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청령포 관음송과 엄홍도 소나무
-윤동재
영월 청령포 관음송과 엄홍도 소나무를 낮에 보고 온 날 밤
정선 리조트에서 밤에 잠자는데
내 꿈속에 두 나무가 찾아와
내게 부드럽게 목소리를 낮추어 한마디하고는
밤늦게 영월 청령포로 돌아갔지요
내가 낮에 청령포 가서 관음송과 엄홍도 소나무에게
속리산 소나무는 세조의 법주사 행차 때
세조의 가마가 가지에 걸릴까 봐
축 처진 가지를 위로 한번 슬쩍 들어 올려주고는
세조한테 정이품 벼슬을 받았는데
단종의 울음과 부르짖음을 묵묵히 다 들어준 관음송
단종 어소를 향해 늘 90도 고개 숙이고 있는 엄홍도 소나무
둘 다 지금에 이르도록 벼슬 한자리 받지 못하고도
벼슬 달라고 보채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니 어쩐 일인가?
두 소나무는 멍청이인가? 바보인가? 했지요
두 소나무가 그 말을 듣고 밤에 나를 찾아왔지요
그러고는 부드럽게 목소리를 낮추어 내게 말하기를
중벼슬 닭벼슬이란 말도 있고
개발에 주석 편자라는 말도 있듯
자기들에게는 벼슬이란 게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정이품 벼슬을 받은 속리산 소나무도
그 벼슬 어디에다 써먹었느냐고
두 소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딱한 사람은 누구라도
그저 사심 없이 돌봐줄 뿐이라고 했지요
절대로 무얼 바라고 그러지는 않는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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