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조 (동일성유지권)
「①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② 저작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변경에 대하여는 이의(異議)할 수 없다. 다만,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2009.4. 일부수정)
1. 제25조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 학교교육목적상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표현의 변경 (2006.12., 2009.4. 일부 수정)
2. 건축물의 증축⋅개축 그 밖의 변형
3. 특정한 컴퓨터 외에는 이용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다른 컴퓨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의 변경 (2009.4. 신설)
4. 프로그램을 특정한 컴퓨터에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의 변경 (2009.4. 신설)
5. 그 밖의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
13-A. 이 조는 저작인격권 중에 세 번째로서,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권리, 즉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 또는 그 제호에 본의(本意) 아닌 개변으로 되지 않을 권리를 가짐과 동시에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의 목적 또는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한 개변을 인정한 것이다.
구저작권법(1957년)에서는 이를 원상유지권(동법 §16)과 변경권(동법 §17)으로 구분하여 규정하였던 것이나 그 내용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작물의 본의 아닌 개변에 이의를 주장하는 권리(원상유지권)와 저작자만이 저작물을 개변할 수 있다는 권리(변경권)는 같은 권원(權源)에서 나온 표리(表裏)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구법(1986년)에서는 외국의 입법례에 따라, 구저작권법상 두 개의 권리를 동일성유지권이라는 하나의 권리로 일괄한 것이다.
그리고 동일성유지권은 앞에서 규정한 공표권이나 성명표시권에 비하여 더 소극적인 권리이다. 왜냐하면 저작자가 적극적으로 저작물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저작권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므로 동일성유지권은 다만 저작자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저작물의 내용, 형식 등의 변경을 당하지 않을 권리인 것이다.
▷ [제1항]
13-1-A. 이 항은 저작물이 저작자의 인격을 구체화한 것이므로 저작물로 구현(具現)된 저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에 완전성 혹은 동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이와 동시에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저작물이 창작되면 그것은 저작자 개인의 재산인 동시에 국민의 문화적 소산(所産)이므로 이를 제3자가 임의로 변경한다면 문화유산의 보존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국민 공유(共有)의 문화유산인 저작물의 내용 등에 동일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판례도 동일성유지권이 저작물의 완전성을 유지하고 타인에 의하여 무단히 그 저작물의 변경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저작자의 사후에는 이에 대한 예외로서 사회통념상 필요한 개변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14.②)
그리고 동일성유지권의 내용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권리이며, 둘째는 저작물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권리이다.
13-1-B. 먼저 제호에 있어서, 제호는 저작물의 내용을 집약하여 표현한 것이므로 제호의 변경이 저작물 자체의 개변은 아니라 하더라도 제호를 무단으로 변경한다면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이 크게 손상될 뿐만 아니라 국민 공유의 문화유산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법적인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제호를 저작물과는 별개 독립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만 이 항에서의 제호는 저작자가 붙인 제호를 말하는 것이며, 후일 제3자에 의하여 붙여진 호칭은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운명’으로 호칭되고 있으나, 이것은 베토벤이 붙인 저작물의 제호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을 뿐이므로 이를(운명) 변경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의 문제가 아니다.
제호의 동일성 문제로서 실제상 가장 많이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영화의 제호 변경이다. 특히 방송 영화에 많으며, 과거에 상영된 영화를 제호만 바꾸어 별개의 작품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원작의 영화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아주 다르게 의역(意譯)하거나 혹은 상업적인 선전효과를 위하여 원제목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다른 제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영화 제목에 동일성유지권이 작용하므로 계약 당사자 간에 영화의 제목을 상업적인 의도로 변경하는 것에 어느 정도 양해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를 계약상의 문제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의 문제로 된다.
우리 사법부의 판례는 제호가 저작물의 내용과 함께 개변되었을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될 것이나, 제호 자체만으로는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으로 볼 수 없어 저작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위 7-B 참조) 그러나 여러 개의 제목을 변경한 것은 제호의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된다. 즉 ‘만화스토리’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의뢰를 받아 “지옥의 세레나데” 등 22개의 만화스토리를 작성하고 피고가 이를 출판하였는데, 피고가 재출판을 하면서 그 중에 ‘스와트’를 ‘이것이 법이다’로, ‘파운데이션 25시’를 ‘어게인’으로 등 4개의 각 제목을 변경한 것은 원고의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을 침해하였다고 하였다.
13-1-C. 동일성유지권의 두 번째 문제는 내용 또는 형식의 변경이다.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는 저작물 그대로의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용 목적이나 형태로 보아서 일부를 삭제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오류의 정정을 제외하고는 저작자와 협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판례는 38점의 사진저작물을 전시함에 있어서 일부 사진작품에 대하여 상하를 바꾸어 전시하는 것도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라고 하였고, 또한 비록 저작물의 가치를 일층 높이게 되는 경우라 하여도 저작자의 동의 없이는 저작물의 외형 내용을 수정 증감하거나 그 표현 형식을 개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PC 통신과 인터넷에 게재한 글을 피고가 그의 당보에 게재하면서 원고 글의 전반부 중 일부와 후반부 중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으나, 이는 당보에 게재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발췌를 하면서 원고의 취지를 바꾸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것 역시 공표된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용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원고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하였다.
또한 동일성유지권과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번역, 편곡, 개작 등이다. 저작물을 번역, 편곡, 개작하는 것은 원저작물의 표현을 대폭적으로 변경하여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나고 그 변경에 창작성이 있으면 2차적 저작물로서 원저작자의 동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독립적인 보호를 받는 것이며, 그 변경에 창작성이 없고 실질적으로 원저작물과 유사하다면 원저작물의 복제물로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하였다면 저작재산권(복제권)은 물론 저작인격권(동일성유지권)의 침해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법부의 판례는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원곡(原曲)은 그대로, 또는 이를 편곡하여 아코디언이나 전자오르간 등의 악기나 남자의 휘파람, 콧노래 등으로 부르거나 연주하게 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라고 하였다.
그러나 원저작물에 대한 수정의 의무가 있는 저작자가 수정을 거절한 것은 그 저작물의 소유자가 임의로 수정하여도 이의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동의로 보고 있으며, 또한 저작물의 출판에 있어서 교정에 참여하여 어떤 부분이 누락된 사실을 알았으나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은 것은 그 부분의 삭제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이라고 하였다.
13-1-D. 따라서 내용⋅형식의 변경은, 예컨대 비극을 희극으로 하거나 해피엔딩을 불행한 종말로 하거나, 또는 원작의 어떤 장면을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것, 혹은 주인공을 임의로 죽이거나 살리는 것 등은 저작물의 본질에 관한 개변이므로 동일성유지권의 문제로 저작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나, 원작의 본질에 관한 것이 아닌 세부적인 것에 대하여는 번역, 편곡, 개작 등의 기술상 당연히 있을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지 않으면 2차적저작권으로서의 번역권, 편곡권, 개작권 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동일성유지권의 문제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이라도 번역에 있어서 오역과 같은 것은 번역에 따른 필연적인 개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 동일성유지권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오역(誤譯)에 대하여는 국제회의에서도 논의된 적이 있으며, 번역에 있어서의 개변 문제는 예컨대 프랑스어의 원서에는 ‘프랑’으로 되어 있는 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원’으로 하는 것 등, 번역하는 국가의 실정에 따른 화폐 단위의 변경 등은 저작인격권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양해되었다.
주의를 요하는 것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사건에서 2차적저작물인 개편된 노래가사를 발표함에 있어 원저작물의 작사자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저작자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고, 새로운 독창성을 갖는 2차적저작물로 인정된 이상 원저작자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성립되는 외에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도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