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환경실태와 문제점
1. 서론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다. 그래서 생태적·환경적가치 또한 각별하다. 남한지역 670km의 백두대간 구간 중 많은 생태계보호지역이 망라되어있다. 국립공원 7개소를 비롯해 도립공원 2개소가 있다. 또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2개소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3개소와 주요 천연보호림이 망라되어 있다. 국립공원으로는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이 있고 도립공원은 태백산, 문경새재 등이 있다.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는 지리산 반야봉-심원계곡과 대덕산-금대봉이 있다. 천연기념물보호구역으로는 소백산 주목군락과 설악산, 향로봉-고진동계곡 등이 있다. 국내 제일의 산줄기답게 백두대간은 많은 보호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다만 정밀한 조사를 통해 각 보호지역이 전체 차원에서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접근이 현재 과제이다.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환경적 가치는 더욱 다양하다. 한반도 전역의 수계를 나누어주는 기준이자 경계가 바로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주요 하천의 유역과 수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사실 백두대간은 산지에 주목하여 형성한 개념이기보다는 하천에 대한 경험과 연구를 토대로 정립된 개념이다. 그래서 하천에 대한 관리와 이용에 있어 백두대간을 통한 접근은 상당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하천의 관리에 있어 유역의 범위를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어 지형과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준다. 정부의 환경정책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먹는 '물' 을 비롯한 하천관리다. 전통의 자연관인 백두대간을 통한 산과 하천의 종합적인 관리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환경차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개발과 보전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90년대가 가고 새로운 천년이 도래하고 있다. 지난 100년은 우리역사에서 유래가 드문 격동의 시기였다. 사람도 땅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백두대간도 역사의 뒤안으로 묻혔다가 다시복원되기 위한 꿈틀거림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에 대한 개념과 실체를 규명하고자하는 작업은 엄연한 시대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이 어떤 소용돌이 속에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토 전체의 환경실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지리산부터 휴전선까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상의 주요 분쟁지역을 살펴보자.
2. 백두대간 환경실태와 문제점
1) 지리산(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의 자연생태계
백두산 장군봉(將軍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는 지리산에서 끝맺는다. 조상들은 지리산을 백두대간의 흐름이 이어진 산이라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1967년 12월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 도, 5개 시·군, 15개 면에 걸쳐 있다. 약 1억 3천만 평의 넓이를 자랑하며 주능선의 길이가 40㎞, 둘레는 800리에 이른다. 지리산은 산악형의 국립공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피소도 노고단, 뱀사골, 피아골, 연하천, 벽소령, 세석, 장터목, 로터리 등 9개로 국립공원 중 가장 많다. 우리 나라 생물종의 30%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서 서식하는 생물종으로는 식물 744종, 포유류 39종, 조류 87종, 양서류 92종, 파충류 12종, 어류 27종 등 생태계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지리산 고유의 식물로는 구상나무, 지리대사초, 금강애기나리, 지리바꽃, 모데미풀, 히어리, 큰용담, 매매꽃 등이 있으며 올벗나무,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반달가슴곰, 수달 등의 천연기념물과 세계적 희귀동물이 살고 있다. 조류 중에는 7종의 천연기념물과 3종의 희귀종, 2종의 특이종이 살고 있다.
지리산은 온대에 속하면서도 고도가 높아 북방계 식물의 남쪽 한계선을 이루고 있어 1천 3백 종이 넘는 풍부한 식생이 분포할 뿐만 아니라 1백여 종 이상의 특산·희귀식물을 보유한 식물상의 보고다. 이 특산·희귀식물들은 대부분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서식하는 고산종으로, 군 진지공사가 진행된 제석봉(1,806m)∼장터목(1,750m)∼촛대봉(1,703m)∼세석평전(1,600m) 일대에 밀집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고산식물들은 해발 1,000m 이상의 극히 제한된 환경에서만 자라며 생육지역도 좁아 아주 작은 생태교란에도 자연재생불능의 상처를 입는다 . 지리산의 상처 관통도로
지리산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대규모의 면적이 불탔다. 전쟁 이후 약 30년 동안은 생태계의 복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나 8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개발과 관광의 물결 속에서 다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89년에 건설된 성삼재 도로는 대표적인 국립공원의 훼손사례로 꼽힌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정령치-심원계곡-성삼재-시암재-구례군 광의면 천은사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지역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2차선 포장도로로 개설되었다. 봄·여름의 주말과 가을의 단풍철이면 성삼재에서 시암재까지의 도로는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일렬로 늘어서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 관통도로로 인해 지리산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단절되었으며, 노고단 정상 일대도 관광객의 폭주로 인해 훼손되었다.
현재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등산객 출입금지 구역을 설정하여 생태계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식재한 초본류들의 활착이 매우 저조하고 대부분 고사한 상태이다. 제석봉, 세석평전, 노고단 등의 세 지역은 아고산대이거나 이와 유사한 생태계를 가졌던 지역이다. 아고산대와 같은 희귀한 생태계를 가진 지역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매우 힘들다. 다양한 방법으로 생태계복원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기존의 연구성과와 자료의 빈곤으로 인해 작업에 어려움이 많다. 환경부에서는 98년 봄 성삼재 관통도로의 중간지점인 시암재 휴게소 남쪽 지점에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했다.
벽소령 관통도로
지리산의 심장부를 갈라놓은 벽소령 관통도로는 동쪽의 천왕봉에서 세석평전에 이르는 자연보존 구역과 반야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자연생태계 보전구역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벽소령은 60년대 초반에 형성된 비포장 군사도로이다. 그 후 차량 통행이 뜸한 벽소령에서 하동군 의신마을 쪽으로의 길은 숲으로 변해 생태계의 일부가 복원되고 있으나 차가 계속 다닌 함양군 삼정마을 쪽은 현재 차량이 주능선인 벽소령 고개 마루까지 올라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벽소령의 확·포장 공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제석봉 고사목 지대
지리산 주능선의 제석봉 정상 일대의 평탄지역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천왕봉과 장터목 대피소 사이에 있는 제석봉 일대는 현재 앙상한 고사목들만 남아 있다. 정상부 곳곳에 파놓은 참호는 '나무들의 공동묘지'라는 관리공단의 안내문과 함께 있다. 훼손되기 전에는 구상나무, 주목, 잣나무 등 지리산 특유의 울창한 고산침엽수림을 자랑하던 원시림이었다. 이곳은 6.25 이후 벌목업자들의 마구잡이식 도벌과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30년이 지났건만 현재 제석봉 정상 일대는 호오리새를 비롯한 초본식물들로 덮여 있고, 고사목만 앙상히 남아 있다. 최근 구상나무 등의 식재로 생태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활착율은 낮은 상태다.
세석평전의 군사시설 조성으로 인한 훼손
세석평전 일대는 92년 9월 중순부터 시작된 군부대의 교통호와 벙커, 헬기장 공사로 인해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되었다. 군(軍)은 진지 구축 공사를 통해 해발 1,600m 세석평전을 중심으로 북동쪽의 천왕봉과 서쪽 벽소령 사이 약 17㎞의 능선 길에 봉우리마다 여섯 개의 헬기장, 개인참호, 벙커 등 유사시에 대비한 방어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이 때문에 지리산 팔경의 하나인 세석평전의 철쭉 꽃밭과 제석봉 주변 고사목 지대의 경관이 보기 흉하게 망가졌을 뿐 아니라 고산지대 특유의 희귀 특산식물 생태계가 훼손되었다.
이 공사를 허가해 준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수백 명의 군 병력이 상주하며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는 데 대한 등산객들의 항의성 문의와 고발 보도가 잇따르자 허가 면적(397㎡)을 초과해서 건설한 267㎡에 대해서만 뒤늦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현재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파괴된 생태계가 쉽게 복원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립공원 구역 내의 집단시설지구
80년대 중반 지리산 이용객이 급증하자 본격적인 관광개발이 시작되었다. 국립공원 경계구역 내의 집단시설지구의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생겨난 유흥업소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였고 그 결과 인근의 계곡이 오염되었다. 이로 인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지리산은 훼손되기 시작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들어선 집단시설지구는 뱀사골 계곡의 반선 지구, 백무동 계곡의 백무동 시설지구, 화엄사 계곡의 화엄사 집단시설지구, 중산리 계곡의 중산리 집단시설지구, 대원사 계곡의 유평리 집단시설지구 등이다. 현재 지리산에는 화엄사, 천은사, 대원사, 내원사 등의 유명한 사찰이 여럿 있다. 신도들이 타고 오는 자가용의 증가는 사찰로 이어지는 도로의 개설과 사찰 내 신축건물의 건립, 기존 사찰의 확장으로 이어져 그로 인한 자연파괴도 심각하다.
지리산 양수 발전소
지리산 양수댐은 비록 다른 양수댐이 들어서는 자리에 비해 그 면적은 작지만 댐 건설용 도로공사로 인해 지리산의 생태계를 양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댐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고운동 계곡과 거림 계곡은 생태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재 성삼재 도로(서북부), 노고단 도로(서부), 그리고 양수 발전소 진입도로 등에 의해 지리산은 4등분 되었다. 지리산 양수 발전소 인근의 청암댐, 합천댐, 진양호가 보태지면 상호작용에 의해 지리산은 물론이고 서부 경남 지역의 기후 변화와 생태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진양호 건설 후 코스모스가 늦여름에 피고, 서부 경남에 신경통 및 이비인후과 환자가 증가하는 등의 예로 알 수 있듯이 댐의 건설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개일수의 변화는 양수발전소 예정지인 예치마을의 특산물인 토종꿀, 차, 곶감 등의 재배에 큰 차질을 빚게 할 것이고, 벼의 성숙과 결실 그리고 지역 산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 상부댐 건설 예정지의 대표 수종인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건조지역에 자라는 수종이기 때문에 댐으로 인한 수종의 변화가 예상된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상부댐 예정지의 녹지자연도는 8∼10등급으로 나타났다. 한전에서 발표한 7등급의 평가와는 다르다. 국회 환경노동위 질의에서 이해찬 의원이 질의한 내용에 의하면 상부댐 건설로 침수되는 구역은 토양과 식생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식생분포가 8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댐 건설 예정지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새매와 지역 희귀동물인 맹꽁이,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한전에서는 이러한 희귀동물이 댐 건설을 피해 스스로 이동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희귀동물은 특정지역의 자연환경이 그 동물에 적당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는 잘 살아갈 수 없다. 결국 공사가 진행되면 희귀동식물은 멸종되거나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될 것이다.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내려오는 덕천강의 상류인 거림 고운동 계곡은 공사기간 중 토사유출로 인해 수질이 악화(부영양화, 성층현상)될 것이다. 현재 진양호의 경우는 퇴적층이 두꺼워 수심이 얕아지고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댐 건설 후에는 하부댐의 깊이가 24m가 되어 물은 성층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수심이 깊은 곳의 찬물을 방류할 때 하류 지역 농작물은 심각한 냉해를 입게 될 것이다. 또, 하천수 고갈로 하류 생태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90년 이후에도 정부 당국의 지리산 개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립공원 제 1호인 지리산에 대한 장기적인 보존 대책은 국립공원 전반의 보전 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개발만을 통한 훼손은 지리산에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혔다. 앞으로 국립공원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의 출발점으로 지리산 보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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