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장미의 언덕
각종 결혼식장을 겸한 집이다. 서울대공원 호젓한 뒷길에 미술관, 장미원과 이웃하고 있어 화려하고 우아하기 이를 데 없다. 결혼식없는 평일에는 주차 걱정도 없고, 식당은 실내외 장식이 세련되어 있으면서도 섬세하니 편리하고 맘도 편안하다. 2천원 커피값을 더하면 야외 공간을 커피숍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거기다 음식도 맛있다. 금상첨화다. 식당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다. 어떻게 이 번잡한 서울랜드 권역에 이런 곳이 있지? 믿기기 않을 정도다.
1. 식당 얼개 상호: 장미의 언덕 주소: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181(막계동 33) 전화: 02) 504-5311 주요메뉴: 갈비, 냉면, 버섯전골 등
2. 먹은 날: 2020.6.19. 저녁 먹은 음식: 한우버섯전골 20,000원
3. 맛보기 한우를 얇게 썰어 넣어 육수와 함께 맛을 더하고 표고 팽이를 비롯한 여러 버섯과 쑥갓 등의 야채를 넣어 후루룩 끓이고 삼색 국수를 넣어 전골의 맛과 모양새를 완성한다.
우리 밥상은 항상 주인공은 탄수화물이다. 입맛만 다셔도 밥이 주인공이고, 국수가, 만두가 주인공이다. 나머지는 그것을 먹기 위한 보조 역할이다. 요즘은 탄수화물 혐오가 높아 심지어 곡물 없이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전통적 식사는 항상 곡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국수가 들어가면 단연 국수 위주의 식사를 한다. 삼색 국수 중 둘은 다른 재료를 넣어 색을 냈다. 붉은색 국수는 파프리카에서, 파란색은 클로렐라에서 빌려왔다.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색깔 중심으로 빌려온 것이다. 밥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오감을 동원해 먹는데 눈으로 먹는 맛이 크다. 삼색국수는 눈맛은 확실히 내준다.
국수에 여러 부재를 함께 넣으니 주연이 헷갈리지만 감각적으로 국수가 주연임을 안다. 양도 많고 화려한 데다 국물을 진득하게 만들며, 순간에 쇠고기와 버섯을 조연으로 내려앉힌다. 거섶은 곁들여 고급한 국수를 먹는 기분이다.
국물이 깊은 맛이 나는 데다 짜지 않고 야채가 모양새와 식감이 국물맛을 잘 머금고 살아 있어 상큼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살폿 익은 김치의 서글서글한 맛이 좋다.
비듬나물은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어렸을 때 고향에서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어도 아무도 캐다 먹지 않았다. 비듬나물은 그냥 잡초일 뿐이었다. 이름도 '나물' 없이 그냥 비름이라고 불렀었다. 생명력이 강해 금방 번지고, 1년생 풀이지만 뿌리가 깊게 내려 금방 우거진다. 잡초의 특성이 여전하니 따로 재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상당히 즐긴 나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어린 시절 먹은 이 나물을 잊지 못해 막걸리 안주로 즐겨 찾았다는 걸 보면 말이다. 지역마다 식재료 선호도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에서 다 먹는 것으로 보인다. 전라도 식당에서도 간혹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름은 비듬나물, 새비름 등이 함께 쓰이나 '비름나물'이 가장 널리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비름나물이 되어 귀하신 몸이 되었다. 특히 양평에서 대규모로 재배를 하고 슈퍼 판매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봄나물이 되었다.
비름은 미끈적거리는 맛을 즐겨야 한다. 미끈한 그 식감을 넘어서서 맛있다는 느낌을 갖으면 성공한 음식이다. 흙내를 즐긴다고 하나 글쎄, 보편적으로는 미끈하면서도 조금은 질긴듯한 섬유질이 먼저 감지된다. 된장 기운을 하여 무치면 어울리는데, 여기서는 참기름 참깨에 그냥 무쳤다. 연한순이어서 거슬리지 않고 입에 붙는다.
비름은 특히 수은이 많은 나물로 알려져 있다. 삶아 먹어야 하고, 생으로는 조금 불편한 채소이다. 많은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탕평채, 쫄깃한 식감을 내서 돋보였다. 검은깨와 참깨를 고루 넣고 부쳤다. 쫄깃한 데다 참기름 향이 강해 자꾸 식욕을 자극해서 젓가락이 자주 갔다.
영조때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 나왔던 음식이어서 재료 이름과는 관계없이 이름지어져 탕평채가 되었다. 녹두로 쑨 청포묵을 채소없이 깔끔하게 무쳐냈다. 궁중음식의 오만함을 등에 업고 주재료의 탱탱함을 그대로 맛의 중심으로 삼은 오만한 조리다. 귀족이 된 듯한 느낌, 사소한 음식으로 즐기는 것도 이 기분도 괜찮다. 깔끔한 실내분위기가 좋다. 미술관 구내 식당이 이러는 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입구가 화려하다. 식당 가는 길이 신랑신부 가는 길 같다. 바로 앞이 너른 주차장이다. 평일에는 비어있어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다.
4. 먹은 후 1) 바로 옆에 국립미술관과 장미원, 장미원 아래 청계호수가 있다. 식전이나 식후에 느긋하게 즐겨야 이곳까지 와서 식사한 의미가 제대로 날 거 같다. 요새는 코로나로 미술관 문은 닫았다. 장미원은 제법 한철이고, 청계호수는 물이 줄었지만 그래도 이름값을 한다. 다리를 끼고 호수를 떠도는 리프트는 긍정적으로 보면 또 다른 명물이라 할 수 있으니, 버릴 게 없는 동네다. 거기다 이 좋은 곳에 너른 자리 잡고 있는 식당이 값도 저렴하고 맛있기까지 하니, 몸과 마음의 여유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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