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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견해의 개인차를 진화적으로 설명하기
“김구라 씨, 좌파죠?” 2016년 1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썰전’에 전원책 변호사가 패널로 합류해서 처음 던진 말이다. 새로운 패널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진행자인 김구라 씨가, 전 변호사가 유시민 작가보다 네 살 위임을 굳이 강조하길래 던진 농담이다. 당황한 김구라 씨는 “저는 중도인데요.”라며 해명했다. 잠시 후 김구라 씨의 좌파스러운(?) 진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 변호사는 “이러니까 좌파 소리를 듣잖아!”라고 호통쳤다. 유 작가가 달랬다. “전 변호사님, 자꾸 모든 사람을 좌파로 밀면 외로워져요. 세상을 살려면 친구가 많아야죠.”(유 작가 특유의 억양으로 읽으면 더 좋다) 전 변호사가 버럭 대꾸했다. “나는 좌파 친구는 별로야! 좌파들은 술도 별로 안 사더라고!”1)
왜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댈까? 최저임금, 적폐청산, 남북 단일팀, 동성애, 탈원전, 문재인 케어, 증세, 사드 배치, 낙태, 사형제, 외국인 노동자 이주 등 극히 다양한 쟁점에 대해 저마다 다른 입장을 지닌다. 좌파와 우파, 혹은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성향은 어떤 사람이 수많은 쟁점에 대해 취하는 입장을 한꺼번에 몽땅 결정해주는가?
그래서 이를테면 누군가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지만 알면, 그가 햇볕 정책이나 어린이집 확충에도 찬성할 것인지 신빙성 있게 예측할 수 있을까? 물론, 누가 좌파임이 밝혀졌다고 해서 그가 술 한 병 안 사는 짠돌이일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좌파와 우파라는 이름은 프랑스 혁명 때 국민공회에서 공화파와 왕당파의 자리 배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질서와 안정을 바라고 불평등에 고개를 끄덕이는 보수주의자는 아주 옛날부터 있었다. 변화와 혁신을 바라고 불평등을 결코 참지 못하는 진보주의자도 옛날부터 있었다. 왜 여러 민감한 쟁점을 놓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는지 진화의 관점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다수 진화심리학자와 정치학자 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극좌에서 중도를 거쳐 극우에 이르는 정치 이념의 일차원적인 축이 있다고 본다. 이 축이 하나의 보편적인 인간 본성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 좌표축 상에서 각 개인이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쟁점에 대한 그 사람의 입장이 ‘풀 패키지’로 좌르륵 정해진다. 진보-보수라는 정치 성향의 연속체가 어떤 쟁점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이 모델은 ‘일반 성향 모델(General Orientations Model)’로 불린다. 2)
둘째, 정치 성향의 일차원적 축은 애초에 진화하지 않았다고 보는 대안 모델이 있다. 사람들은 그저 각각의 쟁점에 대하여 먼 과거의 수렵-채집 환경에서 자신의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입장을 안성맞춤으로 취할 뿐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한 쟁점을 대하는 견해를 안다고 해서 그가 다른 쟁점을 대하는 견해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부의 재분배를 찬성하면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는 단호히 반대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왠지 미래당의 유승민 대표가 생각난다. ). 한 개인의 입장은 각각의 쟁점 영역에 맞추어서 쟁점마다 따로따로 정해진다는 이 모델은 ‘영역-특이적 모델(Domain-Specific Model)’로 불린다. 3)여러 쟁점에 대한 정치적 신념의 개인차가 진화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 성향 모델을 따르면, 다양한 쟁점에 대한 사람들 간의 견해 차이는 보수 혹은 진보를 지정해 주는 우리 마음속의 깊은 생물학적 본성에서 나온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은 누구나 뻔히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에 가깝다.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코미디언인 그루초 막스(Groucho Marx)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다 비슷하게 태어난다.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만 빼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좌와 우는 가치관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라고 주장했다. 4) 즉, 크게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을 좌파와 우파라는 두 집단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보수의 일차원적인 축 위에서 전형적인 좌파와 우파가 위치하는 두 곳에는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많은 사람이 몰려 있다. 양극단이나 중도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들어 비교적 한산하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정치 이념의 좌표축 상에서 내가 어느 곳에 위치하는가가 다양한 쟁점에 대한 나의 입장을 일괄적으로 결정해준다고 이 모델은 주장한다. 5)
연말 대목을 맞아 어느 레스토랑에서 밉살맞게 두 가지 코스메뉴만 손님들에게 내놓는다고 상상해 보자. 코스마다 샐러드, 수프, 메인요리, 디저트, 차가 나온다. A 코스는 버섯 샐러드, 단호박 수프, 안심 스테이크, 초콜릿 케이크, 커피로 구성된다. B 코스는 시저 샐러드, 브로콜리 수프, 등심 스테이크, 치즈 케이크, 홍차로 구성된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이미 정해진 구성 가운데 일부를 손님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저는 A 코스로 주시고요. 아, 샐러드는 시저 샐러드로 바꿔주세요!”라고 해맑게 주문했다간 진상 고객으로 낙인찍힌다.
이제 다양한 쟁점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택할 수 있는 마음의 레스토랑을 생각해 보자. 일반 성향 모델이 맞는다면, 이 레스토랑에서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코스메뉴만 제공된다. 코스마다 경제, 사회 집단, 성/번식, 안보 등의 쟁점 영역이 있다. 두 코스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된다. 잊지 마시라. 메뉴 구성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예컨대, 당신은 증세에 찬성하는가? 만약 찬성한다면, 당신은 외국인노동자 차별에는 반대할 것이다. 대북 군사 제재에도 반대할 것이다. 동성혼 합법화에는 찬성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증세에 반대한다면, 이번에는 ‘보수’ 코스메뉴에 적힌 정치적 입장을 좌르륵 채택할 것이다. 요컨대, 일반 성향 모델은 진보 혹은 보수라는 정치적 성향이 여러 쟁점에 대한 견해를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진보-보수의 일차원적 축에서 각 개인이 설 지점을 정해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아직 깔끔하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래에서 그 요인들을 만나보자.
첫째, 어떤 성격심리학자들은 ‘우익 권위주의(Right-wing authoritarianism)’, 성실성(Conscientiousness), 개방성(Openness) 같은 성격 특성이 보수 혹은 진보라는 정치 성향을 만든다고 본다. ‘우익 권위주의’는 기존의 권위를 충실하게 따르는 한편, 관습을 거부하는 소수자들을 매몰차게 배척하는 성향이다. “결혼식장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 “ ‘구시대의 방식’이나 ‘구시대의 가치’는 여전히 최선의 삶의 방도를 알려준다. ” 같은 항목에 강하게 동의하는 사람들은 우익 권위주의 성향이 높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우익 권위주의 성향이 높으면 보수주의자가 되기 쉽다. 6) 덧붙이자면, 규칙을 준수하면서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성향인 성실성이 높으면 우파가 되기 쉽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를 추구하는 성향인 개방성이 높으면 좌파가 되기 쉽다. 7)
둘째, 정치심리학자 존 히빙(John Hibbing)과 그의 동료들은 부정적인 자극에 더 크게 휘둘리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보수주의자가 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8) 원래 인간은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을 더 신경 쓰게끔 설계되었다. 웃는 얼굴보다 화난 얼굴이, 신선한 고기보다 썩은 고기가, 화창한 날씨보다 비바람이 치는 날씨가 먼 과거 조상들의 번식 성공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처럼 전염병, 자연재해, 포식동물, 악당, 사기꾼 등등 외부의 부정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매우 다르다.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보다 부정적 자극에 대해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신경과학 연구는 젊은 성인남녀 90명의 뇌 구조를 분석하고 이들의 정치적 성향도 아울러 조사했다. 9) 그 결과, 보수주의자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껴 도망치게 만드는 뇌의 부위인 편도체(amygdala)가 진보주의자들보다 더 두꺼웠다. 보수주의자들은 부정적 자극에 대해 진보주의자들보다 두려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셋째,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도덕을 떠받치는 기둥은 모두 다섯 개인데 이들 모두를 엇비슷하게 중요시하는 사람은 보수주의자가 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의 도덕 체계를 두루 검토한 결과, 하이트는 도덕성을 이루는 다섯 기둥에는 (1) 딱한 사람을 돌보고, (2) 함께 얻은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는 등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3) 자기 집단에 충성하고, (4) 위아래 관계를 준수하고, (5) 몸과 마음을 고결하게 유지하는 등 공동체 차원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개인적 차원에 해당하는 두 기둥을 나머지보다 유독 중시하면 진보주의자가 된다. 다섯 기둥을 비슷비슷하게 중시하면 보수주의자가 된다. 10) 2017년 대선 토론 때 문재인 후보가 “이보세요.”라고 하니 홍준표 후보가 “아니, 말씀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해요. ‘이보세요’라니!”라고 발끈한 장면을 만약 하이트가 보았다면, 지위서열에 민감한 사람이 역시 우파가 되기 마련이라며 흐뭇해했을 것이다.
정리하고 넘어가자. 일반 성향 모델을 따르면 우리 마음속에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코스메뉴만 있다. 우익 권위주의 같은 성격적 특성, 부정적 자극에 대한 심리적 편향, 혹은 도덕을 이루는 다섯 토대가 진보-보수의 일차원적 축에서 각 개인이 어디에 자리 잡을지 지정해준다. 이렇게 추출된 누군가의 정치적 성향은 경제, 사회집단, 성/번식 등 여러 쟁점에 대한 그 사람의 견해를 한꺼번에 결정한다.
정치적 개인차를 설명하는 일반 성향 모델이 그럴듯하게 들리는가? 필자가 보기엔, 이 설명은 어딘가 허전하다. 먼저 성격, 심리적 편향, 혹은 도덕 기반이 좌파/우파라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뜯어보자.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여성이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는 까닭은 그가 우익 권위주의 성향이 높아서 그렇다고 설명된다.
우익 권위주의 성향은 어떻게 측정할까? 우익 권위주의 성향을 가늠하는 22개 항목으로 구성된 척도에 어떻게 답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11) 이 척도에는 위에서 언급한 두 항목 외에도 다음 항목들이 포함된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누구 못지않게 건강하고 도덕적이다. ”, “여성이 남편과 사회적 관습에 굴복하던 시대는 이제 분명히 과거가 되었다. ” 요컨대, 어떤 사람이 여성이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는 까닭은 그가 여성이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기 때문이다. 응? 뭔가 이상한데?
설명하고 싶은 대상을 하나 찾는다(예컨대, 왜 소수자를 차별하는가). 그 대상을 측정하는 설문지를 만든다. 대상에 근사한 이름을 붙인다(예컨대, 우익 권위주의).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선언한다(예컨대, 우익 권위주의 성향이 소수자를 차별하게 만든다). 이러한 패턴은 심리학에서 흔히 있다. 이는 인과적 설명이 아니라 ‘간판 새로 달기’에 불과하다고 진화심리학자 제이슨 위든(Jason Weeden)과 로버트 커즈반(Robert Kurzban)은 지적했다. 12)
(이런 작업이 다 헛수고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를테면, 우익 권위주의 성향이 폭력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펴보는 일은 당연히 의미 있다. 설명하려는 대상에 붙인 이름으로 다시 그 대상을 설명하려 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
부정적 자극을 중시하는 심리적 편향이나 도덕을 이루는 다섯 토대가 진보-보수의 정치 성향을 만든다는 제안은 ‘간판 새로 달기’의 혐의를 피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낫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부정성 편향이나 도덕성 토대가 그런 식으로 정치 성향을 결정하게 되었는가, 그럼으로써 먼 과거의 조상들이 얻었던 진화적 이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주지 못한다.
이제 좌파 또는 우파라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경제, 사회집단, 성/번식 등 여러 쟁점에 대한 견해를 한 방에 결정해준다는 주장을 들여다보자. 언뜻 들으면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극좌, 중도좌파, 극중, 중도우파, 극우 중의 하나라고 믿는다.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대마초 합법화, 군복무 가산점제 같은 구체적인 쟁점이 불거졌을 때 자기가 취할 견해를 일일이 정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가 참일 수도 있다! 각각의 쟁점에 대해 자기가 취한 견해들의 평균값을 대략 도출한 다음에, 이 값이 진보-보수의 일차원 축에서 어느 곳에 놓이는가로부터 자신의 좌우 이데올로기를 판단할 수도 있다. 13) 즉, 정치 성향의 일차원적 연속체라는 보편적인 인간 본성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로 ‘영역-특이적 모델’이 내놓는 설명이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1%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0%로 2위였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는 달랐다. 홍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47.1%를 얻었다. 문 후보는 고작 21.8%였다. 심지어 사드 배치 반대 시위가 격렬했던 경북 성주군에서조차 사드에 찬성한 홍 후보가 무려 56.2%를 얻었다. “TK는 답이 없다. ” “세뇌되었다. ”는 탄식이 쏟아졌다. 왜 대구‧경북 주민들은 지난 9년간 지역 경제에 공헌한 건 별로 없는 보수정당 후보에게 또다시 표를 던졌을까?
비슷한 맥락으로, 왜 저소득층은 부의 재분배를 외치는 진보정당보다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을 더 지지할까? 저소득층은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정당이 누군지 정말 모르는 걸까? 계급배반 투표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또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일부 고학력-고소득 지식인들이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강남좌파’인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주는 정당을 지지한다는 가정은 한때 정치학자들 사이에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지금도 몇몇 정치인들은 이 가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거철만 되면 선심성 퍼주기 공약들이 쏟아지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가정은 오늘날 구닥다리로 치부된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는다. ……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는 대상에게 투표한다. ”라고 말했다. 14) 레이코프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저소득층은 자신을 부유층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부유층의 구미에 맞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셈이다. 어쨌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공약한 이득이 “크고, 즉각적이고, 널리 홍보되었을” 때를 제외하면, 유권자는 경제적 이득에 이끌려 투표하지 않는다고 최근의 연구들은 결론 내리고 있다. 15)
어떤 쟁점이 돌출했을 때 과연 사람들은 자신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는 입장을 취하는가? 위든과 커즈반은 저서 <정치적 마음의 숨은 의제(The hidden agenda of the political mind)>에서 이 말이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다고 주장했다. 16) 경제적 이득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뜻에서, 반은 틀리다. 경제적 이득을 포함해 포괄적인 진화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반은 맞다.
영역-특이적 모델을 따르면, 경제, 사회집단, 성/번식 같은 다양한 쟁점이 불거졌을 때 사람들은 먼 과거의 수렵-채집 환경에서 자신의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을 입장을 각각 선택한다. 예를 들어, 미혼모는 사회 안전망 확충에 찬성할 것이다.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는 성별, 인종, 장애, 성적 지향에 따르는 차별 정책에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들을 취합하고 평균을 낸 끝에,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극좌에서 극우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게 된다.
정치적 입장을 택하는 마음의 레스토랑에 다시 빗대어보자. 영역-특이적 모델에 의하면, 이 레스토랑에는 미리 정해진 코스메뉴가 따로 없다. 고객의 입맛에 따라 샐러드, 수프, 메인요리, 디저트, 차 등등 종류별로 마음대로 선택하여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어떤 고객이 선택한 음식들의 집합이 A 코스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많이 겹치거나 아예 똑같을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우연일 뿐이다. 고객이 처음부터 A코스 메뉴를 주문하지는 않았다.
왜 여러 쟁점에 대해 사람들은 각기 다른 정치적 견해를 내세워 갑론을박을 벌이게 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 시간에 영역 특이적 모델이 경제, 사회집단, 성/번식 등의 쟁점 영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견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마저 살펴보자.
김은정 PD, <썰전> 149회, JTBC, 2016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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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권위주의, 성실성, 개방성 등의 성격적 특성이 보수 또는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을 만든다고 보는 성격심리학자들 중에는 정치적 성향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인간 본성이라는 시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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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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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보수와 진보는 왜 존재하는가? (1) - 정치적 견해의 개인차를 진화적으로 설명하기 (본격 진화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