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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중앙일보·한국교육개발원 교육포럼’ 참석자들. 이기봉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선진화정책관,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 허탁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협의회 회장(사진 왼쪽), 박범덕 서울국·공립고교장회 회장,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김경빈 기자] | |
*시간강사-자살 관련
지방 국립대 시간강사 이모(43)씨는 수업이 끝나는 저녁이면 고등학생에게 영어과외를 한다. 낮에는 대학생, 밤에는 고등학생을 가르친 지 11년째다. 이씨는 2000년 시간강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과외교사가 됐다. 그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씨가 '투잡'을 뛰고 있지만 초등학교 6·2학년 딸과 아들은 피아노 학원만 겨우 다닌다.
그러나 그는 "다른 시간강사들에 비해 수업시간도 많고, 수입도 많은 편"이라고 했다. 시간강사들에게 곧 '보릿고개'라고 불리는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이씨 가족은 공식 수입이 없는 여름·겨울 방학이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학기 중 번 수입으로 나눠 갚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씨는 "대학 강사라는 사람이 과외를 한다는 것 때문에 자괴감이나 굴욕감을 느낀다"며 "과외로 가르쳤던 학생이 대학생이 돼 내 수업을 들을 때는 차마 그 학생이 앉아있는 쪽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고 했다.
대학 시간강사가 '고학력 빈곤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4년제 일반대학 186개교 시간강사의 평균 시간당 강의료는 약 3만6400원이다. 4년제 대학 시간강사는 6만3000여명으로 전체 강의 담당자의 62%에 이른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40만6250원으로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136만원)의 30%에도 못 미친다.
부산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유윤영(42)씨는 2005년부터 일주일에 3시간씩 강의하고 한 달에 55만원 정도 번다. 유씨는 "다른 대학보다 수강료를 많이 주는 편이어서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학원강사로 뛰는 동료 강사도 있다"고 했다.
시간강사에게 저임금보다 더 무서운 건 '고용불안'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작년 8월 현재 시간강사의 계약 기간은 6개월 이내가 88.3%에 달한다.
지난해 부산의 한 사립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시간강사 김모(47)씨는 올해 영문도 모른 채 대학에서 쫓겨났다. 영문학과에서 수업을 폐지해 놓고 김씨에게는 통보조차 해주지 않았다. "상당수 시간강사들은 해고 사유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유모씨는 "오후 8시 반 이후에 강의 시간을 배정해줘 수강생 미달로 강의가 아예 없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시간강사들은 수업배정이나 교수임용 재량권을 쥔 전임교수 앞에서도 고양이 앞에 쥐 신세다. 지방 국립대 시간강사 하재철(48)씨는 "논문 대필을 시켜놓고 논문 심사비까지 대신 내라는 교수도 있다"고 했다. 임성윤(45) 성균관대 시간강사는 "시간강사에서 전임교수가 되는 것은 노비에서 양반 되는 것과 같다"며 "그래서 강사들이 빚을 내 돈을 주고서라도 교수를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교과부는 교수채용 비리와 논문 대필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대학 시간강사 서모(45)씨 사건과 관련해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과부는 서씨와 관련된 대학들에서 유서 내용대로 신규 채용 시 금품 요구와 논문 대필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전문대 교수임용 면접을 본 동료 시간강사에게 학교 측이 따로 전화해 1억원을 요구했다고 하더군요..그 친구는 양심을 못 속여 평생의 목표를 포기했죠”
경북지역 전문대 시간강사 황모(35)씨는 지난 25일 자살한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45)씨의 ’교수 채용대가로 전남 사립대에서 6천만원, 경기도 사립대에서 1억원을 요구받았다.’라는 유서 내용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고 했다.
황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보따리장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서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국의 워킹푸어’, ’교수라 불리는 초단시간 근로자’ 대학 시간강사의 현주소를 서씨가 주검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시간강사들은 입을 모았다.
◇교수되려면 1억원..잇단 채용 비리
지난 2월 전북 군산 서해대학 총장 온모(53)씨가 배임수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온 총장은 교수로 채용해주는 대가로 시간강사 2명에게 1인당 7천만원씩 모두 1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 강진 성화대의 이모(54)총장도 교수채용과정에서 지원자 4명에게 1억원씩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두 총장이 챙긴 돈은 조선대 시간강사 서씨의 유서 내용의 액수와 비슷해 교수직 ’시세’가 형성될 정도로 비리가 만연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채용 시험에 응시했다가 탈락한 시간강사 Y(43)씨는 “교수 채용이 ’한국정치’를 전공한 교수가 퇴임함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학교 측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채용공고를 ’정치학’으로 내 비전공자가 최종합격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H교수가 내부 심사위원 5명 가운데 3명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등 전횡을 저지르고 파벌을 조성하고 있다.”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돈거래는 없을지라도 대학마다 ’내사람 심기’가 심하다는 것이 시간강사들의 토로다.
◇임용 잇단 실패..지식인의 극단적 선택
2003년 5월 서울대 야산에서 이 대학 시간강사 백모(34)씨가 소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백씨는 교수임용에 실패하자 몇 개월 동안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노트북컴퓨터에 “파국을 견디며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날 믿고 격려해 준 가족에게 무책임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유서를 썼다.
2006년 3월에는 6년 동안 독일 유학을 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부산 모 대학 시간강사 김모(35)씨가 교수가 되지 못한 스트레스로 자살했다.
2008년 2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간강사 한모씨가 음독자살하며 “연구업적과 강의경력과는 다른 무언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기 위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라는 유서를 남겨 시간강사들이 직면한 부조리에 대한 절망을 드러냈다.
비정규직 교수노조 관계자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8∼9명의 시간강사가 교수임용에 실패해 자살한 것으로 파악됐고, 알려지지 않은 자살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정규직 확대와 투명한 임용이 관건
부산대에서는 지난해 4월 시간강사 4명이 “학교측이 2000년부터 2007년 1학기까지 기말고사 기산의 강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라며 부산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쥐꼬리 봉급마저 주지 않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비정규직 교수노조에 따르면 4년제 대학기준으로 시간강사가 7만명이고, 복수의 대학에서 강의하는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5만5천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부업 없이 시간강사만 하는 인원은 3만여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천만원 내외로 비정규직 교수노조는 파악했다.
비정규직 교수노조 임순광(39) 사무처장은 “현재 대학들의 평균 법정교원충원률은 60%가량으로 시간강사를 쓰며 7천억원 정도 인건비를 절감한다.”라며 “대학에서 5만명의 시간강사를 정규직으로 더 뽑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수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심사에 참여시키고, 학연.지연에 따른 채용비리를 없애기 위해 다른 학교 출신을 더 많이 선발하는 규정을 대학마다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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