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년 이상 위원장으로 있는 삼성화재의료배상보험의 한달에 두번 회의를 하는 저녁이다.
6시 반이 조금 넘어 의협에 도착하면 되기에 오늘은 다섯시가 넘어 병원을 나왔다.
날씨가 참 좋아 한번 걸어서 가볼까 하고.
하늘은 모처럼 맑게 개어 먼 곳까지 잘 보이고
바람 솔솔부니 이 보다 더 좋은 날씨가 있을까?
먼저 오랜만에 효사정을 오른다.
젊은 두쌍이 서로 몸을 부비며 기대어 있어 노인네가 보기가 민망한 모습이라 눈길을 돌린다.
건너 편을 바라본다.
푸른 하늘은 티끌 하나없고.
바로 아래에는 들꽃도 피어 있다.
가까이서 보이는 동작대교
오른 쪽곁은 효사정의 난간이다.
내려 오며 한장을 찍어 본다.
일본에는 이런 곳에서 보턴을 누르면 노래도 나오던데.
찻길 사이에 있는 보도를 걷다가
웬 선글라스에 헤드폰을 낀 젊은 여자가 담배를 피고 있다가
불도 안꺼진 꽁초를 그냥 던지고 가려는 걸
"여보, 담배를 그냥 버리고 가면 어떡해."
"죄송해요" 하면서 불을 끄고는 줏어 가방에 넣고 간다.
동작 충효길이구나.
한강대교 북단에는 횡단보고가 없는 걸 나는 잘 안다.
하여튼 길가는 곳에 길은 있겠지. 하며
자전거도로와 보가가 같이 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강대교 아래를 지나온다.
"그러면 그렇지"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와 오르니까 바로 한강대교의 건너편이다.
걸어서 일단 노들섬까지 왔다.
저 동상의 건립 취지문이다.
내가 대학입학 시험을 치기 위해 바빴던 때.
이런 소공원을 지나 아래로 향한다.
노들섬의 역사를 읽어 본다.
터밭을 지나 조금 더 내려 가본다.
건너 선착장에는 배들도 보이고
이런 호젓한 길도 있네.
다시 올라와보니 저건 나락?
하릴없이 서있는 허수아비 들
곳곳에 농사를 짖는 도시 농부들.
무서운 얼굴의 현대판 허수아비다.
지은 고추농사를 햇볕에 말리고 있다.
버려진 건설 장비가 보기 흉하다.
지난번 건너편의 견우카페를 가보았으니 이번은 직녀카페로.
노들카페는 흘러 들어오는 한강물을,
직녀카페는 흘러 나가는 한강물을,
노들카페는 거기서 일출을 볼수 없으나
직녀카페는 일몰의 석양을 볼 수 있다.
오늘 들고 걸은 시집.
예쁜 봉투에는 의협 여직원이 로마로 친구와 휴가차 여행한다기에 넣은 젤라토값과 이 시집도 선물로.
내일 저녁에는 뉴욕으로 연수를 떠나는 국립의료원의 김선생에게도 이 책을 선물할 예정이다.
카페 천정에는 별들이 빛나고.
유리창을 통해서도 저멀리 보현봉이 깨끗하게 보인다.
커피 한잔을 마시려다 이따 도시락에 맥주 안주가 많이 나올걸 예상하고 맥주만 먼저 마신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이런 걸 해놓았고.
시내로 들어가는 차들은 붐비나 나가는 반대편 차선은 텅텅비어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것이 견우카페이다.
의협까지 놀며 쉬며 한시간 반이 걸렸네.
첫댓글 하늘도 푸르고, 경치도 좋고... 잘 구경했습니다. 그 담배 꽁초 버리던 여자는 그 날 일진이
않좋았네요.... 그래도, 그런 지적 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요....
그래도 일진이 좋았던게 아닐까?
나같이 점잖은 사람에게 주의를 받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