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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주차장 → 관리사무소 → 해운사 → 명금폭포(대혜폭포) → 약사암 → 정상 → 약사암 → 명금폭포 → 해운사 → 관리사무소 → 주차장'의 환종주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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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金烏山]
높이: 977m
위치: 경북 구미시 남통동, 칠곡군 북삼면
경북 구미시와 김천시, 칠곡군에 걸쳐있는 금오산은 특이한 산세를 자랑한다. 정상 일대는 분지를 이루고 있으며 그 아래쪽은 칼날 같은 절벽이 병풍을 이루고 있으며 산세가 가파르다. 정상부는 달이 걸린다는 (정상인) 현월봉(懸月峯), 약사여래의 전설이 담긴 약사봉과 보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 부근은 하늘로 비상하려는 새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고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 같기도 하여 와불산(臥佛山)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외관이 장엄한 만큼 명소도 많은 금오산은 야은 길재 선생과 고사리에 얽힌 전설로도 유명하다. 금오산의 명소로는 금오 저수지, 채미정, 명금폭포, 도선굴 등이 있다.
197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관광시설이 골고루 갖추어진 명승지이다. 정상 부근에 길이 2km의 금오산성이 있으며, 단풍의 명소로 일명 금강이라 불리며 예로부터 경북 8경의 하나로 꼽혀왔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는 금오 저수지와 구미시가 보이고 경부 고속도로와 낙동강 굽이가 보이며 동쪽으로는 구미공업 단지, 북서쪽으로는 효자암, 제석봉, 국사봉이, 북쪽으로는 선산읍이 보인다.
산 정상의 금오산성 암벽 밑에는 약사암이 자리 잡고 있으며 북쪽 기슭에는 고려 말 충신 길재를 추모하기 위하여 지었다는 채미정이 있다.
이밖에 북쪽 계곡의 중턱에는 금오폭포와 도선굴이 있고 북서쪽의 거대한 암벽에는 마애불이 부각되어 있다.
인기 명산[64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수려한 경관으로 가을과 봄 순으로 많이 찾지만, 여름에도 인기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기암절벽과 울창한 산림이 조화를 이뤄 경관이 수려하며, 문화유산이 많고 도립공원으로 지정(1970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높이 38m의 명금폭포가 있으며, 정상 부근에는 자연암벽을 이용해 축성한 길이 2㎞의 금오산성이 있음. 해운사, 약사암 등의 고찰과 금오산마애보살입상(보물 제490호), 선봉사대각국사비(보물 제251호),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45호) 등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2018년 11월 18일 처음으로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백덕산, 사자산 연계 산행[산행기] 이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매주 산악회를 이용해 산을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각 산악회의 산행 계획에서 새로운 산을 찾기 힘들어졌다. 물론 내가 추구하는 산행 얘기다. 신규 유입되는 등산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를 본 거 같은데, 각 산악회가 계속해 인증 위주의 같은 곳을 가는 거로 봐선 그 기사가 틀린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언제든 갈 수 있어 뒤로 미뤄둔 인증꾼을 위한 100 산에 따라가야 한다. 언제든 갈 수 있어 미뤄둔 100 산이나, 이미 대부분 다녀와 그 중 아직 가지 않은 산은 8개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다. 내가 원하는 8개의 산을 진행하는 산행이 늘 있는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악회를 뒤져야 간신히 하나 발견할 수 있는 정도다. 해서 가능하면 피하는 일요 산행을 이번 주에 하는 이유도 조건에 맞는 유일한 산이 구미의 금오산인데, 그 산행 날짜가 일요일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중이 절에 맞춰야지!
상황이 이러해 100 산 중 아직 가지 못한 산은 안내 산악회에서 발견하는 순간 신청하기로 하고, 내가 추구하는 산은 안내 산악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다녀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한 산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뭐 방법이라고는 전날 오후에 현지로 가 1박 후 오르는 거 외에 뭐가 있겠나, 아니면 차를 가지고 움직이든가. 그래서 휴일을 맞이하여 주중 산행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서 남은 28개 중 하나인 황정산 수리봉을 시험 삼아 다녀왔었다[산행기]. 그리고 이번 주 일요일 남은 8개 중 하나인 구미 금오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까만 소 100 산에 큰 기대는 없으나, 그래도 산을 좀 다닌다는 사람들은 다들 한 번씩 가는 산이고 몇 개 남지도 않아 마저 오르기로 했다. 겸해서 이번 금오산행으로 처음 이용하는 안내 산악회의 성격도 알아볼 생각이다.
사실 산행 일정은 황정산이 빠르나, 계획은 7월 초에 신청한 금오산이 급조한 황정산행보다 훨씬 빠르다. 당연히 금오산행 일인 7월 25일 구미 지역과 금오산 기상 예보를 일주일 전부터 확인했다. 사흘 전 예보가 가장 정확하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흘 전부터 산행 전날까지 집중적으로 날씨를 확인했으나, 모든 예보가 약간 흐리기는 하나 고온다습으로 같아 날씨에 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 산이 평지보다 7도가량 낮다는 거에 위안을 얻었다. 덮기도 하고 큰 기대가 없는 산이라 카메라는 가볍고 간편한 거로, 점심은 일단 간편식과 과일을 들고 가기로 하고, 물은 1ℓ 물통은 얼리고, 다른 1ℓ는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얼린 1ℓ 물통이 줄어들 때마다 보조로 가져간 물로 채우는 방법을 쓰기로 해서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신청할 당시만 해도 성원은 채웠으나, 자리가 많이 비어 여유롭게 오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산행 전날 모든 좌석을 채웠다. 아무래도 신규 산악회라 산악회비를 싸게 책정해 많이 몰리는 듯했다. 이런 상황이라 슬리퍼와 우산이 든 보조 가방은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비 소식이 없고, 산악회 공지에 신발 벗는 걸 금하고 있었다. 물론 몇 명이나 지킬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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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산악회는 교대역 14번 출구에서 7시에 각 산행지로 출발하기 때문에 다른 산악회 7시 양재역보다는 1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알람을 평소 산행보다 10분 늦게 맞췄다. 해서 5시 10분 기상해 간편식을 전자레인지로 돌리는 동안 냉동실에서 물을 꺼내 보랭 커버에 넣었다. 데운 간편식은 김치와 참외, 비상식이 든 디팩에 담아 배낭에 넣고, 물통 두 개는 각각 배낭 옆 주머니에 넣었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니 5시 45분이다. 불광역에서 6시 12분 전철을 타면 되니 5시 55분경 집에서 출발하면 된다. 준비는 끝났는데, 할 일은 없고 해서 시내버스 앱으로 마을버스 운행 상황을 보니 6분 후 동명탕 정류장에 불광역행 버스가 도착할 예정이다. 좀 이르지만,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5시 52분 버스를 탔다.
5시 56분 불광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승차장으로 가니 막 전차가 들어오고 있는데 원래 예정했던 6시 12분 차보다 두 배차 빠른 차다. 텅 비다시피 한 전철에서 책을 보며 가다 보니 어느새 교대역이다. 물론 산악회 출발 시각보다 20여 분 빠른 시각이라 교대역에 내리는 등산객은 소수에 불과했다. 산악회 버스 출발지인 14번 출구로 나가니 두세 명이 있을 뿐이었다. 당연한 게 버스는 7시에 출발하는데, 그때 시각이 6시 38분이었다. 어쨌든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앉을만한 곳을 찾아 배낭을 벗어 두고 앉았다. 그나마 일찍 온 덕에 앉을 수 있었지, 이후 도착한 등산객은 서서 기다려야 했다.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계속 책을 보는 중간중간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런데 요즘 산악회는 시간 안 지키는 게 유행인지, 출발 예정 시각인 7시가 지났음에도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해서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 순간 금오산행 버스를 선두로 몇 대의 버스가 나타났는데, 그 시각이 7시 4분이다.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카메라와 폰, 독서용 패드만 들고 체온을 잰 후 버스에 타 내 자리로 가 앉았다. 산행 2일 전에 신청한 옆자리 등산객은 죽전에서 탈 예정이라 비었다. 그렇게 교대에서 등산객을 태우고 달린 버스는 죽전 간이정류장에서 등산객을 태웠는데, 내 옆자리 승객은 타지 않았다. 해서 여유 있게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달리던 버스가 정차하고 다시 승객을 태운다. 그중에는 내 옆자리 등산객도 있었다. 그럼, 여기가 죽전이고, 앞에 정차했던 곳은 동천이었나? 산행 공지에 동천은 못 본 거 같은데? 뭐 깊이 따질 것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고 소등한 버스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실내등이 들어오더니 인솔 대장이 승객 중 한 명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계획을 변경해 다음 휴게소에서 휴식한다고 했다. 그게 안성이다.
휴게소에 들리기에는 이른 시각이나, 앞으로 다시 갈 일이 없으니, 버스에서 내려 몸을 풀어주고 볼일을 보고와 다시 패드를 들고 책을 읽었다. 휴식을 끝낸 버스가 휴게소를 떠났음에도,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다거나 하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각이 지나자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현직 여대생으로 보이는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산악회 산행 게시판에서 지도를 내려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지도에 코스 소개가 있으니, 그걸 잘 보면 되다고 한 후, 혹시 산행 중 이상이 생기면 본인에게 전화하라고 하며 물론 지도에 있으나, 잘 보이지 않는 등산객을 위해 전화번호를 불러줬다. 참 신선한 인솔 대장이다. 해서 지도를 내려받아서 보니 별거 없다. 그리고 A, B 두 코스 증 A 코스를 가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 손을 들었다. 내 옆자리 등산객도 손을 들어 일단 두 명이라는 건 확인했는데, 내 앞으로는 손든 사람을 볼 수 없었고, 내 뒤로는 보이지 않아 확인을 못 했는데, 여차하면 나와 내 옆자리 등산객 둘만 A 코스 산행을 한다. 그러자 앞자리 여성 등산객이 코스가 궁금했는지 대장에게 ‘A 코스가 어떠냐?’고 묻자 급경사라 위험하니 안 가는 게 좋을 거란다.
대장이 마이크를 끄는 순간 잠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깊은. 교통수단에서 이렇게 깊이 잠이 든 건 정말 오랜만이다. 정신없이 자다가 다시 대장의 마이크 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구미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그가 한 말은 몇 마디 안 되는데, 현재는 산악회 게시판에서 이 산행이 사라져 지도를 내려받을 수 없으니, 요청하면 문자나 톡으로 보내주겠다는 것과 산행은 총 6시간이 주어지고 들머리 도착이 10시 12분으로 예상되어 16시 12분 즉 4시 12분에 마감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20분경이었다. 배낭이 짐칸에 있어 버스내에서 산행준비를 하지 못하고 내리자마나,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버스의 에어컨 바람 때문에 입고 있었던 바람막이를 벗어 넣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을 떠나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0시 2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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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올라가는 차량으로 꽉 찬 포장도로 옆 인도로 위로 올라가며 등산 앱으로 현재 고도를 확인했다. 당연히 300m~400m 구간이라고 생각했으나, 127m였나, 어쨌든, 생각 외로 낮아 잠깐 당황했다. 올라가야 할 고도가 너무 높아서다. 대개 해발 고도 1,000m가 넘는 산이라고 해도 실제 올라가야 하는 고도가 1,000m가 넘는 경우는 드물고, 800m만 올라가도 많이 올라가는 경우다. 그런데 산행 들머리의 고도가 120m 정도에 불과하니 앞으로 올라가야 할 높이가 은근히 걱정이었다. 그리자 버스 내에서 인솔 대장이 금오산 쉽지 않은 산이라고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 웬만하면 내려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을 버리고 하산주 마실 시간을 고려해 3시 30분 날머리 도착을 목표로 바꿨다.
들머리의 생각보다 낮은 고도에 상황에 따라 처음 생각했던 12km의 A 코스를 버리고 9km의 B 코스로 바꿀까 하는 생각도 하며 올라가다가 등산 지도 안내판을 보고 이번 산행을 리뷰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번 금오산행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가는 산악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100 산 산행이라는 게 떠올랐다. 다시 말해 금오산 정상은 해발 1,000m가 안 된다는 거다. 그 사실이 떠오르자 일단 안심이 됐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해발 700m대였던 거 같았으나, 정확한 높이가 기억이 안 나 내 기억이 정확하기를 빌며 등산 앱으로 높이를 확인해보니 977m다! 천에 가까운 구백이다! 그래도 천을 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계속 올라갔다. 금오산행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르다 보니 케이블카 탑승장 갈림길이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케이블카가 15분 단위로 있으니 이용해도 좋다고 하며 가격까지 알려줬던 기억이 났다. 나야 관심 없는 얘기였지만. 그리고 정상까지는 3.3km, 현재 시각 10시 34분, 높이와 경사도를 고려해 12시 30분까지 정상에 도착하면 3시 30분까지 하산이 가능해 정상 도착 목표 시각을 12시 30분으로 잡았다.
데크 계단으로 끊임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이미 산행 후 내려오는 등산객, 관광객과 교행하고, 가끔은 추월하기도 하고 추월당하기도 하며 올라 10시 48분에 금오산성 성문에 도착했다. 그 산성 덕분에 금오산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으나, 당시에는 웬만한 산에는 다 있는 산성으로 치부하고 별 감흥 없이 사진 몇 장 남기고 바로 올라갔다. 그리고 10시 54분에 영흥정이라는 약수에 도착해 물맛을 봤으나, 맛이 영…,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약수 위에 정수기가 동작 중이라는 글이 있는 함이 있었다. 아마 그 함 속에서 정수기가 동작 중인 거 같은데, 정수기를 거친 약수라.
그런데 약수를 지나자 케이블카 탑승장이 또 나온다. 케이블카를 중간에 타지는 않을 테니 끝이라는 얘긴데, 개가 케이블 탑승장을 본 시각이 10시 34분, 그리고 별짓을 다 하며 올라와 정상 쪽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56분, 고로 20분 거리에 불과한 거리를 편도 5,000원이라는 금액을 주고 올라온다는 얘기다. 케이블카라면 정상은 아니라도 최소 중턱까지는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 운송수단으로써 케이블카가 아니라 놀이공원의 탈 것 개념의 케이블카다! 그 케이블카 타승장으로 가는 입구에 절이 있어 비록 시간에 쫓기더라도 볼 건 봐야 하는 성미라 절로 올라갔다. 종각에 있는 현판을 보니 "해운사(海雲寺)" 海雲? 바다 구름? 구름바다? 암자에서 보면 바다의 구름이 보여서, 아니면 운해를 거꾸로 쓴 해운사? 암자 명의 근거를 구글링으로는 못 찾겠다. 절 구경을 끝내고 10시 58분쯤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위로 올라가자 이정표에 폭포 01km라고 적혀있다.
11시 정각에 도선굴 갈림길에 도착해 그 방향을 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명이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게 보였다. 도선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도선국사가 떠올라, 왕복 400m에 불과하니 다녀올까 하다가, 어떠한 안내문도 없어 무시하고 갈 길을 갔다. 위로 조금 올라가자 녹음이 우거진 사이로 여기저기 모여 있는 사람의 모습과 떠드는 소리 사이로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폭포다! 폭포의 첫인상은 생각 외로 크다는 거다. 그리고 가뭄에 대부분 계곡이 물기를 찾을 수 없는 시기임에도 수량이 생각보다 많았다. 폭포를 지나자 길은 급경사의 데크 계단으로 갈지자를 그리며 끝없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계단으로 올라가며 계단이 없었던 시절에는 여기를 어떻게 올라갔을까 바닥을 관찰했다. 역시 그 시절이 산행하는 재미가 있을 모습이다. 11시 11분 성안(당시는 무슨 뜻인지 몰랐음) 갈림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녹음 사이로 앞의 암벽에 도선굴로 보이는 게 있었는데, 확실치는 않았다.
갈림길을 지나자 위로 암봉이 보이고 등산 앱은 봉우리에 도착했다고 음성으로 알려줬다. 위에 보이는 암봉이 나름 이름을 지닌 봉우리라는 얘기다. 그 암봉을 보며 오르는데 왼쪽에 소개문이 서 있다. "할딱고개"란다. 그리고 봉우리는 "할딱봉"이다. 할딱? 처음 듣는 단어다, 깔딱의 경상도 사투린가 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깔딱: 약한 숨이 곧 넘어갈 듯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소리, 할딱: 가쁘고 급하게 자꾸 쉬다",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급경사의 오르막을 깔딱이라 불렀는데 할딱이 더 정확해 보인다. 아닌가 깔딱은 숨이 곳 넘어가는 거고, 할딱은 자주 쉬는 거니 깔딱이 맞나? 뭐든, ‘할딱봉’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그동안 녹음에 가렸던 ‘도선굴’이라 생각되는 암굴, 저수지와 구미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11시 15분 할딱봉을 떠나 다시 정상을 향해 올랐는데, 산꾼의 전형적인 거짓말로 알려진 "다 왔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리고 아래 할딱고개 소개 글에는 '금오산 등산코스 중 가장 숨이 찬 고개'라 '할딱고개'라 했다는데, 대형 사기다. 할딱봉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비교하면 할딱고개로 오르는 데크 계단은 평지 수준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사기치려는 게 아니라 과거 계단이 없던 시절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되나 현재는 아니다. 급경사의 너덜에 가까운 길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고온다습한 날씨에 숨이 턱턱 막혀 오르막 중간에 등산로에서 벗어나 바위에 배낭을 벗어두고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을 정도다. 물 한 모금하며 숨을 고른 후 다시 급경사를 올라 12시 1분에 '마애석불 갈림길'에 도착했다. 분명 이정표에 "마애석불"이라 표기되어 있다. 동어반복 아닌가?
단순히 거리만 본다면 정상·약사암으로 향하는 게 마애불로 가는 거보다 짧겠으나, 해발 1,000m가 넘는 산행이 끝나면, 마애불 탐방 산행을 계획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어찌 부처를 보지 않고 가겠는가? 그리고 당연히 마애불에서 약사암과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을 거다. 해서 마애불 방향인 왼쪽으로 틀어 조금 올라가자 너덜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길의 상태와 비교해 보면 많은 등산객이 찾는 구간은 아닌 거로 보였다. 갈림길에서 10분가량 가자 돌탑 군락이 나오고 저 아래로 옥개석을 넓적한 오각형 형태의 자연석으로 만든 탑이 오형돌탑인 거 같았으나, 뭔가 이상해 구글링해보니 아니다. 오형돌탑이 오형석탑(五形石塔)이 아니다. 즉 오각형의 석탑이 아니라 거기에 서린 한이 있었다[기사]. 미리 알았으면, 손자의 극락왕생을 빌고 왔을 텐데.
손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돌탑 군락을 떠나 마애불을 향해 갔다. 2분가량 가자, 마애여래입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 암벽에 모습을 드러낸 마애여래입상! 마애불을 많이 보고 일부러 찾기도 했으나, 바위의 모난 부분을 이용해 암벽 속의 부처를 꺼낸 건 처음 본다. 그래서 더욱 입체감이 살아있었다. 먼저 마애불과 주변을 사진으로 남긴 후 부처를 향해 합장하고 첫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봤으나, 물이 보이지 않았다. 대개 마애불 근처에 암자가 있고 물론 암자는 물 가까이에 있으니, 약수가 있을 텐데, 마애불에서 보이는 주변에는 없었다. 해서 바위틈도 찾아왔으나, 청소 용구 보관 장소로 사용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12시 16분 부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정상을 향해 다시 갔다. 그 길은 부처를 꺼낸 암벽이 이어진 암봉을 우회하는 거로 길목의 큰 틈에는 돌탑 또는 기도처가 있었다.
돌탑과 기도처를 지나 조금 더 가자 돌계단이 나타나고, 그 시작 지점에 "일백구십사 계단"이라고 쓴 비석이 있었다. 즉 194개의 돌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돌계단을 세며 위로 올라가는데, 들머리에서부터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등산객이 조금 위에서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기는 게 보였다. 탑이나 부처가 아닐까 생각하며 계속 올라 그 지점에 도착해 보니 석간수다!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스테인리스 양푼에 받고 있었다. 그 옆에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매달려 있고, "쪽박은 제자리에"라고 쓴 넓적한 돌이 서 있었다. 그런데 "쪽박"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해학적이고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냥 가면 천하의 雲峰이 아니라, 나뭇잎을 띄워줄 처자가 없어 아쉬워하며 쪽박으로 물을 떠 마셨다. 그런데 물맛이 영 아니다. 당연한 게 뜨거운 햇볕의 한여름에 스테인리스 양푼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으니, 펄펄 끓고 있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석간수를 지나 암릉과 너덜의 약간은 위험한 길을 따라 위로 15분가량 올라 작은 고갯마루에서 아래를 보자 건물의 지붕이 보인다. 분위기로 봐 앞에 보이는 건물은 약사암의 해우소고 뒤에 건물이 암자인 거 같았다. 예상대로 해우소를 지나 암자로 가다 보니 머리 위에 종각이 보이고 종각까지는 흔들다리가 놓여있었다.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이다. 아니 이 작은 암자에 흔들다리로 연결되는 종각이라니! 어쨌든 암자로 생각한 건물로 다가 살펴봤는데, 본존불이 있는 전각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건물이 있을 만한 곳은 없고 종각으로 가기 위한 계단만 있을 뿐이다. 계단을 올라가자 이정표가 정상이라고 가리키는 방향에 건물이 보였다. 아래가 아니라 위에 있는 게 암자였다. 일단 심하게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 종각으로 가 종과 반대편 약사암 전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종각에서 아래로 보이는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반대편 절경의 암벽도 남겼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 암벽이 정상이었다.
약사전으로 가 본존불에게 인사 후 주위를 둘러보고 그 위세에 놀랐다. 사찰 대웅전 못지않은 크기의 약사전이 서 있을 만한 위치가 아님에도 세웠다는 건 보통 권세로는 할 수 없는 일이나, 종에 새긴 시주자를 봤을 때 불가능한 것도 아닐 거다. 이후 각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며 물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약사전 앞에 물자가 마실 수 있도록 식당용 보랭 물통을 가져다 놓은 게 보였다. 기본적으로 산 정상 부근 또는 중턱에 있는 암자나 사찰은 승려가 육식을 안 할 뿐 물도 안 마시는 게 아니라, 수원지 근처에 있게 마련이다. 해서 암자에 가면 꼭 물맛을 보고 맛있으면 복전함에 물값을 내고 오는데, 이 약사암에는 물 나오는 곳을 찾지 못했다. 수원지 찾는 걸 포기하고 이정표가 정상이라고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자, 좁은 암벽 사이로 계단이 있고 그 정상에는 일주문으로 생각되는 건물이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일주문이었으나, '동국제일문(東國第一門)'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었다. 동국제일문이든 천하제일문이든 그거야 뭐 그보다는 그 옆의 대리석 비인 "약사암 상수도 공덕비"에 놀랐다. 즉 그 비석에 새겨진 이름이 약사암까지 상수도 공사를 하는데 공헌한 사람이라는 거다. 약사암에서 수원지를 찾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과거 아니 지금도 소량의 물이 바위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든, 땅에서 조금씩 솟아나는 광천수든 있을 테지만, 암자를 찾는 권세가가 많다 보니 그 물로 감당을 못해 상수도를 끌어온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추측이다. 그 옆에 거대한 원통은 보관용 물통일 테고.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이정표가 나타났는데, 정상까지 50m에 불과하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즉 약사암을 기준으로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정상 갈림길이 나온다. 그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50m만 가면 금오산 정상 현월봉이다. 마침 그때 반대쪽에서 갈림길을 향해 오는 팀이 있어 인사 후 정상을 향해 방향을 틀어 조금 올라가니 정상이 아닌 거 같은데, 정상석 뒷면이 보였다. 정상 부근에 철탑이 많은 거로 봐서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조금 아래에 정상석을 세우고 정상 취급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 그런 산이 하나둘이 아니니. 해서 등산객이 보이지 않을 때 빨리 인증을 찍고 가려고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찍었다. 그런데 내가 인증을 찍고 있는 동안 그 앞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지나쳐간다. 인증 남길 생각은 안 하고. 아니, 까만 소가 인정하는 100 산 중 하나인데, 왜 인증을 안 하고 그냥 가냐고? 와중에 두 명의 여성 등산객의 대화를 듣고 벙찔 수밖에 없었다. 대화인즉 "우리도 인증을 찍자!", "여기는 옛날 거고, 새것은 위에 있어!"였다. 결국 난 구 정상석에서 인증은 남긴 거다. 어째 한가하더라니, 그럼에도 상관없는 게 붐비는 정상에서 과거 정상석을 배경을 인증을 남긴 게 전체 산행 중 최소 20%는 된다.
인증을 남긴 후 정상석을 떠나며 바위에 박아 놓은 검은색 돌에 새긴 글을 보았다. 그 돌은 정상석으로 가면서 사진은 찍었으나, 글을 읽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글의 내용인즉 "...실제 정상석은 해발 10m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였다. 읽었으면 구 정상석에서 인증을 남기는 해프닝은 없었을 거다. 기본적으로 매뉴얼이든, 경고문이든, 안내문이든 읽지 않는 게 문제다. 구든 신이든 정상은 가야 해 해발 10m를 올라가자 다시 정상석이 나타났다. 진정한 정상이다. 그 시각이 12시 56분이다. 목표 시각 12시 30분보다 30분 가까이 늦었다. 이러면 하산주 마시는 데 지장이 있다. 해서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파노라마와 정상석 앞과 뒷면(미군으로부터 돌려받았다는 내용) 사진만 남긴 다음 인증은 남기지 않고 다음 목표인 칼다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상에는 이정표가 없는 게 칼다봉은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방향을 잡아야 하는 거 같았다. 해서 다시 약사암 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다가 발견한 헬기장으로 가 길이 있나 살펴보았으나, 반대편에 한 쌍의 남녀가 점심을 먹고 있는 외에는 길 같은 게 보이지 않아 다시 돌아 나오는 순간 아까는 보지 못한 이정표가 보였다. 그런데 길은 보이지 않아 길을 찾아 조금 내려가자 음수대가 나타났다. 산 정상 바로 아래에 수도다! 물론 안내문이 서 있었으나, 읽지는 않고 - 당시에는 약사암에서 혼자 마시기 미안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며 확대해 보니, 약사암이 아니라 관리사무소다 - 정말 물이 나오는지 수도꼭지를 돌려 틀어보니 나온다. 산 정상에서 수도에서 나오는 물 한 모금하고 길은 아래가 아니라 위에 있다고 결론짓고 방향을 180도 바꿨다. 역시 예상대로 이정표 바로 위에 길이 있었으나 녹음이 우거져 발견하지 못했던 거다. 그리고 지도를 그린 안내판이 서 있었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등산로를 따라 이리저리 가다 보니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정확한 길로 접어든 거다. 그런데 길일 따라 빙빙 돌다 보니 다시 헬기장이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나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니 아까와 같이 길은 없었다. 해서 그 한 쌍의 남녀가 앉아 있는 곳을 주의 깊게 보니 거기에 길이 있었다. 아니 길목에서 점심을 먹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한 쌍과 성급하게 결론 짓고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던 자신에게 짜증을 내며 그 한 쌍을 지나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칼다봉으로 향하는 길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느라 대략 10분가량을 소모했다.
그런데 길 상태는 지금까지와 비교해 보면 의외로 좋지 않아 급경사의 너덜을 내려가기도 해 이게 등산로가 맞는지 의문을 품고 가고 있는데 금오산에서는 처음 보는 리본이 있었다. 산악회가 아니라 칼다봉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리본으로 관리사무소나 구미 지역 산악회에서 매단 거로 보였다. 그렇게 위험하기도 한 길을 5분가량 내려가자 금오산의 평균적인 등산로가 다시 나타났고, 그 등산로를 따라 15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문제는 그 갈림길이 정상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말인즉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 있다는 거다. 정상에서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성급하게 내려오느라 길을 못 본 거다. 이번 산행에서 실수를 많이 하고 있었다. 조심해야지 하며 계속 전진해 1시 18분에 금오동천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칼다봉으로 향하는 길은 계단을 만드는 작업 중이라 하산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중간에서 90% 정도 완성된 모습의 계단이 나타나 하산이 쉬웠다. 그 계단 끝에는 비석이 서 있어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니 "금오산성 중수 송공비"로 왕을 찬양하는 글이다. 그 비석을 지나자 풀이 우거진 꽤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해발 800m가 넘는 곳의 평지로 과거에 마을이 있었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이정표에 있던 "성안"이란 지명의 뜻을 깨닫는 순간이다. 말 그대로 성(城)의 안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다. 그리고 지도에 금오정이라고 표기된 현대의 대피소도 있었다. 정자 형태의 대피소지만. 다른 한쪽에는 돌로 아주 잘 만든 식탁과 의자도 있었다. 마침 정상 헬기장을 떠나며 점심 먹을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었으나, 발견하지 못해 여기까지 온 거였다.
인적없는 성안 식탁 중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배낭을 옆 의자에 벗어 두고 먹거리를 꺼내 영양식과 김치로 점심을 먹었다. 대략 8분가량 점심을 먹고 내가 다녀갔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한 후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늘 그렇듯이 다시 올라가는 건 처음 올라가는 것에 비해 200% 이상 힘이 들었다. 이정표에 의하면 식탁에서 칼다봉까지는 1.7km고 식탁을 떠난 시각이 1시 35분이라 목표한 3시 30분까지 하산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힘이 배로 들었으나 쉬지 않고 전진했다. 그렇게 낑낑대며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데 등산 앱의 아리따운 목소리가 봉우리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경험상 등산 앱은 목적지 50여 미터 근처에서 알려주므로 최대 50m가 남았다는 거다. 그런데 지도 어디에도 없는 봉우리다. 해서 폰을 꺼내 목소리로 알려준 등산 앱으로 확인해보니 '성안 전위봉'이란다! 전위라는 지명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북한산성으로 얘기하면 동장대, 남장대, 북장대처럼 지휘소가 있었던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로 쓰면 前衛! 물론 내 추측이다.
전위봉에서부터 길 상태가 양호했고, 많은 기복이 있었으나 경사가 심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었다. 뭐지 하며 능선을 따라가다 능선에 있는 돌무더기 보고 알았다. 성벽이다. 등산로는 성벽 위에 있는 거고. 정확히는 능선에 성벽을 쌓은 거다. 이와 가장 비슷한 능선이 북한산 의상 능선이다. 성 바깥쪽은 낭떠러지이고, 안쪽은 완경사에 대부분 능선이 암릉이라 군데군데 위험하기도 한. 물론 이 칼다봉 능선을 의상에 비할 바는 아니나, 금오산에서는 최고의 능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의상과 다른 점은 양쪽이 다 낭떠러지라는 거. 혹시 칼다봉이라는 지명에서 칼이 능선이 칼날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아닐까? 해서 칼다봉의 뜻을 알기 위해 구글링하다가 역시 토호의 세계 최장 케이블카 기사가 있는 걸 발견했다. 자연을 그냥 두면 토호가 아니지!
울창한 숲에 가려 돌로 쌓은 성벽이 잘 보이지 않으나 중간중간 원형탈모를 보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성벽이 보인다. 그리고 칼다봉 능선에서 금오산의 정상인 현월봉을 보면, 통신탑과 송전탑 외에는 보이는 게 없다. 달이 걸려서 현월(懸月)이라고 불렀다는데, 아마 요즘에는 철탑에 걸리지 않을까? 이게 다 구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금오산이 망가진 거겠지? 저 아래로 금오지와 유흥시설이 보이고 멀리는 구미시가, 그런데 산행 시작 시만 해도 날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고온다습에 날이 흐려 최악이나, 그나마 가끔 부는 바람이 열기를 식혀줘 다행이었다. 현월봉 쪽은 버리고 칼다봉 능선은 가면 갈수록 마음에 들었다. 다만 문제는 고도가 너무 높은 거다. 기본 700m가 넘고 봉우리에 따라 800m가 넘는 구간도 많았다. 하산길이 급경사로 쉽지 않을 거라는 예고다.
우회로를 버리고 암릉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며 전진하다 보니 등산 앱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봉우리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칼다봉이다. 그 시각이 2시 17분이었다. 갈증도 나고 해서 일단 배낭을 벗어 한쪽에 두고 카메라를 바위에 얹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긴 후 시원한 얼음물로 갈증을 해소했다. 날머리는 능선 오른쪽이고, 이정표는 왼쪽의 '자연환경 연수원'을 가리키나, 거리는 비슷해 보였다. 고로 날머리까지 2.5km다. 3시 30분까지는 한 시간 이상 남았으니 하산주 시간은 충분했다. 2시 29분에 폭포 갈림길을 지나,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올라가자 돌탑 두 개가 호위하고 있는 듯했다. 지도도 확인할 겸 목도 축일 겸 잠깐 쉬었다. 그런데 그 쌍탑을 보자 능선 성벽을 따라오며 군데군데 보이는 돌탑? 돌무더기의 역할이 전시에 투척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척용이든 기복용이든 그 쌍탑 봉우리를 내려가자 오른쪽으로는 주차장이 왼쪽으로는 연수원이 보였다. 다 왔다.
예상대로 하산 길은 급경사의 흙길로 미끄럽기도 하고 군데군데 돌도 튀어나와 있어 위험하기도 했다. 그 위험한 길을 정신없이 내려가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금오관광호텔'이 600m 남았단다. 그 시각이 2시 59분이다. 호텔로 향하는 길도 관리하지 않는지 군데군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장벽을 넘어 계속 내려가자 물의 흔적을 보기 힘든 계곡이 나왔다. 직진하면 호텔 내로 진입이라, 철조망으로 막은 거 같고 채미정 방향으로 가라고 이정표를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지시대로 따라 내려가자 앞이 시끄러워, 숲 사이로 보니 계곡에는 가족 단위 피서객으로 가득했다. 물론 어린애들은 수영을 즐기고 있고. 애초 산의 규모로 보나 최근 날의 상태로 봐서 계곡에서 세수와 세족의 욕망을 포기하고 있었으나, 그 모습을 보자 견딜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인파로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나, 세수로 땀을 씻었다. 세족은 벗고 씻고 다시 신고가 번거로워 포기.
땀을 씻고 계곡에서 나와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3시 25분경 주차장에 도착해 타고 온 버스를 찾으려 사방을 둘러봤으나, 안 보인다. 혹시 주차장을 착각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확인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기록한, 등산 앱으로 확인해 보니 버스가 내려준 바로 그 자리다. 그런데 뭐, 버스가 있든 없든 아직 마감 시각은 멀었으니 일단 한잔하고 마감 시각에 맞춰 찾아도 늦지 않았다. 해서 주차장 바로 앞 백숙 골목으로 들어가 그 중 한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구미 금오산에서 칼다봉 능선을 발견한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3
백숙 거리에 홀로 들어갈 때는 초복, 중복도 그냥 지나쳤으니, 구미 금오산에서 까마귀 대신 닭으로 보신하려는 생각이 강했다. 물론 혼보신이니 삼계탕으로. 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중요한 삼계탕은 얼마나 걸리나 물어봤다. 사실 식당에 손님이 좀 있으면, 그나마 조리 시간이 짧고 미리 준비라는 것도 했겠지만, 그 넓은 식당에 손님이라고 내가 유일했다. 하긴 그 시기이 3시 33분이니 식사 시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쨌든 돌아온 답은 30분이다. 산행 마감 시각도 애매했지만, 30분 동안 멍청히 기다리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라 삼계탕 보신은 서울에서 하기로 하고 더덕구이 정식을 주문했다. 물론 소주를 주문하기 전 종류를 물었고, 답은 참이슬과 참이 있다고 해서 참이 뭐냐고 다시 질문, 과거 금복주라는 말에 참 주세요! 내가 금오산을 즐겼으면 최소 그 동네에서 밥값은 하고 가야 한다는 정신에 입각해!
주요리가 나오기 전 깔린 밑반찬과 ‘참’으로 무사 산행과 구미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기쁨으로 먼저 한잔! 그리고 나온 주요리에 감탄을 연발했다. 더덕구이는 당연하고 된장찌개에 부추전 '참' 한 상자는 마실 수 있는 안주다. 그런데 더위를 먹었는지 한 병을 간신히 마시고 4시 5분경 산악회 마감 시각에 맞춰 나왔다. 그리고 아주 당연히 다시 주차장으로 가 버스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없다. 안 보인다.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게 맞다. 다시 폰을 꺼내 버스 내린 위치를 확인했다. 이 자리가 맞다. 뭐가 문젠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이 편의점 앞인데, 외부 테이블에 등산객으로 보이는 예닐곱이 끼리끼리 모여있어, 산악회 이름을 말하자, 그렇다고 답한다. 해서 왜 버스가 안 보이냐고 물었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본인도 모르고 다만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해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배낭을 벗어 자리에 둔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자 마감 시각에 맞춰 우리의 인솔 대장이 폰을 귀에 대고 나타났다. 그리고 하는 말이 기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거다! 뭐, 이런…. 아니 그럼 진작에 얘기했으면 시간에 쫓기듯 그 좋은 안주를 두고 서둘러 식당을 나오지 않았을 거 아닌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몇 분 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 자릿값도 할 겸 편의점으로 들어가 맥주를 골랐다. 다 마음에 안 드는 브랜드인데 그나마 하나 익숙한 게 있어 들고나와 자리에 앉아 홀짝였다. 그런데 마시다 보니 맛이 이상했다. 이건 내가 아는 그 맛이 아니다. 해서 캔을 살펴보니, '호가든 포멜로'다. 포멜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술에 뭘 탄 거다. 그 과정에서 알코올은 3도! 대 실패다! 인솔 대장과 버스 기사 때문에 폭발 직전인데, 맥주까지!
맥주는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편의점 내로 들고 가 내용물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캔은 재활용에 넣고 나와 인솔 대장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 등산객과 나누는 얘기가 가관이다. 원래 이 산악회가 초창기 안내 산악회로 유명한 곳에서 뛰쳐나와 따로 살림을 차린 곳이라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일하는 과정이 엉망이다. 고객을 끌기 위해 가격으로 경쟁하니, 버스도 인솔 대장도 어설프다. 다행히 4시 20분경 기사와 통화가 됐고 주차장으로 차를 가지고 온다는 반가운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25분에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했다. 이 상황에서 짜증내 봐야 달라질 것도 없고, 서울 교대역에서 탈 때와 같이 배낭을 짐칸에 넣고 폰과 카메라만 들고 버스에 탔다. 패드는 버스에 두고 산을 다녀와 들고 있지 않았다.
예정된 시각보다 20분 늦은 시각에 구미 금오산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괴산 휴게소에 들린 후 서울을 향해 신나게 달렸다. 그런데, 잠도 안 오고 책은 눈에 안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이라 유튜브를 보는 중간중간 억지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래도 심심하며 어디쯤 왔나 지도로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도를 확인하던 중 깜짝 놀랐다. 충주에서 당연히 여주·이천으로 올라가야 함에도 안성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 갑자기 또 열이 확 솟구쳤다. 이 코스를 선택한 기사 입장에서 아무리 합리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된다. 산행 때문에 수없이 이 구간을 버스로 다녔지만, 안성 쪽 코스를 선택한 버스는 없었다. 어쨌든 몇 번의 정체를 거친 후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갈에서 정차? 아침에 정차한 곳이 동천, 죽전이 아니라, 죽전, 신갈이었던 거 아냐? 그럼 모든 게 설명된다. 내가 속으로 기사를 욕한 게 섣불렀고.
역시 신갈에서 정차해 1차로 등산객을 내려줬다. 내 옆자리 등산객도. 죽전이 아니라 신갈에서 탄 거였다. 그리고 다음이 죽전, 그리고 7시 57분에 교대역에 도착했다. 8시면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짊어지고 역으로 내려가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8시에 불과했음에도 전철은 텅 비어 있었다. 코로나, 아니면 더위? 어쨌든 유유자적 전철을 타고 집에 도착해 입고 있었던 옷을 세탁기에 넣고 바로 돌리며 소나기를 맞는 거로 하루를 마감했다.
산악회 산행 계획 A 코스인 '주차장 → 관리사무소 → 케이블카 하부 탑승장 → 성문 → 영흥정(약수) → 케이블카 상부 탑승장 → 해운사 → 도선굴 갈림길 → 명금폭포(대혜폭포) → 성안 갈림길 → 할딱봉(할딱고개) → 마애불 갈림길 →오형돌탑 → 마애여래입상 → 일백구십사 계단 → 석간수 → 약사암 → 정상 → 음수대 → 헬기장 → 칼다봉 갈림길 → 정상 갈림길 → 금오동천 갈림길 → 성안 → 폭포 갈림길 → 성안 전위봉 → 칼다봉 → 폭포 갈림길 → 연수원 갈림길 → 채미정 갈림길 → 계곡 → 주차장'의 11.26km(트랭글 기준), 5시간 9분의 환종주 산행이었다. 이동 4시간 57분, 휴식 12분!
금오산 쉽지 않은 산이나, 100 산 중 하나로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명산의 발견이다.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에서 칼다봉을 지나 채미정으로 내려오는 성벽 암릉 구간을 달려야 금오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북한산 의상 능선 성벽 구간을 달리는 거와 비교할 만하다. 의상에 비하면 조금 부족함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