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김종열
새벽 두 시, 밤의 숲을 건너온 소리
새벽 두 시. 세상의 모든 소란이 숨을 죽인 깊은 밤이다.
만물이 곤한 잠에 빠져든 이 고요의 한가운데, 내가 머무는 방 안만큼은 차갑고 조용하게 굳어 있다.
하지만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 정적 속에서도 내 귓가를 가만히 두지 않는 미세한 떨림이 있다.
밤의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가냘픈 여치 소리. 뜻을 알 수 없는 그 찌르르한 떨림은 조용한 방 안을 맴돌며 쓸쓸한 내 영혼의 기척을 가만히 두드린다.
그때였다. 저 멀리 깊은 숲 한가운데서, 밤의 침묵을 찢고 낯선 소리 하나가 솟아올랐다. 고양이 한 마리의 울음소리였다. 연푸른 어둠을 타고 연거푸 들려오는 그 소리는 어찌나 처량하고 애달픈지, 고요하던 내 가슴 한구석을 단숨에 흔들어 놓았다.
'저 작은 존재는 무엇에 쫓기어 저토록 서럽게 울고 있는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어쩌면 밤의 길목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다정한 친구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홀로 밤을 지키며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던 저 여치를 향해 '나와 함께 놀아달라'며 닿지 않을 다정한 부름을 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적 속에 얽히는 두 미물의 소리는 한밤의 고독이 만들어낸 작고 아름다운 환상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 안을 서성이던 묘한 긴장감도 잠시, 서럽게 울부짖던 고양이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밤새 귓가를 떨게 하던 여치의 노랫소리마저 어둠 속으로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완전한 침묵. 그 깊고 오롯한 고요 속에 홀로 남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동쪽 하늘 끝에서 나직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짙푸른 어둠의 껍질을 깨고 푸근하고 따스한 햇살 한 자락이 창가를 비추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에 밤의 고독이 산산이 부서지고 세상이 밝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햇님, 고맙습니다. 밤새 나를 짓눌렀던 어둡고 외롭던 시간을 기어이 거두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새벽의 어둠은 언제나 길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아침은 반드시 찾아오며,
아무리 외로운 밤이라 해도 눈에 보이지 않게 나를 응원하고 돕는 손길이 늘 곁에 있음을 깨닫는다.
어둠을 뚫고 피어난 햇살처럼, 오늘이라는 새로운 길을 향해 다시금 가슴을 펴본다. 힘을 내자. 나에게는 또다시 환하게 빛날 오늘이 있으니까.
@ 귀뚜라미(여치)의 미세한 떨림부터 밤의 고독을 깨는 고양이의 처량한 울음소리, 그리고 어둠을 거두어내는 찬란한 아침 햇살까지의 감정 변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