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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인터넷 사용이 너무 여의치 않았고 여유있게 글 쓸 시간도 없어서 접속도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틈틈히 시즌 후 써 보려 했던 그리즐리스 리뷰들을 모아서 올려보겠습니다.
첫 번째 글은 오프 시즌의 드래프트 이야기로 꾸며 볼 예정입니다.
그리즐리스는 08~09 시즌을 24승 58패로 마감했습니다. 전체 순위는 위에서 5위였고, 미네소타와 동률을 이뤘지만 동전던지기에서 밀리는 바람에 드래프트에서는 6번 시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5월 21일날 드래프트 추첨에 임하게 되죠. 참가자는 라이오넬 홀린스 감독이 나섰습니다.
당시 드래프트는 PG풍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가드들이 많이 있었죠. 반면 빅맨진, 특히 센터진은 그야말로 적수공방... 정통 센터라 할 수 있는 선수는 하심 타빗과 BJ 멀른이 전부였었습니다. 그리즐리스는 당시 1-2-3-5번 라인이 미래의 기대주들로 주전을 매꾸고 있었죠. 그리즐리스가 필요한 선수는 4번 자리를 채워 줄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드래프트엔 전미 최고의 PF인 블레이크 그리핀이 나와있었죠. 문제는 09 드래프트 예상이 시작되었을 때 부터 붙박이 1번 픽으로 자리매김한 선수라 1픽이 아니고서는 데려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즐리스는 너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간 드래프트와는 별 인연이 없었던 그리즐리스라 큰 기대는 할 수 없었지만, 뜻 밖에도 드래프트 순위가 하나하나 밝혀지고 그리즐리스 차례가 되었을 때 미네소타가 불리며 팬들을 크게 동요하게 만들었습니다. top3에 들어간 것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top3 발표... 3번 픽을 오클라호마가 가져간 순간, 그리즐리스는 최소 2픽 확보였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건 1픽이었죠. 더 엄밀히 말하면 블레이크 그리핀이었고요. 허나 그리즐리스의 운도 거기까지... 결국 2픽을 받으며 1픽은 클리퍼스에 양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값진 성과였었습니다. 갈 길이 구만리 같은 로스터 정리에 있어서 예상픽보다 4단계나 높은 픽을 받았으니 'As good as it gets'였죠. 문제는 2픽으로 누구를 뽑느냐 였습니다. 당시 그리핀 or not이었던 그리즐리스에 희소식이 날아 들었으니... 바로 스페인의 신성 리키 루비오가 예상을 깨고 09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리즐리스의 most wanted 자리는 4번이었지만 마땅한 벤치자원이 없었던, 그리고 정통 PG에 목말랐던 그리즐리스로썬 루비오의 참가는 이번 드래프트의 성공을 위한 일종의 '계시'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리핀을 대신에 새로운 그리즐리스의 '메시아'가 될 줄 알았던....
헌데... 2픽이 결정났을 당시만 해도 루비오의 픽이 당연시 되었던 목 드래프트 사이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즐리스의 예상 픽 선수로 하심 타빗을 올려놨기 때문이죠. 모두가 의아해 했습니다. 팀엔 이미 마크 가솔이라는, 무려 팀의 프렌차이저나 다름없는 선수를 내치고 받아온 기둥 센터가 있었는데도 포지션이 곂치는, 그것도 과연 쟤가 2픽??? 이라는 의문 부호가 끝없이 달리게 하는 타빗을 전문가들이 그리즐리스의 예상 픽으로 올려놨으니 말입니다.
당신이 2픽???
타빗이 당시 2픽으로 가치가 있었던 것은 당시 드래프트 풀에선 전무하다시피 한 포지션인 센터 포지션의 선수인데다 사이즈도 근래 보기 드문 7핏을 훌쩍 넘기는 키를 가졌다는 점입니다. 즉, 포지션의 희귀성에 따른 반사적 이익을 본 케이스죠. 물론 NCAA에서 3년 간 뛰면서 꾸준히 발전을 해 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타빗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수비적인 측면에서였지 공격적인 측면에선 거의 발전이 없던 선수였습니다.
바로 이게 문제였습니다. 과연 역대 2번 픽으로 논의 된 선수 중에 반쪽짜리 선수가 있었냐는거죠. 포텐 하나만으로 2번 픽을 먹은 마빈 윌리엄스만 해도 반쪽짜리 선수라는 평은 없었습니다. 최상위픽 선수란게 그런거죠. 공수에서 어느 정도 해 줄 수 있는 기대치 + 엄청난 포텐셜... 타빗은 기존의 이런 사고방식에는 맞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물론 평득은 계속해서 상승해 왔지만 그 득점 과정을 보면 대부분이 받아먹기 풋백이나 오펜리바에 이은 세컨찬스... 그것도 6-9 짜리가 센터를 봐야하는 대학 무대에서 그 정도를 올렸다는 것이 공격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느냐에 한없는 의문을 달리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드 포드를 비롯한 각종 전문가들은 그리즐리스의 예상 픽을 하심 타빗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구단주인 마이클 하이즐리의 입김이었죠. 당시 하이즐리는 팀에 부족한 게 수비고, 그 수비 중에서 골밑에서 최종 블락을 떠 줄 선수가 없다는 점을 들어 타빗이 적격이라는 평을 내렸었습니다. 그리고 이 하이즐리의 생각을 뒷받침 해 준 게 토니 베런(그리즐리스 수석 선수 트레이너)코치였습니다. 당시 GM인 크리스 월레스는 타이릭 에반스를, 감독인 라이오넬 홀린스는 스테판 커리를 선호했었죠.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역시 GM과 감독의 눈이 정확했던 겁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에반스나 커리는 2픽으로 뽑기엔 아까운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리그 분위기는 최고의 가드는 리키 루비오로 점찍어 놓은 상황이었고요.
일단 2픽이 확정되었을 때 GM인 크리스 월레스는 루비오를 만나러 직접 스페인으로 갔습니다. 루비오와의 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루비오가 그리즐리스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비췄다고 했습니다. 성실한 이미지에 어느 팀에 가든지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만 할 것 같은 루비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리는 없다고 생각했죠. 허나 루비오가 당시 ACB리그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워크 아웃과 드래프트 관련 업무로 미국에 왔을 때의 행보는 그런 루머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뒷받침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어쨌든 당시 4픽이었던 세크라멘토 킹즈와의 워크아웃은 치뤘고 3픽이었던 오클라호마 시티와는 면담을 따로 가졌던 반면, 그리즐리스와는 어떠한 접촉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킹즈와의 워크아웃 성과는 별로였다는 말도 들려왔고요. 그러나 루비오에게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원 소속팀인 유벤투트와의 바이아웃이었습니다. 당시 유벤투트는 루비오가 시즌을 치루는 중간에도 그에게 NBA로 떠나기로 한다면 얼마든지 지원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왔었습니다. 누구나 생각하기에 그 지원이란 건 재정적 지원이란 의미였겠죠. 어린 선수가 원 소속팀을 떠나면서 큰 금액의 바이아웃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도움이란게 그 돈 말고는 또 뭐가 있었을까요.
허나 정말로 루비오가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하고 유벤투트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자 팀의 입장이 바뀌게 되었습니다(사실 바뀐건지는 모르죠. 지원만 해 주겠다고 했지, 그게 바이아웃 금액을 낮춰주겠다는 의미는 아닐 수도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10M 유로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을 전부 지불해야 팀에선 놔 주겠다고 했고, 이에 격분한 루비오 측은 유벤투트와 소송까지 갔었습니다. 허나 어디까지나 계약기간 1년이 더 남아있는 상황이라 루비오는 엄밀히 유벤투트 소속 선수라 그런 '지원'이란 구두 약속을 가지고 소송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송 중에 드래프트는 시작이 되었죠.
루비오의 바이아웃 문제는 당시 루비오를 뽑을 수 있는 사격권 안에 있는 팀들에겐 상당한 골칫거리였었습니다. 높은 순위로 뽑았다가 자칫하면 본의 아니게 1년 알박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법정 소송 중이라 완전한 해답이 나온 것도 아니고...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비오는 빅 마켓에서 뛰며 얻게 되는 부수입으로 바이아웃으로 나가는 금액을 어떻게든 보상받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급기야 루비오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주전 PG로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길 희망한다는... 어떻게 보면 다소 건방진 말도 했었습니다. 법정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유럽 내 타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나왔었죠.
일단 그리즐리스는 이런 루비오의 사정을 다 봐 줘가며 뽑을 수는 없었습니다. 팀엔 당장 플러스 전력이 되는 선수가 필요한데 자칫하다간 뽑아놓고 1년... 재수없으면 몇 년을 해외에서 셀러리 캡만 차지한 채로 남아있을 선수는 생각할 여력이 없던 겁니다. 게다가 구단주 두목은 '무조건 타빗!'을 외치는 상황이었고요. 해서 그리즐리스 내부 간부회의(?)를 거치며 얻은 결론은 GM과 감독이 추천하는 선수를 얻기 위한 픽 다운을 노려보고, 그래도 안되면 타빗을 뽑는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됩니다. 루비오의 경우, 위에 설명처럼 당장 합류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거기에 본인이 그닥 뛰고 싶은 의지도 내 비추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그리즐리스의 선택권에선 제외가 된 상황입니다.
드래프트 1주일 전 부터 그리즐리스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픽 다운을 노린 트레이드를 시도합니다. 허나 파우 가솔 트레이드로 이미 리그의 X호구로 찍혀버린 팀에 그리즐리스 프론트진 입맛에 맞춰 줄 오퍼를 제시한 팀은 하나도 없었죠. 예전에 정리한 글에도 나와 있듯이 거의 2픽을 거저먹기 식으로 가져가려는 시도들만 있었습니다.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오퍼는 하이즐리가 퇴짜를 놔 버렸고요(지금와서 생각해 보건데, 아주 사기급으로 좋은 오퍼가 아닌 이상이라면 무조건 하이즐리가 퇴짜놓고 어떻게든 타빗을 뽑았을 듯 합니다).
결국 모든 상황은 하심 타빗을 2픽으로 뽑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드래프트 하루 전 변수가 생긴 게, 루비오의 발언이었죠. 드래프트 전 미국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전에 가졌던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즐리스에 마크 가솔이 있으니 함께 뛰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하심 타빗이 '그리즐리스에서 뛰고 싶지 않다'면서 그리즐리스와의 워크아웃을 취소했던 일도 터졌고요.
단 하루 동안이었지만 각종 목 드래프트 사이트가 일제히 루비오를 2픽으로 올려놓는 해프닝이 벌어졌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즐리스 구단 입장에선 너무 늦은 일이죠. 일단 루비오는 그간 보였던 행보로 인해, 그리즐리스를 배제하고 타 팀과 자신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저울질 하다가 결국 여의치 않자 돈이라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그리즐리스에 마지 못한 발언을 한 것으로 구단에겐 찍힌 상황이었습니다. 타빗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곧바로 자신의 발언은 오보라고 정정시키며 비자 문제로 잠시 미국을 떠나 있어야했기에 워크아웃을 참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드래프트는 시작되었죠.
루비오의 그리즐리스에 대한 미적지근한 반응 + 구단주의 입김 + 최후의 보루였던 픽다운마저 불발...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리즐리스의 선택은 타빗을 향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스턴이 발표합니다. "The second pick in 2009 NBA draft, the Memphis Grizzlies selects.... HASHEEM THABEET~"
현지 팬사이트는 각종 비난의 글로 가득찹니다. 타 버스트라는 말 부터, Waste 2nd pick, 내년 시즌 티켓 환불할 거란 말까지...
결국 그리즐리스는 포텐셜이란 측면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팀에 부족한 수비와 블락을 해 줄 수 있는, 희귀 포지션의 선수를 2픽으로 선택해 버리게 됩니다. 아울러 역사상 최초로 반쪽짜리라는 평을 버젓이 듣고 있던 선수를 2픽으로 끌어올려주게 되는 사태를 빗고 말게 되었죠.
본연의 2픽 말고도 그리즐리스는 카일 라우리 트레이드로 얻은 올랜도의 27번 픽과 본연의 2라운드 6번 픽이 있었습니다. 올랜도 픽으로는 드마레 캐럴을, 2라운드 6번 픽으로는 샘 영을 뽑게 됩니다.
타빗, 드마레, 샘 영... 타빗과 드마레는 팀에 부족한 수비와 허슬을 염두해서 뽑은 선택이고 샘 영은 세컨 유닛의 화력을 보강할 심산이 엿보였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래프트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항간에는 뽑은 타빗을 가지고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란 말이 있었지만, 구단주 두목 하이즐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타빗을 내 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은 그리즐리스에 없었습니다.
이것으로 멤피스는 오프시즌의 첫 스타트를 다소 우울하게(?) 시작하게 됩니다.
선택받은 3인...
ps) 이 글 시리즈 나중에 다시 한 번 언급하겠지만 타빗의 선택은 그렇게까지 나빴다고 하기도 뭣한것 같습니다. 마크 가솔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난 후 주전으로 올라와서 충분한 출전시간을 부여받으며 뛸 때에는 그럭저럭 봐 줄만은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건 사실이죠. 그리즐리스 주전 센터로 자리매김하기엔 말입니다.
다음 글은 오프 시즌 트레이드, FA에 이어 프레시즌 이야기까지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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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휴 ㅠㅠ.. 저때 생각나네요 정말 스몰마켓의 서러움과 구단주에 대한 원망.. 이래저래 성질이 났었던..
잘읽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만으로 봤을때는 타빗이 많이 아쉽습니다.
GM과 감독의 혜안을 구단주가 깡그리 무시한 결과 다른팀 좋은 일만 시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