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문제가 한국 유소년 축구의 문화와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이상향과 충돌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실적 지향이란 말 그대로 과정이 아닌 결과 위주의 축구를 지향하는 것이다. 당장의 성적을 내야 할 프로 경기, 국제 대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유소년 축구 문화에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발전 지향이란 결과보다는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과 그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남미 출신의 축구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수년간 한국 축구는 실적 지향을 추구했기 때문에 창의적인 선수가 배출되는 것이 흔치 않았던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가지고 마냥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 프로에서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라 해도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경질될 것이다. 이런 문화가 한국 유소년 축구에도 이식되어있다. 경기 결과로 학부모, 팀의 구단주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지도자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과연 이런 환경 속에서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창의력과 드리블 등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을까?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잘릴 수도 있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도 말이다.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의 결과와 선수의 성적을 중시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기 때문에 어린 선수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축구부로 진학하기 위해선 결과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제자가 좋은 축구부로 진학하지 못하게 생겼는데 마냥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 아닌 한국 유소년 시스템의 문제와 학부모, 구단주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선수가 축구부로 진학하는데 있어 팀과 선수의 성적보다는 선수의 가능성에 더욱 중점을 두게 하는 것은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잡아왔던 결과 지향주의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협회측의 어떠한 제도나,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위해선 선수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흔히 경쟁과 창의력은 서로 대척점에 있다고 한다. 과도한 경쟁은 창의력을 파괴한다. 맞는 말이다. 소재에서 잠깐 벗어난 얘기를 해보겠다.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에 대한 얘기 말이다. 최근에 들어서 창의력을 강조하는 방향을 내놓곤 있지만, 과거와 아직까지도 한국의 교육은 지나친 경쟁 교육이다. 수많은 교육학자들이 한국의 과도한 입시 경쟁 때문에 학생들의 창의력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축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남미의 축구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남미의 선수들은 경쟁이 아닌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축구를 했다. 실제로 남미 사람들은 즐길 문화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축구와 같은 공놀이가 그들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선수들은 경쟁을 위해 축구를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기 위해서 축구를 택한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선수 개개인마다 본인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탄생하였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된 훈련으로 다져진 기술로는 그들을 이기지 못한다.
첫 번째로 지적한 인식 개선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젠 선수들에게 지나친 경쟁이 아닌 선수 스스로가 축구가 즐거워서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훈련에서 터득한 기술이 아닌 본인 스스로가 연습을 통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그런 환경도 필요하다.
더불어 없어져야 할 네티즌들의 악플
선수들의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그런 플레이들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그런 플레이들을 못하게 막는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런 관습을 만들어낸 지도자들과 배후의 있는 수많은 구단주, 학부모들만이 비판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제 3자인 우리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당신이 우연히 유소년 축구 경기를 본 적이 있다면, 혹은 그와 관련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면 선수들의 기행을 보고 욕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그 뿌리인 유소년 축구가 발전해야 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도자, 한국 축구의 유소년 시스템뿐만이 아니다. 네티즌들의 지나친 악플도 선수들의 성장에 방해한다. 그들이 당신이 쓴 악플을 못 볼 것 같은가? 유소년 선수들은 여느 10대처럼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친숙하다. 그들 또한 자신에 대한 기사와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과연 어린 선수들에게 상처를 준 당신이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옹호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반성하고 바뀌어야 하는 것은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무심코 어린 선수들에게 상처를 준 네티즌들도 반성하고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