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과 소통의 어려움에
코로나 유폐가 반년을 넘다 보니 책읽기나 TV시청도 신물이 나서 근래 유튜브에 푹 빠져 지냅니다. 시사나 인문학 강좌를 즐겨 보곤 하는데, 요사이 젊은이들이 만든 사이트도 기웃거리고 있읍니다. 톡톡튀는 말과 신기한 영상으로 재미가 쏠쏠한데, 알수 없는 신조어가 툭툭 튀어나와 당황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이미 반세기도 전에 고등학교를 나온 우리가 어찌 요새 것들(?)의 말을 다 알 수 있으리오마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좀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애들 말쌈이 어른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늘근 백셩이 니르고져 홀빼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몯할노미 하니라.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맹그러진 글을 가려뽑아 올리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편안케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5백년 전 훈민정음에 나오는 글을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요새 애들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유행하던 新造語는 올해에는 舊造語라고 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변화가 크다고 하지요. 그러나 어떤 말은 오래 살아남아 제도권의 일상용어로 편입되는 경우도 있읍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신조어들을 뽑아 나름 정리해 보았읍니다. 다만 우리말 훈민정음을 엄청 변질시켰다는 '야민정음' 은 제외시켰습니다.
1. 합성어
코로나불루 :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했답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국뽕 : '국가'와 '히로뽕'이 합쳐진 신조어.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2012년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국의 한 통신사 기자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묻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이른바 국뽕 논란이 불거졌다는 겁니다. 싸이가 한국 사회 전체에 국뽕이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거지요. 연전에 일본에서 극성을 부리던 극우파 데모꾼들을 '일뽕'이라 폄하하기도 합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헬조선 :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풍자하는 말.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2010년 국내 메이저 커뮤니티 포털 '디시인사이드'에서 랍니다. 청년실업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 경제적 불평등이나 과다한 노동시간 문제, 빈익빈 부익부 등 한국의 단점을 비판하는 데 사용된 이후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위키백과 참조)
슬세권 : '슬리퍼'와 '역세권(驛勢圈)'의 합성어. 슬리퍼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는 권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맥세권이란 말도 있는데 맥도날드 햄버거가 배달될 수 권역이라네요.
팩폭력 : '팩트(fact)와 폭력'의 합성어. 근래 이념 갈등이 심해지면서 반박할 수 없는 사실(fact)을 가지고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행위를 말한답니다.
틀딱 : '틀니'와 '딱딱'의 합성 신조어로 몰지각한 노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꼰대와 비슷한 의미랍니다. 여기에 벌레라는 충(蟲)을 붙여 '틀딱충'으로 쓰기도 합니다.
2. 축약어
지못미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의 줄임말. 좋아하는 대중 스타가 방송 중에 난처하거나 무안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열성팬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점차 가까운 친구나 소중한 대상이 굴욕적인 일을 당했을 때의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2008년 국보1호 숭례문이 소실되었을 때 인터넷에 올라왔던, “불타버린 숭례문.. 지못미”라는 추모 기사 제목은 당시 신세대적인 독특한 추모 방식이자 표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요(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대깨문 :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을 줄인말. 보수 성향의 젊은이들이 문통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이들(문빠)을 비하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요사이 조깨문, 추깨문도..
영끌 : '영혼까지 끌어모아' 의 축약어로, 얼마전 국토부 장관인가 하는 자가 공식석상에서 언급하여 화재가 되기도 했지요.
문송 / 인구론 :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힘든 취업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는 '인문계 졸업생의 구할는 논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인 '인구론'과 관련이 깊지요. 여기에 상경계의 취업 또한 어려워지면서 '상경계라서 죄송합니다' 라는 뜻의 ‘죄상(商)’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네요 (시사상식사전 참조).
심쿵 :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의 축약어.
꿀잼 : '꿀맛 재미' 를 줄인 말로 비교적 이해가 쉽지요.
소확행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어마무시 :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
그외 비속어에 속한 말들은 '어마무시'하게 많아 차고 넘치지만 일부만 소개합니다(다 알 수도 없구요 -_-;;).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너또다(너 또라이라서 다행이다), 넌씨눈(넌 씨발 눈치도 없냐), 인조새(인생 조진 새끼), 존버(존나 버틴다) 등
3. 기타
쩐다 : "대단하다", "엄청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속어로, 2010년대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쩐다'라는 '-ㄴ다' 꼴이 자주 쓰이며 '쩔어'라고도 한답니다. "쌤! 오늘 쩐다." 라고 하면 칭찬하는 말이라니..
인천에서 70~80세 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鹽田(주안 염전 등)에서 쓰던 용어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염전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쉬고 있는 노동자를 보면 그야말로 다른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몰골이었다고 하지요. 때문에 이 '쩔어'라는 표현은 당시에 부정적인 표현으로 많이 쓰인 듯합니다(나무위키 참조).
자뻑 : 고스톱에서 자기가 싼 뻑을 먹는 것을 의미하는 화투 용어인데, 나중에 고스톱의 '뻑'과는 전혀 관계없는, '뻑갔다'의 '뻑'으로 바뀌어 '자가도취' 라는 뜻이 됩니다(나무위키 참조).
쌩까다 : 고의로 무시하거나 지나쳤을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하네요('生'의 된소리 쌩).
그외에 '법블레스유'(법이 아니었음 너는 이미 죽었다) 같은 재미난 표현도 눈에 띄네요.
♥蛇足 : 신조어들을 이리저리 검색하다 보니 젊은이들의 고민과 한숨이 느껴집니다. 오히려 우리들이 젊었를 때가 더 행복했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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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
이란 단어는 표준국어사전에도 올라갔다하던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