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영화를 지난 주 일요일 아침에 아주 맛나게 봤다.
실미도에서 열연을 한 정재영과 내조의 여왕 TV드라마에서 김남주와 로만스 연기를 펼쳤던 박시후가 그 주인공이었다.
소박한 막걸리 주막같은데에서 최반장(정재영)은 주모에게 술을 더달라고 시비 중이다. 느닷없는 광음과 함께 연쇄범인이 나타나 정재영과 혈투를 벌인다. 처음부터 그 소리에 마눌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조조영화인데도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이걸 볼까 저걸 볼까 망설였다. 솔직히 늑대 소년의 앙증맞은 박보영때문에 갈등이 많았다. 결국 조조만의 누릴 수 있는 스팩터클한 싸운드와 함께 액션을 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광음과 함께 추격전이 벌어지고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속도감있게 액션이 전개된다.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액션 장면을 모처럼 연출한 영화에 박수를 보낸다. 10명의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살인범은 잡히지 않고 2007년 공소시효가 끝난 즈음에 범인 이두석(박시후)은 회고록을 낸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장소와 행동, 버릇 그리고 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반성으로 회개하며 내놓은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다. 공소시효가 끝났으니 경찰을 비아냥 거리며 맘대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독자들과 살인 피해자들의 가족들은 실제상황 기록을 정확히 묘사하여 내놓은 그 책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인지세만 무려 300여억원의 수립을 올린다.
인지세 수입뿐만 아니라 불우한 이웃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그의 행적은 유명한 정치인이나 연예인 못지 않은 그의 유명세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베스트설러 작가는 정재영을 친형처럼 좋아하던 동생이었다. 실제 범인으로부터 죽음을 모면하고 성형수술을 하여 범인으로 위장하여 활동을 하는 그 시간은 너무 증오스러웠는데 박시후가 참 꿀맛 연기를 잘한 것 같았다.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근육질의 박시후의 몸은 증말 쾌남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도 자연스레이 믿을수 있도록 몇차례 진범인모양 연출을 하였다. 첫번째는 기자들을 대동하고 회개하는 것처럼 피해자 저택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한 차례 뺨을 맞았지만 짜고친 고스톱이었다. 가진 자가 죄를 지은 자에게 베푸는 관용의 미덕을 보여 주었다. 두번째는 이두석이 보디가드와 기자들을 대동하고 경찰서 최반장을 만나러 온 장면이다. 경찰서장에게 대들며 불같고 고구려적 성격을 보이고 있는 최반장! 그에게 시위를 하고자 찾아온 이두석은 최반장이 먹던 짜장면으로 덤텡이를 쓰고만다. 물론 이두석이 귓속말로 짜장면을 뿌려 달라고 하였단다.....세번째는 베스트셀러 기념 출판 사인회를 찾은 최반장은 멱살을 잡으며 진범인냥 몰아 여론의 향방과 앞으로 전개될 스트리에 대하여 궁금케 한다. 네번째는 최반장과 가짜 이두석의 100분 토론이다. 최반장은 토론에 못이기는 척 하며 참여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최반장의 계략일 줄이야...와우 너무나 반전이다. 진범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정재영의 왼쪽 입가의 흉터가 말해주 듯 언제나 도전, 반항적이고 직선적으로 보인 그의 연기는 진솔하기까지 하다. 불의에 저항하고 변함없는 의리 그 자체인 정재영을 위한 영화다. 또한 박시후가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촬영한 수영장의 모습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각 그 자체였다. 책을 많이 팔아 인기인이 된 가짜 이두석은 보안상 호텔에서 숙박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알아낸 피해자 가족들이 수영장에 뱀을 풀어 놓자 뱀에 물려 혼비백산하여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섬뜩하다. 여기에서부터 액션이 끊이질 않는데 흰가운을 입고 차에서 옮겨타는 장면, 달리는 차 위에서 격투신 등 우리도 영화 촬영기술이 많이 나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편 정재영은 그야말로 영화처럼 기가 막힌 재주로 뱀에 물린 가짜 이두석이를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야밤에 빼내서 병원에 살짝 데려다 놓고.... 걍 경찰서로 갔다. 가짜 이두석은 간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자회견에 응하고 스토리는 전개되는데 100분 토론시 갑자기 J라는 진범이 이쯤에서 최반장에게 접근해온다. 실제의 범인은 J라는 이니셜을 쓰며 주도 면밀하게 최반장에게 접근한다. 마지막 살인자가 묻혀 있는 곳의 위치 인지 사실과 최반장의 어머니 동태를 주변에서 살피며 살인 의도를 보이는 등 서서히 악마의 짙은 냄새를 풍기려 한다.
그리고 최반장의 애인 정현숙은 김영애의 딸인데 크리스마스 이브 날 범인에게 납치되어 애처롭게 목숨을 잃었다. 최반장의 애를 임신한 채 살해된 정현숙에 대하여 최반장 경찰과 김영애 피해자가 상반되는 행동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었다. 어쨋튼 방송국의 특별한 마케팅으로 최반장, 가짜 이두석, 진짜 이두석 등 100분토론이 이루어졌고 토론 시 진범이 밝혀졌다. 이러한 모든 연출은 진범에게 경쟁심을 유도하고 살인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공공의 장소로 이끌어 내어 범인은 끝내 잡히고 만다는 암시적인 교훈을 주고 있다. 촬영 투자비가 꽤나 들어갔을 법한 길고 긴 액션스토리는 끝나가고 있다. 우리의 최반장은 테이프 통화 속에 내용을 몇번이나 되돌려 들은 덕분으로 15년의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낸다.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서 김영애가 진범 이두석을 앞에 두고 사무치는 원한의 복수를 하려는 찰나 최반장이 독침으로 진범을 살해한다.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 뒤 최반장이 이두석을 살해한다. 나는 여기에서 영화가 끝나는 줄 알았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관객이 알아서 생각하시오... 하였을 것이다. 이 영화는 경찰이 죽을 사람은 죽였다라도 죄의 값을 받는다는 것과 최반장의 장모가 감방에 가지 않도록 자신이 큰 일을 저지른 것은 가만히 생각케 하는 장면이었다. 5년 후 감방을 다녀온 뒤 출소 시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일렬 횡대로 서서 반겨주는 장면은 조조 영화의 단 맛을 더한 감동적인 영화였다. 지금까지의 어떤 영화보다도 속도감 있는 액션이었지만 해피엔딩이 좋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왼쪽 입가에 있는 흉터를 없애는 게 어떤가하며 김영애가 화해 제스처를 쓰는 부분 등 쨘한 기분을 준 작가의 글 솜씨에 감사를 드린다.
효성동 한봉희
첫댓글 진짜 범인이 자신이라고 항변하는 토론회를 보면 잘못된 것도 없지 않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보통 생각은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 난리를 치는 세상인데 말이다. 역설적으로 죄를 지은 높으신 양반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훈시적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