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오 저자(글) · Michelle Park 그림/만화
브로콜리숲 · 2023년 05월 05일
책소개
정순오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인 『좋은 걸 어떡해』는 그 동안 오래 기다려 준 독자들께 보내는 정겨운 동시 동네로 부디 와 주십사하는 초대장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수 년 동안 고이고이 적어놓은 알록달록한 동시들을 새싹 초록 단풍 눈꽃의 언어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글: 정순오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구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한국불교아동문학 신인 문학상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 아동문학가겸 독서논술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그림 Michelle Park 일러스트레이터
마음 속에 예쁜 싹을 틔우는 카페를 운영중입니다.
출판사 서평
색색깔 알록달록 고운 문자 보내드립니다
새싹은 봄이 보내는 문자
초록은 여름이 보내는 문자
단풍은 가을이 보내는 문자
눈꽃은 겨울이 보내는 문자
-「시인의 말」 부분
21년 전에 《대구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을 해서 2017년 시집 『이만큼 왔으니 쉬었다 가자』를 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동시집으로 처음이지만 일찍 인정을 받은 성숙한 시인임을 먼저 알립니다.
동시는 동심으로 쓴 시입니다. 동심이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라고 언제나 동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영악할 때도 있습니다. 성인이나 노인이라고 동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동심은 순수한 마음입니다. 모든 사물을 어린이 자신같이 목숨을 가진, 귀천이 없고 고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수직이 아니고 수평입니다. 나보다 더 높거나 낮다고 보지 않고, 또 나보다 더 귀하거나 천하다고도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을 업신여기거나 두렵게 보지 않습니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뿐더러 어려운 처지에 있는 대상을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동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활론이 동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예술성이 있는 작품이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동심은 있으나 예술성이 없으면 동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동심에만 치우쳐도 안 되고 예술성에만 치우쳐도 안 됩니다.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정순오 선생은 첫 동시집이지만 시인으로 등단한 지 오래 되었고, 시집도 낸 시인이라서 그런지 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동시집의 작품 소재가 거의 다 자연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가까이한다는 것은 순수한 마음 곧 동심을 뜻합니다.
-〈해설_동심으로 빚은 감성이 넉넉하고 개성 있는 따뜻한 시〉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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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어떡해 / 정순오
연두도 좋고
빨강도 좋고
노랑 불가사리도 좋고
초록 사슴뿔도 좋고
롯데 타워 같은
줄기도 좋아
모종을 심고
지지대를 설치하고
곁순을 제거하고
웃거름을 주는 거
다 좋은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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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 정순오
전봇대 둘레에
바랭이풀, 괭이밥, 씀바귀꽃
자리 잡았다
비에 떠내려가지 않게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손 꼭 잡았다
밋밋하고 차갑던
전봇대가 꽃신 신었다
꽃신 신은 전봇대
발등 간지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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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나무 / 정순오
나무는 걷고 싶어
신발 연구소 만들었어요
바느질 자국 다 다르고
크기와 모양도 다르고
발레슈즈처럼 가벼운 신발 연구해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걷고 싶은 나무의 신발 연구소
드디어
플라타너스 장화, 은행잎구두, 단풍잎 운동화
완성!
찬바람 불기 시작하자
나무들은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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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코스 레스토랑 / 정순오
봄에는 부추, 열무
여름에는 상추, 깻잎
가을엔 배추, 무
겨울엔 시금치, 봄동
텃밭은
풀 코스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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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걸음 / 정순오
발발발발
부지런히 걸어간다
척척척척
발맞춰 걸어간다
서로 걸려 넘어지는 법 없는
여섯 개의 발
척척척 발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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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 그림 / 정순오
늘 엎드려서
그림 그리는 소금쟁이
두 팔로도 모자라
다리까지 동원해
스르륵스르륵
아무리 부지런히 그려도
남지 않는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