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안의 블루베리 화분에 묘목을 심었고, 한 차례 수북하게 올라온 풀들을 열흘 동안 매달려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제야 며칠 둘러보지 못한 복숭아밭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틈틈이 내렸던 비 덕분인지 나무도 풀도 싱싱하게 잘 자라 있었다. 호미로도 예초기로도 엄두가 나지 않아 승용예초기로 먼저 고랑을 베어 주기로 하고 농기계임대사업소에 전화했다."이번 주는 출장수리 기간이라 다음 주에나 배송이 가능합니다."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를 출장수리도 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주에 사용하기로 예약했다. 할 수 없이 예초기로 두둑 쪽을 먼저 작업하기로 했다. 기계를 어깨에 메고 사흘을 작업한 남편은 또 녹초가 되었다. 나무와 철골 주변의 풀을 제거하느라 온몸이 아프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풀의 기세가 어찌나 좋은지 뿌리가 깊고 힘이 세서 제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조금씩 깨끗해진 밭을 보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는데 남편은 의기소침해하며 풀들이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여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풀을 베어버리니 자손을 퍼트리려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는 줄기부터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 풀씨는 강한 생명력으로 오랜 세월을 버티며 살아왔다. 수많은 씨 중에서 단 하나만 살아나도 자손을 퍼트리는 데 성공한 것이니 살아남은 것이다. 큰 풀을 제거하면 자잘한 풀들이 수북하게 올라온다. 나무 주변의 땅을 깨끗하게 만들어 놓으면 풀들도 다른 풀 없이 깨끗한 땅으로 뻗으며 자라 빈 땅을 덮어버린다.
예초기로 작업을 마치고 풀들이 더 자라지 않도록 예약했던 승용예초기로 고랑 쪽도 깨끗하게 작업했다.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만든 두둑까지는 승용예초기가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 주변과 철골 부분은 사람이 손으로 뽑아 줘야 해서 제초작업이 어렵다.
풀베기를 마치니, 복숭아나무가 우후죽순으로 자라나 있는 것이 보인다. 가지 유인 작업이 왕초보 농군들을 또 기다리고 있다. 유인줄로 가지를 유인하고 필요 없는 줄기는 잘라줘야 한다. 몇 번의 교육에도 불구하고 나무마다 수형이 달라서 고민이다. 우리가 선택한 줄기는 살아남고, 선택받지 못한 가지는 가위로 자르면 그대로 끝인 것이다. 문제는, 어떤 가지를 살려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설명에 의하면 앞으로 잘 자랄 가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설명을 잘 들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나무는 또 모양이 전혀 다르다.
하늘 쪽으로 높이 솟은 가지는 제거, 유인선의 아래쪽에서 유인하기, 가늘고 작은 가지는 제거, 유인줄의 안쪽 방향과 바깥쪽 방향으로 자라는 가지는 제거, 끝순이 순나방 피해를 입었으면 제거, 비슷한 우세종이 두 개면 하나는 제거 등 그렇지만, 잎이 없으면 광합성을 못하기 때문에 모두 자르지는 말고, 필요 없는 가지라고 해도 나무에 비해 잎의 양이 부족하면 자르지 말고, 비틀어서 살려 두기.
이론만으로는 잘 알겠는데, 가위를 들고 나무 앞에 서면 너무 떨린다. 잘 자랄 수 있는 가지를, 꼭 필요한 가지를 자르는 것은 아닌지 살릴 나무와 자를 나무를 결정하기 너무 어렵다."과감하게 잘라 내세요."지도해 주시는 전문가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척척 시범을 보여 주시지만, 우리 부부는 가지를 붙잡고 토론하느라 일에 진척이 느릴 수밖에 없다.
비 온 뒤, 예초기가 지나간 자리에 제거된 풀들이 보인다. 남편은 예초기를 돌리며 쓰러지는 풀들의 아우성과 풀들이 흘린 피를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허리 쉼을 핑계로 유인줄에 매달려 놀고 있는 빗방울들과 눈 맞춤 중이다. 복숭아나무 유인작업은 언제 다 마치나~ 우기와 겹쳐서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비 올 때는 가지치기하면 안 된다. 잘린 부위로 균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비 그치면 해라"최 회장님 한 마디에 예기치 않게 휴가다.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현명하게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