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자필멸(生者必滅).
동남풍 불어오는 따스한 봄 날에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던 화초들이 소슬바람에 하나 둘 잎에 물을 들이며 겨울 채비를 한다.
어떤것은 이미 휴면기에 있고, 어떤것은 열매를 맺고 서 있으며, 어떤것은 꽃을 피우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도한다.
자연의 법칙은 오묘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 없이 단순하다.
단순하고 단언적인 말인 즉은 그게 바로 생자필멸(生者必滅)이다.
여름내내 작은 그릇안에서 옹색하게 자랐지만 나름 쉼없이 뿌리 뻗고 물 위로 잎을 세우던 연(蓮).
생명의 끈을 놓지않고 버티려 애쓰고 있지만 이젠 초라한 모습으로 세월의 무게를 보여주고 있다.
달랑 두 장 남은 푸른 잎, 더 이상은 새로운 잎이 나올거 같지는 않고 묵은 잎은 세월의 흔적 조차 지키길 버거워 한다.
한 톨의 씨앗으로 시작해서 이제 남은 일이라곤 뿌리의 모양 및 형태를 자료사진으로 남기는 일만 있을 뿐이다.


점토를 이겨 손으로 빚은 옛 암기와!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을 보금자리삼아 올망졸망한 새끼를 메달고있던 울릉도(연화)거미바위솔도 가을 오니 꽃을 피웠다.


그리고 작은 옹기의 뚜겅이란 열악한 환경 속 거미바위솔도 마찬가지로 가을오니 꽃을 피웠다.
꽃을 피우면 죽는다는 월년초의 비애를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산비둘기는 오늘 아침에도 마실을 다녀간다.


화초!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것은 어쩌면 꽃을 보기위함이지만 꽃 피면 이별이기에 아쉬움 탓으로 꽃 피지 않았으면 하는 은근한 바램도 있다.
하지만 생자필멸(生者必滅)인것을...
언젠간 나도 죽는다.
꽤 긴 시간을 사는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나의 생명도 찰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난 짧은 생에 있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는것은 아닐런지...
그게 죽음 보다도 더 두려움으로 다가 올 때가 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Deuter의 앨범 Land Of Enchantment
개별듣기
첫댓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을 인생 후반부의 삶이란 비워가며 내려놓은 일들로 점철되겠습니다.
하루 하루가 귀하고 황금같은지라 굳이 함께 해서 즐겁지 않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조차 아까운 시간들이기도 하구요.
잘 살고 있다 고 스스로 자족할 때까지는 많은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초선님 또한 올곧게 살아오신 분이니 나름의 자존감과 당당함은 충분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세간의 잣대로 따지자면 기준치에 못 미치는 것이나 아닐까 싶지만
또 그러면 어떻습니까?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선님의 인생에 박수를 보냅니다....
멸후엔 다시 생이 있겠죠?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어쩜....너무들 아름다워요...멸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다만 잠깐 쉴 뿐이라고 마음에 접습니다.
화초에 관한한 님은 정말로 초선입니다.
님의 분 안에서는 그 지극함으로 멸해가는 화초들 조차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