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를 꼭 쥐고 고통의 신비를 시작하였다. 부러진 엄지발가락으로부터 올라오는 통증이 심해질수록 더 매달렸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매 맞으시고 손과 발에 못이 박히셨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일은 토요일 밤에 생겼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방바닥에서 미끄러졌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서 곧 일어설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통증이 좀 약해져 일어나 발을 보니, 왼발엄지 발가락이 둘째발가락과 함께 'V'자를 하고 있었다. 오른쪽 발가락과 비교해보면서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자기야 발가락이 이상해" 하면서 남편을 불렀다.
그 뒤에 뒤 따라오는 통증, 발가락이 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곤지암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아다녔다. 토요일 늦은 시간이라 문을 연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광주시에 있는 병원을 가게 되었다. 가는 동안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이 정도여서 감사하다'는 기도와 함께 계속 묵주기도를 하였다.
다행히 문을 연 병원이 있어 그곳의 응급실에서 뼈를 맞추었는데 너무나 아파서 엉엉 울었다. 그 와중에서도 내 손에는 묵주를 들려 있었고 입으로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계속 묵주기도를 하였다.
뼈를 맞추던 의사선생님이 '그대로 붙을 확률이 20%, 수술할 확률이 80%'라고 하셨다. 지금 당장 입원하라는 말씀에 집에 계신 엄마가 너무나 걱정하실 것 같아 월요일에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반갑게 맞이하는 엄마에게 수술을 하게 되면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심난해하시는 엄마에게 걱정이 될 때마다 기도 해달라고 하였다. 일요일 주일미사도 빼먹고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서 조심조심 하다가 월요일에 병원 갈 준비를 하였다.
일요일 밤 12시부터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일어나자마자 물만 마셨는데 약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아 토를 하였다. 물론 먹은 것이 없어 물 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속이 계속 메스꺼워 오라는 아침 시간에 갈 수 없어 오후에 갔었다.
월요일에는 병원 의사선생님과의 약속이 어긋나서, 화요일 아침에 다시 갔다. 입원 수속을 먼저 하고 뼈의 정밀 검사를 위해 CT촬영과 폐 X-RAY을 찍은 다음, '동의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CT 사진을 보시면서 뼈의 상태가 좋아진 것 같은데 엄지발가락이라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하시면서 '동의서'라고 쓴 종이를 꺼내셨다.
뼈에 쇠로 된 심지를 박는데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과 발가락 수술을 위해서는 하반신 마취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척추에 마취약을 넣는다는 것, 그런데 마취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순간 나는 너무나 놀라 "못 하겠다 "고 하였다. " 발가락이 부러진 것도 우연인데 만약 전신 마취를 한다면 그 우연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못 하겠다"고 하였다.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하겠다고 버티니, "그렇다면 발 X-RAY를 한번 더 찍으세요" 라고 하셔서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금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접합이 잘 되었네요. 지금 이 상태로 굳게 하면 되겠어요" 너무나 좋아 박수를 치다가 "그럼 기브스라도 해야 되지 않을 까요?" 라는 나의 말에 "기브스 한다고 손대면 오히려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이 상태를 잘 유지하다가 목요일에 오세요." 라고 하셨다. 이틀 동안 입원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물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허망(?)하게 풀어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앞으로 발 관리를 잘 해야겠지만 '수술하지 않을 20% 확률'에 내가 들어갔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통증이 시작되면서 시작했던 묵주기도가 기적을 일으킨 것 같아 감사드릴 따름이다. 말로만 듣던 그 기적이 내게도 일어났다는 것에 그저 놀랍고 고맙다.
주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다행이네요.
쾌차하시길 빕니다.
그래서 주일 날 얼굴을 뵐수가 없었군요. 너무 무심한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빠른 쾌유 바랍니다. 기도 중에 기억할께요.
감사합니다. ^^
많이 아프셨겠어요..그나마 수술을 안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네요~정말로 주님의 은총입니다~
빠른 쾌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