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충북 영동에 있는 각호산과 민주지산 여름산행입니다. 연초에 준비했던 산행코스보다 최대한 쉬운 코스로 변경하곤 하는데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회원들의 평균연령은 매년 높아지고 시나브로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신 분들의 참여가 줄어들고있어 집행부에서는 같은 산을 가더라도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코스로 변경하고 있는 것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44인승 버스를 1인 1석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긴한데 산우회 운영상 산행인원이 최소 30명은 넘어야 적자운영을 면할 수 있으니 분당산사랑을 이끌고 나가시는 회장님과 살림을 맡고계신 총무님의 마음고생을 알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왕성한 참여를 고대해봅니다.
충청도라고 해서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접경지역이라 민주지산이 멀 수밖에 없었나봅니다.
오늘 산행은 민주지산 북쪽에 있는 각호산을 지나 민주지산 물한계곡으로 내려갈거에요. 도마령(해발 800m)에 내렸는데 체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상용정(上龍亭)까지 올라가 준비운동을 했습니다.
아우성님께서 상용정 정자 위에서 구령을 하시니 초등학교 아침조회 때 운동장에서 국민체조를 따라하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초록빛이 완연한 숲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하늘은 흐렸지만 등산하기에는 좋았어요. 산행 초입에는 오르막길이 이어져 좀 힘들겠지만 능선이 나오면 걷기가 수월해질 겁니다.
1시간 남짓 걸으니 뿔(角) 달린 호랑이(虎)가 살았다는 각호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석 뒤편에는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민주지산이 보입니다. 보기에는 상당히 멀리 있는 것같아 걱정을 하시네요. 땀범벅이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능선길이니 괜찮을거라고 알려줬습니다. 산악회 세 팀이 섞여가는데 길이 좁아서 선두와 후미가 좀 벌어졌네요.
중간중간 여름 야생화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싸리버섯도 보이고 천남성도 열매가 달렸더라구요.
널찍한 공간이 나왔는데 점심 먹기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조금 더 이동했습니다. 깔딱고개가 하나 남아있더라구요. 밥을 먹고나서 올랐으면 모두들 한 마디씩 했을 법한 오르막이었어요.
겨우 10명씩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두 군데 있길래 식사 자리를 잡았습니다. 후텁지근해서 막걸리 한 잔을 받아 마셨는데 인원점검하려고 올라가니 레옹님께서 또 주시네요. 두 잔 연거푸 마시니 얼굴이 시뻘겋게 변합니다.
무인대피소를 지나니 멀 것만 같던 민주지산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걷기 좋은 능선길이었고 햇볕도 거의 없어서 참 다행이었죠.
민주지산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기 전에 사방을 둘러봤습니다. 산 뒤에 산 구름 뒤에 또 구름. 멋진 산수화 한 폭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네요.
핸드폰 사진기로 꽃사진이나 사람얼굴을 찍을 때는 꼭 인물사진모드로 찍어보세요. 정말 예술처럼 잘 나온답니다. 비싼 핸드폰 활용 잘 하시기 바랍니다.
정상에서 빗방울이 마른 땅 위에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이러다 말겠지하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심상치 않게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금세 옷이 흠뻑 젖어버렸고 내려가는 길마저 작은 골짜기처럼 순식간에 변해버리더군요.
등산화에 빗물이 안 들어가게 하려고 노력해봤자 헛수고였어요. 모두들 적잖이 당황했을겁니다.
아래쪽에 내려가서 알탕이라도 할 요량이었는데 계곡물도 흙탕물로 변해가고 있어서 포기했지요. 알탕 대신 소나기탕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기분은 점점 상쾌해집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것같고 일찌감치 내려와서 옷 갈아입는 분들도 계셨지만 식당 예약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안 내려오시는 말썽꾼(?)이 발생했습니다. 소나기 탓에 잘 내려오고 있는지 후미대장인 아우성님께 무전을 여러 번 날렸었는데 답이 없길래 레옹고문님과 잘 내려오고 있겠지하고 안심했었는데.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보니 길을 잘못들어서 석기봉쪽으로 갔다가 내려온다고 하시네요. 이런~~ㅠ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최대한 빨리 내려온다고만 말씀하십니다.
솔직히 처음엔 진짜인 줄 알고 당황하긴 했어요. 알고보니 그래도 여름산행이니 알탕까지 하자면서 후미로 오시던 분들만 재미보고 오신거였습니다. 운영진은 아직도 덕유산에서 2명을 놓치고 하산한 쓰린 기억이 있기 때문에 식겁할 수밖에 없거든요.
아무튼 별탈 없이 산행을 마쳤고 소나기도 그쳐서 다행입니다.
제가 산행대장이 된 이후 부쩍 산행기 쓰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맨날 후미와 함께 다니며 신선처럼 느긋하게 산행을 즐기다가 선두에 서서 이것저것 신경쓰다보니 머리 속에는 분당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생각뿐인지라. 죄송합니다. 100번 넘게 산행기를 쓰면 책을 내보자고 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내년쯤 이뤄지겠네요.
다음 달은 추석과 맞물려있는 9월 팔공산 산행입니다. 가족행사가 5월 만큼이나 많은 달이라 참석인원이 저조해질까 걱정입니다. 아시겠지만 회원들이 내신 돈은 버스 대여료로 모두 나가거든요. 장거리일 경우에는 더더욱.
허리 아프신데도 책임감있게 분당산사랑을 이끌어주시는 늘푸른 회장님, 짱구 前총무님처럼 2번에 걸쳐 살림을 맡아주시고 계신 엘지 총무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전성기에 비해 반토막이 나긴 했지만 항상 버스 배치표에 고정으로 이름을 남겨주시는 20여 명의 회원분들도 감사드려요. 모두 팔공산 산행일에 다시 만나요.
첫댓글 아이고~~산행기 곳곳에 싹수님 걱정이 한가득 입니다.
이것저것 신경 쓰는 그 와중에 산행기 도 감사합니다.
회장님,총무님 운영진 분들의 수고를 알기에 열심히 참석하려 합니다..
여러분!! 팔공산 에 같이 가요~~~
산을 좋아하는 그 이유 하나로 뭉친 우리들. 참 멋져요. 팔공산 구경 기대됩니다. 저는 꽃사진 찍으러 간다는 생각 뿐이지만요. ㅎㅎ
참석인원이 점점 줄어들긴 하지만 우리싹수대장이 있어 든든합니다~
산행기를 읽으면 그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