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총각과 결혼하세요
강원도 원주 땅 흥업에 갔다가 들은 얘기인데요. 마을에 동남아 처녀가 시집을 오면 마을 사람들이 새색시한테 암송아지 한 마리를 선물한다네요. 왜 하필 송아지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그럴 듯했습니다. 송아지 잘 키워서 소 판 돈으로 친정에 다녀오도록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 송아지가 보통 송아지이겠습니까. 그야말로 금송아지이지요. 송아지 그 큰 눈망울 속에 친정 식구들이 보이겠지요. 송아지 앞세우고 걷다 보면 불 켜진 저녁 고향집이 훤히 보이겠지요. 꿈속에서도 보지 못했을 낯선 강원도 하고도 원주 흥업 땅 송아지만큼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 통하겠지요. 서러울 때마다 송아지 끌어안고 맘껏 울어도 되겠지요. 그런데 나중에 송아지 한 마리는 갚아야 한다네요. 그러니 암송아지 암소 될 때까지 암소가 송아지 한 마리 낳아 갚을 때까지 그러니까 그 사이 흥업 총각 아들딸 낳을 때까지 이를테면 베트남 새색시는 알캉달캉 흥업의 아낙이 되어 있겠지요. 그때쯤이면 강원도 사투리가 저절로 튀어나오겠구요. 옥수수는 강원도 찰옥수수가 세계 최고라고 우기겠지요. 막국수는 그렇게 달게 먹는 게 아니라고 잔소리도 하겠지요. 소는 한우가 최고라며 수입 소고기 사지 말라고 핏대를 올리겠지요. 남편 따라 머리띠 두르고 군청 앞에서 구호도 외칠 거구요. 동남아 새색시들을 사랑하는 모임도 만들겠지요. 하지만 암소 팔러 갈 때는 시집 올 때처럼 눈물 흥건할 거예요. 아무렴요, 암소 안 팔겠다고, 우리 암소 등에 우리 금송아지 같은 아들딸 태우고 고향 가겠다고 떼를 쓰겠지요. 원주 가서 머리 좋다는 소리 말라는 옛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네요. 원주 사람들 정말 머리 좋지요. 좋은 머리 정말 좋게 쓰지요. 소 판 돈 훔쳐 갖고 월남했던 어린 시절을 못 잊어 소 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었던 현대그룹 정회장 못지 않네요. 언제 베트남에 가면 사이공에서 하노이 가는 일번공로에 현수막 몇 개 걸어야겠습니다. 원주 총각한테 시집가세요.
운명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별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첫댓글 새벽에, 반가운 시들을 접합니다. 문창과 후배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