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가 악어 빼닮은 거대 민물고기… 2억년 전부터 살았대요
앨리게이터 가아
▲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앨리게이터 가아. /위키피디아
미국 일리노이주는 30년 전 자취를 감춘 민물고기 앨리게이터 가아(alligator gar)의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앨리게이터 가아는 큰 몸집에 길쭉한 주둥이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민물고기 '가아'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큰 종류랍니다. 이름처럼 주둥이만 놓고 보면 악어를 아주 빼닮았어요. 몸집도 악어 못지않아서 다 자란 몸길이는 3m에 이르고, 몸무게는 160㎏에 달해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덩치가 큰 민물고기로 미국 동남부와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 살고 있죠. 화석을 조사해본 결과 공룡들이 살던 2억년 전부터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래서 다른 물고기들과 다른 점이 많답니다. 우선 몸을 덮고 있는 비늘이 마름모꼴이고 아주 딱딱해요. 이렇게 딱딱한 물고기 비늘을 '굳비늘' 또는 '경린(硬鱗)'이라고 하는데, 철갑상어처럼 원시적인 물고기에서 볼 수 있답니다. 앨리게이터 가아는 지느러미 위치도 여느 물고기와 달라요.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거의 꼬리 부근에 있어요. 꼬리지느러미는 둥글넓적한 모양이죠.
볕이 좋은 날에는 수면 위로 올라와 둥둥 떠 있다시피 하는데 이때는 영락없이 커다란 통나무처럼 보여요. 앨리게이터 가아가 주로 사는 곳은 물 흐름이 빠르지 않은 강의 후미진 곳이나 늪인데요. 이런 곳은 산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종종 물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입을 벌려서 공기를 들이마시기도 해요. 앨리게이터 가아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리답니다. 알에서 부화한 뒤 10년이 지나야 비로소 번식을 할 수 있어요. 그 대신 아주 장수하는 편이죠. 2011년 미시시피주에서 잡힌 앨리게이터 가아의 나이는 무려 아흔다섯 살이었대요. 엄청난 덩치를 가진 만큼 천적은 거의 없는 최고 포식자랍니다. 물고기·개구리·뱀은 물론 작은 포유동물도 거침없이 먹어치우죠.
앨리게이터 가아의 알에는 독성이 있어요. 그래서 먹어선 안 되는 물고기로 인식됐죠. 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사람들에게 유용해요. 오래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딱딱한 비늘로 무기나 농기구 등을 만들었어요. 유럽에서 들어온 정착민들도 앨리게이터 가아의 비늘과 피부를 지갑이나 덮개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삼았고요. 하지만 20세기 들어선 큰 수난을 당했어요. 스포츠 낚시용 물고기들을 먹어치우고 그물 등 장비를 훼손하는 천덕꾸러기 물고기로 여겨졌거든요. 험상궂은 생김새 때문에 사람을 공격하는 사나운 물고기로도 알려졌죠.
이런 이유로 박멸 대상이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개발과 공사로 서식지까지 파괴되면서 숫자가 급속하게 줄었어요. 하지만 최근 미국의 강과 호수에 다른 지역이 원산지인 외래종 물고기들이 급속히 침투하고 있는데, 앨리게이터 가아가 이들을 잡아먹어 생태계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명됐어요. 또 알려진 것과 달리 잡으려고 할 때 저항하는 경우 말고는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고요. 이처럼 '꼭 있어야 할 물고기'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여러 주(州)정부에서 앨리게이터 가아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자취를 감춘 곳에선 복원을 시도하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