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들의 상흔, ‘미친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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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영숙씨가 담아낸 ‘미칠 수밖에 없었던’ 사회를 살아온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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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 / 고양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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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끌어안듯 베개를 안은 여인은 멍한 눈으로 초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한다. 소중한 아기를 잃은 것일까. 자식을 잃은 여인은 자기 자신이 가장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사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이중의 죄인’ 취급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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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신발을 신었는데도, 주인 없는 고무신 한 짝을 손에 들고 화관을 쓴 저 여인은 어딘가를 넋 잃고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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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에 헐렁한 웃옷만 걸친 채 정원으로 걸어 나오는 여성의 얼굴은 깊은 상념에 잠겼다. 마치 보이지 않는 깊은 물속으로 한 발짝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비장한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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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섶은 풀어헤친 셔츠 하나만 덜렁 걸치고 나와 배시시 웃음을 흘리는 저 여인의 얼굴. 활짝 핀 꽃에 담긴 봄기운이 갇힌 그녀를 세상 밖으로 이끌고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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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녀’ 연작에 모델로 참여한 예지원은 여성 성기의 명칭을 적나라하게 부르며 몸의 참다운 해방을 외쳤던 여성주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연기를 펼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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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현경 교수는 마력 넘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당당히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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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녀’ 연작에 모델로 참여한 김지숙 역시 여성주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열띤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대본을 들고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열정적인 연극인의 초상으로 빛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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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을 감싼 여인의 얼굴은 신경쇠약에 걸린 듯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인지도 모른다. |
박영숙씨는 전시 서문에서 “미친년 프로젝트는 전통문화, 윤리, 도덕, 사회제도, 정책 등 남성 지배문화가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해 왔고 어떻게 세뇌시켜 왔으며 어떤 삶을 살아오게 했었는지를 글이 아닌 이미지로 말하고 몸으로 폭로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과격한 듯한 전시 제목처럼 그의 사진작업은 모든 관람자에게 친숙하지만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복잡다단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의 사진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미친 여자를 의미하는 ‘꽃’이 억눌린 땅에서도 생명을 피워내는 힘의 상징으로 되살아나고 ‘마녀’라는 키워드에서는 여성의 숨은 잠재력을 찾아내는 박영숙의 사진은 충분히 되씹어볼 만 하다.
기존작과 더불어 올해 새롭게 제작한 ‘꽃이 그녀를 흔들다’와 ‘내 안의 마녀’ 연작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박영숙의 사진 작업을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마력 넘치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신학자 현경 교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했던 배우 김지숙, 예지원 등 각계 유명 인사부터 평범한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사진 속에서 ‘미친년’ 연기를 하며 타인의 상흔(trauma)을 끌어안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은 예술로 여성 간의 연대를 꿈꾸는 작가의 바람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전시 관람료는 일반 3000원, 만 3세~고등학생 2000원. 문의전화 02-73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