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과의 연체동물 중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진 문어(文魚)는 먹물을 뿜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사 때는 탕국용으로 가장 중요하고 비싼 몸이기도 하다. 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인 까닭에 팔초어(八稍魚)나 팔대어(八帶魚)라고 불렀다.
문어는 3가지 비술이 있다. 눈은 색맹이지만 빛의 파동을 감지할 수 있다. 멀리 떨어진 먹잇감을 찾거나 짝짓기의 상대를 찾는데 불편이 없다.
둘째 위장술이 능하다. 신경조직을 통해 순식간에 피부색을 바꿀 수 있다.그도 여의치 않으면 먹물을 뿜어내 몸을 은폐하고 순간적으로 도망친다. 셋째 포식자를 만나면 구멍을 찾아 숨는다.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몸을 뜯어 먹으며 반년을 버틸 수 있다.
낯선 사물에 흥미를 느끼고 만져보고 싶어하는 습성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어를 잡는 단지어업은 바위틈이나 구멍을 좋아하는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는 <전어지(佃漁志)>에서 ‘문어를 잡는데는 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 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속에 들어가는데 단지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한 개에 한 마리가 들어간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로 미루어 단지를 써서 문어를 잡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듯하다.
문어의 행동양식에 관련된 흥미로운 구절이 있는 한승원의 소설 <갯비나리>를 살펴본다.
‘....물치네는 문어가 들어 있음직한 바위틈에다가 빨간천을 감은 성문자리를 들이밀었다. 문어는 음험한 놈이었다. 하필이면 빨간 색깔을 좋아했다. 그런가하면 그놈은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여자의 몸냄새였다. 달보기가 진행중이거나, 그것이 한 이틀 전에 끝났거나, 그것이 있기 이삼일 전인 여자들한테 문어는 특히 잘 잡혀 주었다. 그와 달리 늙어 몸이 말라 달보기가 종식되어 버린 여자들한테는 그게 잘 잡히지 않았다. ......’
정기태의 <고기잡이 여행>에는 청산도에서 20년간 조업하여 문어박사로 불리는 신만철씨의 말을 빌려 ‘문어는 암수가 만나기만하면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애무를 한다. 섹스도 요란하고 격렬하게한다’고 문어의 특성을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문어는 성교를 하는 순간 몸 색깔을 흰색이나 검정색, 갈색으로 바꾼다. 수놈의 성기는 짧고 빨판이 없는 세 번째 발끝으로, 암놈의 배에 뚫린 자그마한 구멍으로 정자를 뿜어 넣는다. 암놈도 해안에 길고 끈끈한 10만 ~15만개의 알을 낳은 뒤 죽는 것이 문어의 일생이라고 한다.
문어는 삶으면 육조직에서 염기성물질이 국물에 녹아나와 용액이 알칼리성이 되어 붉은 빛이 된다. 단백질·지방·탄수화물·비타민 B와 C·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정력제, 간 기능 강화제, 혈액순환과 기운을 돋우는데 좋다고 알려져 왔다.그래서 옛 어른들은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죽을 쑤어 먹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맛은 달며 회도 좋고 말려 먹어도 좋다. 뱃속에는 온돌이라 부르는 한 물체가 있는데 창근(종기)을 고친다. 물에 개어서 단독(丹毒:피부병일종)에 바르면 신통할 정도로 효과가 있다’ 하였다.
삶을 때는 무를 끓인 물에 넣는 것이 비법. 갓 데쳐낸 걸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은 깨끗하고 담백하여 생선초밥이나 회로도 많이 이용되고, 문어숙회는 술안주로 좋다. 예식이나 잔치 때에 마른 문어의 발을 여러 모양으로 오려서 보기 좋게 괴어 꾸며 놓은 문어오림, 양념장에 조린 문어장아찌 등 안주와 반찬에도 이용되고 있다. 독특한 살은 단단해서 씹는 맛은 있으나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이 흠이다.
특히 고사리와 함께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기 쉬워 문어와 고사리는 궁합이 안 맞는 식품이라고 한다. 알레르기성 체질, 위장 허약자, 위하수, 저혈압, 냉증이 있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