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슬레이드 지음 | 김소정 옮김 | 엘리사 파가넬리 그림 | 두레아이들 | 2022년 08월 16일 출간
놀랄 만한 업적, 그러나 낯선 이름 ‘준 알메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위축시킨 지 벌써 3년째이다. 요즘은 다시 코로나 19 재유행의 기세가 거세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렇게 심각한 위협이 되리라 여긴 과학자는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독감보다 높은 전염력과 치명률로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다행히도 백신과 치료제가 신속하게 개발되고, 적극적인 방역정책과 시민들의 참여로 인류는 이 새로운 유행병을 극복하고 또 적응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코로나 시대에 알아야 할 많은 주제, 즉 바이러스, 미생물, 백신, 전염병, 팬데믹 등을 다룬 책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누가 처음 발견했을까?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에 ‘코로나(왕관)’라는 재미있는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지금의 과학자들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도구와 지식은 누가 갖추어 놓았을까? 특히 아이들이라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한 번쯤은 물어보았을 만한 질문들이다. 이 책은 코로나 대유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해서 현미경으로 사진을 찍고, 바이러스에 왕관처럼 생긴 돌기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 ‘코로나(corona, 왕관)’라는 이름을 짓고, 현재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19를 밝히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남긴 이는 바로 준 알메이다(June Almeida)이다. “준이 한 일은 지금도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준이 개발한 기술은 현재 유행병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휴 페닝턴 박사, 애버딘 대학교 세균학과 명예교수).
그러나 안타깝게도 준 알메이다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의 놀랄 만한 위대한 업적과 달리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잘 드러나지 않았으나 인류를 위해 크나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가지 못했으나 100편이 넘는 논문을 쓴 집념의 바이러스 학자, 수많은 과학책과 교과서 등에 실린 현미경 사진을 찍은 위대한 ‘바이러스 탐정’, 바이러스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한 준 알메이다의 이야기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책이다. 간결한 글과 멋진 그림은 준의 삶을 더욱 흥미롭게 들려줄 것이다.
생물학과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아이, ‘바이러스 탐정’이 되다!
오늘날 전 세계에 팬데믹을 불러온 질병의 원인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사실은 어떻게 밝혀낼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준 알메이다가 남긴 기술과 지식 덕분이다. 준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사진 찍는 데 누구보다 탁월했다. 세상을 위기에서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이러스 탐정’ 준 알메이다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준 알메이다(1930~2007)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하던 준은 10살 때 6살이던 남동생이 죽는 비극을 경험한다. 그 뒤 동생처럼 아픈 사람을 돕기 위해 생물학 공부에 온 힘을 다한다. 그러나 집이 가난해서 대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선택한 길은 생물학을 공부할 수 있는 연구소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이는 준이 바이러스 학자가 될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어려서부터 과학과 함께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준은 연구소에서 자신과 어울리는 일, 즉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결혼하고 캐나다로 이주한 준은 이전과 다른 고배율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 세포와 바이러스 사진 찍는 법을 익힌다.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생각한 준은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활동 방식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돕기로 마음먹고, 마침내 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다. 자신들이 밝힐 수 없었던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혀낸 준의 사진은 과학자들도 인정하고 감탄했다. 생물학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가 마침내 과학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는 바이러스 학자, 바이러스 탐정이 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이름을 짓다!
이제 준은 다른 과학자들도 쩔쩔맸던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힌 탁월한 전문가였다. 때마침 영국의 데이비드 티렐이라는 과학자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준의 명성을 듣고 티렐은 준에게 도움을 청하고, 준은 기꺼이 런던으로 돌아와 티렐의 요청을 들어준다.
티렐의 바람대로, 준은 음성염색법이라는 방식으로 마침내 바이러스의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준이 사진을 보니 왕관처럼 바이러스를 촘촘하게 두른 작은 돌기들이 눈에 띄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바이러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저 일반적인 독감 바이러스가 흐리게 찍힌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사진으로 준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했음을 증명되었다.
놀라운 발견을 한 준은 의사들을 의견을 나누었고, 모두 바이러스를 둘러싼 돌기가 왕관처럼 보인다고 했다. 라틴어로 왕관은 ‘코로나(corona)’였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대학에 가지 못했으나 100편이 넘는 논문을 쓴 바이러스 학자
준은 계속해서 바이러스의 사진을 찍었고, 바이러스를 공격해 사람을 질병에서 구해 주는 약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는 최초로 풍진 바이러스의 사진을 찍고,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를 선명하게 찍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준의 작업은 결국 바이러스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도 획기적인 도움을 주었다.
코로나 19가 처음 나타났을 때, 과학자들은 준이 개발한 선구적인 기술과 방법으로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준의 획기적인 업적 덕분에 과학자들은 코로나 19와 싸울 수 있는 중요한 도구와 지식을 갖추고, 이 세상을 더 건강한 곳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약과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준은 집안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했으나 그의 놀라운 연구와 논문 등 위대한 업적에 런던 대학교는 그에게 석사와 박사 학위를 주었다. 홀로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일하면서도 준은 연구를 이어 나갔다. 그가 발견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혼자 또는 공동으로 쓴 논문이 100편이 넘는다. 또 그의 현미경 사진은 과학책과 교과서 등 수많은 책에 실렸다. 준이 그렇게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의 인내심과 끈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주의력, 강한 집중력 등 그가 가진 여러 가지 자질 덕분이었다.