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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느린 하루 원문보기 글쓴이: 정기홍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 샌드라 블레이크스리 -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모래 웃기신지
측두무어 아서의 유머이론
1. 모래 한 알 크기 뇌조각에는 10만개의 뉴런과 10억 개의 시냅스가 들어 있다.
2. 자발적 웃음은 기저핵에서, 가짜 웃음은 운동피질에서 만들어진다.
- 웃음의 목적은 어떤 개체가 사회집단(주로 친족)의 누군가에게 감지된 비정상성이 사소한 것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알리는 것
3. 신체상 : 자시 신체에 대한 내부적 이미지와 기억
- 신체상은 두뇌가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환상이다.
- 변할 수 있다. 본인 앞에 사람을 의자에 앉게 하고 제 3자에게 코를 동시에 두드리게 하는 방법.
- 황상사지, 환상통
4. 지각 : 감각적 신호와 과거에 저장된 시각적 이미지의 역동적 상호작용의 결과물
→ 우리는 언제나 환각을 겪고 있다.
5. 측두엽의 무엇 경로
두정엽의 어떻게 경로 : 우측 두정엽이 손상된 편측무시환자는 좌측을 무시한다.
6. 무시했던 자신에 대한 기억이 (봉쇄돼 있어 접근할 수는 없지만) 두뇌 어딘가에 등록돼 있다.
→ 하나의 인격과 다른 인격이 부분적으로 단절되는 일이 실제로 발생 가능하다.
7. 아서-카프그라 증후군 (인식영역이 감각영역에 영향을 주지 못함)
- 해마손상으로 단기기억 장애 생긴 H.M.과 반대
8. 서번트(레인맨) : 특수한 재능은 일반지능을 영리하게 사용한 결과가 아니다.
- 대부분의 천재들은 서번트와 유사하다.
- 특정 영역에서는 뛰어나지만, 다른 면에서는 보통이다.
9. 의식, 자아는 착각.
10. 유머 : 우모걱반재 - 우월감, 모순이 풀리면서, 걱정이 사라지면서, 반전, 재해석
11. 아서 에딩턴 "이론에 의해 확증되기 전까지 실험 결과를 신뢰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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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말
# 신경학 분야에서는 두 가지 태도 사이에 모종이 긴장이 존재한다. 두뇌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길은 수많은 환자들의 사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비록 단 한 명의 환자일지라도 적당한 환자에게 적절한 실험을 함으로써 보다 유용한 정보를 산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이 그것이다. ...
신경학 분야에서 오랜 실험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던 대부분의 중요한 발견들은 사실상 단일 사례 연구나 공개실험에서 시작되었다. 기억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연구 대상의 자료를 평균하는 방법으로 얻어낸 것보다, H.M.이라는 단 한 명의 환자를 며칠간 연구해 알아낸 것이 훨씬 많다. 뇌가 오른쪽 뇌와 왼쪽 뇌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서로 다른 기능을 위해 분화되어 있다는 대뇌반구의 기능 분화나, 두 명의 뇌량 절단 환자를 상대로 한 실험도 마찬가지다. 정상인을 대상으로 50년에 걸쳐서 하는 연구보다도 이 두사람에게서 훨씬 많은 것을 알아낸 것이다.
1장 두뇌 속의 유령들
# 모래 한 알 크기의 두뇌 조각에는 10만 개 정도의 뉴런, 200만 개의 축색돌기, 10억 개의 시냅스가 들어 있으며, 이들 모두는 서로에게 '말하고' 있다.
# 왼쪽 뇌에 뇌졸중이 일어난 사람(우측 반신불수)은 화를 잘 내며, 쉽게 우울해지고, 회복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그 이유는 왼쪽 뇌가 손상을 입었을 경우 그 책임을 넘겨받은 오른쪽 뇌가 모든 일에 대해 안달을 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른쪽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좌측반신불수)은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행복할 정도로 무관심하다. 왼쪽 반구는 오른쪽 반구처럼 그렇게 초조해하지 않는다.
# 자발적인 웃음은 기저핵에서 만들어진다. ... 미소 짓는 일은 수십 개의 조그마한 근육들이 적절한 순서로 조심스럽게 조정되어야 한다. 자연적 미소를 만드는 일에 전문화되어 있지 않은 운동피질에게 이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버금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강요당한 웃음은 경직되고 부자연스럽다.
2장 갑작스러운 신체의 상실을 두뇌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 두뇌에는 신체 전체의 표면에 대한 지도(바꿀 수 있다)가 존재하며, 신체를 반으로 나누었을 때 각 부분은 반대쪽에 위치한 두뇌로 매핑된다.
3장 최초의 성공적인 환상사지 절단 수술
# 신체상에 대한 신경회로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운동이나 촉각 경험에 엄격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 신체상은 시간과 공간 속의 자신의 신체에 대한 내부적인 이미지와 기억을 나타낸다.
# 두뇌는 이원적인 표상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유전적으로 주어진 원래의 신체상이다. 다른 하나는 계속되는 변화를 갱신해서 통합하고 있는 신체상이다. ... 위의 사례들은 환상사지가 유전적인 변항과 경험적인 변항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생겨남을 보여준다.
# 여기에는 보다 더 심오한 내용이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의 신체'가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순전히 편의상 우리의 두뇌가 일시적으로 구성한 것에 불과하다. ...
나는 당신의 신체상이 대단히 유연한 것이며 단 몇 초 내에 그것이 크게 수정될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착각에는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편의상 이들을 줄리와 미나라고 부르자.) 먼저 의자에 앉아 눈을 가려라. 줄리를 당신 앞에 있는 (50센티미터 거리) 다른 의자에 앉게 하고, 당신과 같은 방향을 쳐다보도록 하라. 미나를 당신 오른쪽에 서게 하고, 다음과 같이 지시하라. "내 오른손의 집게손가락을 줄리의 코로 가져가서 리듬에 맞추어 내 손을 움직여라. 모스부호를 치는 것처럼 내 손가락이 줄리의 코를 가볍게 두드리면 된다. 동시에 당신의 왼손으로 같은 리듬과 타이밍에 맞추어 내 코를 두드려라. 내 코와 줄리의 코를 두드리는 것을 완벽하게 일치시켜라."
만약 운이 좋다면 30~40초가 지난 다음에 당신은 당신 코가 저 바깥쪽에 떨어져 있고, 그 코를 만지고 있다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 코가 원래의 위치를 벗어나 당신의 얼굴 50센티미터 앞에 위치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 20명에게 이 실험을 해보았는데 절반 정도가 성공했다. 놀랍게도 나는 항상 성공했다. 내가 정상적인 코를 가지고 있다는 확실한 지식, 그리고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신체와 얼굴에 대한 나의 상은, 적절한 종류의 감각적 자극이 주어지기만 하면 몇 초 내에 간단히 부정된다. ...
신체상은 겉으로 영속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속임수에 의해 크게 뒤바뀔 수 있는 일시적으로 만든 내적 구성물에 불과하다. 당신의 신체상은 후손들에게 당신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물려주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놓은 껍질에 불과하다.
4장 두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 존재에 대한 가장 명백한 사실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하나의 통합된 자아에 대한 느낌이다. 이는 너무나 명백해서, 우리는 이것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 아글리오티 박사의 실험과 관찰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존재가 우리 안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우리의 두뇌에는 그런 좀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두뇌에 거주하는 하나의 '나' 혹은 '자아'라는 개념은 착각일지 모른다. 설령 그런 개념이 우리의 삶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어떤 목표의식을 갖게 하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도와줄지라도.
5장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두뇌의 모험
# 마음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진공을 싫어하며,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무슨 정보든 채우려고 한다.
# 증거는 우리가 지각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감각적 신호와 과거의 시각적 이미지에서 저장된 정보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적 상호작용의 최종적 결과물임을 알려준다. ...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는 언제나 환각을 겪고 있다. 우리가 지각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의 감각적 입력에 그중 어떤 환각이 가장 잘 부합하는지 결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찰스 보넷 증후군의 경우처럼, 확인해주는 시각적 자극을 받지 못하면 두뇌는 제멋대로 실재를 만들어낸다.
6장 두뇌는 어떻게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는가?
#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기이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기이하다." (홀데인)
# 편측무시 환자는 자신의 왼쪽에 있는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왼쪽 신체도 무시합니다. 장님은 아닙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왼쪽에 있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다.
7장 왜 두뇌는 변명에 익숙해졌을까?
# 왜 겉으로 보아서 멀쩡하고 지성적이며 분별력 있는 이 여인은 자신의 신체가 마비되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일까? ... 그녀는 또다른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한 번도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 환자를 관찰하는 것은 돋보기로 인간의 본성을 관찰하는 것과 유사하다. 나는 인간의 모든 어리석은 측면에 대해서, 또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자기기만에 빠지기 쉬운지 생각하게 된다.
# 우리의 일상적인 삶은 부정, 억압, 작화증, 자기기만과 같은 것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일상적 방어기제는 적응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오히려 이는, 감각에 주어진 재료의 조합 가능성이 너무 많음으로써 야기되는 이야기의 조합폭증 때문에, 두뇌가 방향을 잃고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에 대한 대가는 우리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체계 전체의 정합성이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는 적은 편이다.
# "우리가 우리의 믿음에 대해 합리적 근거라고 부르는 것들은 종종 우리의 본능을 정당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비합리적 시도들이다." (토머스 헨리 헉슬리)
# 우리의 심리적 삶을 형성하는 데 심리적 방어기제의 중추적 역할을 지적한 거은 프로이트의 공헌이다. ... 그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간적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삶에서 행하는 모든 일은 무의식적인 감정 욕구, 동기 등에 의해 지배된다. 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세련되게 정당화시켜주는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다.
#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우주를 연구해 초시간적인 통찰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더 큰 무엇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변화하는 우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드라마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게 된다. ... 이 혁명을 통해 우리는 마음이나 육체와 구분되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무섭기는커녕 우리를 매우 자유롭게 해준다. 스스로가 이 세계의 특별한 존재이고 특권적 위치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고상한 존재라면, 우리의 소멸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시바가 추는 거대한 우주적 춤의 일부라면, 우리의 불가피한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자연과의 행복한 재결합이 된다.
8장 '진짜' 나는 누구인가?
# 카프그라 증후군 ... (부모나 가족을 봐도 따뜻한 정서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되고 그럼으로써) 아서가 의지할 유일한 방책은 그것을 합리화시키고 설명해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9장 두뇌는 왜 신을 보았다고 믿는가?
# 변연계는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의 모든 감각체계에서 입력을 받는다. 특히 후각은 편도로 곧장 올라가 변연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 한 가지 분명한 결론은 인간의 두뇌 속에는 종교적 경험과 관련된 회로가 존재하며, 이것이 일부 간질의 경우에 과잉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 '서번트'는 정신적 능력이나 일반 지능이 매우 낮지만, '일부'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 미술이나 음악의 영역은 모든 시대에 걸쳐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한 재능 있는 서번트들을 배출했다. ... 내가 특별히 알게 된 대부분의 천재들은 그들 스스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서번트와 유사하다. 그들은 소수의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냥 보통 수준이다.
10장 인간은 짐승인가, 천사인가?
# "신은 웃기를 두려워하는 청중 앞에서 공연하는 코미디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 나는 웃음의 주요 목적이, 어떤 개체가 사회집단(주로 친족)의 누군가에게 감지된 비정상성이 사소한 것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웃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거짓경보에 대한 발견을 공지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너희들은 거짓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귀중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웃음이 왜 그렇게 전염성이 강한지도 설명해준다. 그런 신호의 가치는 사회집단에 널리 퍼지면 퍼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유머에 대한 '거짓경보이론'은 동시에 익살극도 설명해준다. (뚱뚱하고 거만한 사람이 걷가가 바나나껍질에 미끄려져 넘어지는 것을 본 경우) ... 이 모형은 웃음의 진화적 기원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것이 현대인 사이에 유머가 갖는 모든 기능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단 웃음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나면 그것은 다른 목적을 위해 쉽게 이용될 수 있다.
11장 사라진 쌍둥이를 찾아라!
#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그것이 아무리 일어날 성싶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남아 있는 바로 그것이 참임이 틀림없다는 것이 나의 오래된 행동원리이다." (셜록 홈즈)
# 아서 에딩턴 경의 유명한 역설적 발언은 상당 부분 진실이다. "이론에 의해 확증되기 전까지 실험 결과를 신뢰하지 마라."
12장 자아는 두뇌의 어디에 존재하는가?
# 두뇌 속에 '거주하는' 단일한 통일적 자아의 개념은 정말로 착각일 수 있다. 정상인이나 두뇌의 다양한 부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모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단지 단편적인 정보들에서 스스로의 '실재'를 만들어낼 뿐이며, 우리가 '보는'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신뢰할 만한 (하지만 항상 정확하지는 않은) 재현일 뿐이다. 두뇌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사건들을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 실제로 우리 행동 대부분은 몸속에서 우리(인격)와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는 다수의 무의식적 좀비들에 의해 수행된다. 자아의 문제가 더 이상 형이상학적 수수께끼가 아니라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점을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확신하게 되었기를 바란다.
# 나는 ... 의식은, 두뇌 전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유형의 계산을 수행하는 특정 두뇌회로에서 생겨나는 것임을 제안한다. ... 지각심리학이나 신경학의 여러 예들은 의식의 생생한 주관적 성질을 구현하고 있는 회로도가 주로 측두엽 일부(편도, 사이막, 시상하부, 도피질)와 전두엽의 유일한 투사 영역인 띠이랑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 나는 대부분의 의식활동이 전두엽이 아닌 측두엽에서 일어난다고 제안한다. 의식에 현저한 혼란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은 이 조직에 생긴 상처나 여기서 일어나는 과잉활동이다. ... 의식에 가장 심대한 혼란은 측두엽 간질을 일으키는 부위에 상처를 입었을 때 생긴다. 다른 두뇌 부위의 상처는 의식에 적은 혼란만을 일으킨다. ... 측두엽 간질은 종종 인격적 동일성, 개인적 운명, 혹은 인성이라는 의미에서의 의식의 변화와도 연관되지만, 냄새나 소리의 환각처럼 생생한 감각질과도 연관되어 잇다.
# 자아란 정확히 무엇인가? 불행하게도 '자아'라는 단어는 '행복'이나 '사랑'이라는 단어와 유사하다. 우리 모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이 실재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을 정의하거나 그 특징을 정확히 지적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 자아는 나의 다양한 모든 감각적 인상과 기억을 통일하는 그 무엇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나의 삶을 '관활'하며, 선택하고(자유의지를 갖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존속하는 단일한 대상으로 생각된다. 또 자아는 사회적 맥락 속에 위치하며, 가계부를 쓰거나 심지어 자신의 장례식을 계획하기도 한다. ... 나는 유전의 수수께끼를 푸는 해결책이었던 DNA처럼, 자아의 문제에 대한 단일하고 원대한 최종적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나의 자아는 하나의 육체에 닻을 내리고 있다. 내가 눈을 감으면, 다른 신체 부분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생하게 느낀다. 이른바 신체상이다. ... 그런데 신체상은 이미 살펴보았듯이, 겉으로는 영속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유연한 것이다. 몇 초 동안 적절한 종류의 자극을 가하면, 우리는 코를 1미터로 늘어나게 할 수도 있고, 책상에 손을 투사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 신체에 대한 당신의 '소유권'은 환상에 불과하다.
# (죽음을 2달 앞둔 시점에 부끄러운 증거를 없애려고 하는) 이 간단한 사유실험은 사회적 자아라는 개념과 그것의 명성이 단순히 꾸며낸 추상적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와는 반대로 그것은 우리 속에 너무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죽은 후에도 보호하고자 한다. ... 여기에 가장 역설적인 사실이 있다. 정의상 거의 전적으로 사적이라 할 수 있는 자아가 실은, 상당 정도 타인을 위해 우리가 꾸며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나는 꾸며냄이나 자기기만이 행위에 안정성, 내적 일관성, 정합성을 부여하기 위한 필요의 부산물로 진화했을 것이라 제안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추가 기능이 타인에게 진실을 숨기기 위한 필요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로버트 트리버스는 자동차 판매원이 그러듯이,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기 위해 자기기만이 진화했다는 기발한 논증을 제안했다. ... 최소한 늑정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성공적으로 허풍을 떨어서 생기는 이익(구애행위에 대한 대가)이 착각에서 오는 손실을 크게 상회할 수도 있다.
#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신경과학자들은 놀랄 만큼 자세하게 신경체계를 탐구했으며, 심리적 삶의 법칙과 이들 법칙이 어떻게 두뇌에서 출현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발전의 속도는 전율을 일으킬 정도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이 알아낸 것은 많은 사람들을 거북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 희망, 성공, 동경 등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두뇌의 뉴런활동에서 생겨난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굴욕적이기보다 우리를 고귀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론이나 진화, 특히 신경과학을 포함하는 과학은 우리가 우주 속에서 어떤 특권적 지위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계를 관조하는' 사적이고 비물질적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의 느낌은 실제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조자이기는커녕) 실제 우주 속 사건의 영원한 성쇠의 일부라는 깨달음은 우리를 대단히 자유롭게 해준다. 이런 생각은 궁극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겸손함을 도야하도록 해준다. 이 겸손함은 모든 진정한 종교적 경험의 정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