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난이 이모가 목소리 좋은 남자이야기를 하셔서
'리브 슈라이버'라는 목소리 좋은 배우도 겸사겸사 소개 할 겸, 기자에 대한 생각도 좀 해볼겸 언론에 관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소개해드렸는데,
울 JH1051님이 또다른 좋은 언론관련 영화인 '더 포스트'라는 영화를 말씀해 주시길래, 이것도 포스팅할 욕심이 생겼네요.
오늘은 많이 보셨겠지만, 영화 '더 포스트'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2017년 작 '더 포스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시절인 1971년에 있었던 '팬타곤 페이퍼'유출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즈가 폭로한 사건을 다뤄요. 뉴욕타임즈는 이 폭로로 인해 퓰리처 상을 거머쥐죠.
어?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죠.
제목이 '더 타임즈'가 아니라 '더 포스트'에요.
더 웃기는건 영화를 보다보면 이 사건의 보도를 밀어부치는 편집국장인 벤 브래들리( 톰 행크스 分) 를 위주로 영화가 흐르지 않고, 포스트 지의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 메릴 스트립 分) 위주로 영화가 흘러가요.
왜 그럴까요?
그건 차차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일단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좀 이야기해 볼까요?
스필버그는 유대인 출신이에요. 미국의 영화사들은 전부 유대인들의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디즈니도 그렇고, 나머지 메이저 회사들도 그렇고...
스필버그는 1993년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상을 받게 되는데요. 그가 이전에 만들었던 칼라퍼플 같은 인종문제를 다룬 영화로는 상을 받지 못하다가, 유대인들의 나치에서의 탈출을 도운 영화로 첫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게 되죠.
제가 영화를 한참 좋아하던 젊은 시절,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지방의 가자지구를 잔인하게 공습하는 것을 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유착관계에 신물이 나던 차에 당시 스필버그를 굉장히 싫어하고 있었어요.
그런 그가 2005년 뮌헨이라는 작품을 내는데요. 이스라엘의 모사드 요원들이 뮌헨 올림픽 테러범들인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을 응징하는 과정을 그리지요.
그 작품에서 스필버그는 담담히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다'라는 평범하면서도 묵직한 진리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유대인들의 잘못된 복수심에 대해서 비판을 해요.
이때, 나는 그를 다시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는 뛰어난 감독이에요. 영화를 통해서 관객이 어느 지점에 영화에 푹 빠져드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런 지점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또 그의 특이한 점은요. 쉰들러 리스트같은 작품성이 좋은 영화를 만든 해에 '쥬라기 공원'처럼 돈을 긁어모으는 상업성 강한 영화를 함께 만드는 재주도 탁월해요.
'뮌헨'을 만든 해에는 '우주전쟁'을 만들었구요. '더 포스트'를 만든 해에는 '레디플레이어 원'을 만들었죠.
세상에 이럴 수 있는 영화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밖에 없는 것 같아요.
50여년동안 40여편의 영화를 만들면서도 거의 모든 작품이 이 정도 완성도를 가질 수 있는 감독은 유일하다고 봐요.
그의 초창기 작품 '듀얼'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주인공은 운전만 하고, 정체불명의 트럭은 쫓아오기만 하는데도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요.
세상에 상어지느러미 하나만 보이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만 들리는데 '죠스'의 공포감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요.
정말 이 놀라운 감독이, 약자와 어린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또 얼마나 깊은지...
'더 포스트'는 2류와 여성을 포용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놀라운 연출을 볼 수 있죠.
'팬타곤 페이퍼'란 1967년 베트남 전쟁당시 국방장관이었고, 주인공 캐서린 그레이엄의 친구였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18개월에 걸쳐 총 47권 7000페이지 가까이 작성한 문서를 말해요.
문서의 내용은
1. 트루먼 대통령이 프랑스와 전쟁중이었던 베트남 전쟁에 직접 개입한 정황
2.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북베트남의 공산주의 정권을 붕괴시키기로 결심
3. 케네디 대통령이 제한전쟁전략을 대대적인 전쟁개입정책으로 전환
4. 린든 존스 대통령이 1964년에 전쟁개시를 위한 전략 수정
5.1965년 존슨이 베트공 활동을 위축시킬 수 없는데도 국 정보조직을 무시하고 폭격명령을 함
등이 기록되어 있었어요.
영화는 1966년 대니얼 엘즈버그라는 맥나마라의 보좌관이 전쟁의 참상을 보고 맥나마라에게 전쟁이 교착상태인 것을 알리지만 맥나마라는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전쟁에서 우세하다고 지껄여버리면서 시작됩니다.
이에 빡친 대니얼은 방대한 양의 '펜타곤 페이퍼'를 빼돌리고, 뉴욕타임즈의 기자에게 이것을 제공하죠.
정부의 일급 비밀문서가 유출되자 '리차드 닉슨'정부는 뉴욕타임즈를 법원에 고소하고, 보도금지가처분신청을 하며, 간첩죄등으로 협박을 합니다.
이에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인 벤 브래들리는 자신들도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기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입수하게 됩니다.
캐서린은 남편이 죽고,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라는 신문사를 인수받은 여인입니다.
그 시절 남자들은 큰 소리로 떠들고, 그녀를 무시하고, 걱정하고, 따돌리죠.
그녀는 매사에 조용조용하게 남자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아무도 사주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낙하산사주라는 것을 덤으로 그녀에게 져주지 않죠.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녀는 신문사 이사들 내외를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하고, 그 식사에서는 남자들이 떠들죠. 남자들끼리만 남아서 회사 이야기를 하는데 신문사 사주인 그녀는 부인들을 따라 나가버려요.
1971년은 그런 세상이었죠.
영화는 한시간 반을 기다립니다.
착실히 착실히 내실있게 캐서린이 위대한 결정을 할 수 있게, 충분히 배경을 쌓아나갑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명감독인 것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관객이 그 도중에 지루하지 않도록, 존 F 케네디같은 인기있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살짝살짝 씩 흘려주면서, 신문사 고위층들의 이야기도 아기자기하게 집어 넣죠.
그것은 시간을 떼우는 과정이 아니라, 캐서린이 위대한 결정을 하도록 주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캐서린은 숨막히게 멋진 결정을 합니다.
그때까지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용기있는 결정을 했는지, 아니, 어리석은 남자들은 절대 그녀의 용기를 알려고도 , 알 수도 없었습니다.
벤 브래들리의 멋진 아내인 '토니 브래들리(사라 폴슨 分) '가 직접적으로 말해주기 전까지는요.
세상 여성분들... 남자는 똑똑한 체 하지만 직접적으로 자세히 알려줄 때까진 아무것도 모릅니다. 꼭 정확하게 짚어서, 떠 보지 말고 알려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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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역시 위대한 결정을 하고, 모든 영광은 뉴욕타잉즈가 가져갑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었던 건 '포스트'가 있었고, '캐서린 그레이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냐구요?
영화를 보시라니까요! ㅎㅎ
첫댓글 전문가의냄새가?..영화의 감독 그의배경 케리어까지,,,,신기혀? 스필버그 영화 뭐 봤지 ?.ㅋㅋㅋ
난 줄거리 따라가기도 바쁜디...자꾸 볼 영화가 늘어나네유...
전문가의 냄새가 나나요?
이참에 작가나 평론가로 전업이나 할까요? ㅎㅎ
강유정 교수님처럼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서 흉내정도 내는거죠.^^
@천상의빛 네. 진짜 표현하시는 말씀이 좋으세요. 세심하게 하실 말 조근조근 잘 하십니다.^^
쥬라기공원이나 쉰들러리스트도 있죠.
@JH1051 다음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한 번 적어볼까 해요.^^
@천상의빛 그건 제가 본 작품이 아니네요.76년 작품인가요. 한번 보겠습니다. 천천히 써주세요.
@천상의빛 제목은 들어본 것 같은데...???우리 카페에 한 영역이 만들어지네유...
난이가 쏘아올린 글들의 영향력인가????~~,,,흠....음,,,,지금 턱을 치켜올리면서 글 쓰고있음,,,,ㅋㅋㅋㅋ
@난이 난쏘공.. 난이 님이 쏘아올린 작은 공..
@천상의빛 님 그런데 이 영화 구하기가 어려워요. ㅠㅠ 일단 한곳으로 찾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아님 올레TV로 검색해야 하는데 그건 천상 다음주 집에 가야 가능한 일이라. 기다리지 마시고 원하실때 좋은 평론 올려주세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헐.. 님이 글까지 정성들여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진짜 좋았었던 영화라.. 이 영화를 보고 저는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떠올랐어요. 그 때는 그저 글로 보고 이해했던 것이 화면으로 맞춰져 나가면서 '아 그게 저거구나.' 싶었습니다.
지금도 말하는 반공(매카시즘)이 행하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반지성적인 이상한 행동들이 결국은 진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었어요. 그걸 세련되게 표현하신 것도 참 좋았고요. 사주님의 모습은 이미 글로 잘 써주셨습니다.
JH1051님은 정말 박식하시네요.
아재개그에서도 탄복했는데..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뭐지? ㅎㅎ
또 밤새 인터넷 뒤져서 공부해야겠네요.^^
@천상의빛 사실은 좀 옛날 책이긴 한데, 당시 기록을 내세워 주장하는 것도 좋고 수치로 보여주시는 것도 좋아요. 작가분이 기자님 출신이라서요. 아마 책은 도서관 가셔야 보실수 있으실 겁니다
@천상의빛 완전 공감,,,,개그에서 식견까지.....나이도 어린 것 같던데....엄청 부러운 캐릭터...ㅋㅋㅋ
당시 1차 베트남 전쟁에서 패했던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이 케네디 미 대통령에게 베트남에 손을 떼도록 충고했었다고 합니다. "민족이란 것이 한 번 눈을 뜨고 궐기한 다음에는 아무리 강대한 외부적 세력도 그 의사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공산당을 섬멸할 수 있다고 믿고 행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더러운 전쟁이 되었지요. 그걸 폭로하는 과정을 정말 잘 담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영화가 더 풍성해지네요.~~~ㅎㅎ
@천상의빛 그와중에 오타냈네요. ㅋ
@천상의빛 먼 친척분이 베트남전(월남전) 다녔다 오셔서 더 깊게 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이가 돌았을때 이 옮아 왔더니 "그럼 쟤 DDT뿌려. 그럼 깔끔하잖아?" 그 말씀을 하셔서 기억이 납니다.
@JH1051 우리 외삼촌 중 한분은 월남전 댕겨오시고 행방불명되셨어유,,,,정신이 조금 이상해지셔서...20대에...ㅠㅠ
돈 번다고 다녀오셨는데....행불되기 전에 우리집 방문하셔서 얼굴 한번 본 적 있어유,,,ㅠㅠ우리 외할머니 돌아가실때까지,,,,엄청 그리워하셨는데...ㅠㅠ
@난이 토닥토닥
@난이 토닥토닥2..
와 영화평론가 이시죠?
넵 그렇습니다.
울 저리톡 카페만을 위한 평론가입니다. ㅋㅋㅋㅋ
@천상의빛 카페지기님들 너무 멋지셔요.
@천상의빛 저리톡 카페에서 더욱 더 전문성 쌓아서,,,,,프리랜서로 기고하셔유,,,홧팅 그때 커피한잔 저금(난이이름으로)들었어유...ㅎㅎㅎ
와.. 그럼 결국 난이님 '목소리'-님 '스포트라이트'(전 헐크 배우님이 가장 인상깊었던)-'더 포스트' 인가요.. 난이님이 쏘아올리신 글이 다 연관이 되네요. 대단스..
마크 러팔로 멋지죠...
전 흐름을 좋아해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글쓰기! ㅎ
@천상의빛 그게 어려운 겁니다. ㅋ 전 왠지 뚝뚝 끊어져요..
일년에 한두번 영화관에 갈까말까하는지라 이렇게 깊이 있게 명작을 소개해주시니 꼭 보고 싶네요. 저 같은 영알못을 위해 앞으로도 좋은 영화 계속 소개 부탁드려요~
내말이~~~~영화를 봐도 별 지식이 없어서 줄거리만 보기 바쁜디...
이리 잘 풀어서 해석을 해주니...너무 좋죠...이야기가 풍성해집니다.
꽃다지님도 식물, 꽃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주세요 사진도 첨부해서유,,,,이 꽃은 이리 키워야하고 이꽃의 꽃말은? 원산지는? 등등...분갈이에 대한 설명도 해 주시면 감사히 볼게유,,,ㅎㅎㅎ부탁드립니다.^^
다들 넘 좋으네요.
다들 멋지심
스포트라이트 더포스트 둘다보긴했는데 봤다는 기억 뿐
세세하게. 표현 못하겠던데 ㅎ
대단들 하십니다 부럽부럽
공감,,,내말이 난 영화를 그냥 그림판으로 본건지????줄거리 따라잡기도 바쁜디...
동지 반가워유,,,우리가 평범한 것 맞쥬...????ㅋㅋㅋㅋ
@난이 ㅎㅎㅎ 여러모로 동지구만요
여기나오는 사주의 모습이 우리나라 조중동. 사주와 대비되어서...
여기 나오는 데스크와 우리나라 데스크와 대비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