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미래를 선택하는 날. 2014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26일 오후 2시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서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총 10라운드에 걸쳐 진행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10구단 KT의 가세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선수가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지원자 720명 중 지명받은 선수는 무려 105명. 이미 우선지명과 1차지명을 받은 선수까지 포함하면 117명의 선수가 프로로 가는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14.6%의 취업률은 신인 드래프트 시행 이래 최고 기록이다. 신생구단 창단이 야구계 전체 파이를 키운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번 2차 지명에서는 대졸 투수와 고교 내야수 강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미 대부분의 고교 투수 유망주가 1차 지명에서 빠져나간 상황에서, 각 구단은 즉시전력감에 가까운 대학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며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드러난 ‘투수난’ 해소에 주력했다. 야수 쪽에서는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는 성남고 외야수 배병옥을 비롯해 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고교 유격수들이 인기를 끌었다. 예년과 달리 전체 지명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50명의 대학 선수가 선택받은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 한편 임동휘, 이성곤, 이용하 등 ‘야구인 2세’ 선수들의 지명과 정영일, 최형록 등 해외파 선수들도 드래프트의 흥미를 더했다.
장차 프로야구를 빛낼 새 얼굴의 등장에 야구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드래프트가 진행된 시간에는 주요 지명 선수들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를 정복했을 정도. 이에 팬들의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올해도 신인 지명회의에 임한 각 구단의 지명 전략과 특징, 각 선수별 스카우팅 리포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 다룰 팀은 1번 지명권을 행사한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다. ‘2014 신인 2차지명 리뷰’는 지명 순번에 따라서 4차례에 걸쳐 이어진다.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NC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전체 1번 지명권을 행사한 NC의 선택은 서울고 우완투수 배재환이었다. 앞서 7월 열린 1차 지명에서 즉시전력감 내야수 강민국(동국대)을 선택한 만큼, 이번에는 잠재력이 풍부한 고교 투수 유망주를 뽑는데 첫 번째 지명권을 사용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NC는 이성민, 손정욱, 윤강민, 김병승, 이상민 등 상대적으로 1군 전력에 가까운 대졸 투수들을 대거 지명한 바 있다. 스카우트로 오랜 기간 활약한 모 구단 관계자는 “팀내에서 비슷한 실력과 나이대의 선수가 지나치게 포화 상태를 이루면 지나친 경쟁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즉전감 선수와 장기적으로 육성할 선수를 적절히 안배하는 게 선수 스카우트를 잘 하는 방법”이라 했다. 올해 NC는 배재환을 비롯해 상위 라운드에서 고교 유망주를 대거 발탁하며 이런 원칙에 충실한 드래프트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배재환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생팀 KT의 우선지명 후보로까지 거론됐을 만큼 최고의 재능을 자랑하는 유망주. 2학년인 지난해 최고 149km/h에 달하는 광속구를 뿌려대며 프로 구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들어 팔꿈치 부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재활만 잘 하면 충분히 원래 구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타 구단 스카우트는 “부상 이전 모습만 보면 이전에 NC가 우선지명에서 뽑은 이민호, 윤형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1차에서 뽑은 강민국도 당초 신생팀 KT의 우선지명 후보로 거론된 점을 감안하면, NC는 이번 지명에서 ‘우선지명, 혹은 1차 지명급 유망주’ 두 명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둔 셈이다. 남은 건 배재환이 재활에 성공해서 구단의 기대에 보답하는 일. NC 관계자는 “배재환이 받은 수술은 팔꿈치에 핀을 심는 수술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1년 정도 재활을 거치면 내년 후반에는 성공적으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NC의 2차지명을 받은 선수들과 1차지명 강민국이 한 자리에 섰다. NC는 올해도 드래프트용 특별 유니폼을 제작해서 드래프트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좌측부터 휘문고 박광열, 동국대 강민국, 신일고 김태진, 서울고 배재환 순
상위 라운드 지명에서는 세계청소년대표팀 포수인 휘문고 박광열과 고교 최고 강타자 중 하나인 경북고 이지우, 고교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두뇌회전과 근성이 돋보이는 신일고 김태진 등 고교 야수들을 골고루 발탁했다. 8라운드에서 뽑은 경기고 장민호도 고교 사이드암 랭킹 상위권에 속하는 투수. 뛰어난 재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로 2~3년 정도 육성기간을 거치면 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포지션별 안배로 팀내 선수층을 더욱 두텁게 구축하는 효과도 거뒀다.
5라운드 이후에는 대학 선수 위주의 지명이 이어졌다. 스피드와 파워를 갖춘 경남대 유격수 홍지운과 140km/h 중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동강대 이찬우, 대학 포수 중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경희대 정성민, 장타력을 갖춘 좌타 외야수 동국대 구황, 경기운영 능력이 좋은 건국대 사이드암 김학성 등이 NC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 중 홍지운과 이찬우, 정성민 등은 빠르면 내년부터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들.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 대졸 선수들의 가세로 내년 시즌 1군에서 기용할 수 있는 선수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한편 NC가 하위 라운드에서 대졸 선수 위주의 지명을 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많은 아마야구 관계자는 입을 모아 “프로 구단들이 하위 라운드와 신고선수까지 죄다 고졸 선수를 뽑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 대학 감독은 “고교 선수 중 1, 2라운드에서 지명 받는 선수는 그만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니 프로에 가는 게 맞다”면서도 ”문제는 그렇지 못한 선수들까지 전부 프로에서 싹쓸이해 간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능과 기량 면에서 시간이 필요한 고교 선수가 무조건 프로를 외치며 도전했다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방출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당장 프로에서 통할 선수가 아니라면, 대학에 진학해서 단점을 보완하고 경기 경험을 쌓은 뒤 프로에 진출하는 게 선수 본인에게 바람직하다. 프로 입장에서도 좀 더 완성된 기량과 인성을 갖춘 선수를 영입할 수 있고, 대학야구 역시 좋은 선수들의 가세로 지금의 침체에서 벗어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그게 프로야구도 살고 대학야구도 함께 사는 길이다. 프로야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NC는 지난해 드래프트에서도 15명 중 11명을 대학 선수로 선택했고, 신고선수도 대부분 대졸 선수 위주로 영입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올해도 4라운드까지는 고교 유망주 위주로 선택했지만 5라운드 이후로는 대졸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선택했다. 프로와 대학의 선순환을 통해 아마추어 야구와 상생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이런 NC의 행보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NC는 올해부터 박종훈 육성이사(전 LG 감독)의 진두지휘 하에 신인 선발과 2군 육성 간에 보다 원활하고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팀의 1, 2군 전력과 장기적인 육성 계획, 군입대 선수까지 모두 감안해서 적재적소에 선수 선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번 드래프트에 대해 NC 박동수 스카우트 팀장은 “잠재력 풍부한 투수 배재환과 즉시전력감인 강민국, 두 선수를 지명한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들 두 선수만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보여줘도 올해 신인지명은 대성공이라는 평가다. 박 팀장은 “3루수 백업요원인 홍지운을 비롯해 내외야에서 한결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게 된 점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다만 당초 목표 중 하나였던 좌완투수 영입은 내년 드래프트를 위한 과제로 남겼다. 올해 대학과 고교가 모두 좌투수 기근에 시달리면서 마땅한 좌완 요원을 찾기 어려웠던 게 원인이다.
NC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서울고 배재환 (투수, 우투우타, 184cm/95kg)
2013년 4경기 1패 3.1이닝 3탈삼진 평균자책 9.00
올해 초까지 개성고 심재민과 함께 고교 투수 랭킹 1, 2위를 다퉜다. 키 184cm에 95kg의 건장한 체구에 근력과 유연성까지 좋아서 투수의 재능은 최고 수준이다. 2학년인 지난해 직구 최고 구속 149km/h를 기록하며 스카우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했다.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도 수준급. 그러나 올해는 팔꿈치 부상으로 단 한 번도 기대만큼의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7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NC 입단 뒤에는 곧바로 재활 프로그램에 돌입하게 될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재활 기간은 1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내년 후반부터는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배재환이 마이크를 잡고 단상에 나타나자, 방청석에서는 '선동열 감독이 왜 여기 왔느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NC는 배재환도 최고 투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MCL(전방십자인대) 같은 심각한 부상이 아닌 팔꿈치 피로골절 수술인 만큼 재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정신력이 약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배재환을 잘 아는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낙천적인 성격인 건 맞지만 훈련도 열심히 하고 인성도 괜찮은 선수다. 올해 부상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다 보니 오해를 산 것 같다”고 감쌌다. 좋아하는 투수는 올해 NC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손민한. NC 덕아웃에서 손민한 옆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명회의 당시 중계방송을 본 야구팬들은 “선동열 KIA 감독이 왜 저기 앉아 있느냐”고 하기도.
2라운드 : 휘문고 박광열 (포수, 우투우타, 183cm/70kg) 2013년 16경기 55타수 16안타 7타점 5도루 0.291 / 0.412 / 0.382
수비력 좋은 포수 유망주다. 부산고 안중열(KT 지명)과 함께 고교 포수 투톱으로 꼽힌다. NC 문왕식 스카우트는 “송구 동작이 부드럽고 어깨가 강한 편이다. 포구 능력과 블로킹도 고교 포수로는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포수로서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는 평이 많다. 이를 인정받아 올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장타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정확성과 선구안을 갖춰서 공격쪽에서도 발전 여지가 있다.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키우면 좀 더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재질은 있는 선수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도 포수로서는 장점. NC 박동수 스카우트 팀장은 “팀내 포수들이 대부분 수비형”이라며 “공격력도 갖춘 포수 보강 차원에서 지명했다”고 밝혔다.
거포 좌타자의 자질을 갖춘 경북고 이지우. 호쾌한 타격으로 중장거리포를 때려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
3라운드 : 경북고 이지우 (1루수/외야수, 좌투좌타, 183cm/85kg) 2013년 17경기 58타수 21안타 1홈런 16타점 0.362 / 0.493 / 0.552
고교 최고의 좌타자 중 하나다. 안정적인 타격 밸런스에 레벨스윙에서 나오는 중장거리포의 위력이 투수에게 위압감을 준다. 그간 인터뷰한 여러명의 고교 투수가 가장 경계하는 타자로 이지우를 꼽았다. 한번 타격감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고의볼넷으로 거르는 게 상책이다. NC 관계자는 “경북고 선배인 이승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장타력 있는 좌타 1루수로 두각을 드러낼 기대주”로 평했다. 주 포지션은 1루수지만 어깨가 강한 편이라 코너 외야수로서도 가능성은 있다. 다만 외야 경험이 많지 않아 1루에 비해서는 안정감은 떨어지는 편. 특히 타구판단에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앞으로 프로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몇 년 후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4라운드 : 신일고 김태진 (유격수, 우투좌타, 175cm/70kg) 2013년 18경기 77타수 32안타 8타점 8도루 0.416 / 0.477 / 0.597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꾀돌이’로 통한다. 그만큼 두뇌회전이 빠르고 재치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췄다. 타격에서는 정교한 컨택트 능력과 팀배팅이 강점. 올해 고교야구 18경기에서 4할대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자세에서 정확한 포구와 송구를 하고 수비 범위도 넓은 편이다. 청소년대표팀 정윤진 감독은 “원래 포지션이 아닌 3루와 외야를 시켜봤는데 하루 만에 곧잘 수비를 해내더라”며 김태진의 야구 센스를 칭찬했다. 타석에서 1루까지 4초 초반에 끊는 빠른 발과 센스있는 주루플레이도 강점. 약점이라면 체격(175cm/70kg)이 다소 작은 편이라는 점. 그러나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키는 작지만 정근우와 강민국을 합쳐놓은 것 같은 매력적인 선수”라고 칭찬했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근성과 허슬플레이도 김태진을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다. 모 고교 감독은 “최근 본 고교 선수들 중에 가장 눈빛이 살아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다.
NC 미래 키스톤 콤비의 만남? 1차지명자 강민국과 2차지명에서 뽑힌 신일고 김태진이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5라운드 : 경남대 홍지운 (내야수, 우투우타, 183cm/84kg) 2013년 18경기 52타수 16안타 7타점 8도루 0.308 / 0.500 / 0.442
내야수 보강 차원에서 지명했다. 안정적인 포구 자세와 정확한 송구 능력을 갖춘 선수로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유격수 요원이지만 타격시 손목의 임팩트가 좋아서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 박동수 팀장은 “내야, 특히 3루수 모창민의 백업요원을 생각하고 발탁했다”며 “신체적인 조건도 좋은 편이고 파워도 있어서 기대되는 선수”라고 밝혔다. 우타자임에도 1루까지 4초 초반대로 스피드도 빠른 편. 올해도 8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다만 타격 정확성과 변화구 대처 능력이 약간 부족한 게 약점이다.
6라운드 : 동강대 이찬우 (투수, 우투우타, 185cm/92kg) 2013년 7경기 2패 17.2이닝 18탈삼진 평균자책 5.50
대학 투수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고 지명한 선수다. 키 185cm의 우수한 신체조건에 안정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좋은 투구폼을 갖췄다. 문왕식 스카우트는 “공을 때릴 줄 아는 선수다. 공을 쉽게쉽게 던지는 점도 인상적”이라 했다. 올해 직구 최고구속 145km/h를 기록했고 대부분의 직구가 140km/h 초반에서 형성되는 강속구 투수다. 박동수 팀장은 “구속도 좋고 볼끝이 살아 있어서 ‘되겠다’ 싶은 투수”라며 “6라운드까지 남은 대졸 투수들 중에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고, 다른 대졸보다 두 살 어리다는 것도 장점”이라 했다. 다소 불안정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
7라운드 : 경희대 정성민 (포수, 우투우타, 180cm/85kg) 2013년 15경기 53타수 15안타 1홈런 12타점 0.283 / 0.424 / 0.453
공격형 포수 자원으로 지명했다. 박동수 팀장은 “현재 팀내에 공격력을 갖춘 포수가 많지 않다는 점과 김태우의 군입대 등을 감안해 지명했다”고 밝혔다. 포수로는 이상적인 체격에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했다. 지난해는 4개, 올해는 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기본적으로 배트에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이 좋고 선구안도 평균 이상이다. 수비에서도 캐칭 능력과 블로킹이 안정적이라 투수들에게 신뢰를 준다. 다만 어깨가 강하지 않고 포구에서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이 다소 늦은 편이라 도루를 자주 허용한다는 점이 급소다.
경기고 사이드암 장민호의 연속 투구동작
8라운드 : 경기고 장민호 (투수, 우투우타, 177cm/80kg) 2013년 13경기 6승 1패 61.2이닝 69탈삼진 평균자책 3.06
올해 고교 사이드암 투수 중 안규현, 안상빈 등과 함께 ‘3대 잠수함’으로 꼽힌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키는 크지 않지만 몸통이 굵어서 힘을 쓸 수 있는 체형이다. 공을 때리는 힘이 좋고 볼에 힘이 실려있다”고 평가했다. 최고구속 141km/h에 평균 130km/h 후반대의 힘있는 빠른 볼을 자신감 있게 구사한다. 여기에 120km/h대의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 사이드암 투수지만 제구력이 좋은 편이고 경기운영 능력, 주자 견제 등도 양호하다. 자존심과 승부 근성도 강한 편이다. 다만 직구-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 투수라는 점은 최근 야구 트렌드를 감안하면 보완이 필요하다. 싱커나 서클 체인지업이 없이는 좌타자들의 디스에 맞디스로 대응하기 어렵다.
9라운드 : 동국대 구황 (외야수, 좌투좌타, 181cm/95kg) 2013년 20경기 65타수 19안타 1홈런 20타점 0.292 / 0.434 / 0.492
좋은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하위 라운드에서 마치 ‘구황작물’처럼 나타난 좌타 외야수다. NC 관계자는 “안정적인 타격 밸런스에서 나오는 파워와 컨택트 능력이 돋보인다.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올해 볼넷/삼진 비율 17/10으로 선구안도 수준급이다. 수비에서는 타구판단과 수비 센스가 뛰어나고 허슬플레이를 하는 좋은 외야 수비수. 송구능력만 제외하면 대학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외야수 중 하나다. 지명 순번은 낮지만 겨울 훈련에서 스윙을 보완하면 내년 시즌 충분히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올해 NC의 깜짝 스타 권희동도 지난해 드래프트에서는 9라운더였다.
대학 상위권의 외야 수비력을 자랑하는 동국대 구황
10라운드 : 건국대 김학성 (투수, 우투우타, 183cm/82kg) 2013년 7경기 17.1이닝 6탈삼진 평균자책 3.18
장민호와 함께 사이드암 투수 보강 차원에서 지명했다. 최고구속은 135km/h 정도로 그다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대신 옆구리 투수의 강점인 구질구질한 공의 움직임이 장점. 건국대 출신 투수들의 특징인 게임 운영 능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사이드암 투수로는 드물게 주자 견제 능력과 번트 수비 능력도 겸비했다. 확실한 위닝샷 하나만 장착하면 롱릴리프 요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아웃을 잡는데 애를 먹는 경향이 있다.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 한화 이글스
당초 1차 지명전까지만 해도 한화는 올해 드래프트의 최대 희생자가 될 것처럼 보였다. 연고지의 유일한 희망을 운 나쁘게 놓친데다, 2차 지명에서도 신생팀 NC에 밀려 2번 지명권을 행사하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면드래프트를 ‘Z’자 형태로 진행하는 미국과 달리, 'ㄹ'자 형태로 진행되는 제도 탓에 1라운드 이후에는 수준급 유망주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한 야구 관계자는 “드래프트를 'ㄹ'자 형태로 진행하면 전년도 하위권 팀이나 상위권 팀이나 실질적으로 데려갈 수 있는 선수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전력평준화라는 드래프트의 목적을 감안하면 미국처럼 ‘Z’자 형태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야말로 엎치고 덮친데 다시 엎친 격으로 맞이한 한화의 신인 드래프트. 하지만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한화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숨은 승자는 한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1차 지명에서 뽑은 청주고 좌완 황영국이 불과 몇 달 동안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빠른 볼 구속을 140km/h 초반까지 끌어올렸고 경기 운영과 컨트롤도 몰라보게 좋아져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 세계청소년대회에서 국제경기 경험까지 쌓고 나면 더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한화 1차 지명 선수 황영국(맨 우측)과 2라운드 지명자 박준혁, 조영우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26일 2차 지명에서도 한화의 선전이 돋보였다. 1라운드 2번 지명권을 행사한 한화는 150km/h 강속구 투수인 동아대 최영환을 지목했다. 즉시전력감 투수가 필요한 팀 여건상 가장 내년 1군 레벨에 근접한 전천후 투수를 선택한 것. 진흥고 하영민과 건국대 문동욱도 있었지만 정영기 스카우트 팀장은 “하영민은 아직 고교 투수라는 점을, 문동욱은 투수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선발과 불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최영환이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봤다”고 밝혔다. 더 큰 수확은 2라운드부터 시작됐다. 2번 지명권을 행사한 뒤 무려 21차례나 기다렸다가 돌아온 24번 지명권. 여기서 한화는 대학 포수 중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영남대 김민수를 건지는 생각지도 않은 소득을 거뒀다. 타 구단 스카우트에 따르면 수비력만 놓고 보면 김민수가 현재 한화 주력 포수들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한화 관계자는 “최영환과 김민수 둘 다 타구단의 1차 지명 대상이었다”고 귀띔했다. 또 3라운드에서는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돋보이는 외야수 박준혁을, 4라운드에서는 한때 고교랭킹 상위 투수였던 인천고 박한길을 지명했다. 5라운드에서 지명한 제주고 조영우는 투수부터 1루수, 2루수, 외야에 포수까지 모두 소화하는 팔방미인. “모든 포지션에 보강이 필요하다”는 한화에 잘 들어맞는 선수다.
하위 라운드에서도 적재적소에 알짜배기 선수들의 지명이 이어졌다.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로 올해 홍익대 돌풍을 이끈 정광운, 건국대의 재간둥이 내야수 이창열, 원광대를 하계리그 우승으로 이끈 사이드암 서균이 차례로 호명됐다. 정성기 스카우트 팀장은 “정광운-이창열-서균은 올해 소속팀을 대학야구 정상으로 이끈 주역”이라며 “큰 경기 경험이 많고 팀을 우승시켜 본 경험이 있는 선수라는 점을 높이 샀다”고 했다. 그 외 파워히터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경남고 정우석과 북일고 2루수 노태형은 잠재력을 보고 지명한 선수들. 전체적으로 보면 투수 5명으로 투수력 보강에 가장 역점을 둔 가운데 포수와 외야, 내야를 고루 뽑아 선수층 강화를 꾀했다. 정영기 팀장은 “기회만 있으면 선수를 더 뽑고 싶었는데 차례가 다 되어 뽑지 못한게 아쉽다”며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 중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신고선수로 추가 영입할 것”이라 밝혔다.
10개팀이 10라운드에 걸쳐 진행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자주 ‘타임!’ 요청이 빗발쳤다. 점찍어둔 선수를 다른 구단이 먼저 지명하거나 돌아온 차례에 순번에 맞는 지명대상 선수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단 한 번도 타임을 부르지 않고 일사천리로 지명권을 행사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지명하려고 점찍어둔 선수를 앞에서 한화가 먼저 데려가는 바람에 타임을 요청해야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2차 지명을 놓고 보면 한화가 가장 성공적인 지명을 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영기 팀장은 “신인 드래프트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모의지명을 거친 덕분”이라 했다. 그만큼 한화가 올해 신인 지명을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방증이다.
과거 한화는 신인 드래프트와 선수 육성에 소홀한 대표적인 구단으로 꼽혔다. 새로운 피 수혈을 등한시한 결과는 최근 수년간 최하위 성적표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다행스러운 건 이런 실패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뒤늦게나마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올해는 선수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정영기 전 2군 감독을 스카우트 팀장에 임명했고, 타 구단에 비해 부족했던 스카우트 인원을 5명으로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전국에서 열리는 주말리그와 전국대회를 빠짐없이 관찰할 수 있었고, 지명 대상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까지 지속적으로 체크할 수 있었다. 1라운더 최영환의 경우 무려 3박 4일에 걸쳐 관찰한 결과 ‘확신’을 갖고 지명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한화는 지난해 서산에 최신식의 2군 훈련장을 완공해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한화 관계자는 “정승진 대표이사 부임 이후 선수 육성과 발굴에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암흑기 탈출을 위한 희망의 씨앗은 뿌려졌다. 참을성을 갖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크고 아름다운 열매가 주렁주렁 솟아나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한화에게 남은 과제는, 싹이 트고 나무가 자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프랑스는 혁명을 세 번이나 되풀이해야 했다.
한화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동아대 최영환 (투수, 우투우타, 181cm/88kg) 2013년 13경기 3승 2패 54이닝 50탈삼진 평균자책 2.83
부산 대동중 시절 중학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이후 어깨 부상과 오랜 기간 싸우느라 재능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난해부터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올해 기록한 빠른 볼 최고구속은 150km/h. 평균구속 140km/h 초중반대로 대학 투수 중에는 최병욱(동국대, 두산 지명) 다음가는 빠른 볼을 뿌렸다. 정영기 팀장은 “자기 몸을 최대한 활용해서 던질줄 아는 투수이고 스피드도 빠르지만 공 끝이 위력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팔 스윙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이뤄진다. 직구 스피드가 타자들에게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라 했다. 타이밍을 뺏는 투구폼과 공끝 움직임 덕분에 웬만해서는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대학 2학년 때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경험 탓에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정 팀장은 “웨이트와 러닝 등 개인 훈련을 굉장히 충실하게 이행한다. 성실한 선수”라고 했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어깨 부상을 수술 대신 재활로 이겨낸 케이스”라며 “과거에는 부상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2년간에는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는 한화에서도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확인한 부분이다.
한화 2차 1라운드 지명자 동아대 최영환의 피칭하는 모습. 독특한 투구폼을 기반으로 150km/h 가까운 광속구를 뿌린다.
한화에서는 최영환이 중학 시절과 대학에서 최고 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야구는 결국 ‘잘하는 선수가 잘하게 마련’이기 때문. 다만 타자 타이밍을 뺏는 독특한 투구폼이 경우에 따라서는 결점이 될 수도 있다는 평도 나온다. 투수 출신 한 스카우트는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는 구단도 있지만, 코치에 따라서는 교과서에서 벗어난 투구폼을 가진 선수는 뜯어고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영환의 경우 투구폼이 딱딱하고 거친 편인데 이런 타입은 폼을 수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스카우트 팀과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무기인 슬러브 외에 변화구 구종 추가와 주자 견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한화에서는 최영환을 “황영국과 함께 내년 시즌 투수진에 큰 보탬이 될 선수”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개성고 출신으로 한화 김응룡 감독의 먼 제자다.
2라운드 : 영남대 김민수 (포수, 우투우타, 177cm/80kg) 2013년 18경기 61타수 17안타 15타점 0.279 / 0.384 / 0.377
대학 최고의 수비형 포수. 당초 1라운드 내지는 KT의 지명이 예상됐지만, KT가 발빠른 포수 안승한을 지명하면서 한화 차례까지 돌아왔다. 한화 관계자는 “김민수가 차례에 돌아오자 사장, 단장님은 물론 스카우트 팀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정영기 팀장은 “NC에서 지명한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기대하지 않던 선수였는데 뽑게 되어 우리로서는 ‘땡큐’”라고 했다. 김민수는 체구는 작지만 단단한 포수 수비력을 갖췄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정확한 송구 능력이 최고 장점. 포구에서 송구가 2루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1.9초대로 프로 정상급 포수들과 견줘도 대등한 수준이다. 낮은 자세에서 나오는 블로킹과 풋워크도 대학 포수 중에서는 첫손에 꼽힌다. 여기에 1학년 때부터 4년간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풍부한 경기 경험과 투수 리드 능력을 장착했다. 아마추어 포수치고는 다채로운 볼배합을 구사한다. 고교 시절 약점이던 포구도 많이 보완된 편이다.
영남대 포수 김민수. 상원고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눈물을 삼켰지만, 4년 뒤인 올해 상위 지명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고교 선수들이여. 신인 드래프트 탈락이 끝이 아니다.
약점이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공격력. 고교 때는 타격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지만 대학에서는 좀체 시원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파워는 있지만 타격 정확성과 선구안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올해 하계리그에서는 6경기에서 타율 .500로 폭발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은 보여준 상태. 한화 관계자는 “현재 주전 포수들보다 경기 경험도 많고 도루저지능력도 뛰어난 포수”라며 “앞으로 한화 주전 포수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 했다.
3라운드 : 제주국제대 박준혁 (외야수, 우투좌타, 188cm/91kg) 2013년 11경기 32타수 8안타 4타점 5도루 0.250 / 0.419 / 0.313
지난해와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스카우트들 사이에서의 평가가 월등하게 좋은 선수다. 한화 정영기 팀장도 “과거가 아닌 앞으로 발전할 모습을 보고 발탁했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투타를 겸하는 만능 선수였던 박준혁은 타자로 성장할 시간을 갖기 위해 대학 진학을 택했다. 외야수로는 드물게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로 꼽힌다. 188cm의 건장한 체구에 타석에서 1루까지 4초 초반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지녔다. 타격에서도 간결한 스윙으로 배트에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을 갖췄고 변화구에도 잘 대응한다. 아직 경기에서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을 뿐, 올해 지명 선수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외야수 자원이 분명하다. 약점이라면 공격에 비해 수비에서 다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아무리 허전한 대전구장 외야라도 기본적인 수비가 되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인천고 박한길. 1학년 때 보여준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그 이후에는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신체조건과 파워는 아직도 기대를 걸게 하는 이유다.
4라운드 : 인천고 박한길 (투수, 우투우타, 187cm/95kg) 2013년 13경기 3승 2패 40이닝 35볼넷 51탈삼진 평균자책 2.92
인천고 1학년 때 147km/h를 스피드건에 찍어대며 국내는 물론 해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전국대회에서 투구하던 중 팔꿈치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올해도 많은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투구 밸런스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등판 때마다 많은 볼넷을 내주는 실망스런 피칭. 하지만 탁월한 신체조건과 파워피처로서 가능성을 주목한 한화가 4라운드에서 뒤늦게 이름을 불렀다. 한화 관계자는 “심재민과 배재환도 올해 부상으로 보여준 게 없지만 가능성을 보고 KT와 NC가 지명했다. 박한길 역시 부진하긴 했지만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만 있다면 매우 위력적인 공을 구사한다. 큰 체구를 활용해서 묵직하고 움직임이 좋은 직구를 던진다. 투구하는 모습을 보면 고교생들 틈에 선 성인야구 선수처럼 ‘확’ 눈에 띄는 재질을 갖춘 선수인 건 확실하다. 최고구속은 올해 144km/h.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의 각도 예리한 편이다. 중학교 시절 무릎수술을 받은 이후 체중조절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모습. 이 때문인지 투구수가 늘어나면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는 경향도 보인다. 한화 정영기 팀장은 “올 봄에는 괜찮았는데 밸런스가 무너지며 부진했던 케이스”라며 “장기적으로 선발투수로 키울 수 있는 투수”라고 내다봤다. 프로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좀 더 강한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1학년 때 보여준 가능성만 갖고 기대주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5라운드 : 제주고 조영우 (투수/내야수, 우투좌타, 185cm/80kg) 2013년 14경기 1승 4패 46.1이닝 30탈삼진 평균자책 3.30 <투>
2013년 17경기 66타수 32안타 9타점 0.485 / 0.528 / 0.621 <타>
제주고의 팔방미인. 올해 황금사자기 상원고전에서 처음에는 1루수로 출전했다 경기 중반에는 포수로 자리를 옮겼고 막판에는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외 2루수와 외야수도 소화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다. 세계청소년대표팀에서도 주로 타자로 나설 예정. 그러나 한화 정영기 팀장은 “투수로 지명했다”고 한다. 모 스카우트는 “공을 때릴 줄 아는 투수다. 볼끝이 좋고 각도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잘 던진다. 지난해에는 투구밸런스도 안정적이고 경기 운영도 좋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올해는 마운드에서 다소 부진했는데 이는 제주고에 합류한 임지섭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라는 게 중론.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임지섭이 옆에서 빠른 볼을 던지니까 조영우도 빠른 볼 욕심에 자기 폼을 잃었던 것 같다”고 했다. 투구 밸런스를 가다듬고 체인지업을 익히면 고교 우완투수 중에서는 빠르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선수다. 타격 능력도 뛰어나다. 올해 타율 0.485로 이영민 타격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 다만 워낙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다보니 훈련부족으로 포지션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 아직까지는 자기 감각에 의존해서 타격한다. 임지섭의 강속구를 포수로서 편안하게 받아냈다는 점이 조영우의 센스를 잘 보여준다. 좀 더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부분이다.
한화 지명을 받은 제주고 조영우(우측)는 투수와 내야수, 외야까지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옆에 있는 선수는 진짜 미인, 충암고 이진석
6라운드 : 홍익대 정광운 (투수, 우투우타, 184cm/80kg) 2013년 15경기 5승 3패 70이닝 60탈삼진 평균자책 3.60
올시즌 홍익대 돌풍의 주역. 2학년 김재영과 ‘잠수함 듀오’를 이뤄 만년 하위권이던 홍익대를 두 차례나 전국대회 결승으로 이끌었다. 최고 142km/h에 달하는 움직임이 좋은 빠른 볼을 구사한다. 특히 빠른 볼 사이드암 투수로는 좋은 컨트롤을 지녔고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 싱커성 공과 슬라이더도 잘 던진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다. 타자 몸쪽으로 과감하게 승부하는 공격적인 투구패턴도 장점. 정영기 팀장은 “사이드암 투수라고 중간계투라고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며 “후반기에는 선발로 자주 기용됐는데 볼 스피드도 빠르고 싱커도 잘 던져서 프로에서도 선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재학, 우규민 등 잠수함 선발이 프로야구 트렌드”라고 했다. 다만 변화구 구사시 팔 각도가 직구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대학야구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뛰게 될 무대에서는 작은 차이가 엄청난 차이로 연결된다.
7라운드 : 건국대 이창열 (2루수, 우투좌타, 175cm/70kg) 2013년 18경기 71타수 18안타 1홈런 9타점 9도루 0.254 / 0.384 / 0.352
건국대에서 이창진과 함께 ‘땅콩 키스톤 콤비’를 이뤄 다년간 좋은 활약을 보였다. 올해 초에는 지독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지만 하계리그에서 타율 .324에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본 모습을 되찾았다. 작은 체격 조건(175cm)이 약점이지만 그 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아주 좋다. 한화 관계자는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변화구 대처도 좋다. 발도 빠른 편이고 뛰어난 주루 센스와 수준급의 2루 수비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발 빠르고 수비 좋은 특성상 지난해 한화가 지명한 조성원(건국대)보다도 당장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고 했다. 한화에는 이런 야구를 하는 선수가 꼭 한 명 쯤 필요했다.
8라운드 : 원광대 서균 (투수, 우투좌타, 185cm/81kg) 2013년 12경기 1승 2패 45이닝 29탈삼진 평균자책 2.80
원광대 하계리그 우승 주역이다. 좌완 배진선-김성재와 짝을 이뤄 원광대 철벽 마운드 구축에 한 몫을 했다. 정광운과 마찬가지로 140km/h 초반대 빠른 볼을 구사한다. 여기에 130km/h대 싱커와 체인지업을 구사해 좌타자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발휘한다. 완전한 사이드암으로 던지던 시절에는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지만, 쓰리쿼터처럼 팔 각도를 들어올린 뒤에는 컨트롤이 부쩍 좋아진 모습. 다만 경기 중에 잘 던지다가도 이따금 컨트롤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게 약점이다. 정영기 팀장은 “선발, 중간 모두 가능한 투수”라며 “한화 퓨처스 감독 시절 원광대와 연습경기를 할 때 자주 상대했는데 프로 타자들도 공략하기 까다로운 공을 구사했다”고 밝혔다. 삼성 우동균과 맞대결이 기대된다.
9라운드: 경남고 정우석 (3루수, 우투우타, 184cm/95kg) 2013년 16경기 54타수 16안타 7타점 0.296 / 0.387 / 0.407
경남고 4번타자. 최근 프로야구에 뜸해진 우타 거포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명했다. 기본적으로는 3루수지만 수비력을 감안하면 1루수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정영기 팀장은 “코너 내야수는 두자리수 홈런을 쳐줄 파워가 되야 한다”며 “아직 기술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체격조건과 힘이 좋아서 잘 육성하면 홈런타자로 키워볼 만한 재목”이라 했다.
북일고 2루수 노태형. 부드러운 타격 폼과 수비가 장점이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장면이 아니다.
10라운드 : 북일고 노태형 (2루수, 우투좌타, 182cm/74kg) 2013년 23경기 84타수 18안타 8타점 14도루 0.214 / 0.382 / 0.274
내야수로 좋은 신체조건에 1루까지 4초 초반에 주파하는 빠른 발이 장점이다. 한화 스카우트 관계자는 “유연한 몸을 갖췄다”며 “2루 수비에서 발놀림과 포구, 핸들링에서 송구로 연결되는 동작이 부드럽다”고 했다. 주포지션은 2루지만 한화에서는 유격수 전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격에서도 좋은 스윙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배팅 포인트에서 타격을 해낸다. 다만 몸이 마른 편이라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 강속구 투수를 상대로는 배트가 공을 이겨내지 못한다. 프로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