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천에 다녀왔습니다. 그게 아마 고추 따는 전 날이었던 것 같네요.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했는데 강남터미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작은 터미널에 사람들이 복작복작 한마디로 아주 시골스러웠는데 그게 또
마음에 들더라고요. 햄버거 하나 사갖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롯데리아만 딱 하나
있어서 줄이 이따만큼... ㅎㅎ 포기하고 샌드위치 하나 사들고 탔지요.
버스가 출발할 때도 기사아저씨가 "좀 불편하시더라도 안전벨트 좀 매 주세요."
방송도 아니고 그냥 말씀하시는게 재밌기도 하도 왠지 직접 얘기하는게 더
좋더라고요. 버스가 출발하는데 한강이 굽어보이는데 누런 황토물이 어찌나
불었던지 나무들이 아직도 잠겨 있더군요.
홍천 가는 길은 남양주, 양평 방향이더군요. 그런데 녹음이 우거진 것이
비가 오는데도 이 동네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식구들
다 떼어놓고 언니들과 하는 일박이일 여행이라 모든게 더 좋았는지도 모르지요.
깜빡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홍천에 거의 다 왔는데
여기는 화창한 것이 풍경이 눈에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밝은 기운이 가득.
농지도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듯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터미널이 귀엽습니다.
일자로 트인 작은 터미널에 내리니 시골 할아버지도 계시고 몸가짐을 바로 해야겠습니다.
군부대가 많아서 그런가 미장원엔 일병 이병 할인 이런 문구도 보이고.
여기는 다방도 많답니다. 돌다방, 착한 낙지, 간판 제목들이 아주 정겨워요.
일단 곤드레밥을 먹고 공작산 산길을 걷는데 아주 쬐만한 야생화 꽃들이랑
풀들이 아주 다양하더라고요. 제비나비는 새만하고 호랑나비들도 자주 보이고
언니들이랑 작은 풀들에 감탄하면서 걷는 산길은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내려오다 보니 냇가에서 고기잡을 그물도 파는 것이 나중에 애들이랑 한 번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들러본 홍천성당도 마당이 널찍하니 보기 좋고요.
텃밭에서 고추를 따서 나눠가졌습니다. 종자를 얻어서 심었는데 청양고추라네요.
고추를 따는데 어떻게 따는지 몰라서 큰언니가 다땄습니다. 얘 넌 뭐하니? ㅋㅋ
알고 보니 가지랑 연결된 부분을 똑 따야되더군요.
김매기를 어찌나 잘 했는지 텃밭이 말끔합니다. 헝클어진 토마토 밭 가지치기 하다
너무 쳐서 잎사귀보다 토마토가 많아졌다네요. ㅎㅎ 올라오는 길에는 진짜 참기름
찾는 언니 덕분에 참기름 짜서 8병반을 각자 또 나눴지요. 얼핏 보니 시장도 아담하니
이래저래 홍천 맘에 듭니다. 강원도의 힘!
일찍 올라오면 청양을 들를까 생각도 했는데 언니들이랑 늦게까지 수다떠느라
5시 반에야 서울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빽빽한 서울 생각을 하니 헐렁한 홍천을 떠나기가
아쉬웠지요. 동네 개들도 이따만한 녀석들이 목줄도 없이 아빠개 아들개 사이좋게
쏘다닙니다. 동네 정원수는 옥수수고요. 홍천 좋네요.
첫댓글 홍천에 또 가면 일부러라도 가리산에 들러
막국수를 드셔보시길…. 춘천이나 봉평 등
그 어느 곳의 내로라하는 막국수도 따라갈
수 없는 맛!
글쎄 그게 가리산은 안 가고 막국수만 먹고 왔죠.
국수 맛이 좋더라고요. 새우수제비도 같이 하는 집이었는데
다음을 위해 명함 하나 집어왔지요.
그치않아도 고추따는날, 언니야가 없어서 조금 서운타 싶었는데, 홍천 여행을 하셨군요.
혼자한 여행이라 더 좋았겠습니다. ㅎㅎ
좋았지요. 오늘만 같아라 였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