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입니다~!
벚꽃이 흩날리고 꽃비 날리는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장터를 시작해봅니다.
9시 15분,
오늘도 고용한 동네. 이제 농사를 시작한 시기인지라 어르신들이 모두 다 바쁘신것 같았습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왔다갔다해서 고추모종들이 다 쓰러졌다는 소식들이 들렸었습니다. 4월 중순 이후가 되면 하우스에서 키워낸 고추모종을 밖으로 심어내는 시기인데, 워낙 비가 많이 오기도하고, 일교차가 심했던지라 모종을 다시 한다는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기후위기에 가장 영향을 받는건 역시 농업현장의 어르신들이라 생각이 됩니다.
9시 30분,
오늘도 어르신께서 반찬으로 이것저것 다 사십니다. 요즘에는 통 사이다를 사시지 않아 여쭤보니 자녀가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물건을 안사도 좋습니다. 자녀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고, 연락을 자주 오가면 그보다 좋은게 더 있을까요.
9시 45분,
오늘도 불가리스 사러 나오신 어머님 두 분.
"지난번에 불가리스 먹고 설사하고 난리났었어~" 하십니다.
유통기한이 넉넉했을텐데... 어쩌나 싶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괜찮다고 하시며 불가리스를 다시 2줄을 사셨습니다.
간혹 유통기한이 짧게 있는 물건들이 있어, 물건 사고 바로 안드시면 지나가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유산균 제품으로 바로 영향을 받았다는 것에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유통기한 일정을 더 꼼꼼하게 체크해서 납품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작은 동네이고 소비자가 적은 수준인데, 이 수준이 얼마만큼이냐면, 불가리스를 사시는 어르신이 이 2집이 유일했습니다. 한 번 받아오면 이 분들이 사지 않을 경우 아무도 사지 않는 제품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소비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소비 인구가 많으면 이런 물건들도 잘 소비가 될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류나 채소, 신선류 같은 음식을 납품 받아오는 일이 간혹 부담으로 올 때가 많습니다.
10시,
"오늘은 안에 누워있어~"
다리가 아파서 집안에 누워계신다는 어르신. 어르신 집 현관 옆에는 벌집이 4채가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많았는데, 어르신 집에는 벌들이 그래도 있었습니다. 제가 구경하고 있으니 어르신께선
"비켜봐~~ 벌들이 못들어가네~" 하십니다. 자리 비키자마자 수십마리의 벌들이 일제히 꿀을 갖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어르신께서 내린 꿀은 또 자녀와 손주들이 먹겠지요.
10시 15분,
"오늘 암도 없어~~~ 다 일 나갔어~"
어르신께는 잠시 있다가 간다고 말씀드리며 차안에서 있어봅니다.
11시 15분,
오늘 오전 내내 정말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어디 가신걸까요. 회관에도 아무도 안계시는 어르신들. 동네에도 안보입니다. 농사가 한창일 때는 어르신들을 만나려면 새벽에 만나거나, 밥 때 만나거나, 오후 4시쯤 만나야 계시는데, 벌써 그럴 시기가 왔나 싶습니다.
11시 30분,
"나 돈 안갖고 왔어~ 달아놔~" 하시는 어르신.
아랫밭에서 일하시다 올라오셨습니다.
"애콩을 심어놨는데, 다 죽어브런~" 날씨가 워낙 뒤죽박죽이라 망했다고 하십니다.
"내년에 할 씨나 받아놔야지~" 하시며 아쉬움 가득하신 표정으로 계십니다. 농사가 잘 되야 어르신들 삶도 더 좋아질텐데, 갈수록 농사일이 어려워질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이 됩니다.
13시 20분,
오후에는 어르신들이 좀 계실 것을 기대하고 출발해봅니다. 밥 먹고 나면 그래도 어르신들이 쉰다고 계시는데, 오후엔 뵐 수 있길 바래봅니다.
13시 50분,
길가에서 손짓하는 어르신.
"저 앞에 회관서 세워~~" 하십니다.
회관에서 식사할 식재료로 이것저것 다 주문하십니다. 그 사이 4륜 오토바이 끌고 오시는 다른 어르신
"나 오늘 몇 십만원치 벌었어~" 하십니다.
무엇인가 싶었더니 '두릅 나무' 였습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아 두릅이 날 시기구나 싶었습니다. 제주도는 고사리 철이라고 하는데, 이곳도 비슷합니다. 고사리와 두릅캐러 어르신들이 모두 나가셨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주 장사는 글렀구나 싶습니다.
14시 20분,
오늘도 삼천원과 오천원이 추가로 있는 어르신 댁.
이야기 하지 않고, 쓰지 않아도 어르신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두부 2개, 중멸치 1개'
14시 40분,
"나 지난번에 있지? 이거 받아~"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들은 그 누구보다도 외상값은 철저하게 기억하고 주십니다.
매주 두유를 사시는 어르신이었는데, 오늘을 포함해서 그간 3주동안 얼굴 보기 힘들었습니다. 생전 외출을 하지 않던 어르신, 지난번엔 회관에 잘 계셔서 어떤 연유로 계셨는지 여쭤보니 별 다른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오늘도 회관에서 식사하는데, 안가시냐 여쭤보니 안간다고 하십니다. 어르신도 회관에 가셔서 함께 잘 즐기시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돌아섰습니다.
15시,
오늘은 어르신댁에 보니 앞에 경사로가 설치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발이 불편해서 그간 턱 넘기가 쉽지 않았는데, 군에서 지원받아 진행하였다고 했습니다. 이후 양쪽 손잡이까지 설치되면 완성된다는 경사로. 한 편 어르신은 "이쟈 미끄러워서 못 댕겨" 하십니다. 어르신의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홈을 파내고, 또 다른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어르신께서 다니시는 출입문이 또 다른 큰 장애물이 안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되는 경사로 공사. 조금이라도 편안하시길 바래봅니다.
16시, 늘 북적북적 해할 회관.
여기도 텅 비었습니다. 어디로 가셨을까요.
16시 10분,
어르신댁에 가니 어르신께서 나와계셨습니다. 토방에는 갓 딴 두릅과 미나리가 있었습니다.
"외지에서 다 짤라가버려서 남은것도 없어~"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께선 초고추장과 국수 등을 사셨습니다.
오늘 저녁 반찬은 두릅인가 봅니다.
어르신께 회관에 아무도 없다고 말씀하니, "없으면 저 윗집 가봐~ 거기 다 모여있응께~" 하십니다.
어르신 말씀듣고 그 집으로 갑니다.
16시 20분,
어르신말씀이 딱 맞았습니다. 고스톱 멤버가 여기에 모여있었습니다.
"손주 왔어~? 요구르트 있지~ 여 다 나눠줄랑께, 좀 갖고 와바~" 하십니다.
한 줄 갖다드리니, 손주도 먹어야지? 하시며 더 갖고 와~ 하십니다.
총 3줄 사시곤, 제게 3개를 주시는 어르신. 물건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이 마셔서 어쩌냐고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괜찮다며, 다시 고스톱에 집중하셨습니다.
오늘은 어르신들이 모두 두릅과 고사리, 그리고 밭들 고랑 작업하신다고 마을에 모두 안계셨네요~
내일도 많이 안계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모두 즐거운 기운을 드릴 수 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