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분명 나에게 뜨거운 감자였다.
식욕도 구미도 기호도 많이 달라져 있는 이즈음에 이도 들어가지 않을 설익은 감자가 한껏 달아져 있었으니...
나는 무기력하게 감자가 식기만을 기다린다.
임진년 시산제를 계획한다.
올해는 구정이 너무 일찍 들어 시기적으로 다음산행 때는 늦어진다.
궁여지책이기도 하지만 분위기쇄신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이동거리가 가깝고 또 유의미(有意味)한 천자봉(天子峰)은 시산제 장소로서 딱이다.
천지신명(天)의 아들(子) 봉(峰)이기도 하고,시루봉은 예부터 산신제를 지냈던 곳이라 하지 않는가?
이제 정성을 들여 제(祭)를 올리고 바램을 기원하는 일 만 남았다.
祝 文
檀紀 4345年 西紀 2012년 任辰年 정월 열닷새
바야흐로 希望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이하여
親舊들과 精을 나누며 山行을 이어가는 海東 29어울림 會員一同은
任辰年 天子峰 始山祭를 거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天子峰 山神께 엎드려 告하나이다.
全知全能하신 天地神明이시여!
今日 우리는 하늘의 아들이라는 이곳 天子峰 아래에서 지난 한해를 感謝하고 反省하며
來日의 繁榮과 跳躍을 다짐하기 爲한 一念으로 全体會員의 精誠을 모아 聖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돌이켜보면 지나간 辛卯年은 우리에게 試鍊을 준 해이기도 하였나이다.
이제 그 傷處를 治癒함에 있어 傷處받은 親舊들이 있다면 그 親舊들한테도 充分히 慰勞하여 주시옵소서.
그래서 全國의 山들을 遊覽하며 함께 山行과 旅行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거듭 비옵건데 任辰年 한해도 서로 和合과 사랑이 넘치게 하여주시옵고,
또한 어느山 어느溪谷에서도 아무 事故없이 無事한 山行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엎드려 告하나니
天地新明이시여!
이 한잔술을 흠양하여 주시옵소서.
檀紀 4345年 西紀 2012년 任辰年 正月 열닷샛날
山을 사랑하고 親舊들과 和合하는 사람들의 모임
海東29어울림 會員一同 拜
산행일시: 2012년 1월 15일(일)
산행코스: 대발령(만남의 광장)-임도-행사장(넓은 공터)-천자봉-수리봉-정자 갈림길-시루봉(U턴)-정자갈림길-임도 건너-자은초교(3시간 30분)
* (B) 무릎 아픈 친구들은 임도걷기가 좋다.
집(용원)에서 기다리면 되겠지만 하단까지 나간다.
환승(하단에서 58-1,58-2)을 하기 위해서 곧바로 2대의 버스에 나누어 오른다.<하단~용원사거리(시내버스 종점)갈아타기~대발령 하차)
그런데 우리의 지각대장부부(?)가 지각을 하여 뒷차를 이용하게 된다.
용원에서는 30초가 늦어 또 뒷차를 타게되고...
STX 다음 정거장인 대발령(만남의 광장) 정류소에서 하차하여 임도를 걸어 올라간다.
15분 먼저 온 친구들은 지각팀을 기다리고 있다.
들머리인 임도 입구에서 진해방향으로 카메라를 갖다 댄다.(좌측 중앙 분리대 넘어 만남의 광장 주차장이 넓지만 도로를 건너지는 못한다.)
제물을 나눠 들고 임도를 걷는다.(차량 통제 홴스)
꼬불꼬불한 임도를 세차례 질러가면 ...
2층 정자가 있는 넓은 공터의 행사장에 닿는다.
이곳은 옛날엔 진해시의 해돋이 장소로서 이용되는 곳이였다.
보호시설 홴스가 잘 가꿔져 있다.
천자봉 올라가는 길도 갈 지(之)자 목재데크로 잘 꾸며져 있다.
산신단(山神壇)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니 천자봉이 뽕긋하다.
이곳에서 제(祭)를 올리면 그야말로 딱일 것.
오래 된 검어틱틱한 돌무더기 위에 알다모를 이정표가 어지럽혀져 있다.
그 보소! 호주머니에 손을 빼시요.(강 고문 머리위로 "마운틴하드웨어김해점" 광고 시그널이 나풀거린다.)
경건하게 제를 올리고 푸짐허니 음복도 하고 점심도 먹는다.
"보배산 참숯 찜질방"이 화두에 오른다.
영도지역 모임이 이진두 찜질방에서 이루어지니 천상 합쳐야 하는 듯...
천자봉 오름길도 역시 나무데크 갈 지(之)자로 잘 되어있다.
뒤 돌아보니 천혜의 요새인 진해만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STX 조선소도 보이고 멀리 거제도의 모습은 짐작으로 가늠한다.
이통 안테나가 우뚝한 암봉 위에 오른 지각대장부부가 천자봉 기(氣)를 받고있다.
십여분 만에 천자봉에 올라 기념으로 찰칵...
다시 저 멀리 여인의 젖꼭지 같은 시루봉을 배경으로 한번 더...
천자봉 사진 한장 찍었다고 대부분이 하산하여 찜질방으로 간단다.(물론 22명의 인원이 승합차를 나눠 타야지만...)
소명의식을 가진 우리 네명은 계획대로 능선을 걸으며 산행을 이어간다.
군데군데의 전망대는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해 시가지 너머로 장복산이 우뚝하고 좌에서 우로 잘록한 안민고개에서 다시 종주 능선이 펼쳐진다.
시루봉이 가까워 진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시루봉.
오른쪽 갈림길로 군인들 행군로가 표시되어 있다.
돌아보니 오똑한 수리봉과 그 너머로 천자봉이 보인다.
이제 시루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람재 정자다.
이곳에서 시루봉은 생략하고 자은초교 방향인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설득하여 "Y로"에서 우측길로 방향을 잡는다.(내려올 때는 목재 데크로...)
왼쪽 내리막은 자은초교 방향.
바람재에 있는 이정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고 거대한 바위 봉우리 밑에 섰다.
시루봉에서 바라보는 능선길로 불모산(시설물)이 가깝다.
가까이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실제 최고봉인 웅산이다.
시가지 너머로 장복산에서 이어지는 능선길.
반대방향인 우리가 걸어온 능선길(끝에 천자봉이 바다로 갈 앉기 전에 우뚝 위용을 뽐낸다.)
조망을 둘러보는 대표선수들.
이제 내려가야할 차례다.
찜질방 차를 호출할려니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문자입력을 끝내고 데크길을 내려선다.
아래엔 바람재 정자와 우리가 지나온 천자봉 능선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바람재 정자에서는 이제 자은초교 방향 우측 내리막으로...
약수터를 지난다.(옛날엔 식용 부적절이였는데 지금은 양호라네.)
진해시 수목인 편백숲을 지나...
녹차밭으로 가꿔진 길도 지난다.
임도를 만나 크로스 한다.
곧 나무사이로 자은초등학교가 보인다.
고압 먼지털이에서 바지를 털고 내려가니 보배산 참숯 찜질방 진두 사장이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다.
내려와서 돌아보고 잡은 들 날머리.
아까는 18명이 배낭까지 메고서 승합차가 무겁게 갔지만 우리는 네명이서 룰루랄라 널널하게 이동한다.
찜질방에선 대강 샤워만 하고 식당으로 이동하여 지리산 흑돼지 구이를 개걸스럽게 먹는다.
물론 Good day를 곁들여서...
오락과 여유가 지나간 후 어둠이 내려앉은 찜질방을 나온다.
보배산 참숯 찜질방은 진해지역 어디에서나 적정한 인원이 전화하면 승합차가 모시러 간다.
찜질방 식당에서 땀 뺀 후의 지리산 흑돼지 구이의 두툼한 고기맛은 가히 일품이다.
다시 한번 찜질방 프론트를 카메라에 담는다.
승합차는 나부터 먼저 내리게 한 후 쌩하고 떠난다.
갑자기 고요가 찾아온다.
그래, 언젠가는 뜨거워진 감자도 식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