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변 몇 군데에서 볼 수 있는 모과 나무의 열매가 노르스럼한 빛깔로 농익어가고 있다.
모과의 모양에서, 그 은근한 색상에서, 가난하지만 고결한 어느 아낙네의 모습을 불현듯 떠올리게 한다. 꾸밈이 없고 요란하지 않은, 그러나 함부로 대하지 못할 여인의 정절, 그 고고한 품격을 느끼게 한다.
모과 나무는 천년 이상을 산다고 하여 장수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모과 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한다. 한자로 쓸 때에 모는 '나무 목'이 되고, 과는 '오이 과'가 된다. 중국식 발음에 따라서 모과라고 우리가 부르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껍질이 나무처럼 단단하고 모과의 모양이 마치 참외같다고 하여 한자로는 '오이 과'를 쓴 모양이다. 그 과가 참외라는 뜻도 있다고 하니까..
모과는 한방에서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열매'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C도 함유하고 있어서 겨울에 감기를 쭟는데도 애용이 되고 있을 것이다.
모과의 따뜻한 성질처럼 우리네 성질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냉정하고 때로는 냉혹하기도 한 모진 성질이 따스하게 덥혀져서 가족을, 남들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웃음나게 해주면 정말 좋으리라.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부터..
모과는 못 생겼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과일이다. 생선 시장에서는 꼴뚜기가, 과일 가게에서는 모과가 제일 못 생겼다는 서러운 인정을 받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다.
고인이 되신 어느 유명한 코미디언은 그 자신을 가리켜서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하던 모습이 떠 오른다.
얼굴이 좀 난해하게 생겼다고 죄송할것 없다. 그렇게 순박하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웃음으로 환하게 밝혀주셨던 그 분이 지금 팍팍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분이신데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외모가 못생긴게 문제가 아니라 속마음이 거짓되고 악한 것이 문제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중심을 보신다. 그런 사람을 역사의 인물로, 하나님 하시는 일에 귀하게 사용하신다.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실 때에도 그의 중심을 보셨다. 하나님을 향하여, 사람을 향하여 정직하고 진실하며 성실한 그의 인품을 보신 것이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나의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사무엘상16:7)
사람은 그 속마음, 즉 내면이 순전하고 아름다울 때, 그 인성이, 그 인품이 향내를 그윽히 나타내지요.
"전에 하나님을 경외하며 순종했던 믿음의 여인들이 이러했습니다. 그들은 외모보다 내면을 아름답게 꾸몄고, 남편의 권위에 순종하였습니다"(베드로전서3:5) 쉬운성경.
모과는 못생겨서 더 좋습니다. 그윽한 향내를 내어주고 시큼하면서 달콤한 맛으로 사람의 마음과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니 못생긴 그 모습이 뭔 문제가 되나요.
오히려 잘 생기지 못하여 더 좋은 것이 모과의 진실입니다. 모과의 내면이 좋기 때문이지요. 그 향과 맛이 그렇습니다. 순박한 그 외모가 그렇습니다. 그윽한 모습이 또한 그렇습니다.
저물어가는 이 가을에 모과에게서 한 수 배움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모과를 못생기게 만드셨는지 그 깊으신 뜻을 헤아려봅니다.
'모과야, 고맙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