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35
천자문224
동봉
0809배부를 포飽Satiated
0810물릴 어飫Eat one's fill
0811삶을 팽烹Boil
0812재상 재宰Premier
바오위펑짜이饱饫烹宰baoyupengzai
-배부르면 고기반찬 싫증이나고-
(배고프면 조강밥도 최고의진미)
배가 부를 때에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그 맛을 모름을 포어팽재飽飫烹宰라 합니다
포어飽飫는 물리도록 먹는다는 뜻이고
팽재烹宰는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며
희생犧生을 잡아서 삶는 일이고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을 때입니다
탄자니아 동북부 킬리만자로에서였습니다
현지인들은 쌀로 밥을 지으면서도
밥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불을 지핍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산악인들을 만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름다운동행에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부지와
함께 기증한 킬리만자로의 사찰 부지는
해발 2,000고지를 훌쩍 넘기는 고도입니다
이 정도의 고지는 대한민국에는 없습니다
북녘땅에는 백두산이라도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지리산 한라산이 높다 해도
겨우 1,950m이하에서 머물 뿐입니다
킬리만자로 마랑구 게이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900m를 가면 부지가 나옵니다
무릇 2,065고지의 사찰 부지에는
우선 아쉬운대로 쉴 돌벽돌 함석집이 있습니다
밥을 지을 때 식용유를 두르지 않으면
산소가 평지보다는 약간 모자라는 까닭에
밥물이 끓기는 끓어도 골고루 익지 않습니다
늘 식용유와 함께하는 식사 때문에
속은 항상 느글거림으로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으로부터 어느 불자님이
김치, 미역, 김, 순창 고추장을 보내왔습니다
나는 짐을 풀다가 고추장을 보고
숟가락과 커다란 머그잔을 들고 왔습니다
우선 서너 숟가락을 퍼 머그잔에 담고
킬리만자로 정상으로부터 30km를 달려온
산골물을 길어 잔에 붓고 휘휘 저었습니다
그 다음에는요?
으레 벌떡벌떡 들이켰지요
그렇게 석 잔을 마시고서야 잔을 놓았습니다
아! 얼마나 속이 니글거렸으면
얼마나 한국의 음식이 그리웠으면
고추장과 물을 거의 2 : 1로 섞어 마셨겠습니까
웬걸, 문제는 그로부터 1시간 뒤였습니다
부글거리는 배를 가눌 수 없었고
매움 때문에 창자가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환장換腸은 창자가 뒤집어진다는 뜻인데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 아니라
이미 환장한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사나흘을 나는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장이 꼬임換腸 때문이기도 했지만
고추장 똥을 누고 고추장 오줌을 누면서
요도와 항문의 그 매운 아픔이란
내가 아무리 60권 가까이 책을 쓴 사람이지만
도저히 글로써는 다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나는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이라 의료보험이 되지 않겠지만
우선 병원에 갈 여유가 내게는 없었습니다
뭐든지 지나친 것은 병이 됩니다
고추장 똥과 고추장 오줌 사건으로 인해
나는 절제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불교의 계율戒律이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하지 말라'라기보다 자기 절제의 예술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야말로
계율이고 절제며 삶의 예술이고 수행입니다
0809배부를 포飽Satiated
배부를 포飽 자는
밥식변飠의 꼴소리 문자입니다
먹다와 음식의 뜻을 지닌 밥식변飠부수와
소릿값이면서 부풀어 커지다의 뜻을 가진
쌀 포/꾸러미 포包로 이루어졌습니다
만족하게 먹다, 만족해 하다의 뜻입니다
이 배부를 포飽 자에 담긴 뜻은
1. 배부르다, 속이 꽉 차다
2. 옹골차다, 옹골지다, 내용이 충실하다
3. 물리다, 만족하다, 가득 차다
4. 착복하다 등이 있고
5. 배불리, 충분히, 족히 따위입니다
배부를 포飽 자와 관련된 글자로는
饱 : 배부를 포의 간체자와
䭋 : 배부를 포와 같이 쓰이는 자가 있고
飢 : 주릴 기 자처럼 상대 글자도 있습니다
包 : 쌀 포/꾸러미 포
抱 : 안을 포/던질 포
胞 : 세포 포/여드름 포 자 등이 있습니다
0810물릴 어飫Eat one's fill
물릴 어飫 자는 '배부를 어'로도 새깁니다
밥식변飠의 역시 꼴소리 문자입니다
음식, 먹다의 뜻을 지닌 밥식변飠부수와
소릿값에 해당하는 일찍 죽을 요夭 자가
서로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일찍 죽을 요夭 자는 이 외에 '어릴 요'와
어린아이 오/땅 이름 옥/예쁠 외가 있습니다
일찍 죽을 요夭 자는 하늘 천天 자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있습니다
천天 자는 위의 한 일一 자가 반듯한데
요夭 자는 위의 한 일一 자가 기울었습니다
끝이 올리간 게 아니라 아래로 처졌습니다
하늘을 받치는 위의 들보가 기울어졌으니
이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음식을 먹다 과식으로 죽게 되는 것을
옛날에는 배부를 어/물릴 어飫라 했습니다
'물리다' 라는 말은 질리다의 뜻입니다
얼마나 많이 먹으면 "배불러 죽겠다" 했으며
"배 터져 죽을 것만 같애"라 했겠습니까
과식을 한다 해서 곧바로 죽는 일은 없지만
오랫동안 과식하다 보면 목숨을 재촉합니다
과식하는 사람 치고 건강이 좋을 리 없고
오래도록 장수하는 이들을 조사해보면
위胃의 70%를 넘지 않게 먹는 이들이랍니다
과식하면 일찍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요, 어린이 오, 땅이름 옥, 예쁠 외 등은
상황에 따라 그렇게 새기기도 하겠지만
요夭의 대표적 풀이는 바로 요절夭折입니다
물릴 어飫 자에 담긴 뜻은
1. 물리다
2. 실컷 먹다
3. 배부르다
4. 편안히 먹다
5. 주다
6. 주연, 술잔치
7. 잔치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饫 : 물릴 어 자의 간체자
秗 : 물릴 어 자의 옛 글자
0811삶을 팽烹Boil
삶을 팽烹 자는 연화발灬 부수입니다
획수는 총11획이며 뜻모음會意 문자입니다
솥의 모양, 삶음의 뜻인 삶을 팽亨과
불의 뜻을 지닌 연화발 灬의 합자입니다
솥에 불을 때서 삶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지요
삶을 팽亨은 연화발이 없어도 '삶을 팽'인데
이 새김 외에 형통할 형/드릴 향이 있습니다
이 삶을 팽烹 자가 담은 뜻은
1. 음식물을 삶다
2. 삶아지다
3. 삶아서 죽이다
4. 쇠붙이를 불리다
5. 요리, 익힌 음식
6. 삶아서 죽이는 벌罰 등을 가리킵니다
삶을 팽烹 자와 관련된 글자로는
享 : 삶을 팽/누릴 향
亨 : 삶을 팽/형통할 형/드릴향
亯 : 삶을 팽/형통할 형/드릴 향
烹 : 삶을 팽
煮 : 삶을 자
煑 : 삶을 자
濡 : 삶을 이/적실 유/편안할 여/머리 감을 난
臑 : 삶을 이/파꿈치 노/팔뼈 유
洏 : 삶을 이
胹 : 삶을 이
濩 : 삶을 확/퍼질 호
爓 : 삶을 섬/불꽃 염
燖 : 삶을 심/삶을 섬
燅 : 삶을 심/삶을 섬
燂 : 삶을 심/사를 담/무를 철
鬺 : 삶을 상
烀 : 삶을 호
䐶 : 삶을 잠
缹 : 삶을 부
䰞 : 삶을 자/삶을 저
熓 : 삶을 오
腤 : 고기 삶을 암 자 등이 있습니다
나는 삶을 팽烹 자를 볼 때마다
<관음시식문>의 '다게茶偈'가 떠오릅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백초임중일미신百草林中一味新
조주상권기천인趙州常勸幾千人
팽장석정강심수烹將石鼎江心水
원사망령헐고륜願使亡靈歇苦輪
ㅡ《석문의범釋門儀範》卷下73쪽ㅡ
온갖풀과 나뭇잎중 싱그러운 차맛이여
조주스님 차권하기 몇천이고 몇만인가
강심수를 길어다가 돌솥에서 우린차니
이차들고 가신이여 고통윤회 쉬옵소서
ㅡ동봉 옮긴《일원곡一圓曲》에서ㅡ
0812재상 재宰Premier
재상 재宰 자는 관료의 수장을 뜻하지요
갓머리宀 부수의 꼴소리 문자입니다
집, 집 안의 뜻을 지닌 갓머리宀 부수와
소릿값으로 관장管掌의 뜻을 드러내기 위한
매울 신辛 자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임금 곁에서 수라와 궁중 요리를 비롯하여
그 밖의 허드렛일을 관장하는 이의 뜻이지요
다시 말해 환관宦官의 경우라 하겠습니다
환宦 자가 벼슬 환宦 자이기는 하지만
궁안宀의 일을 맡아보는 신하臣를 말합니다
일반 가정으로 치면 집안일을 맡은 사람이니
안內사람人으로 아내요 여인에 해당하지요
지금이야 안팎이 모두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
똑같이 바깥에서 활동을 하는 까닭에
안에서 집안일을 하는 안사람과
바깥에서 바깥 일을 하는 바깥사람이
반드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예전에는 여자들이 바깥 일을 하지 않았고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집안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궁중에서도 임금 주변에서 시중드는 사람은
오직 남자는 남자로되 거세된 남자로서
궁중에서 사역하는 내관內官이고
궁문을 지키는 수위守衛들이었으며
임금의 명을 전하는전명傳命이었고
왕의 출행시에 수행隨行하는 비서였습니다
나중에 주관의 뜻에서 의미가 변하여
벼슬아치의 수장首長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이 재상 재宰 자에 담긴 뜻은
1. 재상宰相
2. 가신家臣, 우두머리
3. 벼슬아치, 관원
4. 요리사
5. 주재자
6. 무덤, 분묘
7. 주관하다, 다스리다, 도살하다
8.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얇게 베어 내다
9. 고기를 저미다, 썰다 등입니다
재상은 일본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등의
수상首相을가리키는 말로서
대통령 중심제의 국무총리보다 격이 높습니다
수상이 전권을 행사하는 까닭에
대통령제의 대통령과 같은 권리를 지니지요
따라서 한자에서도 재생 재宰 한 자뿐입니다
관련된 글자를 보면 재상 재宰 자 외에
'재상 상相' 자가 있기는 있습니다만
재상 상相 보다는 '서로 상相'으로 새깁니다
그런데 정말 재상을 뜻하는 글자가
재상 재宰 자밖에 없을까요
위의 재상 재宰와 재상 상相 외에도
丞 : 정승 승/도울 승/나아갈 증
㞼 : 정승 승/도울 승/나아갈 증
公 : 제후 공/공평할 공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 프리미어Premier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매울 신辛 자의 뜻은
괴롭다, 고생하다, 슬프다, 살생하다 외에
맵다, 독하다, 새롭다, 새 것, 매운 맛,
여덟째 천간天干, 허물, 큰 죄 등과
종, 하인, 노예, 노비, 죄인 등의 뜻으로서
집안宀에 종辛을 많이 거느린 사람으로 풉니다
그런데 나는 달리 해석합니다
재상 재宰 자를 보면 하늘宀 아래에서
가장 힘든辛, 고생하는辛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하인들이나 부리며 고생이 무엇인지 모른 채
녹을 거저 먹는 재상은 재상이 아닙니다
지금은 총리나 장관이나 또는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나 나랏일을 하는 분들은
한결같이 청렴한 분들로 뽑았으니
설마 위와 같은 해석이 나오지는 않겠지요?
10/04/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