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에는 해열·이뇨 작용 돕는 성분 들어 있어… 나뭇가지는 소의 코뚜레 만들 때 쓰여
노간주나무
▲ 바늘처럼 얇고 가늘며 끝이 뾰족한 노간주나무 잎(왼쪽). 노간주나무에 열린 작고 동그란 열매들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노간주나무는 우리나라의 건조하고 양지바른 산이나 척박한 암석 지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아울러 중국과 일본, 극동 러시아 등지에도 널리 분포해 있지요. 노간주나무는 보통 10m까지 자라고, 지름이 40~50cm 정도입니다. 나무 모양은 생일날에 쓰는 고깔모자처럼 원뿔형이에요. 나무껍질은 적갈색을 띠고 매년 5월쯤에 꽃을 피워요. 그리고 가을이 되면 노간주나무에 작고 동그란 열매들이 열려요. 처음에는 초록색을 띠지만, 열매가 1년간 익으면서 점차 검은색으로 변한답니다.
이런 노간주나무의 동그란 열매들은 약재로 쓰여요. 노간주나무 열매에는 해열 및 이뇨 작용을 돕는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또 통풍과 부종 질환 치료, 해충 퇴치에도 쓰인다고 해요. 최근에는 노간주나무 추출물이 미백과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 조만간 노간주나무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양에서는 노간주나무 열매로 담금주를 만들기도 해요. 병에 노간주나무 열매와 독한 술을 넣고 밀봉해 6개월 정도 보관한다고 합니다. 이후 열매는 건져서 버리고 남은 술을 마신대요.
노간주나무는 과거부터 농기구를 만드는 재료로 많이 쓰였어요. 특히 소의 코뚜레를 만들 때 노간주나무를 많이 사용해요. 노간주나무 가지가 물에 잘 썩지 않고 유연해 동그란 나무 고리인 코뚜레를 만들기에 제격이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노간주나무는 목재가 단단하고 튼튼해 조각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향나무속(屬) 나무들은 오래전부터 조경이나 원예용 나무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향나무에 속하는 노간주나무는 상대적으로 다른 향나무속 나무에 비해 덜 알려져,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노간주나무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 피해도 거의 없어 관리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산울타리나 암석원에 심기에 안성맞춤이에요. 노간주나무는 나무 모양이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져요. 그러다 보니 공간이 좁은 곳에 심기에도 적당한 나무예요. 또 노간주나무는 곧게 높이 자라는데, 잎이 바늘처럼 얇고 가늘며 끝이 뾰족하다보니 사람들 눈에 잘 들어와요. 사람이나 자동차의 통행을 조절해야 하는 길목에 가로수로 심는 등 기능 식재로 이용 가치가 높습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