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44) - 후지산과 태평양을 바라보며 걸은 소나무 숲길(요시하라 – 미시마 27km)
- 제9차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49
5월 18일(토), 전날애 이어 말고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오전 7시 15분, 숙소를 나서 48일차 걷기 출발장소인 요시하라 역으로 향하였다. 한 시간쯤 걸어 요시하라 역에 이르니 당일참가자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역 앞의 쓰나미 피난타워가 출발장소, 4년 전에는 출발까지 30여분의 여유가 있어 철제계단을 이용하여 쓰나미 피난타워의 꼭대기까지 올라 지면으로부터 웅장하게 솟은 후지산의 전경을 살폈는데 오늘은 출발시간이 박두하여 3층 계단까지 올라 눈에 덮인 정상부근의 모습을 일별하고 그냥 내려왔다.
출발에 앞서 유의사항을 전하는 모습
오전 8시 20분에 출발식, 시즈오카 워킹협회 오다케 회장을 비롯하여 현지의 걷기단체인 동시즈오카 워킹협회 회원들이 20여명이나 참석하여 꽤 많은 숫자인 6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키노 유키오 대원의 선창으로 Go, Go, Let’s 힘차게 외친 후 8시 40분경에 미시마(三島)를 향하여 씩씩하게 출발하였다.
20여분 걸어 이른 곳은 10km 이상 곧게 뻗은 해안방파제길, 쓰나미에 대비하여 견고하게 만든 10여 미터 높이의 인공콘크리트길이다. 왼쪽으로는 후지산의 웅자를, 오른쪽으로는 태평양의 파도를 응시하며 걷는 발걸음이 자랑스러워라. 요산요수(樂山樂水, 산과 바다를 즐기고 기뻐하다)라는 말이 있거니와 멋진 둘을 한꺼번에 즐기는 참가자들이 복되도다.
10km 이상 곧게 뻗은 해안방파제 길을 걷다 잠시 휴식, 넓은 바다와 울창한 송림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돋보인다.
함께 걷는 일본대원 마쓰이 사다오(전 부산 총영사)씨는 열차로는 시즈오카 지방을 여러 차례 지났지만 걸으면서 살피기는 처음이라며 멋진 경관에 찬탄을 보내고 초행인 한국대원들도 아름다운 풍광에 경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한 시간여 방파제길 걸으니 행정구역이 후지시에서 누마스(沼津)시로 바뀐다. 한참 더 걸어서 소나무 숲을 지나 휴식 차 이른 곳은 도로 건너편의 타이스엔(帶笑園, 옛 식물원),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30여분 걸어 12시 경에 이른 곳은 식당과 마트가 늘어서 있는 큰 주차장, 그곳의 큰 마트에 들러 점심거리를 마련하여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12시 50분에 오후 걷기, 소나무 숲길과 시가지를 한 시간 넘게 걸어 누마쓰 시청 지나서 대형마트에 도착하였다. 30도 가까운 더운 날씨, 아이스 바와 오렌지로 목을 축이는 사이에 건장한 신사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다카하시 타츄야 누마쓰 시 의원, 4년 전 시청에 이르렀을 공휴일인데도 시장이 청사 앞에 나와서 일행을 맞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전국시장회의의 의장을 맡은 시장이 그 회의에 참석하느라 일행을 맞지 못한다며 인사말을 한다. 그 요지, ‘조선통신사 일본방문단 여러분, 누마쓰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누마쓰의 여러 모습을 즐기시고 내일 지나는 하코네 고개도 안전하게 넘어가기 바란다. 힘내시고 수고하세요.’(4년 전의 기록을 살피니 조선통신사들이 이곳을 지날 때 후지산을 바라보는 그림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적혀 있다.)
깜짝 등장한 누마쓰 시 의원과 기념촬영
대형마트에서 출발하여 잠시 후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 건너니 미시마 시계, 작은 도시의 주택가가 깨끗하게 정리된 것이 인상적이고 집집마다 정원도 잘 가꾸었다. 목적지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미시마 신사, 열심히 걸어 오후 4시 경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모처럼 일찍 끝내기, 동시즈오카 워킹협회에서 준비한 캔 맥주로 완보를 축하하며 목을 축이고 곧장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는 역 근처로 약 20분 거리, 여장을 풀고 조별로 저녁식사를 하며 48일째 걷기를 마쳤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5일,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자,
시미즈신사에 도착하여 시원한 캔맥주로 땀을 식힌다
* 당일참가자 중에는 일본 주요통신사의 고문인 언론인, 한국에서 몇 년간 생활한 이 고장 거주 가정주부, 도쿄 인근 사이타마에서 달려온 구면의 동호인 등 다양한 분들이 섞여 있다. 사이타마 동호인과는 5년 전 도쿄 – 닛코 걷기를 함께 하였는데 그 행사를 주관한 동호인(오가와)의 누님이 우리가 걷는 연도에서 녹차와 과일을 건네며 격려한 적이 있다. 이를 상기하며 누님의 안부를 물으니 누님은 잘 계신데 그 분의 아들이 어제 별세하였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려준다. 아, 평화로운 모습의 그녀에게 닥친 어려움이 안타까워라. 아픈 상처를 건드린 듯 송구한 마음이다.
울창한 송림숲에 우뚝한 한 그루, 뛰어난 것이 좋은지의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