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김헌동도 아니다...부적격 판단을 내린 서울툭별시의회
서울시의 주택에 관련 모든 정책을 책임지고 설계를 담당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대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동하며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등을 지낸 김헌동 전 본부장을 내정한 상태다. 김헌동 후보자에 대해 서울특별시의회(의장 김인호)는 청문회를 열며 김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인품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다.
서울시의회 SH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강남 5억 아파트 내년 초 예약제를 꺼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에 대해‘부적격’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김 후보자에 대해‘부적격’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의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부동산정책 부작용 이해 부족
구체적인 실행 방안 명확히 제시 못함
청문특위는 부적격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정도로 부적격 판단을 받은 이유가“김 후보자가‘반값원가 공급,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토지임대부 주택’등 부동산 정책을 주장하면서도 정책 부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3억 원 아파트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홍성룡 의원의 질문에“빠르면 내년 초 예약제를 도입해 시행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SH공사의 이윤까지 포함해 30평대 기준으로 강남권은 5억 원, 그 외 지역은 3억 원 정도가 적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값 아파트는 시행사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이 방식으로 강남·서초구 등에 30평대 아파트를 3억∼5억 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후보지로 ▲서울의료원 ▲세텍(SETEC) ▲수서역 공영주차장 등을 꼽았다. 이런 김 후보자의 정책구상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은“현실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최근 5년간 분양된 원가를 분석해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활동 당시‘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며 SH공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던 분으로 분양원가 공개에 경고음을 울렸다.
청문특위위원들을 더 열을 올리게 하는 것은 김 후보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동의서를 제출한 사실도 문제가 됐다. 과거 재건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추승우 의원은“(경실련에 있을 때) 재건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분이 지금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 확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공시지가 현실화를 늦추자’는 공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반대한다.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 답했다.
이것뿐만 아니다. 전문가로서 소신과 신념에 의문이 제기됐다.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의 무능으로 집값이 상승했다는, 편파적이고 전문성이 결여된 시각을 여과 없이 지속해서 주장했다는 게 자질을 의심했다.
전문가로서의 소신과 신념 의문
김 후보자는 또한 정책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시민운동을 하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비판한 반면, 사장 후보자 지명 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지지 의견을 보이는 등 전문가로서의 소신과 신념에 의문시 돼서다.
부정적 영향에 대한 개선대책 제시 못해
이런 자질과 의문점이 많다고 본 청문특위는 시민단체 활동 시 주장만 있을 뿐 부정적 영향에 대한 개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에 비춰 공사 경영과 정책을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분양원가 부정적 영향 개선대책 의견제시 못한 전문가 의심
청문특위는 또 반값아파트 공급이 자칫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이벤트로 귀결될 경우 SH에 미치는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봤다. 부동산에 전문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전문가로 알려진 김 후보자가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개선 대책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데 있어서 우려했다.
하지만 10일 열린 서울시의회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인사청문회에 나선 김헌동 사장 후보자의 구상은 비교적 명확했다. SH 사장에 임명될 경우 서울의료원 등 서울 시내 유휴 부지를 활용해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서울 시내에 3억~5억 원 수준에 공급하고, 최근 10년 이내 분양한 SH공사 아파트 공사원가도 모든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김헌동표’대표 정책이 될 전망이다. 그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있을 때 주장해왔던 주택 정책들을 SH공사에서 그대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SH공사가 민간에 토지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형태의‘땅장사’도 중단하고, 대신 SH공사가 보유한 토지 장부가액을 현실화시킨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다만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공사 사옥 이전과 콜센터 직원 정규직화 문제 등 공사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있어서 서울 강남권은 5억, 나머지는 3억 정도로 빠르면 내년 초부터 실시하겠다고 했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을 분양하는 방식, 일명 반값 아파트라는 이 방식으로 넉넉한 양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구입하는 서울 시민들께서 최소 비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헌동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반값 아파트’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이른바 토지임대부 주택의 활성화다. 토지는 공공인 서울시, SH공사가 보유하면서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로, 아파트 분양가 중 토지비가 절감돼‘반값 아파트’라고 불린다. 김 후보자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줄곧 주장해왔던 공공 아파트 공급방식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의 적정 가격을 3억~5억 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성룡 시의원이“반값 아파트를 했는데 특정 품목만 반값이고, 나머지는 (시세의) 70~80%를 받는 상황이 나오면 시민들이 실망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강남권에서는 SH 이익을 더 붙여서 5억 정도로 하고, 주변 지역이나 서울 전역에서는 한 3억 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 강남에 있는 서울의료원과 세텍 부지, 은평구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등을‘반값 아파트’공급 지역으로 꼽았다. 반값 아파트 공급 시기는 이르면 내년 초에도 가능하다는 게 김 후보자의 생각이다. 그는“빠르면 내년 초라도 예약제를 도입해서, (반값 아파트 공급을) 실행하는 그런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문병훈 시의원이“30~40년 뒤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주택으로 지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입주 대상자에 대해“3억 정도 자산을 갖고 소득 3분위 정도에 계신 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토지임대부 주택을 서울시내에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묻는 질문에는“지금 얼마라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분양원가공개에 대해선 경실련에서 요구했던 이상으로 분양원가 공개할 것
분양 원가를 과거 10년 치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인터넷에 상시 공개하고, 누구나 아파트 건축비가 얼마가 들어가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투명 경영, 열린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SH공사 아파트의 공사원가를 투명하게 상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H공사는 분양공고문에 아파트 공사 예정가격(분양원가)은 공개하지만, 아파트를 모두 짓고 난 뒤 투입된 실제 공사비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는 SH공사를 상대로 아파트 공사원가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분양원가 공개를 시민단체 요구와 같은 수준으로 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당 소속 고병국 시의원이“만약 SH공사 사장이 된다면 현재 경실련이 요구하는 내용과 형식 그대로 분양원가를 공개할 용의가 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그 이상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법률적 검토를 다시 한 번 하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할 계획”이라며“인터넷에 올려서 누구나 보게 하겠다”고 말했다.
분양원가의 공개는 건축비 이윤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 민간건설사들은‘영업기밀 침해’라고 반발하는 사안이다. 김 후보자는“소비자들이 원가에 이윤이 얼마나 붙었는지를 투명하게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현대엔지니어링) 출신인 정재웅 시의원(민주당)이“분양원가를 공개하면 SH공사는 어떻게 수익을 남기느냐”고 따져묻자.
김 후보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건물만 분양을 하더라도 건축비가 평당 700만원이면 30평의 경우 원가가 2억인데 3억에서 5억 정도로 분양해서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땅장사 중단하고 SH 소유 공공택지 늘리는 중점
지난 10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대규모 택지 개발을 통해서 확보한 택지를 더 늘려가는 노력보다는 이미 확보된 택지를 분양하거나 매각하는 쪽으로 추진해 와서 택지가 좀 부족한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택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 하겠습니다.
김헌동 후보자는 경실련 시절 SH공사의 땅장사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서울시 공기업인 SH공사가 공공 토지를 민간에 내다 팔아 투기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그는‘공공택지 매각 불가’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SH가 보유한 임대주택 토지 가격의 현실화 방침도 밝혔다. 공사가 보유한 토지 가격을 현실화하면, 자산 규모가 늘어나 공사 재정 건전성도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자는“지금 (SH가 보유 중인) 임대주택은 기초 취득가가 굉장히 낮다”며“강남 일원동이나 이런 곳은 장부상 가액이 1000만원도 안 된다, 이런 것들을 조합해서 (현실화)하면 상당히 좋은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SH공사 결산서에는 자산이 27조로 돼 있지만 저평가 돼 있다”면서“하계동 오래된 아파트들은 고층으로 재건축을 해서 얼마든지 공공주택을 더 늘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콜센터 직원 정규직화 문제 원론적 답변 그쳐
이날 청문회에선 시민단체 출신인 그가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과 함께 하는 것을 두고“정체성을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민주당 소속 정지권 시의원은“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고 하면 진보 성향이 강한데 본인 정체성까지 바꿔서 가느냐”며“SH사장 자리 때문에 정체성을 버리고 온 거냐”고 따지듯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시민을 위해 일하는데 무슨 정체성이 필요하겠나, 시민만을 바라보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콜센터 직원 정규직화와 SH공사 사옥 중랑구 이전 문제에 대해선“노조와 간부들과 상의해서 의견을 구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민주당 소속 오중석 시의원은“(공사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소통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SH 사장 김현아 후보자 자진 사퇴로 등장한 김헌동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철학을 표출했다. 부적격 판단을 내렸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주택정책에는 서울시 주택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는 김헌동이다 라는 자신감으로 임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헌동 후보자는 자신의 다주택에 시대적 특혜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김현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함에 따라 오세훈 시장의 두 번째 SH 사장인사로 올랐다. SH 사장 공백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만큼 심각성을 띠고 있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에서는 소수의견으로는“SH 사장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남길 경우 그 피해가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발언도 나왔다.
또“건설회사와 다년간 시민단체 전문가로 활동하며 반값아파트 공급과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부동산 주택가격 안정화에 노력하는 등 뚜렷한 가치관과 경영 철학을 갖추고 있어 공사 사장으로 적합한 경영자질을 갖췄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시의회는 청문회를 마치고 소득신고·납세에 대한 인식 부족, 정책의 구체적 실현 방안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서울시와 시의회 간 협약에 따르면 시장은 청문회 결과에 상관없이 SH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오 시장은 그간 김 후보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서울시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내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김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보고서가 어떻게 나오든 형식적인 절차만 갖춰지면 (김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쌍용건설을 거쳐 2000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동하며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등을 지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했다며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시행, 공시지가 인상 등을 촉구해왔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