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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너더리통신 106/181029]“대박”의 1박2일…힐링․해피 고창투어 “오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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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월) 새벽 3시 17분, 어김없이 눈이 떴다. 주말에 무엇을 했더라? 그렇지. 친구들과 고창투어 “1박2일”을 했지. 귀경, 귀가시간이 9시 40분, 11시쯤 잤는데도 모처럼 몸이 가뿐하다. 피곤할 법도 하건만, 친구들과 흔쾌히 어울린 36시간이 마치 꿈만 같아서인 것같다. 종편을 보는둥마는둥 하다 4시30분, 그전날 아내가 끓여놓은 김치콩나물국을 우걱우걱 ‘혼밥’(우리집의 오래된 불문율이다)을 하고 5시 10분, 출근을 하다. 6시 30분. 종로구 구기동 세검정초교 체육관 새벽 배드민턴클럽, 4 게임을 거뜬히 치고 은평구 진관동 사무실에 출근하여 자리에 앉으니 8시 20분. 나부터 1박2일 일기(日記)를 쓰고 싶고, 또 여행후기를 기다리는 친구들의 여망(輿望)도 받들어야 한다. 빙긋이 웃으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
6山회(한 달에 한번 가는 재경 전라고6회 친구들의 산행회․2005년부터 시작했다던가? 어느덧 120여회차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산행날짜를 27일(토)로 정하고, 올해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해 천렵(川獵)을 하지 못한 관계로 컨셉을 단풍구경으로 정했다한다. 마침 별내의 화백 지암께서 스타렉스를 구입, 캠핑카 시설을 갖췄다는 전화. 그렇다면 사무총장의 11인승차와 합류, 빅이벤트를 하자며 달우회장이 필자에게 카페에 글을 대신 올려달라고 한다(이로 인해 필자는 모 인사로부터 엄청난 필화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목표지는 전남 장성군 청량산(淸凉山) 문수사(文殊寺). 예로부터 여행전문가들이 단풍하면 늘 ‘영순위’로 꼽는 애기단풍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단풍 클라이막스는 11월 중순이지만, 어쩌랴. 그래도 어지간히 볼만은 하겠지. 멤버 공모에 서울팀 일단 10명 선착순. 광주의 우당-소선당 부부. 남원의 종대친구 부부와 운봉의 장비 벽곡 그리고 아영의 자연인 고룡. 최적의 숙박지로 강추한 곳은 고창 상하면 송정마을 우정의 생가이자 자택(마침 친구들을 맞이하려 그랬는지 최근 리모델링을 했다고 자랑이 넘쳤다). 좋다! 좋아! 단풍구경 한번 제대로 가보자. 코스 기획은 우천. 맛집 기획은 고향이 고창인 총장. 단장은 회장.
27일 오전8시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우리에겐 코리안타임이 없다. 딱 한사람이 10분 늦었을뿐. 흥덕면 흥성회관 도착예정시간 12시 30분. 출발! 1팀 스타렉스에는 지암 부부-우천-인우 4명, 2팀 11인승엔 총장-회장-사암(명예회장)-지우. 문수사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단풍 아래 붉게 물든 아내의 고운 얼굴을 보고자 한 우천은 수경당이 아침 6시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김이 샜다. 친구들에게도 아내를 동행하지 못해 면목이 없지만, 할 수 없는 일. 친구들과 유람길은 언제나 즐겁다. 얘기들이 쏟아질 것은 당연지사. 오죽했으면 11인승 총장의 차는 남자들끼리 수다를 떨다 천안논산도로를 지나쳐 경부고속도로로 달렸을까? 하지만 1팀보다 20분 빨리 도착했다. 광주3팀은 12시 식당에 왔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재촉을 하고, 4팀 종대 부부는 시간이 널널하여 백양사와 동호해수욕장을 보고 왔다고 한다. 이어서 5팀 벽곡-고룡이 우정을 픽업하여 도착. 주메뉴 “들깨 볼떼기탕”. 볼떼기는 대구 아가미인데, 맑은 지라국은 속풀이에 따봉이다. 시골 한적한 곳에 인간들이 차고 넘치는 대단한 맛집이다.
식당 사장이 마침 국화축제라면서 고인돌공원을 먼저 가란다. 고인돌박물관은 볼 것도 없다며 그 앞에 쭈욱 펼쳐진 국화축제 구경에 나섰다. 새파란 국화 등 종류도 많다. 어느 시인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구별못하는 놈하고는 절교다’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헷갈리게 하는 벌개미취도 같은 종인 듯하다. 아직 만개하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축제 플래카드에 키워드로 써붙인 “한반도 첫 수도”가 이채롭고 의아하여 관계자에게 물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고창지역에 1600기가 있고, 이는 전세계의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 아니냐 그리고 마한(馬韓)시대의 중심지가 이곳이었기에 당연히 ‘한반도 첫 수도’가 아니냐는 상당히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해석이고, 어쩌면 견강부회牽强附會일 수도 있겠으나 ‘말도 안되는 억지’라며 종주먹을 들이댈 필요까지는 없을 성싶다. 산기슭의 고인돌(굄돌이 어원이란다) 수십 여개를 보고 돌아나오는 길, 한 친구는 벌써 흥에 겨운지,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낭송한다. 역시 시조시인 구름재 선생의 제자답다. 이런 기회에 모두 한번 큰 소리로 읊조려 보자. 그 시인의 처신이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작품 만큼은 걸작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되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축제’는 원래 십 수년 전 서정주 생가의 마을 주변을 중심으로 국화 3억송이를 장식하여 시작했는데, 친일문인이라는 거센 비난에 행사를 이곳에서 하는 것같다는 고창 출신 총장의 부연설명이다. 역시 알아야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대한민국의 독특한 ‘문화권력’이 된 유홍준님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그 전과 다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음 코스는 ‘고창읍성 밟기’. 둘레 1.6km, 높이 3.6m. 그전엔 모양성(牟陽城)이라고 했다. 어느 계유년癸酉年인 숙종때 주민들의 힘으로 8년만에 완성시켰다고도 하고 단종때 축조되었다는 설이 있다. 3개의 문과 6개의 치(雉), 수구문 2곳과 옹성이 있다. 읍성 안에 객사와 감옥도 있던 것으로 봐 행정․군사시설로 이용되었던 듯하다. 최근 ‘미스터 션사인’도 찍었고, 가운데의 빽빽한 맹동죽孟冬竹숲은 무술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꼭 한번 보아야 한다. 높이가 보통 10m, 죽순이 솟아나면 하루 저녁에 1m씩 자라고, 꽃이 백 년만에 한번 피면 곧바로 죽는다한다. 봄에 성밖 둘레에 영산홍이 일제히 피면 엄청 장관이어서 성밖 순례가 좋고, 밤에도 성 밑에 불을 밝히고 있어 걷기에 운치가 더할 것같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면 내년 봄에는 꼭 아내와 같이 와야겠다는 ‘마음 속 공약空約’을 하게 만든다. 예전에 고창여중과 고창여고가 읍성 안에 있어서 읍성 밖의 남학생들이 하교만 하면 어떻게든 한번 찔벅거려 보려고 읍성 안으로들어가 기웃기웃거렸다는 우리 친구들의 증언이다. 하여간 머시마와 사내새끼들은 어리나 늙으나 못말린다. 걸어봤자
30∼40분이면 족하건만, 다리가 부실하다며 근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틴틴 페스티벌’을 본 친구는 중학생 아이들의 열성과 끼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재밌었다고 자랑이다. 졸지에 여우비가 오는 통에 쌍무지개를 찍은 행운의 사진까지 보여준다. 아낙네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는 ‘모양성 밟기’라는 풍습이 지금도 어져 오고 있다.
오후 4시. 청량산 문수사로 향했다. 신라때 자장율사가 창건하여(의자왕 4년 644년이다) 역사만해도 천년의 사찰, 조그만 암자와 비슷하지만, 대웅전의 낡은 기둥은 세월의 두께가 제법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기를 죽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자연自然의 오묘한 섭리攝理는 우리를 꼼짝하지 못하게 한다. 수령 100∼400년 쯤 되는 당단풍나무, 서어나무, 고로쇠나무, 졸참나무 등 500여 그루가 빽빽이 숲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곳. 100m 길이에 펼쳐져 있다. 잎이 유난히 자잘하여 애기단풍이라고 한다. 40%쯤 단풍이 들었을까? 보름만 있으면 ‘단풍천지의 압권’일 것은 물어보나마나일 듯. ‘그때 다시 오자’며 속삭이는 어느 부부는 어느새 모델이 되어, 신랑의 가슴팍에 안기기도 하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파노라마식으로 절의 전경과 단풍을 아울러 찍는 사진작가(인우)도 탄생했다. 필자가 5월 신록때 와본 게 수삼 년은 된 듯. 그때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아내와 손 잡고 꼭 같이 와보자고 다짐했건만, 지금껏 마음약속을 못지켰으니 여의도의 공약 남발하는 금배지들만 욕할 것없다. 활엽수들과 침엽수들의 초록을 배경으로 어우러져 아늑한 골짜기를 감탄사로 물들게 하는 이 곳의 단풍나무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심원면 장어타운. 불판에 올려지는 장어를 보고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고창하면 복분자와 풍천장어, 말만 들었지 이렇게 큰 장어는 상상도 못했다. 아예 불판의 키를 넘어서니 잘라서 구워야 한다. 장어만 먹으면 설사가 나오는 징크스가 있는 필자도 먹지 않을 수 없게 식욕을 땡긴다. 의사 수가 설사약이 있다며 걱정말라고 한다. 선운산 막걸리와 서비스로 준 복분자주. 환상의 조합 앞에 어쩌겠는가. 1kg에 6만원이나 개업 8주년 기념으로 5만원. 모두 15명이 화기애애和氣靄靄한 가운데, 회장의 건배사에 이어 숫제 잔치분위기다. 점심에 이어 저녁도 흡족한 표정이 모두 역력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을 풍천이라고 하며, 땅이름 풍천은 없다고 한다. 당연히 남한에 풍천은 여러 곳이 있을 수밖에. 유독 고창의 풍천장어가 유명한 것은 복분자와 궁합이 맞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음날 제사 때문에 갈 수 밖에 없는 종대부부를 아쉽게 작별하다. 회장의 깜짝제안, 이 모임의 경비를 모두 회비에서 쓸 수는 없으므로 1인 2만원 커플 3만원씩 갹출을 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 금일봉을 내는 친구도 있다. 참으로 싸가지 있는 모임이다.
7시, 많이 어두워졌다. 가자, 리모델링했다는 우리 친구의 집으로. 마트에 들러 “이 밤을 위하여” 술과 안주도 사자. 형수들은 선운사호텔로 모시자(사실은 광주 소선당 형수의 착한 아이디어다). 큰방 문이 낮아 대가리 찧는 친구들의 비명소리가 난무하다. 도배도 하고 뒷방도 새로 내는 등 편백나무로 리모델링한 흔적이 역력하다. 김치찌개용 돼지고기 800g과 묵은 김치를 준비해온 분은 쉐프 우당. 순식간에 끓여낸 찌개와 두꺼비와 막걸리가 날아다닌다. 죽인다. 야동 단체관람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아름다운 밤이다. 우리처럼 막역한 십 수명이 시월의 어느 주말을 남녘 땅 친구의 생가에서 모여 호쾌하게 지내는 모임이 얼마나 있을까. 호텔의 형수들이 심심했나보다. 같이 놀자고 서방님들을 찾는다(그렇게 좋을까). 다행히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 다행이다. 보일러를 모처럼 ‘이빠이’ 틀어 허리 지지기에 딱이다. 한 친구는 꿈도 꾸지 않고 단잠을 잤다고 하지만, 또 한 친구는 옆에서 코를 심하게 골아대 잠을 설쳤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마루에서 정담이 오래오래 이어지다, 호텔팀은 쌍쌍이 새벽 1시에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다음날, 28일(일) 6시 반. 부시부시 일어난 친구 세 명은 집주인의 안내로 산을 돌아 돌아 3년 전 ‘삼시세끼’를 촬용한 집 구경을 나섰다. 구한말 고조부가 직접 지었다는 집은 고색창연하다. 알고보니 유서 깊은 집이다. 방문 2개를 촬영을 위하여 허락도 안받고 유리문으로 뜯어 고치고, 마당에 큰 양은솥을 놓는 대와 설거지하는 개수대로 시멘트로 범벅을 해놓아 불쾌했단다. 집주인은 4대손인 진동규 시인. 신흥고와 전북대 국문과를 나와 신흥중고교에서 국어선생님을 하고 정년퇴직. 전북문인협회 회장도 역임했으며 시집 4권에 수필집 2권도 펴냈다. 우리와 띠동갑, 45년생 닭띠이다. 지난밤 숙취로 부시부시한 낯빛이나 귀빈이라며 막걸리 한잔 하고 가라며 사뭇 반기다. 우정과는 집안 내력이 있다한다. 기념사진 촬칵촬칵. 고조부는 사재를 털어 고창 무장면에 ‘동명학교’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학교를 세웠다 하고, 숙부 진을주씨도 유명한 시인. 이제는 은퇴해 선조들이 물려준 생가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시인이 부럽다. 수필집 5권을 들고 나온다. 어떻게 공짜로 받겠는가. 그 자리에서 1만원씩 추렴, 막걸리값이라도 하라며 잠바 주머니에 찔러주고 나서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또 만날 인연인 듯싶다.
큰 솥에 진라면 9개를 넣고 끓인 대형 라면국. 벽곡의 솜씨다. 종이컵에 담아 먹는 맛이 별미 중의 별미다. 요즘 노환으로 불편하신 아버지 모시느라 큰아들이 고생이 자심하다. 언제나 우직하고 성실하다. 우리 친구들은 왜 이렇게 ‘진국’들만 있을까. 친구들을 위한 희생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미덕美德의 소유자들. 어디 그뿐인가. 고룡을 보라. 친구들을 위하여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귀한 농산물들. 굵은 개량종 밤 2봉지, 은행와 대추 2봉지. 당권(糖權․당뇨병 환자를 일컫는다) 친구들을 위하여 특효약 송담(소나무 가지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의 뿌리) 2봉지, 야콘, 소석잠을 가지고 온 게 아닌가. 마치 친정을 찾은 딸들에게 온갖 부식을 나눠주는 엄마의 마음이다. 감격이다. 그래, 고맙다. 꼭 달려 하루에 서너 번씩 먹고 혈당 떨어졌다는 희소식을 전하마. 친구 밖에 없구나. 흐흐. 이 자리에서 우리의 1박2일을 위해 숙소를 제공해준 집주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자. 아무리 우정이지만 공짜라면 안될 말. 라면을 먹으면서 금일봉을 전하기는 했지만, 누가 이런 시다바리를 하고 싶을까.
오전 10시, 도솔산 선운사 입구 주차장에서 호텔팀과 반갑게 조우. 절도 보고 도솔암도 올라 마애불도 참관해야 하리. 절로 가는 계곡물에 비친 현란한 단풍 페스티벌. 단풍에 비친 선남선녀 얼굴들이 그림처럼 곱다. 사진 찍느라 진도가 안나간다. 선운사는 참 자리를 잡은 듯하다. 묵중한 대웅보전 뒤의 동백숲을 보라. 4월초쯤 장관이라고 한다. ‘스마일 가수’ 송창식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친구도 있고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서정주와 최영미의 시를 떠올리는 친구들도 있다. 서정주의 시는 시비로 새겨져 있다. 감상을 하자.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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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우리의 “1박2일” 고창투어는 가는 곳마다 단체 사진찍기로 마무리했다. 구호는 찍사가 “일박” 하면, 찍히는 친구들은 모두 “이일”를 외친다. 우리라고 어디 1박2일을 하나? 맨날 방송인들만 하라는 법이 있으랴. 더욱 힘차게 외친다. 대웅보전 앞의 마치 분재와 같은 목백일홍에 필이 꽂힌 친구가 있었다. 배롱나무라기도 하고 간지럼나무(나무 밑둥을 간질이면 위에 나뭇가지가 간지러워서 흔들린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라고도 한다. 절 마당에 많이 심어져 있는데, 요즘은 가로수로도 인기가 높다. 친구는 끝내 집주인인 우정을 따라가 농원에서 3그루를 100만원에 샀다는 후문이다. 도솔암 가는 길, 진흥굴 앞에 서있는 높이 60m의 ‘장사송(長沙松)’을 아시리라. 600살이라고 한다. 마치 거대한 꽃다발같다. 멋지고 장관이다. 신라 진흥왕이 왜 백제땅에 와서 진흥굴에서 수도를 했을까. 믿기 어렵다. 도솔앞 바로 밑에 있는 천연염색집 할머니 여사장은 총장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데, 같이 사진을 찍는데, 우리 총장은 50대초 청년같다. 그런 친구가 마침 이날 네 번째 손녀를 얻었다고 희색이 만면하다. 장남이 둘을 낳았고, 둘째가 딸 둘을 차례로 낳은 것. 여담이지만, 둘째아들의 주례를 소인이 섰다. 흐흐. 도솔암 마애불의 단전(배꼽)을 쳐다본다. 정조때 전라도 관찰사가 단전에 들어있던 비기서祕記書를 꺼냈는데, 첫장에 이서구가 열어본다고 써있어 깜짝 놀랐다고도 하고, 동학혁명때 손화중 장군이 꺼냈다고도 하는 설이 이어진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할 수밖에.
13시 정각. 고창군 부안면 면소재지 전주회관. 어제에 이어 이곳도 보통 맛집이 아니다. 민물간장게장 1인분 1만3000원. 게장이라기보다 양파양념게장이 맞겠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허겁지겁, 공기밥 2그릇은 기본. 모두 2인분씩을 싸달라고 줄을 선다. 저녁에 귀가하여 식구와 먹을 요량이지만, 차가 막히는 바람에 김이 샌다는 후문. 명색이 한때 음식칼럼니스트를 자처했건만, 게장을 이렇게 맛있게 하는 집은 처음 봤다. 총장이 고맙다. 다음에 꼭 아내와 같이 와야지, 야무진 다짐을 해본다.
인근에 있는 서정주생가와 서정주문학관으로 향했다. 앞서 낭송한 ‘국화옆에서’의 작자. 1942년 친일시와 수필을 대여섯 편을 썼다던가. 해방이후 친일문인 논란에 본인이 해명한 글이 벽면에 그대로 명기돼 있는데, 읽어보니 가관(可觀)이다. 변명 아닌 변명에 눈살이 찌푸려지건만, 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선 안타까운 심정이 더하다. 생전에 깨끗이, 솔직히 인정했더라면 얼마나 좋고 다행이었을까? 친일파親日派도 아니고 부일파附日派도 아니고 자신을 굳이 말한다면 종천친일파從天親日派라 할 수 있겠다니? 쯧쯧쯧. 해방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니? 오 마이 갓(Oh My God)이다. 제자이자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선생이 ‘잘못했다’는 말을 그렇게 하라고 했건만, 끝내 외면하더니. 질마재 신화의 신화를 죽여버린, 나쁜 작가. 광주항쟁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을 ‘부처님 미소보다 더 인자하다’고 칭송을 하다니? 어찌 ‘시의 정부 政府’였던 사람의 ‘시대정신’이 고작 그 정도였을까? 늙어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전세계 산이름 1500개를 날마다 외웠다는 사람이 그렇게 총기가 졸렬했을까? 문학관 5층에서 바라본 전망은 이렇게 좋건만, 아쉽다.
오후 4시 00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힐링투어. 맛집투어, 유적지 투어, 단풍투어, 이 모든 것을 합한 오감만족五感滿足 ‘대박투어’ 1박2일 36시간이 저물어간다. 광주로, 남원으로, 서울로, 상하면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악수를 나눈다. 밀린다. 밀려도 허벌나게 밀린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전용차선이 없다. 전립선으로 시도때도 없이 싸야하는 친구 때문에 들른 정안휴게소는 다시 나가는 데만 족히 30분이 걸린다. 그래도 즐겁다. 친구들끼리 함께 한 시간,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서울 양재역 12번 출구, 갓 태어난 손녀를 보러 가려고 마음이 바쁜 총장을 보내고 남은 네 명은 등산객들에게 유명한 순대국집을 찾아 마지막으로 소주 건배를 하며 길을 재촉했다. Happy two day, see you soon. Good night.
첫댓글 우천 고마워!
우천! 컨디션도 별로인데 애쓰셨구만, 이리 여행후기도 올려주니 기억하기도 좋고 글이 맛이 있어 더욱 좋아요.
우천 수고했어 건강관리 잘해서 삶의 질을 높이셔
우천아, 고맙다.항상 글쟁이답게 우리의 정을 생각나게 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