 엄마에게 묻기도 하고, 앨범 사달라 조르기도 하고요.
_한정희(44·경기 용인시 죽전동)

전문가 Say's 음악으로 공감하길 원한다면 자녀가 즐겨 듣는 음악을 함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지나치게 비트가 강하거나 집중에 방해를 주는 가사가 아닌지만 체크해주세요.

Tip 아이와 음악을 공유할 때 이것만은 유의!

음악에 대해 자녀와 얘기 나눌 때 내용과 관련해 분석이나 사실적인 정보에 집중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느낌과 정서 등 자녀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음악에 관해 대화하다가 다른 일상생활, 예를 들어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 등을 묻지 않도록 주의할 것. 부모와 자녀 세대가 선호하는 8090 가요와 아이돌 가요 등을 격의없이 자유롭게 감상하는 것도 좋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