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게시물도 주의해서 쓰자. 교실 곳곳에 붙어있는 인쇄물은 비록 음성언어는 아니지만 교실 언어중 일부이며, 교실 언어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징징대지 말자” 혹은 “징징금지 구역” 과 같은 포스터를 교실 벽에 붙이지 않도록 하자. 아이들의 징징거림이 교사를 힘들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교실에 그런 게시물을 붙여놓으면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치가 낮다는 것을 선언하는 셈이 된다. 이런한 종류의 게시물 속에는 부정적이고 날카로운 어조가 배어 있다. 이러한 포스터는 깜빡이는 등대처럼 비꼬는 말을 끊임없이 내보냄으로써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 포스터를 쓰고 있다면 당장에 떼어버려라.
『마이크 앤더슨(2021) 교사의 말. 38』
작년 가을 신입생 유치를 위해 한 중학교에 방문했었다.
뒷면은 훵하게 뚫려서 들판 가운데 학교 건물이 위치해 있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있는 평범한 학교 건물이고 운동장이었지만 꾸민 장식이나 메시지는 유달랐다.
조용한 면 단위 마을 분위기와 달리 학교는 입구부터 온통 '금연합시다' 관련 '추방' 켐페인 플랑카드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양쪽 담벼락에 이어 본관 건물로 이동할 때도 양쪽 금연 입간판이 울긋불긋 그 위용을 자랑하듯 도열중이었다.
학교 건물에는 '금연학교' 사각진 스텐레스 표지판도 잊지않고 단단하게 고정 못으로 박아 두었다.
학교는 온통 흡연생 지도에 올인되었는지 심미적 감각이나 심리적 배려와는 상반되이 촌스러웠다.
학교가 금연실천학교를 멸공작전 펼치듯 하듯하니 어째 살벌하기도 했다.
이런 학교라면 어째 교사들이 먼저 빽빽 흡연을 하지 않을까 하 수상쩍다.
혹시 교사 자신들의 담배를 끊고 싶은 의지를 담아낸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담배를 얼마나 피워대길래 담배연기 풀풀 구석구석마다 쩔어있는 듯 했다.
역설적으로 흡연행위를 강요하는 듯도 한 것이다.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학교를 아침 저녁 오가고 하루종일 살고있는 말랑말랑한 사춘기 몸과 뇌를 지닌 아이들 마음은 어떨까 마음이 무거웠다.
'금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청개구리 화법으로 응답하는 청소년기 뇌에 담배피우라 불을 당기는 것 같았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 하는 순간에 코끼리 생각으로 선점되는 심리학적 역설이다.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보다, 교사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하는지 드러내는데는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교실 출입금지'라고 게시물을 양쪽 교실 문 앞에 게시해 놓는 학급이 여전하다.
'금지' '오지 마세요'라는 복도에서 접하다 보면 마음에 철컹 쇠창살로 닫히는 듯 어두워지곤한다.
실상은 역효과나기 십상인데 아쉽다.
애써 붙여놓은 '출입금지' 게시물과 달리 복도부터 아이들은 붙어다니고 몰려다니며 다른 학급생을 '출입 환영' 한다.
우리학급만의 배타적 소속감으로 묶고, 우리학급생을 챙긴다는 담임교사의 열망을 표상하기엔 괜찮은 방법이어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