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한동대 석좌교수
우리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노심초사 마음을 졸이며 신경 쓰는 경우가 가끔 있다. 대학 입학시험을 칠 때나 일하고 싶은 회사의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 종종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그럴 때면 입맛도 떨어지고, 속이 쓰리며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도 사라진다. 음식을 먹더라도 제대로 소화시키지도 못한다. 심해지면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나 토하기도 한다. 이처럼 심리적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경험하다 보면 장염이 유발된다. 만성적인 장염을 이미 앓고 있을 때는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 국한되어 생기고, 30대 중후반에 흔하게 나타나는데, 주로 장 점막의 얕은 부분에 연속적으로 생김으로써 혈변이 나타난다.
이보다 증상이 심한 크론병은 10~20대 환자가 많고, 입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산발적으로 여러 곳에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이러한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복통 및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장질환의 발생 기전과 치료에 대한 실마리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의과대학의 크리스토프 타이스(Christoph A. Ahaiss)교수 팀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어떻게 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지 일련의 신호전달 경로를 밝혀 최근 2023년 셀(Cell)잡지에 발표하였다. 이들은 생쥐를 일주일 동안 매일 3시간씩 작은 원통에 집어넣어 꼼짝 못하게 함으로써 심한 압박 스트레스를 받도록 했다. 그리고 덱스토란소디움설페이트(dextran sodium sulfate)란 약물을 투여하여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시켰다. 그런 다음 고통스러운 상황을 인식하는 것과 장염의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잘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상황을 뇌가 인지하면 시상하부에서 CRH(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CRH는 뇌하수체 전엽에 자극을 가하여 ACTH(Adrenocorticotropic hormone)라는 호르몬을 분비케 만든다. 이렇게 분비된 ACTH는 혈액을 따라 이동하여 콩팥 위에 있는 부신피질을 자극함으로써 당질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방출시키도록 한다.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장내 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표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발견학,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호 경로를 조사하였다. 당질코르티코이드에 의해 자극을 받은 장내 신경교세포는 단핵구(monocyte)와 같은 면역세포를 장조직으로 유인하는 CSFI(colony stimulating fatcor1)이라는 신호를 방출한다. 이로 인해 장조직에 침투하여 몰려든 면역세포들은 TNF(tumor necrosis factor)라는 염증유도물질들을 분비함으로써 주변 장조직에 심각한 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장내 신경세포를 억제하여 아세틸콜린 분비를 저하시켰다. 뿐만 아니라 TGF-베타2(Transforming growht factor beta 2)가 생성되어 자극함으로써 장 신경계의 신경세포 성숙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래서 신경과 장근육 간의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경세포에 의한 장근육의 효율적인 조절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장근육의 운동장애가 발생하여 소화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의한 장염 유발의 핵심인자가 당질코르티코이드임을 규명하였다.
연구팀이 당질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 대장 내시경으로 본 생쥐의 장내 염증과 손상 정도는 차단제를 주지 않은 그룹에 비해 3배나 줄어들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장과 뇌가 해부학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기능적으로 긴밀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우리가 복통과 설사를 경험할 때, 상한 음식이나 식중독에 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장에 발생한 염증을 제어하는 약물을 복용함과 아울러 정신적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치료도 병행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불안해 하고 두려워할 때, 뇌는 이를 인지하여 신체의 전반적인 생리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체의 건강 유지에 뇌기능이 밀접하게 관여하고 기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나님은 자녀 된 우리에게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게 하심으로써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기를 원하신다.
다윗은 자신이 처한 암담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를 해결해 주신 손길을 경험하고 노래하였다.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시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어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 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하게 하셨도다"(시 40"1-2).
다윗은 사울왕으로 부터 쫓기던 때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 압살롬으로부터 반역을 당한 때가 바로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 빠져 있었던 때 였으며, 사울집안의 시므이는 도망가는 이런 다윗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돌을 던졌을 때,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며 인생의 큰 수치를 당하였던 고통의 순간들이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던 이런 암담한 상황에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심히 곤고했었다. 이때 그가 했던 일은 오직 하나님께 부르짖는 것이었다. 하나님께 처절하고도 간절한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자신을 반석 위에 세워 더 이상 걸음이 빠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해주셨다고 노래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처지와 형편을 아시고, 눈동자같이 우리를 지키시는 분으로 사막을 강으로 변하게 하신다. 반전의 명수이시다. 상상하지 못할 방법과 예상치 못한 때에 반전을 이루신다. 이러한 반전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기도이다.
아무리 두렵거나 억울하더라도 깊은 고민이 나를 수렁으로 빠트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으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움 앞에서 심하게 신경 쓰며 끙끙 앓다가 소화불량에 빠질 일은 없다.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고 함께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곁에 계시기에 그렇다.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함으로써 정신도 육신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우리는 진정으로 복된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