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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동화 부문
▷김화영(문학 평론가)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모두 6편. 첨단 기술문명 시대의 상상력이 낳은 미래소설이 두 편, 바닷가 시골 동네를 무대로 한 어린 시절의 일상생활 혹은 모험을 그린 소설이 두 편,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한편, 그리고 추리 소설이 한편, 그 성격이 각기 다양했다. 예년에 비하여 읽을 만한 작품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향기」는 좀 무리하고 느슨한 구성이 가장 큰 결점이었다. 평범한 일상생활 저 너머에 있는 상상의 세계 혹은 그리움의 공간으로서 대나무 숲 속의 “동굴”을 설정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 경우 현실과 환상적 세계 사이의 그 미묘한 경계선을 독자의 상상력이 어떻게 충돌 없이 넘나들 수 있게 하느냐, 여기에서 작가의 역량이 시험받는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할 줄 안다. 「생각을 읽는 기계」는 2034년 “경제 대국 대한민국”을 무대로 한 흥미로운 미래 소설이다. 전국이 중앙컴퓨터에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자동교육을 실시하는 이 나라에서는 모든 회의도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기계가 사람의 생각을 읽어낸다. 문명비판 적인 시각은 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 비관적이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주도하고 심지어 엄마와 아들이 마치 서로 경계하며 적대관계를 형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로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바다로 간 아이들>은 제주도 바닷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정다운 이야기다. 차분한 서술이 호감을 주지만 이야기의 중심이 없는 평면적인 구성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는 오늘의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채 착한 어린이만 가득한 너무 낙관적 세계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만길이의 어느 겨울」은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와 그 시대를 배경으로 그린 역사소설로 흡인력 강한 “옛날이야기”다. 수준급의 문장력도 주목된다. 다만 곳곳에서 어린이 상대의 이야기답지 않은 시대적 배경의 무거운 암시는 짐이었다. 그러면서도 주된 이야기의 선이 너무 흐린 느낌인 이 로드 로망에서 비록 실제 사실을 중시하였다 하더라도 결말이 지나치게 허무하다. 착한 사람들, 인정 많은 사람들뿐인 듯한 “산적들의 소굴”은 현실감이 적어 보인다. 이야기의 처음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후 소설의 끝에 가서야 다시 등장하는 인물 득상이의 처리방식은 작품의 균형 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혜롭게 다시 손질한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시 태어난 숲의 미르」와 「플루토 비밀 결사대」 두 편이 마지막까지 당선작 후보로 남았다. 「다시 태어난 숲의 미르」는 파괴된 생태계로서의 “자연”과 그 오염을 피하여 인간이 과학의 힘과 사회 조직력으로 다시 건설한 거대한 “알” 혹은 “방주”의 세계를 흥미롭게 대비시킨 작품으로 그 상상력이 돋보인다. 어린 아이 미르는 “다시 태어난 숲”에서 단 둘이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먼 길을 떠난다.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알”과 같은 “방주”를 발견하고 그 속으로 떨어져 들어온 미르는 그 인위적인 감시체제의 속박으로부터 “희망”이라는 구멍을 타고 탈출하여 “다시 태어난” 숲으로 되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열망을 그린 이 자연 친화주의 적 소설은 그러나 좀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흠이 없지 않지만 상상력과 구성력이 적당히 결합되어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르가 미끄러져 “작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떨어졌다”든가 가방이 지붕 모서리에 걸려 미르가 다치지 않고 방주의 세계에 착지할 수 있었다는 식의 설정, “금지된 역사”를 꿈의 공간 속에서 환기시키는 장치, “미리내”, “딸기코”, “우뚝불님”, “뜨는 입”, “니마” 등의 재미있는 이름, 요요차, 수경재배, 양계장, 울뚝불의 연설, 길을 인도해주는 “하얀 새” 등 많은 흥미로운 착상들이 작품을 빛낸다. 반면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냥 둔 채 미르가 길을 떠나 버리는 대목 같은 처리 방식은 미숙해 보인다.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소 무리하고 불분명한 문장들이 주는 글쓰기의 불안정감 때문에 당선작으로 정하기가 망설여졌다. 「플루토 결사대」는 최근 동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추리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구성과 명쾌한 문장력에 있어서 발군의 솜씨를 보여 준다. 신명나는 세 주역 인물들의 안정감 있는 역할 분담, 그들과 대비된 보조그룹 김한빛과 서진의 선명한 구별과 협력, 직업과 관련한 우진의 아버지 어머니의 간접적 역할, 이혼한 부모를 가졌지만 오히려 그 조건을 딛고 능동적이 되어 전면에 나선 여성인물 금숙이의 지혜롭고 거침없는 활약, 대변항과 기장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허물어진 집터의 비밀 아지트나 공사현장의 컨테이너 박스, 축제 전야제, 유물을 묻어둔 산성 등산로, 호텔 등의 공간배치와 분위기 활용, 모든 것이 적절한 제자리에 놓여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우진이 금숙이에 대하여 이성으로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아카시아 향기에 실어놓는 노련함이나 대변 바닷가에서 어부들이 멸치 그물을 터는 장면 같은 분위기 묘사는 논리적 추리로 일관할 경우 건조해지기 쉬운 이야기에 심리적 여운과 삶의 구체성과 깊이를 부여하여 입체성을 조형해낸다. 다만 어린이들이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에 있어서 혼선과 복선이 전혀 없어 단조롭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치밀한 구성과 깔끔한 문장의 속도감이 그 점을 충분히 보상해 준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만한 문장력, 구성상의 안정감과 분위기를 살려내는 구체적 감각이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계속하여 내놓을 수 있으리라고 믿어 흔쾌히 당선작으로 정했다. 부디 우리가 거는 이 기대에 손색이 없는 작가가 되어 주기 바란다. ***
▷오정희(소설가) 「엄마의 향기」는 일찍 엄마를 잃고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어린 소년의 심리와 행동이 차분하고 잔잔한 문체로 잘 그려져 있다. 뜻과는 달리 주변 인물들과 부딪치며 자꾸 엇나가고 상처받는 소년의 외로움은 충분한 설득력으로 닿아오지만 엄마를 만나게 되는 동굴의 설정은 다소 상투적이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의 처리가 부자연스럽고 섬세하지 못해 황당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주인공 소년이 부모를 잃게 된 경위나 사정을 간단하게나마 독자에게 알려 주는 친절함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생각을 읽는 기계-2034년-」는 ‘2034년’ 이라는 부제처럼 미래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흥미 있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가 짐작하고 추리하고 있는 이상의 상상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른과 어린이, 교육과 제도 등을 시종 이분법적 대립 구조로 설정하여 비판, 부정하는 데 역점을 둔 탓에 문학작품으로서의 여운과 감동이 약해졌다. 「만길이의 어느 겨울」은 성장소설이자 일종의 예술가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 임박한 노화가와 순박한 시골 소년이 한발씩 서로에게 다가가고 받아들이며 진실한 사랑의 관계를 이루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한 비운의 천재화가의 모습을 이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표현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작중 주요 인물인 13세 소년의 목소리나 마음은 지나치게 어른스러워 시종 작가의 목소리가 전면에 울리고 있는 점이 어색하고 무리가 있다. 이 작품의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인 득상이의 존재가 만길이에 비해 흐릿하고 단순하게 처리된 점도 아쉬웠다. 「다시 태어난 숲의 미르」는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잘 맞춘 맑고 예쁜 동화이다. 그러나 그것이 거느린 내용은 결코 단순하고 만만치 않다. 미래에 다가올 세상에 대한 우울한 암시이기도 하고 우리가 마구 훼손하고 있는 환경, 날로 발전되어가고 있다고 믿는 과학문명에 대한 성찰도 깃들어 있다.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오염된 세상에서 피신해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을 ‘커다란 알’로 설정한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우리 삶과 제도를 이분법적으로 규정하여 단순화시키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비문, 오문, 애매하거나 맥이 잡히지 않는 문장들이 결정적인 흠이 되었다. 「플루토 비밀결사대」는 건강한 생활동화로 시종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어설픈 환상성이나 관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이 생활 속에 탄탄히 뿌리박은 이 작품 속에서 작중 어린이들은 건강하게 살아 숨쉬고 뛰놀고 성장한다. 아이들이 그들만의 비밀결사대를 조직하고 모험과 탐험을 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어린 시절 꿈꾸고 시도해 보았음직한 얘기들이어서 새삼 새롭지는 않지만 친근하고 정답다. 게다가 작가는 유년기를 마감하고 사춘기로 들어서는 그 혼란스럽고 아련한 공간에 풀과 꽃과 하늘과 바다와 축제라는 장치를 끌어들임으로써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의 친화력과 긍정성을 획득한다. 상황과 상황의 이음새를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감각의 세련성이나 정확하고 활달한 문장력도 이 작자가 갖는 큰 힘일 것이다. 이 작품도 훌륭하지만 또한 이 작가라면 앞으로 어떤 소재나 주제의 글감이라도 능히 좋은 작품으로 생산해 낼 수 있으리라는 미더움이 있기에 기쁘게 수상작으로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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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서울에 올라왔다가 아직 내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사평이 너무 궁금해 아침 일찍 비룡소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올려져있어 퍼다 날랐습니다. 오늘 부산에 내려가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ㅋㅎㅎㅎㅎ... 대형 사고 칠 줄 알았죠. 축하합니다. 잎새 메나리님, 하늘서당에도 소식 올리지요. 이제 본격 창작시대가 열린 듯합니다.
이제 메나리는 부산의 <황선미>로 우뚝 섰다! 뭐든지 쓰기만 하면 될듯! 차분히 마음 가라앉히고 꾸준히 노력하길!
와우. 심사평을 읽고 나니 메나리 선배님이 더 크고 단단한 거목으로 느껴집니다...^^
미리 사인 부탁합니다! 메나리님 얼굴 보기 힘드는거아인가모르겠네요. 축하혀유~~
모두에게 뿌듯함과 힘을 실어 주시는 선배님의 더 커다란 발전을 기대합니다~
멋진 선배의 모습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평이네요. 멋져요! 나도 그 뒤를 꼭 붙어 따라가야지롱...ㅎㅎㅎㅎ
심사평을 보니 플루토 비밀 결사대의 아동소설로서의 가치를 더 잘 알 수 있네요. 이제 행진만 남았군요. 다시한번 축하!
심사평만 정독하여도 문학공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