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커밍아웃 게이 이맘이란 별명으로 불린 무흐신 헨드릭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격을 맞아 스러졌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57세 짧다면 짦은 삶이었다.
고인은 케이프타운 모스크를 게이와 다른 오갈데 없는 무슬림들의 피난처로 운영해 왔는데 이날 아침 게베하(옛 포트엘리자베스) 시를 돌아다니던 중 미행해 숨어 있던 자동차에 타고 있던 두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두 이름 모를 용의자가 차량에서 튀어나와 차량을 향해 여러 발의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이날 레즈비언 결혼식을 주관하다 총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피격 순간을 담은 폐쇄회로(CC)TV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공유됐다. 동영상을 보면 한 차가 뒤따라와 커브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고인이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는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괴한 한 명이 차에서 튀어나와 다른 차량을 향해 뛰어 가 뒤쪽 창문에다 총탄 세례를 가한다.
고인이 케이프타운의 윈버그 외곽에 있는 마스지둘 거바흐(Masjidul Ghurbaah) 모스크를 운영하는 알거바흐(Al-Ghurbaah) 재단은 그가 이날 아침 조준된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 재단 이사회의 압둘무그히스 피터슨 의장은 왓츠앱(WhatsApp) 단체 방에 올린 성명을 통해 신도들이 인내하고 고인 유족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헨드릭스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는 성소수자(LGBTQ+) 공동체와 그 너머까지 충격파를 낳았고 지구촌 곳곳에서의 추모 열기로 이어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고인이 생전에 해왔던 일은 이슬람의 전통적인 해석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그는 더욱 공감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주창했다. 남아공의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헌법은 세계 최초로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차별하는 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고 규정돼 있다. 2006년 이 나라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LGBT 공동체는 늘어났지만, 게이들은 여전히 차별과 폭력에 마주하고 있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살인 발생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고인이 커밍아웃한 것은 1996년으로 케이프타운과 다른 곳들의 무슬림 공동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해 그는 퀴어 무슬림에게 안전한 장소와 지원을 제공하는 조직 '이너 서클'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마스지둘 거바흐 모스크 설립으로 이어졌다. 2022년 그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The Radical'이 만들어졌는데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진실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크다"고 털어놓았다. 고인은 또 믿음 안에서의 대화와 종교 공동체 안에서 LGBTQ+ 개인들이 마주하는 정신건강 문제들과 트라우마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언해 왔다.
고인은 지난해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와 인터섹스 협회(ILGA) 월드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종교를 적으로 바라보는 일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이드 매컬레이는 커밍아웃을 한 성공회 신부인데 영국계 나이지리아인으로서 그는 동성애 관계나 공공장소에서 공감을 표시하는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하우스 오브 레인보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인의 죽음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려 했던 당신의 지도력, 용기와 지칠줄 모르는 헌신은 지울 수 없는 이정표를 남겼다"고 애도했다.
나이지리아에 살고 있는 동성애자 무슬림 남성 사디크 라왈은 고인이 "난 퀴어 이맘이야"라고 또박또박 말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많은 퀴어 무슬림, 특히 종교적 극단주의 때문에 나이지리아에서 멘토"였다며 "여전히 충격과 허망함에 빠져 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