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11시, 중앙연회 감독실에서 예고되었던 감독협의회의 기자회견이 돌연 무기한 연기되었다. 감독협의회는 오는 1월26일에 있게될 재선거무효소송의 결과와 관련하여 오늘 <정상화를 바라는 감독협의회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성명서에 추가된 문안을 두고 감독들간에 이견이 노출되면서 성명서 발표가 불발에 그쳤다.
감독협의회는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감리교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평신도 단체장들과의 간담회 결론이었던 “당사자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하는 두가지 안을 성명서 초안에 담았다. 그러나 전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주문사항이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되면서 감독들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성명서의 내용이 무엇이길래
당초 감독협의회는 ‘첫째, 1월 26일 선고 결과를 받아 들이고 더 이상의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다. 둘째, 감리교 정상화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자’는 정도의 내용을 성명서로 발표하려 했었다. 이 성명서의 초안은 김철한 감독이 작성하였고 이후 전용재 감독이 문안을 다듬었다.
그러나 성명서 문안에 “사태의 이해당사자들이 모든 것을 내려 놓을 것”을 주문하는 구체적 내용이 추가되면서 감독들간에 이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추가 항목의 내용이 전혀 문제 될 것 없다’는 쪽과 ‘논의되지 않은 것을 삽입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감독 4인-김인환, 김철한, 권오현, 문성대 감독)이 맞서며 성명서 발표 직전에 무산된 것이다.
가흥순 감독은 성명서 발표시간을 20여분이나 지나서 당황스런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나타나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는데 이 항목에 대해 몇몇감독들이 이견을 제기하면서 성명서 발표 자체를 연기하기로 했다. 죄송하게 됐다”며 성명서 발표 불발이유를 밝히며 기자들에게 사과했다.
배석했던 전용재 감독(중앙연회)도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여론을 수렴하여 감리회의 정상화를 위해 각자의 주장을 내려놓고 감리교회가 하나되도록 힘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이를 이루어 나가는 단계적인 절차가 필요한데 이것은 이견이라기 보다 타이밍의 문제다. 조율이 필요하다”고 해명하면서도 이 문제가 감독사이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였다.
성명서 초안을 만들었던 김철한 감독(경기연회, 감독협 서기)도 “당초 2가지 안이 초안으로 나왔으나 문안을 더 잘만들려다 보니 하나의 항목이 늘어나면서 다른 분들이 몰랐다. 그래서 반발자국만 늦게 가려는 맘으로 연기하는 거다. 그안에 굉장한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다.
속사정은?
그러나 속사정은 좀 달라 보였다. ‘1월 26일 선고결과를 받아 들이라’는 주문은 비교적 원론적이어서 10개 연회 감독 모두가 수용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송 당사자들을 향해 “내려 놓으라”는 추가 주문은 곧 ‘사태 당사자들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감독들 사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며 합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감독협의회는 직전의 감독협의회와 달리 한목소리를 내왔다고 자평하여 왔으나 이처럼 민감한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자 편이 갈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독협의회는 일단 성명서 발표를 판결 이후로 미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