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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날
"암입니다." 진료실에서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환자와 가족의 시간은 둘로 나뉩니다. 진단 전의 평범했던 날들과, 그 이후의 모든 날들로.
어제까지 약속을 잡고 농담을 하던 사람이 어느새 '암 환자'가 되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 순간을 "머리 위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날부터 머릿속은 질문으로 가득 찹니다. 나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수술과 항암은 얼마나 힘들까. 내가 뭘 잘못 살았을까. 그리고 가장 큰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이 암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병원은 수술 날짜와 항암 일정을 알려 줍니다. 그런데 환자가 정말 묻고 싶은 질문들은 아무도 답해 주지 않은 채 남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 지금 내 몸은 어떤 상태일까?
• 이 힘든 치료를 견딜 힘이 내게 있을까?
• 치료가 끝난 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암을 없애는 일과 사람을 살리는 일은 크게 겹치지만, 완전히 같은 일은 아닙니다. 이 책은 그 사이의 빈자리에서 출발합니다.
먼저 같은 자리에서 길을 찾아 나선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이야기 하나. 지팡이를 짚던 폐암 4기 환자, 한 시간을 달리다
50대 여성인 남00 한의사는 몇달 간 지속되는 허리 통증 때문에 찍은 MRI에서 뼈전이 소견이 발견되어, 추가로 찍은 CT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좌측 폐 부위에서 2.9cm 크기의 원발암이 있었고, 장골, 늑골, 척추, 천골, 림프, 뇌에 전이가 된 폐암 4기로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
처음 진단 당시 그녀의 신체 상태는 골전이로 인한 요통과 하지통으로 지팡이에 체중을 의지하지 않고는 보행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뼈로 침투한 암세포들은 뼈를 파괴하는 골 파괴 세포의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시켜 골조직을 빠르게 침식시켰고, 이로 인해 하지 방사통을 유발하였습니다.
현대의학의 표준 종양학적 관점에서는 이처럼 이미 전신 장기로 암세포의 씨앗이 뿌려진 4기 전이암 환자의 치료는 완치가 아니라 생명 연장에 목표를 두는 고식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폐암의 경우, 가능한 환자에게는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를 우선 사용하고, 이에 내성이 생기게 되면 세포독성항암이나 신약을 테스트하는 임상으로 넘어가서 평생 기한없이 항암을 계속하게 됩니다. 신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그 치료 효과는 무진행 생존 기간을 어느 정도 연장할 뿐입니다.
표적치료제의 약효는 약제에 따라 다르지만 복용 후 6개월 정도까지는 암이 줄어들다가, 한동안 유지, 18개월~24개월이 지나면 약에 대해 내성이 생겨 암이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남ㅇㅇ 한의사도 표적치료제와 방사선 치료를 통해 진단 후 3개월 무렵, 뼈전이로 인한 통증이 완화되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이암이 소실되고 원발암이 축소되는 등 초기 6개월은 기존 항암 치료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더 이상의 호전은 없었고 원발암은 작아진 상태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표적치료제 이상의 성과를 원했었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바꾸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하여 ㅇㅇ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겨 식이, 자율신경 조절, 마음치유 프로그램,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복용 후 1년이 지나자 폐 원발 병변이 커지는 내성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다음 과정으로 표적치료제는 유지, 원발 병변은 방사선 치료를 권유하였고, 원발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남ㅇㅇ 한의사가 문형철 치유연구소의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습니다.
암 진단 이후부터 남ㅇㅇ한의사는 정제가공식품, 설탕을 차단하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식이요법, 운동, 마음 치유 등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건강상태가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암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보려는 마음에서 문치연 강의를 들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실천하면서 남ㅇㅇ 한의사는 현재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할 수 있었고, 추천해준 방법을 따라 부족했던 부분을 메꿔가면 암을 다스리면서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바꾸어 나갔습니다.
1. 비움 : 정제가공식품, 설탕, 유당은 차단했지만, 식이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았습니다. 암세포의 당대사를 차단하고 염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일단 만나 7/7 단식 2회 실천하고, 그후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병행하면서 케톤식, 발효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습니다.
2. 채움 : 비타민B, B3, D, 타우린, 글리신, 가바, 아연, 마그네슘을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깊은 잠에 들 수 있었고 교감신경 흥분상태가 줄어들었습니다.
3. 미생성 운동 : 그간 해왔던 운동(걷기, 가벼운 등산)이 미토콘드리아를 재생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위한 중고강도 운동 – 런닝 1시간, 최대 10키로 목표 - 을 시작했습니다.
4. 근막풀기 : 러닝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먼저 골 전이 주변 근육과 전신 근막이 굳고 뻣뻣해져 통증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을 미니 진동건과 폼롤러를 활용하여 굳어 있던 결합 조직을 풀면서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내부의 윤활액 순환을 촉진시켰습니다
5. 미주신경자극 전침요법과 등 스트레칭으로 콜린성 항염증 경로를 자극하여 염증과 통증을 제어했습니다.
6. 중심체온 올리기 : 고열에 취약한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주 2회 고주파, 매일 40분 온열요법, 사우나 등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7. 고농도 비타민C 정맥 주사 주 3회 시행했습니다.
8. 마음 다스리기 : 명상, 기도, 놓아버림, 집단치유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폐암 4기 뼈 전이라는 절망적인 판정을 극복하고 지팡이 없이 시속 8km로 들판을 달리는 남00 한의사의 임상 사례는, 무모한 독성 약물 폭격 대신 전신 체력을 보존하고 정상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생태계를 부활시키는 대사 치료가 말기암 완치를 향한 가장 확실하고 과학적인 생물학적 열쇠임을 명확히 증명해 줍니다.
이야기 둘. 유방암 3기, 온 가족이 함께 내린 어려운 선택
지00 님은 약 20년 전, 대학병원 세 곳을 돌고 돌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마다 건넨 처방은 비슷했습니다. 유방을 부분 또는 모두 절제하고, 겨드랑이 림프절을 넓게 도려내고, 독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이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단, 림프절을 모두 떼어 내면 평생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 집안에는 유독 암이 많았습니다. 고모 여섯 분이 모두 암을 앓았고, 할머니와 그 형제분들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고민도 깊었습니다.
지00 님과 한의사인 동생은 현대 면역학과 분자생물학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목숨을 건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술도, 항암제도, 방사선도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대신 침과 뜸, 한약, 그리고 등산 같은 운동으로 몸 전체의 에너지 대사와 면역 환경을 다시 세우기로 했습니다. 표준 치료의 이익과 위험을 저울질한 끝에, 한 가족이 함께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7년이 넘는 관리 동안 동생 지 원장님은 침과 뜸, 한약, 발효식, 운동을 함께하며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운동의 힘이었습니다.
• 산에 올라 땀을 흠뻑 흘린 날에는 손으로 만져지던 유방의 멍울이 눈에 띄게 작아지고, 조직이 부드러워졌습니다.
• 산에 가지 못하고 가만히 지낸 날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에는 멍울이 단단해지고 커졌습니다.
이 경험으로 지 원장님은 암 환자가 몸을 조심스레 모셔 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활기차게 몸을 쓰는 운동이 암 관리의 핵심 기둥이라는 것입니다.
이 환자가 7년 넘게 삶의 질을 지키며 병의 진행을 눌러 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우리는 '시작한 시점'을 꼽습니다. 수술과 항암의 독성으로 체력이 무너지기 전에, 진단 직후부터 곧바로 중강도 이상의 운동과 대사 관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골수가 억제되고 위장 점막이 상하면 영양을 흡수하기 어려워집니다. 근육이 녹아내리는 '암성 악액질'에 빠지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운동(주 150분 이상)을 해낼 체력 자체가 바닥납니다. 반면 지00 님은 온전한 체력으로 매일 산을 오를 수 있었고, 운동으로 체온이 오르는 효과도 더해졌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두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나라면 선뜻 고르지 못했을 길"이라고 느끼셨을 수도 있고,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드셨을 수도 있습니다.
두 분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남00 한의사는 표준치료를 받으며 생활을 바꾸었고, 지00 님은 표준치료 대신 생활을 바꾸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런데도 두 이야기에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 식사로 몸속 대사 환경을 바꾸었습니다.
• 몸을 꾸준히 움직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힘 자체를 길렀습니다.
운동은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기능을 늘리는 대표적인 자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케톤 식이와 발효식은 혈당과 염증 환경을 바꾸는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통점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이야기는 소중하지만, 각각 한 사람의 경험입니다. 잘된 이야기는 쉽게 알려지고 그렇지 못한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 '선택 편향'도 있습니다. 암의 종류와 진행 속도에 따라 치료 없이도 오래 지내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방법이 다른 분께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두 사례를 병원 치료를 받지 말라는 근거로 쓰지 않습니다.
다만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암을 없애는 일만이 아니라, 암이 자라는 몸의 환경과 세포의 에너지 공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과연 치료의 1순위가 될 수 있을까? 식습관과 운동만으로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첫걸음으로, 암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암세포는 오늘도 우리 몸에서 태어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몸속에서는 암세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놀라셨나요?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생명이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세포가 쪼개지고 또 쪼개져 약 36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몸이 되었고, 지금도 매일 수천억 개의 세포가 사라지고 새로 교체됩니다. 세포가 하나 나뉠 때마다 30억 쌍이 넘는 DNA 글자를 통째로 베껴 쓰는 작업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이 필사를 100%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습니다. 오탈자가 생기고, 그 오탈자가 쌓인 세포가 암세포의 씨앗이 됩니다.
그래서 암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행이 아닙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와 함께 자라 온 그림자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그 그림자의 일생, 곧 암의 생(生)·노(老)·병(病)·사(死)를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몸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림자가 있다고 해서 매일 암 환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몸이 쉬지 않고 그 그림자를 지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어는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세포 자체에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손상된 DNA를 고치는 수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고칠 수 없으면 p53 같은 유전자가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하거나 분열을 멈추게 합니다. 이 첫 관문을 빠져나온 이상 세포는 면역계가 맡습니다. 이것을 면역감시라고 부릅니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선천 면역의 NK세포입니다. NK세포는 사전에 학습할 필요 없이, 암세포가 흔히 잃어버리는 '자기 표식(MHC class I)'이 사라졌거나 스트레스 신호를 내는 세포를 곧바로 알아보고 공격합니다. 수지상세포는 직접 싸우기보다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죽은 암세포의 조각을 삼켜 그 안의 비정상 단백질 정보를 T세포에게 보여 줌으로써 본격적인 공격 명령을 내립니다. 이 정보를 받은 T세포, 특히 세포독성 T세포는 암세포 표면에 제시된 돌연변이 단백질 조각(신생항원)을 알아보고 해당 세포를 정확히 제거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암-면역 주기'라고 하며, 한 번 기억된 표식은 이후에 더 빠르게 처리됩니다.
이 방어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면역 기능이 약한 실험쥐는 암이 더 잘 생기고, 사람에서도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쓰는 환자나 HIV 감염자는 일부 암의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집니다. 또한 T세포의 브레이크를 푸는 면역관문억제제가 일부 환자에서 오래 지속되는 반응을 보인 것은, 암을 알아보고 공격할 수 있는 T세포가 이미 몸속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성과로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암은 왜 생길까요? 암은 방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어를 피하는 법을 터득한 세포가 살아남아서 생깁니다. 이를 면역편집이라고 하며 세 단계로 설명합니다. 제거(elimination) 단계에서 대부분의 이상 세포가 사라지고, 평형(equilibrium) 단계에서는 면역계가 살아남은 세포를 오랫동안 억누르며, 탈출(escape) 단계에서 면역을 피하는 세포가 자라나 종양이 됩니다. 탈출한 암세포는 PD-L1로 T세포를 무력화하거나, 표식을 감추거나, 주변에 면역을 억제하는 환경(조절 T세포, 저산소, 치밀한 조직)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크게 앓지 않고 지나온 날들의 상당 부분은 이 이름 없는 군대가 조용히 이긴 덕분입니다.
세포들은 서로를 돕기도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세포 사이에 '터널링 나노튜브'라는 가느다란 통로가 생기고, 이 길로 미토콘드리아가 이웃 세포에게 건너간다고 합니다. 에너지가 바닥난 이웃에게 발전소를 나눠 주는 셈입니다. 또 세포는 '세포외소포'라는 작은 주머니에 신호와 물질을 담아, 받을 사람을 정하지 않고 기부하듯 몸 곳곳에 흩뿌립니다.
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남겠다.“
부검대 위에서 발견된 불편한 질문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생전에 암 진단을 받은 적 없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몸을 살펴보았더니, 상당수에서 이미 암세포가 발견된 것입니다. 연구마다 대상과 방법이 달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몇 가지는 반복해서 확인됩니다.
• 전립선암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늘어, 80세 이상 남성의 약 절반에서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갑상선 유두암은 부검 메타분석에서 약 12~13%에서 확인되었고, 나이와 상관없이 비슷한 비율이었습니다.
• 일본에서 66년간 약 81만 명의 부검 기록을 분석한 연구(JAMA Network Open, 2025)에서는, 숨어 있던 전립선암과 갑상선암이 생전에 진단된 경우보다 각각 6.9배, 60배 더 많이 발견되었고, 일부는 이미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암세포를 가지고도 증상 없이 평생을 살다 간 사람이 이렇게 많다면, 암은 어쩌면 노화의 한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암이 그렇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부검에서 발견되는 암 대부분은 작고 느리게 자라는 종류이고, 빠르게 퍼지는 악성 암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또다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암세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 병이 되는 것은 아니며, 암세포와 조용히 공존하는 몸이 실제로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암세포를 가졌는데 어떤 사람은 평생 조용하고, 어떤 사람은 폭발하듯 병이 깊어집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이 책이 따라가려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씨앗과 토양: 암은 어떻게 폭발하듯 자라는가
먼저 마음의 짐부터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를 탓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현대인의 생활은 세포가 사는 동네를 조금씩 황폐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 가공식품으로 채운 식탁, 하루 열 시간 넘게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자세, 끝나지 않는 스트레스와 모자란 잠이 그렇습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몸속에 '만성 염증'이라는 연기가 서서히 차오릅니다.
암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암을 씨앗과 토양에 빗대어 왔습니다. 유전자 변이는 씨앗이고, 염증이 쌓인 주변 환경은 토양입니다. 씨앗만 있다고 싹이 트지는 않고, 토양이 척박하다고 해서 곧바로 열매가 맺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변이가 어느 선을 넘고 염증 환경도 한계를 넘는 순간, 두 요인이 만나 증식이 폭발하듯 시작됩니다. 몇십 년간 눌려 있던 용수철이 한꺼번에 튀어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암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유전자 중심 - 핵 속 DNA에 돌연변이가 쌓여 생기는 병 - 변이를 찾아 겨누는 표적치료제 발명
환경 중심 - 미토콘드리아 기능, 염증, 혈당, 산소, 면역이 어우러진 세포 환경의 문제 - 나이 든 정상 조직에서도 암 관련 변이가 흔히 발견되지만 모두 암이 되지는 않는다는 연구들 축적
DNA가 세포의 설계도라면, 미토콘드리아는 그 설계도를 실행할 에너지를 만들고 세포의 생존과 죽음 신호를 다루는 발전소입니다. 많은 암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에너지 대사가 달라져 있다는 관찰이 있습니다. 또 핵과 세포질의 조합을 바꾸어 본 일부 세포·동물 실험에서는, 핵이 병들어 있어도 건강한 세포질 환경에서는 정상 세포로 기능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밝힙니다
암에 대한 학계의 주류 이해는 아직 체세포 돌연변이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와 환경 중심의 관점은 아직 주된 암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지금도 논쟁 중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 관점을 확립된 사실이 아니라, 치료의 방향을 일러 주는 유력한 가설로 다루고 근거의 수준을 그때그때 표시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관점에는 쓸모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은 식사, 공복, 운동, 수면에 반응한다는 연구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가설의 결론이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환자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 암치료가 이룬 것, 그리고 남겨 둔 것
먼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현대 종양학은 인류가 이룬 가장 치열한 성취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술은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도려내고, 방사선은 병소를 정밀하게 겨누며, 항암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합니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나와, 예전에는 길이 없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시간을 열어 주었습니다. 조기에 발견된 많은 암이 치료되고, 진행암도 생존 기간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특히 초기 암의 크기를 줄이는 데에는 지금의 표준치료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 책은 표준치료를 부정하는 책이 아닙니다.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다만 그 이면에는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항암제와 방사선은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지 못합니다. 구토, 골수 억제, 손발 저림, 극심한 피로, 면역 저하 같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예정대로 마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치료 중에 쇠약해진 몸이 오히려 다음 치료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치료를 마친 뒤에도 재발과 전이에 대한 불안은 일상을 오래도록 따라다닙니다.
의학의 눈이 "저 세포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에 모이는 동안, 치료를 견디는 몸과 치료 이후의 몸, 암과 함께 살아가는 몸에 대한 질문은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이 빈틈이 지금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중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같은 진단, 같은 치료, 다른 결과
그래서 치료가 끝난 뒤의 삶은 사람마다 크게 갈립니다.
• 어떤 분은 암을 제거했다는 안도감에 예전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돌아가고, 전이암으로 다시 만납니다. 씨앗은 뽑았지만 토양은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 어떤 분은 항암치료와 수술의 후유증으로 체력이 바닥나 운동은 꿈도 못 꿉니다. 움직이지 못하면 근육이 줄고, 근육이 줄면 대사와 면역이 더 약해져 재발의 문이 열립니다.
• 어떤 분은 생활을 뿌리부터 바꿉니다. 식탁을 새로 차리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암 이전보다 더 건강한 새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앞에서 만난 두 분은 바로 이 세 번째 길을 걸은 분들입니다.
없애려는 마음에서,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암세포는 바깥에서 쳐들어온 적이 아닙니다. 내 몸의 세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 온 것이고, 같은 암이라도 종양 안에는 성격이 서로 다른 세포들이 섞여 있습니다. 치료에 약한 세포가 먼저 사라지면 치료에 강한 세포가 남아 자리를 넓히는데, 이것이 재발과 약제 내성의 한 원인으로 여러 연구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치료 후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다시 깨어나는 암세포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제거한다"는 목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늘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종양학 안에서도 이 한계를 받아들이는 흐름이 자라고 있습니다. 암을 한 번에 박멸할 전쟁이 아니라 오래 관리할 만성질환처럼 다루자는 관점이 있고, 약을 최대한 세게 쓰는 대신 종양이 통제되는 선에서 공존하며 내성이 생기는 속도를 늦추자는 '적응요법(adaptive therapy)' 연구도 있습니다.
암세포를 미움의 대상으로만 두면 질문은 "어떻게 죽일 것인가"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이 세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환경에서 힘을 잃는지를 물으면 질문이 넓어집니다. 염증, 혈당과 인슐린, 산소, 면역 같은 몸의 환경이 종양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쌓이고 있습니다. 세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치료의 선택지를 넓히는 일입니다.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두 개의 의학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몸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현대의학
병을 부위와 원인으로 좁혀 정의하고, 표준화된 치료를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검증합니다. 종양을 정확히 찾아 줄이는 데 가장 강합니다. 하지만 병을 좁게 보는 사이 환자 전체의 상태가 시야에서 멀어지기 쉽습니다.
한의학
몸 전체의 균형과 회복력, 몸과 환경의 관계를 보며 사람마다 다른 상태를 조절해 온 오랜 경험이 있습니다. 치료를 견디는 몸을 만들고 치료 후 회복을 돕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경험과 해석에 기대는 바람에 검증과 재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암이라는 큰 난제 앞에서 두 의학은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 맡은 역할이 다른 사이입니다. 종양을 빠르게 줄여 시간을 버는 일은 현대 의학이 맡습니다. 그 곁에서 몸의 환경을 돌보고, 암세포의 기세를 꺾고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늘려 환자의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일은 한의학이 거듭니다. 그리고 그 거듦을 현대 과학의 언어로 검증받는 것. 이 책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암세포와 함께 살아가는 법
'암세포와 더불어 산다'는 말은 치료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환자가 가장 절실하게 묻는 세 가지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일입니다.
1. 수술, 항암, 방사선을 받는 동안 몸의 힘을 어떻게 지킬까?
2.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온전히 얻으려면?
3. 치료가 끝난 뒤 재발과 전이의 불안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이 책은 기존 치료의 장점과 한계를 먼저 정리합니다. 그다음 앞의 두 이야기에서 본 두 기둥, 곧 식사로 몸속 환경을 바꾸는 일과 운동으로 미토콘드리아를 길러 내는 일을 중심에 둡니다.
• 운동은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기능을 늘리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정리하는 과정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 환자의 체력과 삶의 질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탄탄합니다.
• 케톤 대사를 이용한 식이는 혈당과 인슐린을 낮추어, 포도당에 크게 의존하는 암세포를 압박한다는 최신 논문 결과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식이만으로 암세포가 사라지지는 않으며, 암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 대사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고농도 비타민C, 온열치료처럼 함께 쓰이는 방법도 다룹니다. 무엇이 확인되었고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구분해서 소개합니다.
여기에 세포가 스스로 청소하도록 돕는 공복, 부족한 영양소 채우기, 마음의 안정을 더한 틀이 '건생병사 5과제 - 차단 · 비움 · 채움 · 재생 · 평화'입니다.
이 책이 근거를 다루는 세 가지 약속
허준은 당대에 흩어져 있던 의서들을 모아 『동의보감』이라는 하나의 길잡이를 만들었습니다. 이 책이 오늘의 시대에 그런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암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환자와 가족은 무엇이 믿을 만한지 가려낼 방법이 없어 막막합니다. 그래서 세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1. 근거의 수준을 숨기지 않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관찰연구, 세포·동물 실험, 임상 현장의 경험을 서로 다른 무게로 구분해서 설명합니다.
2. 한쪽만 부풀리지 않습니다. 표준치료든 대안적 접근이든 장점과 한계를 함께 소개합니다.
3. 헤매지 않도록 정리합니다. 최신 연구를 편향 없이 모아, 지금 시점에서 가장 나은 치료법과 관리법의 조합을 제시합니다.
이 책의 여정: 암의 일생을 따라서
이 책은 암의 일생과 치료법을 따라 네 개의 부로 이어집니다.
1부. 암에 대해 알기
암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마다 달라져 왔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종양이 사방으로 뻗은 모양이 게를 닮았다 하여 '게'라 불렀습니다. 현미경이 나오면서 '비정상 세포의 덩어리'가 되었고, 20세기 후반에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병', 오늘날에는 세포가 자라는 환경까지 함께 보는 병으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1부에서는 암의 정의와 분류, 수백 가지 얼굴 속에 숨은 공통된 특징을 쉽게 풀어 드립니다.
2부. 기존 치료의 한계
진단, 3대 치료, 그리고 그 이후를 짚습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치료가 필요한 암은 아니고, 발견했을 때 이미 멀리 퍼진 암도 있습니다. 수술·항암·방사선의 장점과 한계도 살핍니다. 마지막은 치료 이후의 빈자리입니다. 병원 문을 나선 뒤의 삶이 재발과 회복을 가르는데도, 이 구간은 우리 의료 현장에서 거의 비어 있습니다.
3부. 대안 제시
이 책의 심장입니다. 염증을 줄이고 암세포의 에너지 공급을 흔드는 식단, 치료 중인 분부터 일상으로 돌아온 분까지 각자의 체력에 맞춰 단계별로 강도를 올리는 운동법, 진단이라는 폭탄이 남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마음 치료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몸에 가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에 압박을 주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4부. 고통 없이 편안한 마무리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모든 여정이 같은 결말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잘 사는 법'뿐 아니라 '잘 마무리하는 법'도 이야기하려 합니다. 통증을 줄이고 존엄을 지키며,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삶의 마지막 시간을 두려움과 고통보다 평온으로 채우는 길을 다룹니다.
그림자와 함께 걷는 법
이 책을 펼치신 분은 지금 암을 앓고 계신 분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는 가족일 수도,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자리에 계시든, 이 책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방법이 맞는 걸까?" 하는 막막함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 드렸으면 합니다. 병원에서 시들어 가는 붙박이 환자가 아니라,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암은 두려운 병이지만, 두려움이 판단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진단을 받은 직후에는 누구나 서두르고, 누구나 흔들립니다. 그럴수록 표준치료의 장점과 한계를 정확히 알고, 내 몸 상태에 맞는 치료와 관리 방법을 고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병원 치료를 대신하자는 책이 아닙니다. 진단을 받으셨다면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적절한 시기에 표준치료를 받으시고, 식이·운동·보충제 관리는 이 책이 제시하는 이정표에 따라 실천해 주세요. 어떤 방법도 한 가지로 모든 환자를 구할 수는 없고, 암은 한두 가지 방법으로 한 번에 무찌를 수 있는 적이 아닙니다.
다만 암을 마주한 환자가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만 머물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비우고, 무엇으로 채우고, 어떻게 움직이고,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지는 여전히 환자 자신의 몫입니다. 그 몫이 치료를 견디는 힘과 치료 이후의 삶의 질을 바꿉니다.
암은 우리가 태어난 날부터 곁에서 자라는 그림자입니다. 없애려고만 하면 평생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하지만, 그림자가 어디서 오고 언제 길어지며 언제 잠잠해지는지 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몸은 지금도 최선을 다해 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몸을 도울 차례입니다.
자, 이제 암의 일생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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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생많으셨습니다, 학술국장님
책 제목, 암의보감?!?! 제안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