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의 순례가 내면을 밝히는 빛으로 충만하기를!
최근 단순 관광 목적이나 종교적인 이유, 개인의 구도 등 다양한 이유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은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전 리 호이나키가 산이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겪은 이야기를 실은 책이다. 저자는 65세 되던 해에 프랑스 남부의 국경 마을인 생장피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여, 중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고 믿는 산티아고까지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카미노를 32일에 걸쳐 홀로 걸으며 느낀 점과 생각한 것을 쓴 자기성찰의 기록이다.
그의 사색은 종교적 감수성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서 현대 건축과 기술 발전에 대한 비판 그리고 공간에 대한 신학적 이해 등 다양한 주제를 풀어낸다. 또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이 카미노를 걸으며 겪었던 일화나 비사들이 과거와 현재를 가리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서 적절하게 끊임없이 서로 교차하며, 읽는이로 하여금 여행의 현장감을 흥미롭고도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목차
서문 : 주디스 밴 헤릭
감사의 말
카미노 순례를 결심하다
1. 도대체 내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생장피드포르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2. 나는 그곳을 알지 못한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까지
3. 계속해서 오한이 온다
-주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4. 고요와 경이로 가득찬 고독
-팜플로나에서 시수르 메노르까지
5. 이곳은 거대한 존재를 구성하는 사슬과 같다
-시수르 메노르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6. 그들의 믿음과 내 신앙 사이에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테야까지
7. 이 길을 앞서 걸었던 옛 순례자들과 함께
-에스테야에서 로스 아르코스까지
8. 어둠 속에 갇혀있던 신앙은 다시 불을 밝힌다
-로스 아르코스에서 로그로뇨까지
9. 이곳은 정말 고요하다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
10. 진리는 더욱 낮은 곳에 있다
-나헤라에서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까지
11. 너무나 살그머니 찾아오는 파괴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서 벨로라도까지
12. 그들의 죽음은 헛되었다
-벨로라도에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까지
13. 아주 훌륭한 환대의 도시에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에서 부르고스까지
14. 나는 지금 이 고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부르고스에서 그란하 데 삼볼까지
15. 내 몸의 감각들이 진정으로 생명을 느낀다
- 그란하 데 삼볼에서 카스트로헤리스까지
16. 홀로 걷는자의 고독과 침묵
-카스트로헤리스에서 프로미스타까지
17. 성모 마리아의 노래
-프로미스타에서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까지
18. 고독이 깊어지면 질수록 그들이 함께 한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서 사아군까지
19.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기계에 너무 얽매여 있다
-사아군에서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까지
20. 훌륭한 노동은 사물을 아름답게 한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서 레온까지
21. 자동차를 타고 자연의 굴레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레온에서 비야당고스 델 파라모까지
22. 어떤 사람이 나이를 물었다
-비야당고스 델 파라모에서 아스토르가까지
23. 산 꼭대기 한가운데서 완전히 길을 잃었다
-아스토르가에서 폰세바돈까지
24. 이제 나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폰세바돈에서 폰페라다까지
25. 당신의 순례가 내면을 밝히는 빛으로 충만하기를
-폰페라다에서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소까지
26. 지금 이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소에서 엘 세브레이로까지
27.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보낸 하룻밤
-엘 세브레이로에서 사모스까지
28. 그동안 얼마나 천박하게 살았는가
-사모스에서 포르토마린까지
29. 나는 혼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는다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 데 레이까지
30.이 길은 나의길, 나의 카미노가 되어야 한다
-팔라스 데 레이에서 아르수아까지
31. 멀리 안개에 싸인 산티아고가 보인다
-아르수아에서 몬테 델 고소까지
32. 이른 새벽, 산티아고에 도착하다
-몬테 델 고소에서 콤포스텔라까지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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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리 호이나키 (Lee Hoinacki)
그는 대학의 정년보장 교수가 된 직후에 대학을 그만두고, 시골로 가서 농부가 되어 “경제주의/화폐중심 사회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서 살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그와 관련된 자신의 철학을 담은 글을 발표한 작가이다.
그는 1928년 미국 일리노이주 링컨에서 출생했다. 그의 조부모는 그의 부친이 아이였을 적에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는 링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뒤 1946년에 해병대에 입대하여 중국에서 근무를 하였고, 제대 후에는 ‘제대군인 원호법’에 의거하여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녔다. 대학시절 그는 트라피스트 수사였던 토머스 머턴의 자전적 기록 《칠층산》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고, 아마도 이것이 그 후의 생애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회고한다.
그는 1951년에 도미니크회 수도회에 들어가서, 1959년에는 맨해튼의 빈민구역에서 사목활동을 전개했으며 1960년에 그는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서 푸에르토리코로 이동했고, 거기서 이반 일리치를 만나 평생에 걸친 벗이 되었다. 2년 뒤 그는 칠레로 갔고, 그리고 다시 4년 뒤에는 멕시코로 가서 당시 일리치가 쿠에르나바카에서 운영하던 연구소에 합류했다. 1967년에 미국으로 돌아와서 결혼을 하고, 캘리포니아대학(로스앤젤레스) 대학원에 들어가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학위과정을 마치고 박사논문을 작성하는 도중에 베트남전쟁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과 미국사회에 만연한 불의와 부도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자발적인 망명을 하였다.
여러 해의 망명 후, 그는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와 일리노이주의 생거먼대학이라는 새로 개설된 실험대학의 교단에 섰다. 그 과정 속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일리치와 협력해서 연구했다. 2002년 이반 일리치가 고인이 되기 직전 The Challenges of Ivan Illich (2002) 등의 책을 편집하였고, 계속해서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가르쳐오다가 농부가 되었다. 그의 저서는 이 책 이외에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스페인의 옛 성지까지 걸어서 간 순례여행의 기록 El Camino:Walking to Santiago de Compostela (1996), Dying is not Death (2007)등이 있다.
역 : 김병순
전문번역가. 역서로는 『두 발의 고독』 『성장의 한계』 『음식과 자유』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텅 빈 지구』 『불로소득 자본주의』 『빈곤자본』 『21세기 시민혁명』 『양심 경제』 『인재쇼크』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제자 간디, 스승으로 죽다』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탐욕의 종말』 『그라민은행 이야기』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경제 인류학으로 본 세계 무역의 역사』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내가 걸어서 스페인을 횡단할 거라고 말했을 때 친구들 가운데 아무도 그러지 말라고 말리지 않았다. 그 반대였다. 그들은 모두 내게 여행할 때 필요한 것들을 선물하며 열렬히 환영했다. 한 친구는 두꺼운 침낭을 빌려주었다. 또 한 친구는 훌륭한 큰 배낭을, 또 다른 친구는 정교한 스위스제 군용칼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끝으로 내가 산티아고에 관심을 갖게 제안했던 그 친구는 낡았지만 튼튼해 보이는 등산화를 빌려주면서 단호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걸 신으면 콤포스텔라까지 잘 갈 수 있을 거야!”
......
바야흐로 나는 이제 새로운 시작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카미노는 나를 창조하는 삶으로 인도한다.
......
길을 걷다 인간의 손길이 닿아 환경이 파괴되고 지형이 변한 곳들을 보고 이를 비판하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곳에서 땅을 밟으며 보낸 며칠 사이에 내면에 숨어있던 타고난 비판 본능이 꿈틀거림을 느끼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어떤 때는 경외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연을 대하지만 어떤 때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생각 없이 자연을 파괴한다.
......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빛을 본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은 인생을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카미노라는 특정한 공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그곳에 대한 깨달음의 울림은 더욱 커진다. 삶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다.
......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는 걸까? 이제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행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례길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스페인의 풍광을 배경으로 오래된 농촌 마을과 도시들을 지나고 높고 낮은 구릉지들 사이로 드넓은 벌판이 펼쳐지는 듯하다가 군데군데 깊은 산과 숲도 나타나고 곳곳에서 유서 깊고 화려한 성당과 수도원들을 만나기도 하며 기독교의 옛 성인들이 남긴 성물들도 볼 수 있다. 국내에도 이미 널리 알려져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엘 카미노라 불리는 그곳으로 순례를 떠나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종점을 향해 가는 한 인간이 카미노를 걸으며 솔직하고 심오한 자기 성찰과 신앙 고백에서 현대 문명과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이야기꾼인 호이나키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마치 그림책이나 사진집을 보듯이 호이나키가 바라보는 장면이 머리 속에 환히 그려진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파괴에 대한 연민어린 분노
1993년 5월, 리 호이나키는 예순다섯 살의 나이로 배낭에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서 홀로 카미노 순례에 나섰다. 그는 과연 거기서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돌들을 밟으면서, 쏟아지는 빗방울을 맨몸으로 맞으면서, 질척이는 진창길의 진흙이 신발에 달라붙어 발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때 그는 자연과 교감한다.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함께 부딪치고 뒹구는 접촉을 통해서 진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아 나간다. 거기서 살아있는 생명을 느끼고 자연과 하나 되는 일체감을 느낀다. 그래서 리 호이나키는 ‘자연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우아하게 서로 결합된 모습’에서 온다고 본다. 장구한 세월을 버티고 꿋꿋하게 자란 고목들과 잘 어우러진 돌담처럼.
한적한 골목길 모퉁이에 있는 작은 구둣방에서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묵묵하게 구두를 만들고 있는 구둣방 주인을 만나고, 어느 가게 앞에서는 나막신을 깎고 있는 한 장인과 아직도 남아있는 전통 양식의 슬레이트 지붕을 보고, 순례길에서 마주친 황소와 당나귀가 끄는 수레들을 보면서 자기가 사는 지역공동체를 위해 아주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한탄한다. 무감각하고 생명이 없는 현대 기술과 기계가 자연과 직접 교감하는 살아있는 전통 기술과 육체노동을 대체하고 살기 좋은 농촌공동체가 폐허로 변하는 오늘날 세상의 어리석음을 몹시 안타까워한다.
당신의 순례가 내면을 밝히는 빛으로 충만하기를!
순례 첫날부터 무릎 통증으로 고통스런 여정을 시작한 리 호이나키는 그 고통을 통해 마침내 예수의 고통과 희생이 어떻게 구원으로 승화되는지를 깨닫는다. 진정한 신앙의 완성은 고통을 통해 얻어지며 그 고통은 자기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관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카미노를 걸으면서 느낀 통증, 아프다고 하는 감각에서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로사리오 묵주를 돌리면서 소리 내어 기도하는 가운데 그동안 몰랐던 신앙의 깊은 뜻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 또한 감각에서 비롯된 깨달음이다.
리 호이나키가 카미노를 걸으며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이 많지만 그것은 모두 한 가지로 귀결된다. 자연에 대한 이해도, 전통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진정한 신앙에 대한 의미도 모두 감각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인식은 감각을 통해 생긴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은 리 호이나키의 사고 전반을 관통하는 한 줄기 빛이 아닌가 한다. 인간의 육체적 한계와 사회적 환경은 그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한다. 그러므로 그의 사색은 관념에 기대지 않는다. 현실 속에서 직접 발을 딛고 서지 않는 한 어떠한 의미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이 느껴지고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여유가 생긴다. 시골집 자그마한 창문으로 오후의 따스한 햇살 한 줌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방 한 구석을 환하게 비추는 느낌, 리 호이나키의 글이 주는 느낌이 그렇다. 때로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기도 하고 어리석은 현대 문명의 세태를 한탄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정한 이웃집 노인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바로 리 호이나키의 글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인지도 모른다.
추천평
“이 책은 오늘날 한 순례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심오하고 감동적인 자기 성찰의 이야기다. 호이나키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순례의 의미를 단순히 산티아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례를 통해 스스로 자각에 이르는 것에 둔다.”
- 윌리엄 A. 크리스티안 주니어, 『오늘날 스페인의 십자가들』저자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오가며 들려주는 호이나키의 카미노 순례기는 시간을 초월해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카미노 문학의 전통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고전 문학’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호이나키는 자기 자신의 삶을 좀더 분명하게 보기 위해 순례의 여정 동안 여행자의 시각으로 일기를 쓴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감각을 통해 직접 느낌으로써 자신이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깨닫고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찾아간다.”
제롬 본 네이글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