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1840-1893)의 작품중에서도 일반에게 가장 널리 애호되고 있는 것은 그의
교향곡과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의 이른바 3대 발레음악일
것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을 표방한 「5인조그룹」과는 달리 서유럽쪽의
음악에 경도하였으나, 그의 작품에는 숨이 긴 아름다운 선율과 그 멜로디의 밑바탕에는 항상
슬라브 민족 특유의 우수 어린 서정미가 깔려있어 지금까지도 러시아 음악을 대표하고 있다.
1875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작곡 위촉으로 완성된 「백조의 호수」는 그의 발레음악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오늘날 발레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지만, 초연당시에는 안무와
무대장치의 빈약 등으로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비창 교향곡」 초연 때 실패했듯이 이 작품도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이 공연의 결과에 충격을 받은 차이코프스키는 다음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작곡하기까지
십 수년 동안 일체의 발레곡을 쓰지 않았지만, 작곡자의 사후 이듬해에 상연되었을 때는 이
작품의 진가가 인정되어 지금은 세계발레단의 중요 레퍼터리로 간주되는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발레의 이야기는 독일 중세의 전선에 의한 것으로 왕자 지그프리트의 성년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시작한다. 축제가 끝난 뒤 친구들은 왕자에게 백조 사냥을 가자고 권유한다.
지그프리트는 산속의 호수에서 왕관을 쓴 한 마리의 백조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 할 때 백조는
갑자기 아름다운 처녀로 변신하여, 그녀는 어느 나라의 공주인 오데트이며, 악마의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되어 밤에만 사람모습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마법은 순수한 사랑의 힘에
의해서만 풀 수 있다고 말한다. 오데트에 대한 애정을 품은 왕자는 다음날 신부를 선택하는
무도회에서 오데트로 가장한 악마의 딸을 선택해 버린다. 그러자 돌연 주위가 암흑으로 변하고
악마와 그 딸은 조소하며 도망쳐 버린다. 왕자와 공주는 이세상에서는 영원히 맺어질 수가
없음을 알고 두 사람은 호수에 빠진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 두 사람의 사랑의 힘으로 마법이
풀리고 백조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했던 것이다.
이 「백조의 호수는 그동안 연주회용으로 편곡한 발췌곡들만 레코드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84세를 일기로 작년에 타계한 안탈 도라티가 현재 미국의 미네소타 관악단의 전신인
미네아폴리스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있을 때 녹음한 전곡판이 이번에 국내에서도 레코드로
발매된 것은 얼마전의 「호두까기 인형」 전곡판의 발매와 함께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라티는 흔히 교향곡의 대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의 「백조의 호수」 역시
전성기 때의 지위로 발레음악에서도 거장다운 뛰어난 솜씨를 보인 명반으로 클래식 팬들의
귀중한 애장판이 될 것이다.
- ‘서상중’의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
https://youtu.be/9rJoB7y6Ncs?si=Odm3HfvWrGDNz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