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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방에서는 담배 좀 피우지 말어. 그리고 집안 청소 좀 해 놓구 "
새벽 출근길에 돗대는 아직 작은 방에서 자고 있는 남보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거실 바닥엔 밤새 야구 중계를 보면서 피워댄 담배꽁초와 소주병과 번데기 깡통이 뒹구는 것을 대충 치워 놓은 후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오는 중에도 영 기분은 좋지 않았다.
돗대는 먼지로 얼룩덜룩한 지저분한 모닝의 시동을 걸었다
" 에이 ~ 씨발 놈 "
새벽부터 짜증이 일어났지만 욕 한마디로 털어버리고 오래된 모닝을 몰고 그가 일하는 도매시장으로 향하였다.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모른다.
수산 시장에서 제법 큰 도매상을 운영하던 그였다. 밤 늦게 출근을 하고 해가 중천에 떠야 퇴근을 하던 올빼미족의 일원이었던 그는
수산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비린내 풍기는 거친 어물도매시장은 오랜동안 그를 살아가게 하던 삶의 터전이었다.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이지만 노점 베달꾼으로 시작해 작은 매장을 소유한 도매상으로 키울만큼 성실하게 일을 하였다.
사장. 사장님 소리를 들을 때쯤 그도 혼기가 제법 지나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고야 결혼을 하게 되었다 . 신부 되는 여자는 야채동의 도매상집 딸이었는데 꾸며놓으면 제법 여자 티가 나는 인물이었다. 깨가 쏟아진다능 신혼초에도 부부가 함께 장사를 나섰고 또 열심히 돈도 벌어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45평짜리 아파트도 장만하였다. 물론 그 사이 둘 사이에는 아들과 딸이 하나씩 사이좋게 생겼다. 고향의 노모와 동생도 있었지만 노모를 모시려해도 평생 흙밥 먹고 살았는데 이제 무슨 영달을 보냐고 노모는 손사래를 치셨다.
그 사이 아내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시장의 일은 손을 놓았고 돗대 혼자 조카 하나를 데리고 가게를 운영하였다.
남들은 퇴근하면 " 아빠 . 아빠 ~ " 하고 달려드는 아이들의 응석도 돗대는 별로 받아 보지 못 할만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었지만 아이들 만큼은 끔직히 챙기는 아버지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은 커녕 일찍 세상을 등진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그에게
아버지로서 권위 보다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 오로지 가장이 해야 할 일이라 믿었다.
그렇게 바람없이 가을 곳간 같은 그의 가정과 삶이 송두리째 뿌리가 뽑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생각하기도 싫고 고개를 돌리고 싶은 그 일은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되었다.
" 여보 . 이번 일요일 내 생일인데 친구들하고 밥 먹으려는데 당신 잠깐 오면 안돼?"
" 바빠서 안돼 . 추석 대목도 준비해야지 "
" 다른 애들은 모두 신랑들하고 오기도 하는데 "
" 생선 비린내 풀풀 풍기면서 거기 왜 가냐.
재미있게 놀다 오구. 아이들은 ?"
" 지네들끼리 집에서 놀겠대 "
벌써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의 품안을 벗어나려는 나이때라 그녀는 정말 오랫만에 홀가분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아내는 조금씩 변하였다.
그러나 아내의 변화를 돗대는 눈치채지 못했다
언제나 허름한 평상복과 민낯의 아내는 화장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거나 옷매무새가 달라져 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낮에 퇴근을 하다보면 가끔 짙은 화장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고는 여자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옷이라도 사입으라고 카드를 주기도 하였다
부부의 잠자리는 늘 일상적으로 짙은 애정표현이나 야한 기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 또한 나이 50 이 넘어가는 가정의 평범한 주부처럼 가슴이나 아랫배의 나잇살도 늘어가고 낮에 돌아온 남편에게서 작은 성적매력도 느끼지 않는 여늬 가정주부와 같았다.
돗대 또한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곰살맞은 애정표현조차도 보여주지 못하는 남자였다.
가끔 . 야한비데오 테이프를 보던 신혼초에도
실습처럼 따라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다
" 함 하까 ?"
말없이 따라 들어온 아내와의 사랑은 그저 삭막한 사막처럼 무미건조 하였다.
그러던 부부의 변화는 한쪽부터 시작되었고 알게모르게 가정의 평화는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런 삭막한 부부관계 마저도 아내는 어느 날부터 거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 몸이 너무 찌부둥해. 나 밤에 찜질방이나 다녀올까봐 "
어떤 때는 마지못해 응해 주는 모습이 짜증이 섞이거나 예전과는 다른 딱딱한 느낌에
돗대는 아내가 건강이 안좋은가 보다 생각했을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 피곤한 몸으로 귀가를 하였을때 그녀의 올케 되는 여자가 집에 와 있었다.
돗대가 들어가자 그들은 입을 맞춘듯 조용하였다.
" 아 . 처남댁이 웬일로 ? 점심은 드셨어요 ?"
두 여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 아니예요 . 애들 문제로 뭘 좀 물어보려 왔어요. "
" 나 갈게 "
처남댁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호들갑이야 "
아내는 돗대에게 들으란듯이 혼잣말을 하였다
" 뭔데 ?"
" 별일 아니예요. 몰라도 되요 "
훗날 알게 되었지만 처남댁이 찾아온 이유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아내의 부정을 알고 일탈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한것이다
여자가 다른 남자의 맛을 알면 자식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였다.
늦가을 . 때도 모르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때였다
돗대는 반입물량도 없고 너무 몸이 아파서 조카에게 가게를 맡기고 이른 시간에 집으로 향하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방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음탕한 욕과 신음이 섞인 숨가쁜 소리가, 남녀의 음성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남녀는 문을 열었는지도 모르고 갖은 괴성을 질러대며 붙어있었다
껌껌하게 커텐을 내린 방안엔 비릿하고 끈적한 공기로 싸여있었다 .
" 뭐야 !"
돗대의 외침에 두 남녀는 놀라 떨어졌다
불을 킨 방안의 침대는 그런 난장판이 없었다
돗대의 눈이 순간적으로 허옇게 뒤집어졌다
화장대위의 놋쇠 장식품을 들어 두 년놈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 순간은 어떤 이성의 힘을 찾을 수는 없었다.
" 퍽 "
남자의 머리통에 제대로 꽂혔다. 원앙 두마리가 포옹을 하는 형상의 놋쇠 장식품은 남자 머리통을 제대로 때리고 뻘건 핏줄기를 뽑아내게 하고 뒹굴었다
" 악 ! "
" 아 ~~ "
남자의 비명과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눈이 허옇게 뒤집어진 돗대는 주방으로 가서 식칼을 뽑아 들었다
" 여보 잘못했어 여보 . 찬수아빠 !!"
벗은 몸을 가리지도 못하고 두손을 모아 싹싹 비는 여자앞에 돗대의 이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날이 선 식칼은 허공을 찢으며 날아갔다.
피범벅으로 변한 침대에서 나체의 두 남녀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는 몇분전에 들리던 쾌락의 신음과는 전혀 질감이 다른 소리였다.
아내의 생일날 몇몇이 저녁을 먹고 나이트를 갔다가 남자들과 어울리고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최고의 쾌락의 맛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부끄러움과 자책감으로 후회하고 거부하였지만 익을대로 익은 여인의 몸은 자꾸 그날의 황홀했던 남자의 손길과 숨결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서 느낄 수 없는 절정의 순간들 .
몇시간이나 자기를 까무라치게 하는 이상한 힘.
그만 하고 싶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열락의 연속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신비스런 몸의 반응에서 여자는 빠져나올 수 없었다.
여자 다루는 방법에 능숙한 남자는 결국 그녀를 꼬여내 파멸의 막다른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남자가 손을 벌리기 전에 먼저 지갑을 여는 여인 . 여자는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다.
다행인지 두 남녀는 목숨을 구하고 돗대는
구치소에서 한두 달의 생활을 하였다
사건의 발단에서 오는 우발적인 사건이며 그 동안 흠잡을 것없이 살아온 돗대의 성실함. 그리고 지방에 살고있던 동생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수발을하고 능력있는 변호사를 구한 덕분에 집행유예 2 년의 형을 받고 풀려 나왔다.
집안은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처가에서 지내고 있었고 아내였던 여자는 거의 반병신이 되어있었다.
" 매제 . 내가 죽을 죄를 지었네. "
처남은 동생의 잘못을 자기 탓이라고 돗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아니우. 내가 가정을 살피지 못한 탓이우.
찬수 엄마가 뭔 죄우 !"
처남댁은 어떻게라도 다시 합쳐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 아니요. 내가 저 여자를 용서해도 다시 함께 살 수는 없을거요 "
" 아이들 생각도 해야지 ."
" 그것이 마음 아프지만 이미 앞질러진 물 아니겠습니까!"
아내였던 여자는 돗대 앞에 쪼그려 통곡을 해 대었다.
" 찬수 아빠 . 내가 눈이 뒤집혀졌나봐요 "
그러나 돗대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증오나 분노도 이미 그에게서는 사라져있었다
돗대는 아파트의 등기를 아이들 앞으로 해놓고 가게와 은행의 저금등을 정리하여 여자에게 넘겨 주었다.
" 이건 그동안 살아왔던 인연으로 주는 것이오.
아이들 키우는데 애비 보다는 엄마손이 더 필요할것 같아 아이들도 맡기니 잘 키워주길 바래요. 아이들 마음의 상처도 잘 달래주길 바라고 모든 잘못은 내게로 돌리시오.
우리 인연은 여기서 끝냅시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그는 어떤 미련이나 회한도 남아 있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함께 고생했던 조카에게는 소매 노점자리를 하나 주선해주고 그가 지금껏 이어온 거래처를 찾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돗대는 이곳의 자신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노모에게로 내려갔다 .
노모는 왜 아이들하고 안 내려왔느냐고
물었다 . 얼굴엔 주름과 검버섯으로 가득한 어머니를 보자 돗대는 울컥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눈물을 보일 수 없기에 가만히 노모를 껴안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아픔을 감춰야했다 .
가끔씩 치매끼를 보이는 노모는 거동조차 불편하였다. 마른 나무 같은 노모의 몸이 새처럼 가벼웠다.
노모는 그간의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젊어 과부가 되어 아들 둘 잘되기만 바라시며 뒷바라지 해주신 노모를 생각하면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이미 이곳에 올때는 마음의 정리가 되었기에 답답하다거나 하는건 하나도 없었으나 어머니께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동생을 불러 어머니 편히 모시라고 따로 모아 둔 그의 재산을 모두 건네었다.
며칠 동안의 고향마을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잠시의 위로를 주었다.
소주 몇병을 들고 뻘밭이 펼쳐진 바닷가로 나갔다. 어린 시절에 하던대로 군데 군데 붙어있는 석화 몇개와 마침 구멍속으로 들어가던 낙지 한 마리를 잡아 안주 삼아 병들을 하나 하나 비워갔다.
" 실패한 삶 " 이라는 자책감에 모든 것을 버리고 싶었다. 한 모금씩 쌉쌀한 액체가 목을 타고 들어가 스물스물 간지럽히며 작은 세포까지 파고 들어가 그의 피를 식혀가고 있었다.
바다 저 건너에는 붉은 노을이 물들어 오고 있었다
금빛 가루가 잔 파도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 샤르륵 샤르륵 ~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고 그의 몸도 물결따라
떠밀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물결의 달콤함.
귓전을 간지럽히며 소근거리는 파도의 은밀한 목소리. 따듯한 바닷물은그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마치 어미의 자궁처럼 평안하였다.
" 형님 , 정신차려요 "
그가 눈을 떴을때 동생이 얼굴이 보였다.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제 형를 찾다가 어둠속의 바다에서 밀려오는 형을 구해낸 것이다.
돗대는 서울로 올라왔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동네로 터를 잡았다.
처음 서울로 올라 올때와는 전혀 다른 출발이었다
공사판을 전전하기도 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갖기도 했으나 그에게는 도무지 맞지가 않았다.
결국 배운짓이 도둑질이라고 오랜 지인의 소개로 그가 살던 곳과는 멀리 떨어진 외곽의 수산시장 소매노점으로 취업을 하였다
새벽이면 시장으로 출근을 하고 해가 질녘이면 돌아오는 매일이 판에 찍은 일상이었다.
휴일도 일부러 시장통에서 남의 장사일을 돕거나 하는 일없이 어슬렁거리다 돌아오고는 하였다
그러다 피시방에서 우연히 홀로 된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라는 곳을 찾게 되었고 처음으로 번개라는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
실로 놀라웠다
"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돌싱이거나 사별을 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 "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도 오랫만에 고기 익는 냄새가 좋았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는 그에게
모르는 남자가 술 한잔을 권한다.
" 형씨는 닉이 어떻게 되우? 나이도 비슷한것 같은데 "
" 네 ?"
" 이름 말이우 . 여기서 부르는 이름. "
" 박 영길입니다 "
그는 대명의 의미를 몰라서 자신의 본명을 올렸었다 .
" 여기선 자기 이름대신 별명을 하나씩 바꿔 쓴다오 "
" 저기 보세요 . 저 잘 생기고 여자들이 줄줄 따르는 저 친구가 반길이고 . 여자 꼬시려고 수작부리는 저 친구가 오분전 ... 남자나 여자나 별명 하나씩 있지요 ."
" 아, 그렇군요 "
" 형씨는 키도 크고 늘씬하니까 전봇대. 아이 그냥 줄여서 봇대라고 하시우 크크크 "
봇대는 그와 죽이 맞아 둘이 술잔을 계속 주고 받았다.
그의 이름은 노 희웅 . 닉은 남보였다
둘은 나이도 같은 해에 태어났다. 덕분에 의기 투합한 둘은 서로 말을 텄다.
" 여기 계집애 꼬시러 오는 놈들 ? 다 헛짓꺼리야. 나야 그냥 돈 삼만원에 맘껏 고기먹고 술마시고 끝나면 노래방에서 방방 뛰다가 놀다 가는거지 . 요즘 세상 어디 돈 삼만원에 그렇게 먹고 놀 수 있나 !."
" 여자를 꼬시러 온다구 ?"
" 응 . 봇대야 . 여기 다 짝없는 기러기들이야. 그러니 누가 임자가 되도 할말은 없지만 그게 쉬운게 아니야 .임자 되는거 . 낄낄낄 "
둘은 오랜 친구처럼 흉금없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대체적으로 번개라는 모임은 일종의 자기를 포장하고 과시하고 팔리기를 바라는 벼룩시장 같은 곳이다.
" 조금더 이쁘게 보이고 우월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애들 봐봐 !!"
" 재봐 봐봐 . 별것도 아닌게 지가 공주인줄 아는지 . 재수없어 낄낄낄 "
남보는 술이 올랐는지 말이 많아졌다.
같이 술은 마시지만 조금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말하고 싶고 자랑하고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 지금 나 외로워요 관심받고 싶어요."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녀석은 지금의 마음 상태가 무언가 떠들고 호소하고 외치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은 것이다.
노래방의 광란이 끝난 후 모임의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을 찾아갔다
" 한 잔 더 할래 ?"
내일은 쉬는 날이라 봇대는 호기롭게 물었다.
" 나 돈 없다 . 니가 살래 ?"
봇대는 픽 웃었다.
" 가자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자가 甲이 되는 사회이다 . 웃기지도 않게 술값 내는
놈의 발언권이 강하고 많다. 혹시 그 녀석의 발언이 이치에 맞지 않아도 들어주는 척 한다.
배알이 꼴려도 치사해도 그저 개새끼 한마리 짖나보다 하면서 乙은 즐겁게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긴다 . 그래서 그런 甲은 호구가 되기도 한다
돗대는 녀석을 네온이 번쩍거리는 술집으로 데려갔다.
돗대도 이런 술집을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는 녀석의 눈이 커졌다.
설마 저 새끼가 술 먹고 취는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과 얼마만에 젊은 여자애들 분냄새를 맡아보나 기대하는 마음 반반이었다.
역시 乙은 을이었다.
봇대는 녀석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은 상상하는대로 떠들어대며 세상 지존인것 처럼 굴어도 속으로는 한없이 여리고 갓 자란 미나리처럼 쉽게 꺽이는 존재였다.
여자를 옆에 붙혀주고 술을 마셔도 녀석은
전혀 그런 곳의 분위기를 만들거나 빠져들지 못했다.
둘은 양주 한 병을 비우고 나왔다.
봇대는 녀석의 전화에 자기의 전화번호를 찍어 줬다
" 일 할데 없으면 연락해라 "
봇대의 성실함은 그곳에서도 여전했다.
성실의 댓가는 그에게 지금 살고 있는 싱글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들어 갈 수 있었다.
옛날의 집에 비하면 좁아진 새둥지 같았지만
홀로 살아가기에는 모자람은 없었다.
퇴근 할 때 떠온 생선회로 소주 한 병을 비우면서 카페의 글을 보고 같은 아픔을 앓고 있는 이들을 생각했다.
제각기 사연이 숨겨져 밤마다 아파하는 사람들. 그래도 희망이라는 별을 찾고
사람과 호흡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라는 것을 배워 나갔다.
언젠가 쪽지에 " 봇대님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 ? " 이라는 쪽지가 왔다.
며칠을 생각하다 "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 여자는 다시 쪽지를 보내지 않았다.
봇대에게 사랑이라는 이성과의 감정은 언제부터 거세되어 있었다.
지난 날의 자신의 잘못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한다거나 관심을 보이거나 하는 일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을 버리고 있었다 . 그렇게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봇대야 . 올때 매운탕꺼리 좀 가져와라
어젯밤 술이 안 풀리네. 알았지 ?"
퇴근 무렵에 남보 녀석이 넉살좋은 목소리가 전화기 전편에서 울렸다
봇대는 작은 민어 한마리와 야채 몇가지를 사서 차에 실었다.
아침의 언짢았던 기분은 깨끗이 지워버렸다
집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고 남보도 샤워를 했는지 평소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 짜식. 진즉 이렇게 깨끗하게 하면 누가 뭐라냐 ?"
봉투를 받아든 남보는 냄비에 생선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밥까지 해 놓았는지 싱크대 위엔 다른 반찬이며 사탕이며 과자 봉지들이 놓여 있었다
" 봇대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 ?"
" 뭔 날이냐 ?"
녀석은 낄낄 거려며 새끼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 응 ? "
" 오늘 마누라하고 아들 녀석이 손 잡고 오는 날이다 "
나는 그 뜻을 모르고 있었다.
처음 남보를 만나던 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지만 서로 전화를 하기에는 아직 서먹한
사이였다.
봇대도 시끌법썩한 모임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탓에 카페에 올라오는 글이나 읽고 삼행시나 긁적이며 댓글이나 주고 받았다.
특히나 하얀꽃이라는 여자와 녹우. 연누리라는 여자의 삶의 이야기같은 수필이 좋았다.
때론 개성강한 해솔이나 굿가이 의 행시도 마음을 때릴만큼 좋았다.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편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 아픔을 감추고 있었고 . 또한 그들도 이곳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봇대는 항상 조심스럽다.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가 될 글은 올리지 않는다
위로의시간 치유의 장소에서 시덥지 않은 농담이나 자기 위주의 생각으로 다른이의 자존심과 위신을 깍을 일은 없다
" 오늘이 집사람하고 우리 아들 제삿날이야 "
" 응 ? "
이제야 그런 말을 하는 남보가 못마땅했다.
" 마누라가 생선 매운탕을 아주 좋아했어 "
녀석은 대파며 쑥갓을 씼어 채반에 올렸다
나는 녀석이 하는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오늘은 녀석의 그동안 담아 두었던 과거사가 듣고 싶어졌다.
" 야 . 제수씨 좋아하던 술은 뭐냐 ?"
" 파핫 ! 제수씨라 ?"
" 그럼 제수씨지 "
" 그래도 귀신이 먼저 됐으니 형수님이지"
" 어허 ~ 장유유서가 물구나무를 서도 한번 동생은 동생이여 "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사위는 어둠에 덥혀가고 있었다.
좁은 거실에 제사상을 차렸다.
언제 만들었는지 나물과 돼지고기며 사온 전이며 제사 음식을 올려 놓았다.
녀석은 지갑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다.
색이 발하고 가장자리가 닳은 사진을 상 가운데 붙혔다.
봇대는 향과 초에 불을 붙혔다.
남보는 술을 따르고 그의 아내에게 절을 했다.
봇대는 다시 술을 한 잔 따랐다.
" 아들 하고도 인사를 해야지 "
녀석은 따로 마련해둔 과자와 사탕을 제삿상에 올렸다.
그리고 절을 하였다.
한참 동안 일어 날 줄을 몰랐다
남보의 어깨가 심하게 흔들렸다
" 끄~ 끄 ~ 끄으~~~ "
참을 수 없는 그리움과 회한이 그의 깊은 곳에서 끓어 올라왔다
소리를 죽이고 오열하는 그의 뒷 모습을 보고
봇대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금쯤 대학을 다니고 있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1 부 끝
첫댓글 너무 힘이 듭니다 ^^*
싱글 카페에 몸 담으면서 하나 하나 구상했던 사연들이 글로 만들어져 우리를 포근하게 위로해 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좋은 계절 .
정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오분전 ㅡ
삭제된 댓글 입니다.
3~4년 싱글카페 생활하며 귀동냥에 살을 붙혔어요.
그 친구들의 상처를 조금이라고 낫게하고 싶었지만 내게 있는 능력은
보잘것 없더군요.
이렇게 글이나마 써보니
풀릴것 같은 제 마음은 더 답답하더이다.
부디 질곡의 삶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면서
........
삶의 이야기 방에서 님의 소설같은 많은 글 즐감했습니다~~
작가하셔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만하지 않도록
더 닦아가겠습니다
꾸벅 !!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완보님도 ?
ㅎㅎ
저 보다 나이 아래여도 큰 산을 보는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
삶이란게 새털같이 가볍기도, 바위같이 무겁기도 한 거지만..
오늘 따라 어깨를 누르네요.
좋은 밤 되세요~
어깨의 걸망 벗어도 좋을 봄밤입니다
하루 차이로 어긋난 하루였습니다
참치집에서 한번 더 봐요
내 첫사랑과 ㅎ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에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질책과 오랜 삶의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
꾸벅 !!
여느 여성싱글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남자분의 이야기는
처절합니다~ㅠㅠ
애쓰셨습니다.
힘든 사람의 얘기를 쓰다보면,진이 빠지기도 하지요?
(하얀꽃,등장에 감사합니다 ^^)
좋은 밤 되시길 ~♡♡
하얀꽃 누이 ~
저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늘 존경과 애정
가득 담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가을엔 백수라
언제나 부르셔도 됩니다 ^^*
@오분전 ㅎㅎ,애정하는 스타일은 어떤 분?^^
가을엔 쉬시나요?
(good~♡♡)
룰루랄라 ~~
@하얀꽃 가을엔 백수~
5달 동안 ~
열심히 살아 온 분전이
생애 마지막 휴가라고 생각합니다 ㅡ
제 스타일은
저 같이 못생기고
저 같이 마음 여리고
저 같이 고집도 있고
저 같이 똑 같이 생긴 사람
같은 사람입니다 ㅎㅎㅎㅎ
@하얀꽃
@오분전 ㅎㅎ,오라버니.
때론 귀여우심.
(=3=3 도망 ~ㅎ)
@하얀꽃
@오분전
정말 작가하셔두
강추~~~
남자들의아픔,애환
매끄럽게 이끌어가시는
이야기속으로 빠져듭니다
담편도 기대만땅임다
(근데 연누리 보다
연지랑으로 등장시켜주삼 ㅋ)
푸웃 ~ 연지랑님도
출연료 없이 당연 ~ 등장시켜드려야죠
한번더 축하 드리구요 ~
건강하고 씩씩한
매일을 만드세요 ^^
실감나게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오라버니라고 존경의 뜻으로 부르고 싶네요
글 잘쓰시는 분들에게 제가 좀 약합니다 ㅎㅎ
존경까지 ~
저에게는 날개가 없어요 ㅠ
더 열심히 글에 매진하라는
말씀으로 받겠습니다
꾸벅 !!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술술~~
잘 쓰십니다~^^
싱글 남성들의 삶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면서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집니다~
네 고맙습니다
아오스딩의 어머니 성인 ~
저의 어머니도 모니카셨지요 ^^*
좋은 계절
행복한 날 되세요 ~
가슴이 무너집니다 삼만원에 재밌게 마시는 자리 이만한데가 없죠 ~~
ㅎㅎ ~ 그말은 정말 제 친구되는 싱글카페 남자가 한 말이고 동의하는 분들 많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