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길라잡이>
예수님께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2)라고 말씀하시자 유다인들이 자신들은 종노릇을 한 적이 없기에 이미 육체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롭다고 강변한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을 무엇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신다는 것일까?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요한 8,34)라는 말씀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예수님께서는 ‘아비’와 ‘아버지’로 설명하신다. 생물학적으로 육신을 물려준 아비와 근원적인 생명을 심어 주신 아버지, 육신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지닌 인간은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타인을 밟고 서려는 죄의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유다인들의 아비에서부터 오늘의 ‘나’에게까지 이어져 없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생명의 원천이신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모든 사랑을 남김없이, 당신의 외아들까지도 내어 줌으로써 사랑의 본질을 보여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외적 자유를 넘어 하느님 아버지 안에서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내적 자유를 이야기하신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하여 우리를 끌어내거나 몰고 가지도, 제한하지도 않는다.
아버지의 말씀이 가까이 있어도 들을 줄 몰라 아비의 욕망을 이어 가게 되는 인간은 눈에 보이는 자유로움만 좇는다. 그렇게 우리는 아비의 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아버지께서 주신 생명과 사랑을 이 담 안에 고립시킨다.
아버지께서는 사랑을 생명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당신의 아드님을 죄인인 우리를 위하여 내어 주시어 넘치는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 주신다. 생명의 원천이신 아버지께서 인간이 갇혀 있는 담을 헐어 주시는 그 사랑이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